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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건 모두 허상이야.

돈쭐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개미산
작품등록일 :
2021.10.07 22:31
최근연재일 :
2021.10.23 18:0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244
추천수 :
49
글자수 :
35,394

작성
21.10.0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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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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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화 절체절명

저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DUMMY

시안의 말에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에 더위로 상해서 버려지는 음식은 식당 한 곳 마다 수십 냥이 넘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냉궤를 달라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안은 그 말에 함박웃음을 머금었고 백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한 여름에 식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나 식당의 버려지는 음식도 줄어들 테고 맹씨네 공방도 일거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시안은 백양의 말에 몹시 만족한 듯 말했다.


“맹 아저씨 가게에 빌려준 돈은 이자를 더 늦게 갚아도 된다고 하고 두 세 개의 가게를 더 낼 수 있도록 해 주세요. 그리고 냉궤에 들어가는 숯과 백동은 모두 우리가 주는 것으로만 쓰게 해야지요.”


“그래 맞는 말이다. 숯은 한 달에 한 번은 갈아줘야 하고 백동은 북경에만 냉궤를 팔려 해도 몇 년은 계속 두드려 만들어야 할게다.”


“이것을 크게 만들면 시원한 방도 만들 수 있으니 아마도 대갓집에서는 줄을 서겠죠?”


시안과 백양이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뚱뚱한 사내와 애꾸눈은 멍하니 냉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꾸눈이 기가 차다는 듯 뚱뚱한 사내를 보고 말했다.


“저 머리는 정말 사람의 것이 아닐세. 게다가 사부의 말로는 평범한 무공도 기이한 재주로 만드는 데다 지공반(指功盤)이란 이상한 물건도 있다네.”


“지공반?”


“공력을 가리키는 나침반 같은 것인데 사람에게서 나오는 공력을 찾아내어 바늘로 가리킨다네.”


“설마,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아닐세. 내 지난번에 시안에게 직접 들었네. 생각해 봐. 저 녀석이 뭔들 못 만들 것 같은가? 어쨌거나 그 희한한 물건도 저 녀석만 만들 수 있지.”


애꾸의 말에 뚱뚱한 사내는 잠시 시안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해도 오늘 밤으로 모든 것이 끝이야. 사부도, 저 어린 것도 말이야.”


“그렇지. 사부는 우리를 믿고 저 아이를 맡겼지만 말이야.”


두 사람은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구경꾼이 몰린 거리를 뒤로 하고 다시 그곳을 벗어났다.

한 동안 떠들썩하던 당포 골목은 해가 저물고 나서야 잠잠해졌고 시안이 당포의 문을 닫자 해가 막 떨어졌다.

잠시 노을을 바라보던 시안이 북문너머 자신의 집으로 가려고 길을 나서는데 길 한복판에 멍하니 서있는 백양이 보였다.

그의 얼굴은 조금 전과 달리 매우 어두웠고 멍하니 길이 끝나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안이 다가오자 백양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며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중에 등이 구부정하고 왼 손에 옥가락지 두 개를 낀 사람이 너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대풍라 병자들 속에 네가 있을 거라고 내게 알려준 사람이다.”


시안은 그가 자신을 찾아온 날을 떠올렸다. 벌써 이년 전의 일이었다.

시안이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대풍라 병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있었을 때 백양이 찾아왔고 그 날로 짐을 꾸려 북경 근처로 왔었다.

하지만 등이 굽고 옥가락지를 두 개를 낀 자가 자신의 거처를 알려줬다는 말은 오늘 처음 듣는 것이었다.

시안은 백양이 무슨 이유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백아저씨! 왜 갑자기 그런 말을······.”


백양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조금 전 예전에 알고 지내던 자를 보았다.”


시안은 그가 평소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안이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무언가를 물어보려는 순간 백양이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이만 가 보거라. 그리고 반드시 집에 있어야 한다.”


그 말에 시안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네! 내일 봐요.”


백양은 시안의 말에 발길을 돌리며 말했다.


“내일이라······.”


백양은 천천히 당포골목을 벗어났고 시안도 북문을 지나 자신의 집으로 가야해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시안이 당포 골목을 벗어나 북문 너머의 집에 가는 동안 백양이 한 말을 계속 곱씹어 보았다.


‘집에 있어야 한다고 했으니 나로서는 백 아저씨의 말을 따를 밖에······.’


하지만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시안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걷는 동안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빠른 걸음을 걷다 집 가까이 이르자 숫제 달음질을 하게 된 시안이 대문의 문고리를 잡고 막 당기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낡은 대문의 문고리를 잡은 시안의 손이 멈췄다.

시안이 마른 침을 삼키더니 눈을 이리저리 굴려 집 주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시안이 보기에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안은 섣불리 대문을 열지 않았다. 시안은 천천히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아주 작은 접시만한 크기로 형상은 나침반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바늘 끝이 문 쪽을 가리키며 떨고 있었다. 바늘이 움직이자 시안의 안색이 변했다.


‘누군가 공력을 지닌 자가 집안에 있다.’


누구나 살다보면 결코 모면할 수 없는 일이 있고 자신이 다칠 줄을 알면서도 부딪쳐야 하는 일이 있다. 그리고 시안에게 있어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다른 곳 같으면 시안은 분명 싸움을 피하려 물러났겠지만 이곳에는 대풍라를 앓으면서도 자신을 키워 준 어머니가 있었다. 어느덧 혈육에 대한 걱정이 두려움을 뛰어 넘었다. 걱정과 각오로 눈이 붉어진 시안이 문고리를 잡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머니!”


시안이 어머니를 불렀으나 아무 말이 없었다. 시안이 마른 침을 삼키며 천천히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바로 그때였다.

대문이 왈칵 안으로 열렸다. 대문은 빗장 째 부서졌고 그 바람에 시안의 몸은 일순간 허공에 날아 마당에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놀란 시안이 급히 몸을 일으키고 주위를 둘러보자 마당 한 가운데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흰옷을 입은 서른 가량의 말라 보이는 여자였는데 마당에 쭈그려 앉아 무언가를 연신 끄적거리고 있었다.

이 알 수 없는 여자가 시안을 곁눈질로 흘깃 쳐다봤을 때 시안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시안이 다시금 마른 침을 삼켰다.


‘순식간에 문을 잡아당긴 후 아무 일 없다는 듯 벌써 저곳에 가 있단 말인가? 아니면 다른 자가 또 있단 말인가?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는······다행히 몸을 피하신 것일까?’


시안은 불길한 생각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때 마침 달빛이 여자를 비추자 시안은 여자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여자의 몰골은 핏기 하나 없어서 안색이 사람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으며 가끔 달싹거리는 입은 무언가를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그 섬뜩한 얼굴에는 길게 칼자국이 나 있어서 중얼거릴 때마다 그 흉터가 실룩거렸다.


“곡물은 십일 년이 지나면 거두어들이는 것이 줄어들게 되고 다시 늘어나기까지 다시 삼년이······ 손발이 차고 눈빛이 어지러운 자에게는 은자를 빌려주지 말 것이며······ 네가 한 말은 모두 맞더구나.”


여기까지 중얼거리던 여자는 돌연 시안에게 달려 들었다.

그녀와 시안까지의 거리는 한 장(丈)이 넘었지만 앉은 자세에서도 여자의 몸놀림은 매우 기민해서 순식간에 시안의 앞에 당도했다.

여자는 앉은 채로 두 발을 단 한 번 움직였을 뿐인데 발목이 마치 무쇠로 만든 듯 자신의 몸을 고스란히 떠받치며 다가온 것이었다.

시안이 놀라 한 걸음 급히 물러섰지만 여자의 한 팔이 뻗어 나오며 손에 익은 물건을 잡듯 눈을 돌리지도 않고 순식간에 시안의 멱살을 잡았다.

여자가 고개를 돌려 천천히 시안을 바라보았다.


“네가 말하길 천하를 낳은 것은 황하(黃河), 먹여 살리는 것은 은하(銀河)라고 했다지? 누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 그러나 이젠 단 한 번, 하늘에 네 명운을 맡기려 무나.”


여자는 볼우물이 파일 정도로 깡말라 있었지만 그에 비해 팔 힘은 너무도 강했다. 마치 쇠사슬로 감은 듯 그녀는 시안의 멱살을 잡은 채 문밖으로 나가려 했다.

시안은 급한 대로 자신의 멱살을 잡은 여자의 손을 오히려 턱으로 누르고 한 손으로는 그녀의 팔꿈치와 손목 사이에 있는 공최혈을 눌렀다.

여자는 시안의 손가락이 공최혈을 누르자 짐짓 놀라는 얼굴을 하며 남은 손으로 시안의 손을 가볍게 털어낸 뒤 다시 멱살을 움켜잡았다.


“역시나 네놈이 이도절맥(異道絶脈)을 타고 났을 수도 있겠구나. 보통은 힘을 더 써보려고 조금 더 멀리 있는 척택혈을 짚는 법인데 말이다. 백양이 너를 아끼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고 서역에서 너를 죽이려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구나.”


“이도절맥? 서역?”


시안은 그녀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없어서 그저 멍하니 여자의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여자는 한손으로 집 한 구석에 있는 책들을 가리켰다. 그것은 바로 이자 대신 내공과 함께 받은 무공책자들이었다. 여자는 멱살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더해가며 말했다.


“와서 보니 저 책들······ 대금나수, 나한권, 홍유권경(洪惟拳經)의 마지막 장까지 모두 풀이가 되어 주석까지 달려 있더구나. 아무리 강호의 흔한 무공이라도 스승 없이 그 정도의 깨우침은 흔치 않은 일이다. 아니, 적어도 나는 본 적이 없다.”


“무슨 말인지···”


여기까지 말한 시안이 돌연 여자의 손목을 잡아 비틀었다. 말을 건넨 것은 그녀를 속이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눈길도 그녀의 얼굴에서 떼지 않은 채 손만 뻗어 천연덕스럽게 잡아채는 것이 보통 영악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듯 시안이 그녀의 팔을 낚아채어 힘을 다해 밖으로 돌리자 겨우 그녀의 팔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시안은 그런 그녀의 손이 느슨해진 틈을 타서 그녀의 손가락 하나를 움켜잡았다.

그러나 흰옷의 여자는 히죽 웃어보였다.


“약았구나. 부러뜨리려고? 소문대로 남의 내공을 이자로 받은 보람이 있군. 그만하면 그 또래의 금나수 치고는 훌륭하다. 우물 속 네 어미가 보았다면 칭찬했을 만한 재주구나.”


시안은 여자의 말에 안색이 변했다. 하늘이 노래지고 숨이 가빠왔다.

여자는 얼이 빠져 있는 시안을 끌고 우물로 데려가 그대로 머리를 우겨 넣었다.

시안의 눈에는 움직이지 않은 채 물에 떠있는 사람이 보였다.

사람은 손과 발이 드러나 있었는데 손가락은 몇 개밖에 남아 있지 않았고 발은 퍼렇게 색이 변해 부어 있었다. 바로 어머니였다.

넋을 잃고 멍하니 어머니의 시신을 바라보던 시안이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방울방울 우물 속으로 떨어졌다.

깡마른 흰 옷의 여자는 그런 시안을 보며 차디차게 웃어보였다.


“네 어미는 조금도 살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을 테지. 다만 네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네 어미에게 우리 율법대로 너를 처리 할 것이라 했으니 너도 그대로 따르면 될 것이다.”


시안은 여전히 어머니의 시신을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머니······.”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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