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1.10 16:49
최근연재일 :
2020.11.14 00:38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5,528
추천수 :
306
글자수 :
248,789

작성
20.11.10 19:36
조회
410
추천
6
글자
5쪽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3)

DUMMY

-3-


적로가 윤씨 가문에 온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그의 정성어린 돌보기 덕분인지

적로도 어느 정도 길이 들어

많이 온순해졌고,


재갈을 물릴 때 노비 두엇이 다치는 등

다소의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고삐와 편자, 안장 등의 승마도구도

무사히 달게 되었다.


윤정호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적로를 탈 수 있게 된 기쁨에,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어린애마냥 마당 여기저기를 서성거렸다.


그가 적로의 고삐를 쥐고

윤정호 앞에 당도해

제일 처음 한 일은,

주인에게 엎드려서 절을 하는 일이었고,


그것이 그와 윤정호의 첫 만남이었다.


윤정호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적로의 등에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첫 날의 두려운 기억때문인지

윤정호는 매우 긴장했고,

그런 그의 긴장을 느꼈는지

적로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위의 모든 이들은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 상황을 지켜보았고

특히 윤성환은

목이 탈 정도의 긴장감을 느끼면서

손을 떨고 있었다.


아들의 간청만 아니었다면

저 위험한 짐승을

진즉에 팔아버렸을 것이다.


적로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그는

조심스럽게 적로의 목을 쓰다듬으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오씨 노인에게 배운 방법대로

고삐를 느슨하게 풀어주면서

천천히 침착하게

말이 요동치지 않도록 공을 들였다.


그의 손길과 정성 덕인지

윤정호는

무사히 적로의 등에 올라탈 수 있었고,

그가 고삐를 쥐고 길잡이를 하면서

매우 안정감 있게

마당을 두 바퀴쯤 돌았다.


윤정호가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로

적로의 등에서 내리자

윤성환을 비롯한 주위의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적로의 등에서 내린 윤정호는

만면에 미소를 띠면서

그에게 자상한 말투로 말했다.


“잘했다. 난 지금 매우 기쁘다.

적로를 잘 길들인 너에게

상을 주고 싶은데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느냐?”


그저 일을 했을 뿐인데

상을 주겠다는 주인의 말에

그는 매우 당황해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애달팠던 소원을 이뤄준

또래의 노비가

자신의 칭찬과 질문에

아무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자

윤정호는 답답한 듯 재차 물었다.


“어찌 말이 없느냐?

괜찮다. 말해 보거라.

어떤 것도 좋으니”


그러나

그는 또 다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윤씨 가문의 수노(首奴) 무선이

윤정호에게 조심스런 말투로 답했다.


“어릴 적부터 제 아비를 따라

외양간에서 돼지를 돌보던 아이인데

아비가 귀머거리여서 그런지

말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봅니다.


아비가 죽고 나서

그 일을 물려받아 하고 있는....

그...얘 이름이....”


갑자기 말문이 막힌 무선은

그의 이름이 무언지를 몰라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떠오르는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혹시나 아는 사람이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눈이 마주친 모두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그곳에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무선은

수노(首奴)로서

자신의 체면이 조금 구겨진 것 같아

다소 민망했지만,


그렇다고

주인에게 거짓을 고할 수도 없어서

고개를 숙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름도 없는 아이입니다.”


그 말을 들은 윤정호는

측은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말은 할 줄 아느냐?”


“...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지만

그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앞으로도

너의 도움을 받을 일이 많을 것이다.

내가 적로를 타고

혼자 달릴 수 있게 될 때까지

네가 적로의 고삐를 잡고

내 길잡이를 하여라.”


“...네...”


“내일부터 정오가 되면

적로를 타는 연습을 할 것이니

그리 알고,

오늘은 그만 적로를 씻겨주고

먹이를 주어라...


아, 그리고 너도 좀 씻어라,

네 몸에서

역한 비린내가 너무 많이 나더구나.

내 옆에 있을 자가 그래서야 되겠느냐?


외양간 일은

앞으로 딴 사람에게 맡길 것이다.

준비를 철저히 해놓도록 해라.”


윤정호는

얼굴에 미소를 품은 채로 그에게 말했다.

윤정호는 옆에 있던 노비에게

그에게

좋은 옷을 한 벌 지어주라고 명하고는

밝은 얼굴로

윤성환과 함께 안채로 돌아갔다.


그날 밤,

그는 윤정호가 보낸 옷과 신발을 받고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신기한 감정을 경험했다.


아마도 그것은

기쁨이라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1) 20.11.10 485 7 5쪽
6 前日談 두 개의 가문(家門) -5 20.11.10 488 7 2쪽
5 前日談 두 개의 가문(家門) -4 20.11.10 578 6 9쪽
4 前日談 두 개의 가문(家門) -3 20.11.10 679 6 13쪽
3 前日談 두 개의 가문(家門) -2 +2 20.11.10 935 8 11쪽
2 前日談 두 개의 가문(家門) -1 +1 20.11.10 2,127 9 6쪽
1 목차 +1 20.11.10 2,173 8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