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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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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6.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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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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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앞으로 한 눈 좀 팔아볼까?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스테픈 잡스와의 만남 이후 류지호는 마음이 약간 심란했다.

그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성향을 싫어하지만, 막상 암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자니 짠 한 마음도 들었다.


“빠빠! 맘마~”


하루 종일 자신에게 매달려 있는 딸 시아가 아니었다면, 울적한 기분이 제법 오래 이어졌을지도 몰랐다.

딸이 낮잠을 잘 때면 여러 군데 전화를 돌렸다.

언제 부고(訃告)가 들려와도 이상하지 않을 노인들에게 일일이 안부전화를 걸었다.

특히 몇 해 전 암수술을 받은 대니얼 그레이엄이 걱정이었다.

의사의 장담이 무색하게 수술 경과가 그리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체 고령인지라, 최고의 의료진으로써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어마어마한 재산으로 살아있는 시간을 약간 늘려놓을 수 있을 뿐.

죽음을 막진 못한다.

현재는 병원이 아닌 저택에서 지내고 있다.

수술 이후 거동이 더 힘들어져 식사·용변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서 간병인의 도움이 필요했다.

전문 간호사 두 명이 24시간 곁에서 간병과 간호를 책임지고 있다.


- 날 죽은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야.


류지호가 태권도 명예 단수 10단에 추서된 것을 축하하자, 홍 관장이 한 말이었다.

10단은 보통 사후에 추서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태권도 공인 9단은 해외까지 포함해도 200명이 채 안 된다.

명예 10단에 추서된 태권도인 역시 10명도 안 된다.

태권도인이 아니면서 명예 10단 증을 받은 인물은 전현직 IOC 위원장 단 둘 밖에 없다.

9단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사후에 10단에 추서되는 것은 더 어렵다.

9단이 되면 한국에서는 ‘명인‘ 칭호를, 미국에서는 ’그랜드 마스터’라 불린다.


- 4단은 안 딸 거야?

“다음 달에요.”

- 잘 생각했어. 미국에서 볼 생각이냐?

“국기원에 신청해 두었어요. 그랜드 마스터인 관장님이 봐주셔야죠.”


비록 심사위원석에서 점수를 매길 순 없겠지만.


- 애제자의 승단심사인 만큼 사부로서 꼼꼼히 살펴주마.

“살살 좀 해주세요. 애제자라면서....”

- 시끄럽다. 준비는 잘하고 있고?

“승단심사를 한국에서 보면 별로 어려울 것도 없죠 뭐.”

- 날로 먹으려고 한국에서 보는 게냐?

“관장님이 미국으로 오실 수 없는 상황이니까....”

- 평소에 전화도 잘 안 하는 놈이 끔찍하게 위하는 척 하기는....

“보름에 한 번씩 전화 드리잖아요. 관장님 자녀분들보다 제가 더 자주 안부전화 하지 않던가요?”

- 흠.... 특혜논란이 나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NeTube 제 채널 들어가셔서 태권도 수련 브이로그 보세요. 제가 수련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보면 바로 아실 걸요?”


류지호는 경호원들과 함께 웨이트트레이닝도 하지만, 태권도와 유산소 운동에 더 시간을 쓰는 편이다.

류지호에게 태권도는 일종의 건강체조에 가깝다.

품세에는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근육을 활용하는 것도 많아서 전신을 균형 있게 잡아주는 효과가 있고, 맨몸 운동이기에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영화로 밥 벌어 먹고 사는 네가 화면 장난질로 눈 가리고 아웅 할지 누가 알겠냐.

“하하. 전 세계 무술 수련자들이 다 볼 텐데, 어떻게 장난을 치겠어요. 들통이라도 나면 톡톡히 망신당할 텐데.”


4단부터 이론시험을 본다.

운전면허시험처럼 예상문제만 달달 외우면 100점도 맞을 수 있다.

관련한 예상문제나 족보도 이미 나와 있다.

기본자세, 품새에서 긴장만 안하면 별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다.

겨루기는 포인트를 따야 하는 시합 겨루기와 다르다.

1분 동안 상대가 맞든 안 맞든 다양한 발기술을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주면 된다.

시합 겨루기처럼 돌려차기나 찍기만 주구장창 차다보면 과락을 받을 수도 있다.

승단 대상자들은 평소에 도장에서 연속으로 다양한 기술을 펼치는 시나리오를 짜둔다.

충분히 연습을 해두었다가 심사에서 선보인다.

즉 태권도장에서 응시자에게 겨루기 프로그램을 짜주고 연습시켜 준다.

승단심사를 국기원에서 모두 주관하는 것은 아니다.

1단~5단은 위임단체가 주관하는 편이고, 6단~9단을 국기원이 주관한다.

류지호는 서울시협회에서 주관하는 심사를 보기로 했는데, 스승인 홍 관장은 정식 심사위원이 될 순 없다.

당락에는 관여하지 않는 명예 심사위원으로 초청을 받을 예정이다.

어릴 때부터 겨루기 위주로 태권도를 한 선수출신 중에는 고단자 품새를 모르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 4~5단 응시자를 보면 합격률이 5%가 되어야 상식선인 것을.... 쯧.


현실은 그 반대다.

한국의 고단자 승단심사는 홍 관장이 보기에 매우 엉터리다.


- 태권도 실력을 떠나서, 누군가를 수련시킬만한 충분한 철학과 인격이 있는지 승단심사만으로 검증할 수 없거늘....

“파벌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고단자 심사에서 불합격을 받는 경우까지 있으니 말 다 한거죠 뭐.”

- 아이들 말 들어보니까 허리를 받쳐줄 4~5단 승단 응시자들 숫자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라더구나.

“반면에 미국에서는 매년 늘고 있대요.”


미국과 유럽의 태권도 센터에서는 자체적으로 승단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국가 협회는 한국 국기원와 따로 움직이기까지 한다.


- 4단 단증이란 게 네게 큰 소용도 없겠지만, 어릴 적에 이 사부와 한 약속을 지켜준다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나중에 합격하고 그런 말씀하세요.”

- 준비 잘 하고 오너라. 대기업 오너라고 해서 봐주는 거 없어.

“옛설! 마스터!”


류지호가 어린 사람처럼 굴 수 있는 몇 명 안 되는 어른 중에 한 명이 홍 관장이다.

사실 류지호에게 태권도 4단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만 홍 관장의 마지막 직전 제자 중에서 오로지 류지호만 3단에 머물러 있다.

류지호보다 늦게 입문한 고우찬이 6단일 정도다.

태권도 스승인 홍 관장 입장에서 류지호는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고령이 홍 관장이 언제 생을 마감할지 알 수 없다.

홍 관장이 살아 있을 때 4단을 따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모든 무술에 있어서 4단부터가 진정한 ‘무예’의 단계로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3단까지는 열정적으로 육체와 기술의 토대를 쌓았다면, 4단부터는 무(武)에 있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또 받는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암튼 류지호는 홍 관장과 통화를 하고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 ❉ ❉


며칠 후.

샌타바바라에 위치한 네버랜드에 류지호 가족이 찾아왔다.

월드투어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마이키 잭슨의 초대 때문이었는데, 류시아가 네버랜드를 너무 좋아했다.

네버랜드(300만 평)의 수십 배에 달하는 뉴멕시코 목장은 아이들의 관심을 끌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네버랜드에는 놀이동산이 있다.

미니 동물원도 있다.

기차도 다닌다.

백화점 장난감 코너를 통째로 옮겨놓은 것 같은 장난감 방까지 있다.

어린이에게 네버랜드는 천국이다.

사실 어른들도 지루하지 않다.

네버랜드 곳곳의 지어진 저택에는 중세시대부터 현대식 최첨단 인테리어까지 다양하게 꾸며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암튼 네버랜드 대저택에 도착한 후, 류시아는 마이키 잭슨에게 건성으로 인사하고는 곧장 놀이동산으로 달려갔다.

대기하고 있던 네버랜드 직원이 얼른 류시아를 쫒아갔다.

90년대에 비해 직원 숫자는 150여 명으로 줄었다.

다만 그 한 명 한 명을 철저히 믿을 만하고 성실한 사람들로 채워놓았다.

네버랜드를 유지관리하기 위해 연간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500만 달러.

참고로 이전 삶에는 아동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진행하면서 직원 월급이 밀리는 일이 잦았다.

만기가 도래한 부채를 갚지 못해 네버랜드가 법원 경매에 나올 뻔도 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여전히 마이키 잭슨의 소비는 개념이 없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감당이 가능했다.

월드투어로 거둔 수익은 그저 용돈으로 치부해도 될 정도다.

마이키 잭슨은 1인 기업에 가까웠다.

앨범 활동을 하지 않음에도 어디에선가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자산관리를 JHO Venture Capital에서 맡아서 하고 있다.

류지호의 포트폴리오를 흉내 내다 보니 수익률이 상당했다.

자선재단에 몇 백만 달러를 쾌척하고도 호화생활을 영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류지호의 품에 안겨 잠이든 준혁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던 마이키 잭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만져 봐도 돼?”

“손부터 씻어요.”

“아참! 내 정신!”


마이키 잭슨이 얼른 손을 씻고 왔다.

류지호가 준혁을 마이키 잭슨에게 넘겨줬다.

대중들에게 마이키 잭슨이 철저히 은둔의 삶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상은 전혀 달랐다.

외출도 자주 하고, 자녀들과 유럽의 휴양지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자신의 앨범을 준비하는 틈틈이 MJJ Music과 계약한 신인 가수들을 봐주기도 한다.


“도대체 얼마나 곡들을 갈아엎어야 직성이 풀리겠어요?”


새앨범 작업을 위해 마이키 잭슨이 갈아엎은 곡만 200곡이다.

실제 30곡 가까이 녹음을 마쳤다.

전부 폐기했다.


“시장에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로 형편없었어....”


수년째 그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더불어 제작비가 계속해서 쌓여만 갔다.

앨범 제작비는 류지호와 마이키 잭슨이 반반 부담하고 있다.

유니벌스뮤직그룹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사실 마이키 잭슨은 음악적으로 세기의 천재는 아니다.

완벽에 가까워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노력형에 가깝다.

음악 이론이나 작곡 공부를 해본적도 없지만, 함께 일을 해본 프로듀서와 작곡가들은 마이키 잭슨의 재능에 혀를 내두르곤 한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세상에는 MJ의 음악과 아닌 음악만이 존재한다고.

한때 ‘팝의 황제‘의 황관을 다른 이에게 양보해야 할 때가 왔다고 떠들던 이들이 있었다.

<Invincible> 앨범이 망한 직후였다.

그런데 망했다고 평가되는 <Invincible> 앨범의 누적 판매량이 1,300만 장이다.

직전의 2000만 장을 판매한 <HIStory> 앨범을 두고도 마이키 잭슨의 시대가 갔다고 떠들었던 평론가들도 많았으니, 1,300만 장은 ‘팝의 황제‘의 실적치고는 망했다고 해도 딱히 할 말이 없긴 했다.

이전의 기록들이 너무 대단하기에 마이키 잭슨은 자신이 세운 기록을 스스로 경신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2006년에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Thriller>가 기네스북에 등재됐는데, 당시 누적 판매고가 1억 400만 장이었다.

1987년에 발매한 <Bad> 앨범이(후에 기록이 깨졌지만) <Thriller> 앨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앨범 판매 기록을 세움으로서 한 가수의 앨범이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1~2위를 동시에 석권하는 유일무이한 기록도 세웠다.


“매스컴이든 평단이든 MJ는 앨범을 내놓기만 하면 무조건 2,000만 장부터라고 설레발치는데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신경 안 써. 내가 잘하는 일을 할 뿐. 대신 스페셜 앨범이나 리믹스 앨범도 너무 자주 발매하지 않도록 신경 써 줬으면 좋겠어.”


정규앨범도 아닌 것들로 가볍게 600만 장을 팔아치우는 저력을 가진 가수가 마이키 잭슨이다.


“‘This Is It’ 월드투어 이후로 <Invincible> 앨범의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면서요?”

“그렇다나봐.”


마이키 잭슨은 크게 의미를 부여하진 않고 있지만, 많은 음악비평가들이 시대를 앞서간 앨범이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로인해 디지털 음원 판매량이 갑자기 늘었다.


“CD는 이제 안 만들어?”

“만들기는 하는데, 디지털 음원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어요.”

“LP는?”

“영업용으로 한정 생산하고 있어요. 주로 주문생산 형태로 작은 회사에서 제작하고 있나봐요.”


클럽 DJ들을 위해 생산하는 것 말고 일반소비자용은 거의 제작되지 않는다.

마이키 잭슨은 춤추는 것 외에는 몸을 과격하게 움직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주로 어린이들을 많이 그렸다.

광대나 LOG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반나절을 네버랜드에서 시간을 보낸 류지호 가족이 LA로 돌아갈 시간이 왔다.

마이키 잭슨이 직접 그린 그림을 선물했다.

류시아를 그린 그림이다.


“고마워요. 시아 방에 걸어둘게요.”

“그렇게 잘 그리진 않았어.”


마이키 잭슨은 거대한 네버랜드에서 외롭고 우울하게 지내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 지레짐작하는 것 뿐.

농담도 잘하고 잘 웃는 유쾌한 성격이다.


“나중에... 먼 훗날에... 내가 MJ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어도 될까요?”

“....음.”

“음악세계와 삶에 대해서 어떤 미화도 없이 담담하게 영상으로 옮기고 싶어요.”

“다큐멘터리 제안은 많이 받고 있어.”

“극영화에요.”

“지금은 허락해주고 싶지 않아.”

“당장 허락을 받겠다는 건 아니에요. 나중에... 그 문제를 진지하게 의논해 주길 바라요.”

“나중에... 따로 이야기 나누도록 해.”

“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레오나가 물었다.


“정말 MJ의 전기영화를 제작하려고?”

“아직은... 구상 단계야.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없어.”

“다른 것은 몰라도 영화음악은 최고겠다.”

“MJ의 모든 곡들을 마음대로 쓸 수만 있다면....”


류지호와 마이키 잭슨이 절반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MJJ Music과 ATV Publishing이 그의 모든 음악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진 않았다.

소닉에픽뮤직그룹에서 주요 히트곡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어서 의견조율이 쉽지만 않다.

여전히 아동성추행과 관련해 인터넷 공간에서 진실공방이 치열하다.

만약 전기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꽤나 시끌시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흥행은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옹호하는 측과 비난하는 측.

모두가 영화를 볼 테니까.


“직접 연출하게?”

“응.”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았던 학대, 찬란했던 팝스타로서의 삶 그리고 네버랜드에서의 생활과 여러 사생활들, 마지막으로 아동성추행과 관련한 논쟁들까지 삶을 통틀어 미화를 하지 않고 최대한 있는 그대로 묘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밴드 퀸의 기타리스트가 트라이-스텔라 런던 지사에 프레드 관련 전기영화 제작 의향을 전해 왔대.”

“오!”

“그들의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타이틀로 제작될 것 같아.”

“생전에 MJ와도 친했다고 하지 않았나?”


두 천재적인 뮤지션은 화려한 삶에 드리운 굴곡이 비슷했다.


“생각처럼 쉽게 진행될 것 같지 않아.”

“왜?”

“세계 최고의 보컬리스트 중 하나인 프레드를 카피할 배우를 어떻게 구하겠어.”

“그렇겠구나.”

“아마 제작에 참여하는 밴드 퀸의 멤버들 때문에라도 개발과정이 쉽지 않을 거야.”


이전 삶에서도 <보헤미안 랩소디>에 그린라이트가 켜지기까지 무려 7년이 걸렸다.

류지호가 발 벗고 나서서 이해당사자들을 조율한다고 해도 그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것 같지 않았다.

공동 제작에 참여하는 밴드 퀸의 멤버들의 입김이 워낙에 크기 때문이다.


“MJ의 영화를 만들면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 받을 텐데... 괜찮을까?”


류지호가 영화에서 타협을 안 하기 때문이다. <Christmas Cargo>에서조차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미군의 네이팜탄 문제를 건드렸던 류지호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화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 복잡하고 비극적인 마이키 잭슨의 삶을 매우 적나라하게 묘사할 것이 뻔했다.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되는 사정까지 끄집어 낼 수도 있다.

마이키 잭슨의 가족은 물론이고 골수팬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 틀림없다.

또한 황색언론과 매스컴에서 마이키 잭슨을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터.

다시 한 번 마이키 잭슨의 상처들을 헤집어 놓을 가능성이 높았다.

류지호 역시 좋은 소리 못들을 것이 확실하고.

그러니 레오나가 걱정이 들 수밖에.


“2시간짜리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도 되고.”

“....?”

“마르틴 스콜체제 어르신이 ‘Bad’를 단편영화처럼 찍었지. 스프링스틴의 <Dancing in the dark>를 러셀 드 팔머가 담백한 영상으로 담아내기도 했고. 엑스니폰의 마지막 앨범을 데이브 린치가 스타일리시하게 찍었던 것처럼... 그도 아니면 스팍스 리처럼 MJ 영화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다던가.”


류지호에게 영화연출과 프로듀싱 의뢰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광고는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연출 의뢰도 제법 들어온다.

특히 유니벌스뮤직그룹 소속 아티스트들이 류지호와 작업하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류지호는 상업광고는 단 한편만 작업했다.

경일자동차의 산타페 북미판 광고였다.

이후로 RMW가 기획한 단편 프로젝트 감독에 오른 적이 있었다.

일정이 맞지 않아 참여할 수 없었다.

그 프로젝트로 제작된 8편의 작품들은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박물관(Museum of Modern Art) 영구 소장 컬렉션에 포함됐다.

비록 광고영상으로 기획되었지만, 작품성과 성과들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레오나?”

“응?”

“앞으로 한 눈 좀 많이 팔아볼까?”


레오나가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류지호는 그저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류지호가 종종 상담하는 정신과전문의는 만날 때마다 충고하곤 한다.


“미스터 류, 지금부터라도 대중들로부터 잊히는 연습을 해두어야 합니다.”


연예인도 아닌 류지호에게 하는 조언치고는 이상하게 들리는 말이다.

하지만 류지호가 얼마나 대중들로부터 관심과 조명을 받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정신과의사로서 할 법한 조언이다.

할리우드 스타 중에서 대중들의 관심에서 아직 멀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그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우울증에 걸린 이들이 많다.

오죽하면 업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 중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많이 버는 사람 첫 번째가 변호사고 두 번째가 약장사다.”


라는 말이 있을까.

약이라 함은 마약은 물론이고 항우울제 같은 약도 포함된다.

연예인의 적은 탐욕스러운 에이전트도 스튜디오의 개저씨(?)들도 아니다.

자기 자신이다.

무엇이든지 영원한 것은 없다.

달이 차면 기울 듯이 언젠가 인기가 식게 마련이다.

연예인 혹은 엔터산업 종사자들은 그것을 순순히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마이키는 인기가 뭐라고 생각해요?”

“젊음.”


류지호는 마이키 잭슨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꽤나 놀랐었다.

한국의 모 영화배우가 했던 비유와 똑같은 대답을 내놨기 때문이다.

젊음은 짧다.

하지만 인생은 젊음 이후로도 꽤 오래 지속된다.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남은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고.

아니면 진정한 삶이 젊음 이후로 새롭게 펼쳐질 수도 있다.


“나는 내려올 준비를 연습하고 있어요.”

“내려올 준비?”

“언제까지 젊을 수 없고. 또 정상에서 머물 순 없잖아요. 내리막길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으려면 마음자세나 뭐 그런 연습을 미리 해두면 좋을 것 같아서...”


당시 마이키 잭슨은 류지호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60대 노인도 아니고, 서른을 갓 넘긴 정상에 이제 막 발을 들인, 그런 류지호가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MJ의 경쟁상대는 본인이었던 것처럼... 나 역시 나와 싸워야 해요.”


젊은 나이에 워낙에 이뤄놓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팝의 황제‘라고 불리는 마이키 잭슨이라고 해서 다를까.

그가 뛰어넘어야 할 것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자신이 이뤄놓은 업적들이다.

그래서 더욱 자신에게 가혹하게 굴 수밖에 없다.

본래도 만족이란 것이 없는데, 자신조차 불만족스러운 것을 대중들이 좋아해 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이키 잭슨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 MJ는 듣는 음악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는 음악의 시대를 열어젖힌 장본인이다.


세상의 모든 음악평론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 엘비스의 퍼포먼스와 비틀즈의 음악적 재능을 동시에 가진 유일한 가수.

- MJ는 21세기 모든 팝가수에게 영향을 끼친 진정한 팝의 황제다.

- 언제나 최고의 스태프와 최첨단 기술을 쏟아 부어 앨범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으며, 공연의 개념까지 바꿔놓았다. 흑인과 백인 음악을 크로스오버 시켰으며, 흑인의 소울에 백인의 샤우팅을 가미한 자신만의 음색을 만들어냈다.

-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 획기적인 퍼포먼스는 오늘날의 종합엔터테인먼트의 원조가 됐다.


일반적으로 MTV의 출현을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으로 본다.

그것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다.

대중음악사에서는 마이키 잭슨의 유례없는 성공이 보는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심지어 오늘날의 K-POP에 영감을 불러 온 것이 마이키 잭슨이라고 하는 음악평론가도 있을 정도다.

창법 같은 보컬 영역은 물론이고 의상·안무·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마이키 잭슨을 벤치마킹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암튼 마이키 잭슨은 미국 팝역사에서 다시는 나올 수 없는 슈퍼스타다.

팝역사를 통틀어 가장 글로벌한 유명세를 가지고 있기에 다른 이들에게는 별 것 아닌 사소한 부분까지 대서특필되곤 한다.

그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수십 때로는 수백 명의 파파라치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은둔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영원히 자신의 편일 줄 알았던 대중들은 황색언론의 가짜뉴스에 가스라이팅 되어 태세를 바꾸더니 비난을 퍼부어 댄다.

이래저래 ‘팝의 황제‘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그럼에도....


“여러분에게 보여줄 것이 많이 있어요. 음악에 대한 나의 열정은 멈춘 적이 없습니다.”


‘This Is It’ 월드투어가 끝이 나고 마이키 잭슨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었다.

마이키 잭슨에게 주어진 ‘황제’ 칭호에 대해 부정하는 이는 없다.

탁월한 보컬실력뿐만 아니라 작곡가, 프로듀서, 무용가, 배우 그리고 자선활동가로 다재다능한 재능을 뽐낸 것이 마이키 잭슨이기에.

발표한 정규앨범 모두에서 ‘빌보드 인기 차트 10위’안에 든 유일한 가수이고, 솔로 경력으로는 빌보드 1위곡이 무려 13개, 밴드 잭슨5 시절까지 합치면 모두 17개의 빌보드 1위곡을 가지고 있는 위대한 팝가수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엔터테이너라는 찬사와 함께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두 번이나 헌액 된 몇 안 되는 뮤지션 중에 한 명이다.

2001년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 공연자 부분에, 2005년에는 작사/작곡가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기네스 보유자, 지금까지 13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심지어 대중음악가로는 유일하게 미국 국립무용수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공로상도 받았다.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하고.

대중음악 역사 속에서 위대한 팝과 록 아티스트들은 상당히 많다.

그런데 마이키 잭슨처럼 음악산업 자체의 패러다임까지 바꾼 아티스트는 흔치 않다.

미국의 대중문화 평론가들 중에서 류지호를 마이키 잭슨과 비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화산업 안에서 다재다능한 재능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란다.

비록 영화사의 한 획을 긋는 영화사조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란다.

그렇기에 ‘미스터 할리우드’라는 닉네임이 통용되는 것이고.

다만 류지호를 높게 평가하는 이들조차 ‘위대한’ 칭호를 붙여주진 않는다.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음악계의 마이키 잭슨처럼 다음 세대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의 지평을 열어젖힌 것은 아니었기에.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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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 매뉴얼이 다가 아니다! (1) +4 24.06.01 1,111 65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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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8 나와 시리즈 하나 더 합시다! (2) +4 24.05.28 1,056 65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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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1) +5 24.05.21 1,213 61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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