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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건 모두 허상이야.

돈쭐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개미산
작품등록일 :
2021.10.07 22:31
최근연재일 :
2021.10.23 18:0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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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394

작성
21.10.1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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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화 모응화의 활약

저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DUMMY

녹씨 성을 쓴다는 사내가 늘 자신을 궁금해 했다고 하자 시안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아! 녹전주셨구려. 내 생각에 천하의 주인이 바뀌더라도 백성의 삶은 변하지 않소. 세금을 내는 것이나 물건을 사고 파는 일은 언제나 있는 일이니 말이오. 그리고······ 난 언젠가 저 하늘의 은하를 땅으로 끌어내릴 작정이오.”


밤하늘의 은하수를 땅으로 끌어내릴 것이란 말은 그가 농담 삼아 덧붙인 말이었지만, 결국 그 말은 천하의 은자를 자신의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시안의 마지막 이 말은 당포를 꾸려 먹고사는 자가 하는 말이라기엔 너무도 포부가 큰 것이어서 일순간 녹전주를 비롯한 태원의 사채꾼들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자신들은 그저 빌려 준 은자에 딸려오는 이자로 살아 갈 궁리 밖에 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시안은 그런 그들에게 또 다시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 물론 그것은 오늘 이기고 난 후의 일일 것이오.”


말을 마친 시안이 고개를 돌려 장원의 마당을 바라보자 모응화와 진용방 사람들은 서로 미동도 없이 마주보고 있었다.

녹전주가 이제 막 싸움을 시작하려는 모응화를 보며 은은히 감탄을 하듯 입을 열었다.


“저 사내가 모응화······ 엄청난 신력을 지닌 녹림의 왕이라던데 저리도 젊은 줄은 몰랐군.”


그가 이 말을 꺼냈을 때 십여 명의 적들은 모응화를 에워쌌다.

지금 그를 둘러싼 적들은 십여 명뿐이어서 저들 말고도 더 많은 적이 숨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십여 명의 적들은 모두 손에 짧은 칼과 몽둥이를 들었지만 무리와 약간 떨어진 곳에 서있는 두 명은 빈손이었다.

증석이 손으로는 그 두 명을 가리키며 시안에게 물었다.


“사부! 저 둘은 정체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모대왕을 상대로 빈손입니다.”


시안은 증석의 말에 서늘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어디 저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네가 한 번 보려무나.”


시안의 말에 증석의 얼굴색이 대번에 변했다. 급히 몸을 돌려 어디론가 뛰어가려 했지만 순식간에 시안의 손이 증석의 허리춤을 잡아채고야 말았다.

증석이 시안의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시안의 손이 몇 번 빙글빙글 돌자 증석의 몸에는 허연 무언가가 칭칭 감겼다. 다름 아닌 밧줄이었다.


“안됩니다. 사부.”


“뭐가? 평소처럼 꿀 따오라고 벼랑으로 미는 것도 아닌데 엄살은······.”


시안의 말에 곁에 있던 녹전주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설마 이 어린 것을 매달아 벼랑 아래로 내려 보냈단 말이오?”


녹전주의 말에 시안의 그의 얼굴을 태연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렇소. 내 단 것을 꽤나 좋아한답니다.”


예로부터 석청이라고 해서 벌이 가파른 벼랑에 집을 집고 모아둔 꿀은 귀한 약으로 썼는데 세간에서는 몸이 가벼운 자들을 밧줄로 묶은 후 내려 보내 이것을 따고는 했다.

그러나 벌침이 무서운 까닭에 어린 아이를 내려 보내는 일은 드물었다.

녹전주는 어안이 벙벙해졌으나 증석은 시안의 제자여서 섣불리 말하면 사제지간의 일에 간섭하는 꼴이 되는 것이라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안은 증석을 몇 번 옭아매더니 달을 한 번 흘깃 쳐다보고는 말했다.


“죽기 딱 좋은 날이로구나.”


시안의 말에 증석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며 비통한 한마디를 토해냈다.


“이 땅에 나처럼 불행한 제자가 다시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긴 하다만, 일단 저들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자꾸나. 그리고 나는 누가 끌어 올려준다는 기약도 없이 벼랑에 매달린 적도 있다. 이놈아.”


말을 마친 시안이 증석을 그대로 장원 안으로 던졌다. 증석의 몸이 대여섯 장을 날아가 십여 명의 적들 중 빈손인 두 사람의 앞에 이르렀다.

아무리 가벼운 어린 아이라 해도 수십 근은 나가는 법이다.

녹전주를 비롯한 태원의 사채꾼들은 그가 이런 무공을 지녔을 줄은 몰랐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바람에 모응화와 진용방 사람들도 싸우려다말고 날아오는 증석을 바라보았다.

빈손으로 모응화를 대적하려던 두 명의 적들은 갑자기 어린 아이 하나가 날아오자 한 편으로는 놀라면서도 그대로 장력을 모아 증석을 치려했다.

한 사람은 한 발을 내딛으며 장을 뻗고 다른 한 사람은 한 팔을 크게 휘둘러 철퇴처럼 쓰는 수법인데 몸을 쓰기 전에 숨을 참거나 가늘게 내뱉는 낌새가 전혀 없었다.

모두 내공을 전혀 쓰지 않는 외가(外家)의 공부인 것이다.


시안은 겉보기에 서른 쯤 되어 보이는 그들의 근골이 다부지고 두 팔의 힘줄이 불거져 있어서 한두 해 수련한 풋내기들은 결코 아니란 것을 이 짧은 순간에도 알 수 있었다.

궁금한 것을 대충 알아차린 시안은 바람을 가른 두 사람의 장력이 막 증석에게 닿으려 할 때 마치 낚싯줄을 당기는 것처럼 밧줄을 당겼다.

정말 낚시에 큰 고기라도 걸린 것처럼 두 눈썹이 장난스럽게 올라가고 입으로는 기대에 찬 오오, 소리를 내며 당기는 것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이렇게 되자 간발의 차이로 증석의 몸은 그들의 장력을 벗어났고 날아온 것보다 더 빨리 뒤로 끌려갔다.

두 사람의 장력은 빈 허공을 후려쳤고 날아오는 증석을 시안이 받아 들었다.


“오호라! 이러니 지공반이 움직이지 않았구나.”


시안이 이렇게 투덜거렸고 증석은 두 발이 땅에 닿자마자 악다구니를 써댔다.


“나 안 해. 제자 안 해.”


증석은 시안에게 들으라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정작 시안은 녹전주를 바라보며 능청스럽게 증석의 칭찬을 해댔다.


“저놈이 저래도 내 애제잡니다. 벌꿀을 정말 잘 땁니다. 맷집도 좋아서 웬만한 벌침에는 끄덕도 없지요.”


시안의 말에 녹전주를 비롯한 사채꾼들이 진저리를 치며 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다.


‘겨우 스물 남짓한 나이에 제자를 거둔 것은 평소 저렇게 험한 일을 시키려는 생각에서였구나.’


그들은 악다구니를 쓰는 증석과 딴소리를 계속해대는 시안을 보며 속으로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세상물정에 밝은 사채꾼들답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장원 안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난데없이 날아든 증석 때문에 늦춰진 싸움이 이제야 벌어진 것이었다.

모응화가 고함을 지르며 들숨을 들이쉰 후 한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잠시 후 짧게 숨을 멈춘 그는 가늘게 날숨을 내쉬며 주먹을 굳게 쥐었다. 왼 주먹이 앞에 나오고 오른 주먹이 명치께 반듯하게 세워졌다.

모응화가 더욱 숨을 세게 내쉬자 그의 날숨은 부서질 듯 가늘고 높은 휘파람 소리가 되어 장원에 울려 퍼졌다.

바로 강호상에 그 유명한 붕권(鵬拳)이었으며 그를 녹림왕에 오르게 한 재주였다.

그가 무공을 펼치려 하자 시안이 빙긋 웃어보였다.

“모대왕! 오늘 진용방이 무릎을 꿇으면 산서에 흩어져 있는 하오문(下五門)의 돈 줄은 우리 차지고 그리되면 산채 식구들이 농사 지은 것 중 삼 할을 내게 주지 않아도 돼. 그러니 잘 싸워 보라고.”


시안의 말에 모응화는 한 발을 가볍게 내딛으며 답했다.


“그 정도면 싸우다 죽을 이유로 충분하군 그래.”


말을 마친 모응화가 몸을 웅크리더니 그대로 튕겨나갔다.

앞으로 나가 있던 오른 주먹이 당겨지며 왼 주먹이 맨 앞에 선 상대의 턱을 향해 날아갔다.


“빠각!”


뼈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맞은 놈이 그대로 뒤로 날았다. 몇 장을 날아간 놈은 보기 좋게 널브러졌다.

붕권은 붕권인데 강호의 흔한 붕권이 아니었다. 상대의 몸에 닿을 때 주먹이 수평으로 뉘어져 처음 나갈 때보다 반 바퀴가 돌아가는 것이 한 대 맞으면 보통 아픈 것이 아닌 것이다.

모응화의 주먹이 적중하자 시안이 쾌재를 불렀다.


“좋구나. 역시 마골타(麻骨打) 선생에게 은자 다섯 냥을 주고 배운 보람이 있어.”


시안의 말에 녹전주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마골타가 누구요?”


“서양사람으로 얼굴이 검은 분인데 이미 몇 해 전에 자기 나라로 돌아갔소. 중원의 붕권을 변형시켜 자신의 권법을 완성했지요. 그 나라 발음으로는 마이크 타이슨이었던가······.”


“아아! 그런 일이 있었구려.”


시안과 녹전주가 말을 주고받는 사이 적들은 한 발을 물러섰다. 사람을 날려 보내는 신력에 적들은 얼굴색이 변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놀란 적이 잠시 멈칫하는 사이 모응화가 어깨로 몇 놈을 들이쳤다.

두 다리로는 진각(振脚: 디딤 발)을 세차게 구르고 바윗덩이 같은 어깨로 부딪치자 또 다시 몇 놈이 허공중에 붕 떴다.

그 모양을 본 모응화의 잿빛 장포가 펄럭였다.


두 팔로는 허공을 움켜잡아 당기고 마치 물장구치듯 다리를 차올리자 그 당당한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모응화의 몸은 이미 적들의 머리 위였으며 달빛을 받은 장포가 휘날렸다.


마침내 높이가 다해 그 몸이 떨어지려 하자 모응화가 혼신의 퇴법을 터뜨렸다.

마치 지팡이 끝으로 벌레를 찍는 것 같은 퇴법이 연달아 세 번을 터져 나오며 모조리 상대의 머리를 쳤다. 바로 강호에서 원앙연환퇴와 더불어 가장 화려하다는 붕비연퇴였다.


퇴법에 맞은 세 명의 적들은 골이 흔들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흰자위를 드러낸 채 쓰러졌다.

쓰러진 적을 뒤로 하고 땅에 내려선 모응화가 두 주먹을 앞으로 가볍게 모으며 그대로 내질렀다.

마치 계란을 쥐듯 가볍게 주먹을 쥐고 상대와의 거리를 자유자재로 넓히고 좁혀가며 치는데 두 발은 오리가 물질을 하는 것처럼 보여 그 보법이 매우 특이했다.

그러나 남은 적들도 이번에는 정신을 차리고 몽둥이를 휘둘렀다. 몽둥이 하나는 위에서 아래로 모응화의 머리를 노리고 내리쳐왔고 다른 하나는 몸통을 노리고 들어왔다.


모응화가 몸통으로 들어오는 몽둥이는 다리를 들어 막아내며 턱으로 바짝 당겨졌던 두 주먹 중 하나를 내리치는 몽둥이를 향해 뻗었다.

모응화는 주먹이 몽둥이에 닿자마자 경쾌하게 거둬들였는데 ‘따악’ 하는 소리와 함께 몽둥이가 부러져 나갔다.

내리치는 몽둥이를 쳐서 부러뜨린다는 것은 보통 재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일순간 적들은 멍하니 모응화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평소 강호의 의리 따위는 알지도 못하는 무뢰배들이었다. 툭하면 칼이나 쇠꼬챙이 같은 것을 들고 치졸한 보복을 해대는 무리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제대로 무공을 갖춘 상대를 만나 본 일이 없었다.

싸움이라도 벌어질라 치면 서로 부둥켜안고 진흙바닥을 뒹구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더 이상 덤벼봐야 이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들이 미적거리자 뒤에서 호통이 터져 나왔다.


“역시나 하오문 놈들은 골라 뽑아도 어쩔 수가 없구나. 우리가 덤벼들면 너희들은 옆을 노려라.”


모응화가 보니 다름 아닌 조금 전 날아든 증석을 치려했던 두 사람이었다. 근골이 다부지고 눈빛이 매서운 것이 보통내기가 아닌 듯 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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