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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970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0.11.14 07:00
조회
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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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6-4

DUMMY

여기는 타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줄이 길었고, 대기 시간이 30분도 넘었다. 마냥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이신애는 대화할 시간이 많아졌다며 오히려 좋아했다.


조영은 전혀 무섭지 않았지만, 두 아가씨와 다른 탑승객들의 분위기에 호응하면서 비명을 질러 줬고, 그런 모습에 이신애가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바이킹을 내려서자 시간은 어느새 오후 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야, 이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보스, 뭘 좀 먹죠. 말숙이랑 신애 씨도 배고프죠?“


여한모가 일행을 이끌고 한쪽에 있는 푸드코트 같은 식당으로 갔다.

오늘 같은 날은 무조건 햄버거를 먹어야 한다는 여한모의 근거 없는 주장에 다 같이 웃으며 햄버거와 콜라로 점심 식사를 간단하게 했다.

조영은 별 의미 없는 행동들이 즐거웠다.

매일매일 숫자가 주는 압박감과 상대를 의심하고 분석하면서 음모를 꾸미고, 상대의 음모를 부수는 일상에서 벗어난 평화로운 시간이 즐거웠다.

바로 앞에서 값싼 음식을 즐겁게 먹고 있는 여한모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보스, 뭔 생각을 그렇게 해요? 얼굴에 케첩 묻었어요. 흐흐흐“


”응? 내 얼굴에? 어디?“


조영이 손을 올려 얼굴을 매만졌지만, 손끝에 묻어나오는 것은 없었다.


”장난입니다, 장난. 놀러 와서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으니까 그렇지요.“


”아, 미안. 잠시 딴생각이 들어서. 이거 먹고 나면 뭐 탈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이신애가 손가락질했다.


”저거요. 기구인가 봐요?“


이신애가 손끝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커다란 열기구처럼 생긴 놀이기구가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신애의 손가락 끝에서 다음에 탑승할 놀이기구가 결정되었다.

식사를 마친 일행이 천천히 이동해서 놀이기구 앞으로 다가갔다.


[풍선 비행]이라는 이름 앞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어린아이들을 대동한 가족들도 많았다.

이신애가 앞쪽에 먼저 줄 선 가족의 어린아이와 눈을 맞추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4살? 5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 숙녀는 엄마의 손을 잡고, 왼손에는 솜사탕을 쥐고 있었다. 이신애와 눈이 마주친 꼬마 숙녀가 해맑게 웃어 주었다.


”아이가 참 예뻐요, 그렇죠, 오빠?“


”으응. 그러게.“


”저는 사실 어린 시절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었어요, 국민학교에도 들어가기 전에 아버지는 사고로 몸져 누웠고, 엄마가 힘들게 가정을 이끌어 나갔어요. 오빠는 툭하면 싸움박질하러 다녔고, 어린 나이에도 이곳을 탈출하는 방법은 공부뿐이라고 생각해서 제법 열심히 공부했었어요. 그런데, 서울 와서 공장 생활도 해보고 오빠한테 도움받아가며 공부해서 원하던 대학교에 입학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니까, 조금 달라요. 엄마, 아빠, 오빠가 모두 함께 살았던 그 시절에도 제가 마음을 다르게 먹었으면 행복을 느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어요. 너무 어릴 때고 마음이 조급해서 시야가 좁았었나 봐요, 그때는.“


이신애가 고개를 돌려 조영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지금 처한 현실에서 행복을 찾아서, 그 행복을 느끼며 살려고요. 오빠 덕분이에요. 오빠도.....행복 했으면 좋겠어요. 가끔 오빠가 무서운 표정을 지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마음이 아파요, 오빠에게 제가 느끼는 행복을 나눠주지 못해서 아쉽기도 하고요.“


조영을 바라보는 이신애의 눈은 웃고 있었다.

조영은 이신애의 표정이 아름다우면서도 매우 편안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 행복이라. 나는 행복한가?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어머니는? 아버지는? 할아버지는? 마르코 사부는?’


조영은 가끔 현재에 느끼는 행복감에 대해서 죄의식이 들고는 했었다.

돌아가신 가족들을 위해 복수를 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행복을 느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곤 했었다.


조영이 이신애의 이야기에 떠오른 상념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따듯한 손길이 오른뺨에서 느껴졌다. 이신애였다. 이신애가 왼손을 들어 조영의 오른뺨을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조영이 오른손을 들어 이신애의 왼손을 마주 잡아주었다.

따뜻했다.

이신애를 바라보는 조영의 눈길도 따뜻해져 갔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잠시만 지나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좀 비켜봐요.“


갑자기 주변이 어수선해졌다.

조영과 이신애도 고개를 돌렸다.

이곳 놀이공원의 직원으로 보이는, 정장을 입고 왼쪽 가슴에 명찰을 부착한 남자가 조영의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직원의 뒤에는 건장한 사내가 바짝 붙어 있었고, 뒤이어 젊은 남자 둘과 짙은 화장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 둘이 따르고 있었다.

맨 뒤에 있는 건장한 사내가 통로와 구분 지어주는 줄을 들어 올려서 일행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네 명의 일행이 놀이기구의 탑승장으로 바로 들어가려고 하면서 소란이 생겼다.

놀이기구의 탑승장 바로 앞에는 철제 구조물로 작은 골목을 만들어서, 입구까지 강제로 줄을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조영의 앞에 있는 가족은 철제 구조물 바로 앞에 도착해 있었다.

조영이나 조영의 뒤쪽으로는 어떤 구조물도 없이, 가느다란 줄로 통로가 구분돼 있을 뿐이었다.


”아, 뭡니까? 왜 갑자기 앞으로 가겠다는 겁니까? 한참 줄을 서 있었는데 갑자기 이러시면 어떻게 해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잠시만 지나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여한모가 인상을 찡그렸다.

놀이공원 직원을 앞세운 일행이 조영을 지나칠 때, 조영과 이신애는 한쪽으로 비켜서기 위해서 밀착해야 했다.

이신애의 봉긋한 가슴이 조영의 가슴에 닿으면서, 이신애의 샴푸 향이 조영의 콧속으로 들어왔다.

조영의 기분이 좋아지던 순간이었다.


”어맛! 이게 뭐야. 꼬마야, 여기서 이런 걸 먹고 있으면 어떻게 하니? 이거 어떻게 해? 새 옷인데, 아이. 짜증 나.“


이신애와 눈을 맞추며 놀던 꼬마 숙녀의 손에 들려있던, 얼마 남지 않은 솜사탕 막대기가 탑승장으로 향하는 좁은 골목길로 향하던 아가씨의 치마에 닿은 것 같았다.


”아이, 끈적끈적해. 아줌마, 여기서 애가 이런 걸 먹게 하면 어떡해요? 에이, 정말“


”아니, 아가씨. 우리가 줄 서 있는데 막무가내로 밀치고 들어온 건 그쪽이잖아요, 그거에 대해서는 사과 안 해요? 우리끼리 줄 서 있었을 때는 우리 애가 먹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요!“


아이 엄마도 만만치 않은 성격인지, 금방 고성이 오고 갔다.


”새봄아, 그냥 가자. 오빠가 이따가 치마 한 벌 사줄게. 응? 이거 타고 싶다며? 순서 거의 다 됐어. 얼른 가자. 거지 같은 꼬맹이랑 싸워서 뭐 하게?“


화를 내는 아가씨의 옆에 서 있던 젊은 사내가 여자를 만류하는 것처럼 말을 건넸지만, 그것은 새로운 기름을 쏟아붓는 모양새가 되었다.


”뭐요? 이거 봐요, 젊은 친구. 거지 같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아이한테? 얼른 사과하세요.“


아이 아빠가 가세했다.


”아, 그래요. 미안해요. 미안하고, 이걸로 아이 솜사탕 하나 다시 사주세요, 자 됐죠?“


사내가 지갑에서 1만 원권 한 장을 꺼내어 아이 아빠에게 내밀었다.


”아니, 그게 지금 사과하는 자세입니까? 그깟 돈 1만 원이면 다예요? 뭐 이런 친구가 다 있어? 그리고, 당신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우리 가족이 지금 20분 이상 줄을 섰는데, 당신들 뭐 하는 것에요, 혹시 새치기하는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고객님. 급하게 회사에서 장비를 점검하면서 촬영해야 하는 일이 생겨서 잠시 우선 탑승을 하려는 겁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가슴에 명찰을 달고 있는 직원이 다급하게 대답했지만, 답변이 어설프다는 것은 귀가 열려 있는 누구나 인정할 만했다.


”갑자기 점검이라니요? 촬영은 또 뭐고요? 이상한 거짓말로 새치기하려는 거 같은데요?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새치기에요, 새치기가? 혹시 이쪽 분들이, 거 뭐냐 회장님 자제들 뭐, 그런 거예요?“


아이 엄마가 [새치기]라는 표현에 강세를 주어 목소리를 높이자, 뒤쪽으로 줄 서 있는 사람들 속에서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뭐야? 앞에 저 사람들이 새치기하는 거라고?“


”새치기? 어이, 거기 직원 이리 좀 와 봐요.“


지나가는 다른 직원을 부르는 사람에, 고개를 내밀어 앞쪽을 확인하려는 사람에 순식간에 어수선해지는 상황에, 아이 아빠가 받지 않는 1만 원권을 들고 있던 젊은 사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 씨발. 그러기에 내가 비싼 돈 내는 사람은 줄 안 서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아이 쪽팔려. 야, 타지 말고 그냥 가자. 쪽팔린다.“


”아이, 오빠. 싫어. 나는 이거 꼭 타면서 사진 찍고 싶단 말이야.“


”아, 씨발. 어쩌자구. 벌써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


”흥, 제깟 것들이 쳐다보면 어쩔거야. 나는 그딴 거 신경 안 써. 얼른 타자. 저기 오네.“


안절부절못하고 옆에 서 있는 직원만 애가 타고, 대기 줄을 뚫고 맨 앞까지 온 젊은 커플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거 보세요, 그쪽은 이름표 있는 거 보니까, 여기 직원이시죠? 이거 지금 새치기하는 거잖아요? 나, 이러면 공식적으로 문제 삼겠어요. 얼른 해명하시던가, 저분들 맨 뒤에 가서 줄 서라고 해주세요.“


아이 아빠가 앞으로 나서면서 항의를 계속했다.

탑승장에는 다음 팀이 탈 놀이기구가 들어오고 있었다.


”아니, 고객님. 그게 아니고요. 정말 상황이....아, 상황이.....회사에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직원은 적절한 해명을 하지 못하면서, 아이 아빠와 엄마에게 연신 허리만을 숙이고 있었다. 실랑이가 계속되는 중에 아이 가족의 앞쪽에 있던 마지막 팀이 놀이기구에 탑승했다.

다음은 아이 가족이 타던가, 중간에 갑자기 끼어든 젊은 커플들이 타던가 하게 될 것이었다.

다음 놀이기구가 탑승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 아이 아빠가 거친 몸짓으로 항의하며 직원을 밀쳐내고 탑승장으로 향하려고 했다.

직원 옆에 서 있던 젊은 사내가 탑승장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서있었기 때문에, 아이 아빠가 사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밀쳐내려고 시도하던 순간, 함께 서 있던 건장한 사내가 끼어들었다.

사내는 사내의 어깨로 올려진 아이 아빠의 손을 잡아채더니, 순간적으로 비틀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아이 아빠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아~~아“


젊은 청년의 경호원쯤으로 되어 보이는 사내가 아이 아빠를 뒤로 밀쳐냈다.

아이 아빠가 뒷걸음질 치다가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넘어지면서, 아이도 걸려서 넘어져 버렸다.

넘어진 소녀가 금세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앙“


울음을 터뜨린 소녀를 바라보는 놀이공원 직원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떠올랐고, 아이 엄마는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서 옷을 털어주며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 깡패예요? 뭐 하는 짓이에요?“


소녀가 다 먹지 못한 막대 솜사탕이 이신애의 발 앞으로 굴러왔다.

이신애가 조용히 솜사탕을 집어 들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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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6-5 +1 20.11.15 1,20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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