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눈에 보이는 건 모두 허상이야.

돈쭐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개미산
작품등록일 :
2021.10.07 22:31
최근연재일 :
2021.10.23 18:0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247
추천수 :
49
글자수 :
35,394

작성
21.10.07 23:02
조회
173
추천
8
글자
11쪽

3화 매달린 시안

저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DUMMY

시안이 마치 얼이 빠진 듯하자 해골처럼 생긴 여자는 낄낄거리며 말했다.


“대풍라(大風癩:나병)를 앓고 있었으니 죽는 게 나은 것이다.”


여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 말을 하자 순간 시안의 얼굴에 살기가 번지더니 두 손으로 여자의 목을 조르려 했다. 붉어진 눈에 악귀처럼 이를 드러내자 평소의 천진한 얼굴은 이미 오간데 없었다.

그러나 시안의 손이 여자의 목을 쥐려는 순간 여자의 얼굴은 빠르게 멀어지고 그 대신 장력이 순식간에 몰아쳐 왔다. 폭풍 같은 장력이 연거푸 시안의 가슴에 터졌다. 가슴 한 복판을 얻어맞은 시안은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러나 아직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니었다.

피를 뿜은 시안이 급히 땅바닥을 몇 번 굴러 여자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그 모양을 본 여자는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양의 두 제자가 말한 것과는 조금 다르구나. 별 볼일 없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군 그래.”


시안은 그녀가 백양의 두 제자를 들먹이자 불현 듯 백양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아저씨는 분명 나에게 집에 있으라고 했는데······오늘 백아저씨는 분명 평소와는 달랐다.’


어머니의 죽음도 억장이 무너질 일이지만 지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자신이 살아날 수도 없고 무슨 이유로 이렇게 된 것인지 조차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시안은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여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이고 그 두 사람은 어떻게 알지? 그리고 백 아저씨는 어떻게 된 것이냐?”


시안의 물음에 여자는 그 무서운 얼굴로 시안을 노려보며 말했다.


“백양은 이미 죽었을 것이고 그 두 제자는 백양의 은을 가지고 서쪽으로 떠났을 것이다. 그리고 너는 내 손에 붙들려 우리 율법대로 매달리면 되는 것이다.”


말을 마친 여자가 공력을 일으키더니 두 손을 앞으로 나란히 밀어냈다. 여태껏 당포를 찾아온 강호 사람들보다 갑절은 강한 공력이 밀려들었다.

이 짧은 순간에 시안의 머릿속에 많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우선 여자는 자신을 붙잡아 간다고 했으니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시안은 지금 밀려오는 여자의 장력이 무섭긴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거두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작심을 한 시안이 어깨를 안으로 말고 가슴을 오목하게 만들어 여자의 장을 그대로 받아냈다.

여자는 시안이 자신의 장을 그대로 받아내자 의외라고 생각했는지 두 손을 거둬들인 후 다시 장을 날리려 했다. 혼절시켜 데려가려는 생각인 것이다.

그런데 이때 여자의 얼굴색이 변했다.

순식간에 시안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돌더니 자신의 공력이 시안에게 흘러들어 간 것이다.

마치 어린애가 장난삼아 찻물에서 솟는 김을 들이마시듯 공력을 뽑아 가는데 공력이 딸려가는 속도가 대단히 빨랐다.


“개자식이로구나. 거머리처럼 내 공력을 빼앗다니······”


여자가 크게 놀라서 소리치자 시안도 눈을 빛내며 외쳤다.


“이대로는 죽지 않아!”


급히 숨을 들이 킨 시안의 눈이 붉어지며 가느다란 휘파람 소리를 내뱉었다. 길게 소리를 끌며 그 소리에 맞춰 두 개의 손가락이 반원을 그리며 뻗어 나왔다.

자신의 두 손가락에 여자의 공력을 옮겨 그대로 여자의 목을 노린 것이다. 붙잡혀 가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니 어차피 이판사판이라는 심정으로 찌른 것이었다.

얄궂게도 자신의 공력이 한껏 담긴 지법이 돌연 튀어 나오자 여자는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그러나 여자는 상당한 고수였다. 순식간에 시안과 같은 공부를 펼쳐서 뻗어 나오는 시안의 손끝에 자신의 손끝을 맞추었다.

둘의 손끝이 부딪히자 시안과 여자가 동시에 두 걸음을 밀려났다. 여자의 눈이 부릅떠졌다.


“오호라! 이것은 강호에 암암리에 전해온다는 몇 가지 흡성(吸成)을 하는 재주와 다르구나. 빼앗은 공력이 분명 내가 지닌 공력보다 훨씬 적을 텐데도 나와 대등하게 겨루다니······.”


여자의 말에 시안의 눈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한마디를 내뱉었다.


“흡성? 그런 공부는 단전에 공력이 쌓이는 자들이나 할 수 있지 나처럼 공력이 쌓이지 않는 몸뚱이로는 그마저도 안 돼. 그래서 나는 남의 공력을 날숨에 붙어 넣고 태우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말을 마친 시안의 손가락이 모두 펴지며 오히려 여자의 손목을 거꾸로 낚아채고는 그대로 물어버렸다.

어린 아이가 문다해도 그 고통은 엄청난 것이다.

여자는 다급히 시안의 광대뼈를 되는대로 몇 번 쳐서 겨우 빠져 나왔다. 손목에 피가 점점이 맺히고 물린 자국이 선명했다.

시안은 자신이 상대에게 부상을 입히자 잘하면 이 여자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때 집 밖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깟 어린 아이 하나 어쩌지 못하느냐?”


여자는 손목을 감싸 쥐며 급히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이 놈이 생각보다 교활합니다.”


“네가 저 아이의 교활한 본성을 깨운 것이다. 저 놈이 머리를 쓰게 되면 그때부터 세상이 바뀐단 말이다.”


담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안은 속으로 놀라며 여자를 쩔쩔매게 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궁금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목에 있는 결분혈(缺盆穴)이 뜨끔해지며 온 몸의 힘이 쭉 빠지고 말았다.

시안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여자는 그런 시안의 등에 곧바로 장력을 터뜨렸다. 시안은 등에 몽둥이로 얻어맞은 것 같은 통증이 전해져 왔고 정신은 아득히 멀어져 갔다.

여자가 장력을 터뜨리자 담 너머로 또 다시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 아이가 지닌 이도절맥의 재능은 무서운 것이다. 자칫하면 조금 전처럼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죽이려 했다만, 우리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자들이 굳이 율법을 따르자고 우겨대니······”


이 말을 듣는 것을 끝으로 시안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튿날 오후 북경의 북쪽 쟁악산(爭惡山).

벼랑의 중턱 두 개의 자루가 하나의 저울대 양 끝에 나란히 걸렸다.

하나의 자루에는 사람의 머리 하나가 삐져나와 있었고 반대편 자루는 그저 축 늘어진 있었는데 은(銀)이라는 글자가 크게 앞뒤로 쓰여 있었다.

두 개의 자루는 저울대 끝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둥근 고리로 걸려 있어서 조금만 한 쪽으로 기울어도 기우는 쪽의 자루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골짜기로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게다가 무심한 바람은 골짜기의 바위벽을 타고 올라와 간간이 이 두 개의 자루를 흔들고 있었다.

그렇게 자루가 무겁게 흔들리자 한쪽 자루에 담겨진 사람의 얼굴에 비껴가던 햇살이 잠시 머물렀다.

자루에 담긴 사람은 바로 시안이었다.

시안의 눈은 감겨진 채였고 입가에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때는 이미 늦은 오후라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절벽을 거슬러 올라오는 바람이 점점 세졌다.

몇 번 세찬 바람이 더 불어오자 시안이 깨어나는지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눈을 감은 채였지만 눈꺼풀이 밝은 것이 하늘엔 해가 떠있고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해골처럼 깡마른 여자가 손에 사정을 두었는지 시안은 등과 가슴이 뻐근하기만 할 뿐 뼈가 부러지지 않은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몸뚱이만큼은 꽁꽁 묶여 있어서 목을 돌릴 수 있을 뿐 손끝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시안이 눈을 뜨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 맞은 편 자루에 눈길이 머물렀다.

시안은 해골을 닮은 여자가 했던 율법대로 매달릴 것이란 말을 떠올렸다.


‘그 자들의 율법이란 것이 이것이었나? 그들은 떠나고 없는 것인가? 아니면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이런 의문은 살아난 다음에 가져도 늦지 않을 터였다. 시안은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행여나 살아날지도 모른단 생각에 남은 힘을 쥐어짜내어 소리를 질러댔다.

시안의 고함소리가 골짜기를 울리자 기다렸다는 듯 누군가의 목소리가 골짜기 위에서 들려왔다.


“시안! 이곳이 외진 곳이긴 해도 약초꾼들이 간간히 지나가는 곳이니 만약 은을 마다하고 네 놈을 구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 그럴 위인이 몇이나 되겠느냐?”


위에서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는 다름 아닌 해골처럼 생긴 여자를 꾸짖던 자의 목소리였다. 그자의 목소리는 공력이 충만해서 골짜기에 오랫동안 메아리 쳤다.

시안은 그 목소리를 듣자 얼굴이 찌푸려졌다.


‘하필 저 자가 이곳에 있었구나.’


시안이 골짜기 위를 올려다보며 외쳤다.


“너희들이 율법대로 매달 것이라는 말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시안의 말에 골짜기 위에서 너털웃음과 함께 말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차피 살아난다 해도 스물하나가 네 수명의 한계인 것이다. 나도 율법이니 따르긴 한다만, 어차피 네가 살아날 가망은 없다.”


“뭐?”


시안은 위에서 들려오는 말에 흠칫 놀라 잠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시안으로서는 모두 처음 듣는 말이었다.

시안이 놀라는 사이 또 다시 골짜기 위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이도절맥의 수명은 고작 그 정도인 것이다. 날 때부터 깨어진 단전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 그리고 그보다 먼저 오늘 내로 죽을지도 모르지.”


들려오는 말에 시안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핏발이 서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시안의 입이 열리더니 악에 받힌 듯 말을 쏟아냈다.


“몰래 나를 죽인대도 아무도 모를 텐데 구태여 매단 이유가 무엇이냐?”


이 말은 차라리 속 시원히 죽이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골짜기에 시안의 악에 받친 말이 울려 퍼지자 절벽 위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이곳엔 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율법이 지켜지는지 보는 눈이 있단 말이다. 우리는 오늘 중원을 떠나 오 년 뒤에 천하를 짊어지고 돌아올 것이다. 운이 좋아 살아 있다면 그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절벽위에서는 이 말과 함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이 이미 그 자리를 벗어나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웃음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시안의 욕지거리가 뚝 멈췄다.

시안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날이 이미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구라도 지나가는 자가 있다면 그 자의 마음이 착하길 바랄 수밖에···”


하지만 곧 반대편 은 자루를 본다면, 설령 그 자가 군자라 하더라도 금세 마음이 변할 것만 같아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오더라도 죽을 것이고 오지 않더라도 이대로 굶어 죽게 될 것이다. 더구나 문둥병자라는 글이 쓰여 있는데 누가 나를 구한단 말이냐.’


시안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신과 은 자루가 걸린 저울대를 묶은 줄이 기다랗게 드리워져 있었다.


‘이제 밤인데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만일 바람이라도 세차게 불어 흔들린다면 그대로 떨어져 죽고 말 것이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돈쭐강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독자 여러분께 21.11.15 156 0 -
7 7화 보기드문 사제지간 +10 21.10.23 110 6 11쪽
6 6화 모응화의 활약 +8 21.10.12 130 7 11쪽
5 5화 일촉즉발 +6 21.10.10 156 7 11쪽
4 4화 오년의 세월 +7 21.10.07 175 7 11쪽
» 3화 매달린 시안 +9 21.10.07 174 8 11쪽
2 2화 절체절명 +6 21.10.07 186 7 11쪽
1 1화 이도절맥의 천재 +10 21.10.07 312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