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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건 모두 허상이야.

돈쭐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개미산
작품등록일 :
2021.10.07 22:31
최근연재일 :
2021.10.23 18:08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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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394

작성
2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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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화 일촉즉발

저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DUMMY

시안은 증석의 물음에 정색을 하며 말했다.


“몽타지(夢他紙)다.”


“몽타지요? 그게 뭔데요?”


“그러니까 그게 말이다. 꿈을 꾸는 듯 몽롱한 상태에서 기억을 떠올려 타인의 얼굴을 그린 종이쪼가리란 뜻이다.”


“아! 용모파기를 그린 거란 말이죠?”


“그렇다. 그러고 보니 너 쉽게 말하는 재주가 있었구나.”


시안이 증석을 칭찬했다.

몽타주에는 여자의 소재를 알고 있거나 알려주는 사람에게는 은 삼십 냥을 사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증석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람들에게 종이를 나눠 주기 시작했다.

모인 사람들은 은 삼십 냥이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 졌다.

사람들을 보며 모응화가 시안에게 말했다.


“아직 중원에 오지 않은 것이 아닐까? 오 년이 지나면 흑련(黑蓮)이 중원으로 돌아온다고 했다지만 아직 봤다는 사람이 없으니······”


“아직 오지 않았더라도 미리 용모파기를 뿌려서 나쁠 것은 없지. 나중에라도 저 얼굴을 본 사람은 연락을 해올 테니 말이야.”


“혹시나 다른 사람 중에 닮은 사람이 있으면?”


모응화의 말에 시안이 증석에게서 종이 한 장을 뺏어 그의 눈앞에 디밀었다.

과연 그 몰골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만큼 추한 것이었다.

모응화가 못볼 것을 봤다는 듯 진저리를 치며 말했다.


“닮은 사람이 있을 리 없겠군.”


잠시 후 증석이 사람들에게 종이를 모두 나눠주자 시안은 증석을 불렀다.


“물장수를 불러 물통을 채워라.”


시안의 말에 증석이 올려다보며 말했다.


“왜요? 다시 열이 오르는 것입니까?”


“그렇다.”


증석이 뛰어가자 시안은 엷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이내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모응화는 그런 시안을 보고 마차의 문을 열었다.


“마차 안으로 드는 편이 좋겠군. 오늘은 햇빛에 꽤 많이 나와 있었지 않나? 요즘 들어 증세가 날로 심해지는 거 같아.”


시안은 그런 모응화의 말에 쓴 웃음과 함께 마차로 들어가며 말했다.


“스물한 살이 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당연하지. 하지만 조만간 이도절맥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 너무 걱정 말라고.”


잠시 후 증석이 물장수와 함께 수레를 타고 오더니 마차의 지붕을 열고 물을 부었다. 마차는 고급마차의 뼈대에 지붕에는 시안이 특별히 주문한 물통이 있었고 벽과 바닥에는 숯이 가득 차있었다.

쉽게 열이 오르는 시안이 오년 전 스스로 고안했던 냉궤를 마차에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래서 마차 안은 한 여름에도 늘 시원하다 못해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물장수가 몇 통의 물을 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에는 냉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냉기가 천천히 돌기 시작하자 시안은 증석을 불렀다.


“근처 찻집에서 박하 우린 물 좀 사 오너라.”


그 말에 증석이 근처 찻집에서 성질이 찬 박하 우려낸 물을 구해 마차 안으로 들여보내자 시안이 단숨에 들이켰다.

박하 우린 물을 들이 킨 시안이 멍한 눈으로 빈 찻잔을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이놈의 절맥은 늘 나를 괴롭히는군.”


“더 드릴까요?”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을 것이다. 그리고 네 소원대로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부는 몇 달 안으로 죽을지도 모르니 내가 죽는 상상을 하며 웃고 지내도록 해라.”


증석은 시안의 말에 아까 자신이 뱉었던 말이 미안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개의 등롱을 꺼내어 마차 앞에 달았다.

증석이 마차 앞에 등을 다는 동안 골목에서 몇 사람이 나오더니 손으로는 시안의 마차를 가리키며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증석은 그런 동태를 마차 안의 시안에게 일러 바쳤다.


“몇몇이 우리 쪽을 보는데요.”


그러자 마차 안에서 득의에 찬 시안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내버려 둬라. 이곳에서 사채를 돌리는 자들일 테니 말이다. 저들은 내가 진용방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할 게다.”


“그게 왜 궁금하답니까?”


“우리가 만약 지게 되면 저들도 입장이 곤란하거든.”


“우리는 저들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무슨 상관이 있단 말입니까?”


증석의 말에 시안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원래 은이란 것이 만난 적이 없는 사람마저 엮어대는 힘이 있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몰라도 할 수 없다. 다만 은자를 뿌리고 거두는 이 바닥에서 내가 좀 유명한 탓이라고만 알면 될 것이다. 이만 가자.”


시안이 말을 마치자 마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가자 태원의 남문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커다란 장원이 있었다.

모응화가 마차를 세우더니 잠시 주위를 살피고는 마차를 장원의 대문 가까이로 몰았다.

장원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아무도 마차를 마중 나오지 않았다.

증석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사부! 사람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자 마차 안에서 시안이 말했다.


“대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지고 안채에서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자.”


마차는 시안의 말대로 안채와 가장 가까운 담장 옆으로 움직였다.

다시 시안의 음성이 들려왔다.


“마당이 밝으냐? 아니면 집안이 밝으냐?”


시안이 말에 증석이 마차에서 내려 안을 들여다보더니 이내 말했다.


“마당 쪽이 밝습니다.”


증석의 말에 시안은 송곳니를 달빛에 드러내며 웃었다.


“싸울 생각이로구나.”


“사부. 그렇다면 평소에 하던대로 던질까요?”


시안이 그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증석은 장원의 안쪽을 다시 한 번 쳐다보고는 담장에 얹혀 진 기와를 집어 들었다.

기와를 집어든 증석을 보고 시안이 급히 말했다.


“잘 던져야 한다. 이왕이면 하나만 맞춰라.”


증석은 시안의 말에 기와를 던지려던 손을 멈추며 잠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손에 쥔 것은 넓적한 기완데 무슨 수로 하나만 맞춘단 말입니까?”


“그러니까 잘 던져야지.”


증석은 시안의 말에 조금 전까지 미안해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또다시 울화가 치밀었다.

입으로는 알아듣지 못할 말을 투덜거리며 냅다 기와를 던졌다. 던지는 힘에 짜증이 더해져 오늘따라 더 멀리 날아간 기와는 안채 지붕에 보기 좋게 떨어졌다.

쨍그랑,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 소리에 시안이 못마땅한 듯 증석을 노려봤다.


“아마 지붕 기와가 세 장은 깨졌을 것이다. 기와 한 장에 돈이 얼만데······ 온전하게 팔아야 이문이 많이 남는 단 말이다. 이놈아.”


증석은 이런 사부와 말싸움을 하는 게 싫었는지 말을 돌렸다.


“소리가 크게 났는데도 아무 기척이 없는 것을 보면 단단히 노리고 있나 봅니다.”


증석의 말에 모응화가 시안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문 앞에는 당연히 적들이 몰려 있을 텐데 말이야.”


모응화가 문을 열고 들어갈지 말지를 묻자 시안은 장원의 담을 가리키며 말했다.


“담을 넘지 뭐. 석아! 혹시 담장 아래 누가 매복하고 있는지 한 번 보거라.”


시안의 말에 증석이 기가 막힌 듯 말했다.


“사부! 당연히 받을 돈을 받는 일인데 담을 넘는다고요?”


“응. 내가 또 천성이 비열해서 당당한 것과는 어울리지가 않는구나.”


“정말 안 어울리는 두 분입니다. 한 분은 가장 비열하고 한 분은 가장 호탕하고 말이죠.”


증석이 가장 비열하다는 말한 이는 바로 시안이고 가장 호탕하다고 한 이는 모응화였다.

“응. 됐으니까 시키는 거나 해.”


“지공반이 있잖아요?”


“활이나 암기를 공력이 없는 보통 사람이 겨누고 있다면 지공반으로도 못 찾아.”


증석은 달리 할 말이 없자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투덜거리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증석이 품에서 꺼내든 것을 본 모응화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사부에 그 제자로구나.”


증석이 꺼낸 것은 다름 아닌 기다란 자루가 달린 거울이었다.

자루는 접을 수 있게끔 되어 있었고 끝에 달린 거울은 손바닥만 했다.

증석이 자루를 끝까지 펴서 자신은 담장을 등지고 앉은 채로 거울을 통해 담장 밑을 살피기 시작했다.

다행히 마당이 밝아서 증석은 쉽게 사물을 분간할 수 있었다.


“담장 밑에는 아무도 없는 거 같아요.”


그 말에 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단 담장 밑에 매복은 없는 걸로.”


“그런데 사부! 그게 무슨 상관이래요? 어차피 들어가면 여기저기에서 다 몰려올 텐데요.”


시안은 증석의 말에 씩 웃었다.


“얼마 전 어떤 책을 봤는데 주인공이 달밤에 옷자락을 펄럭이며 담을 뛰어 넘는 장면이 정말 멋져 보였다.”


증석은 시안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부! 정말 그런 한심한 이유로 담을 넘는단 말입니까?”


“응. 모대왕도 이제 그럴듯한 전설이 하나쯤 붙을 때도 됐고 말이지.”


원래 모대왕이란 말은 산채의 두목인 모응화를 그의 부하들이 높여 부르는 말이었다.

예전부터 큰 산의 이름난 산적들은 더러 민간이나 표물을 나르는 표국 사람들에게서 대왕(大王)으로 불렸었다.

하지만 모응화가 여러 산의 산적을 굴복시킨 이후 대왕 소리를 듣는 자는 오직 모응화 뿐이었다.

이처럼 증석이 다시 한 번 진저리를 치는 사이 모응화가 담을 뛰어 넘었다.

모응화가 잿빛 장포를 펄럭이며 안채로 달려가자 삽시간에 십여 명의 사내들이 몰려들었다.

사내들은 모응화의 명성을 아는지 섣불리 덤비지 못하고 단지 그를 둘러싼 채 노려보았다.

그 광경을 시안은 목을 삐딱하게 꺽은 채로 바라보았고 증석은 마른 침을 삼켰다.


“만약 오늘 지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요?”


증석의 말에 시안이 고개를 바로하고 대꾸를 하려던 찰나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된다면 너의 사부는 그동안 빌려준 돈을 여기저기에서 떼이기 시작할 테지. 그리고 그런 소문이 퍼져 나가면 우리도 돈을 떼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시안이 돌아보았지만 뒤에 몰려든 대여섯 명의 사람들은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시안은 그들이 자신들도 돈을 떼일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산서에서 사채를 굴리는 자들임을 알 수 있었다.

시안이 마차에서 내린 후 입 꼬리를 올리고 쥘부채를 앞으로 모으며 먼저 예를 올렸다.


“이곳 태원에서 돈 놀이를 하는 분들이시군.”


시안의 말에 증석이 자세히 그들은 바라보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은 바로 낮에 골목에서 자신들을 훔쳐보던 자들이었다.

눈치 빠른 시안이 먼저 예를 올리자 대여섯 명의 사람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는 중년의 사내로 검은 비단옷에 검은 수염을 길렀는데 말투가 제법 공손했다.


“소문대로 여덟 마리의 말이 끄는 호화로운 팔기통(八騎捅)마차에 금색 비단 옷. 그대는 시전주가 맞지요?”


전주(錢主)라는 말은 사채꾼들이 서로를 부르는 말이었다. 그 말에 시안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렇소.”


시안이 선뜻 스스로를 감추지 않고 신분을 밝히자 저들도 서로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무슨 뜻이 통했는지 검은 수염을 기른 자는 앞으로 한 발 더 나서며 말했다.


“소인의 성은 녹(祿)이요. 지난 수년 간 떠도는 소문에 그대가 천하를 은하에 잠기게 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소. 우리도 은을 세상에 뿌리고 거두는 일을 하고 있기에 늘 시전주를 궁금해 하던 참이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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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모응화의 활약 +8 21.10.12 130 7 11쪽
» 5화 일촉즉발 +6 21.10.10 157 7 11쪽
4 4화 오년의 세월 +7 21.10.07 175 7 11쪽
3 3화 매달린 시안 +9 21.10.07 174 8 11쪽
2 2화 절체절명 +6 21.10.07 186 7 11쪽
1 1화 이도절맥의 천재 +10 21.10.07 312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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