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1.10 16:49
최근연재일 :
2020.11.14 00:38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5,459
추천수 :
306
글자수 :
248,789

작성
20.11.10 19:26
조회
446
추천
7
글자
4쪽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2)

DUMMY

-2-


열여덟 살이 되던 해,

윤정호는

아버지로부터

말(馬)을 한 필 선물 받았다.


윤성환이

한양의 지인에게 부탁해

어렵게 구해온 그 말은,


호마(胡馬)11) 특유의

붉은 갈기와

곧게 뻗은 다리를 지니고 있었고,

미인도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양새를 갖춘

이 말을 본 순간

윤정호는

너무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당시 잠들기 전에 짬짬이 읽고 있던

삼국지연의에 흠뻑 빠져있던

윤정호는


유비가 타던 말의 이름을 따와

자신의 말에게

적로(的盧)라는 이름을 붙였다.


윤정호는 적로의 매력에 빠져

어찌 할 줄을 몰랐지만,


문제는

적로를 다루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름다운 외모 값을 하는지,

적로는

그 누구도 자신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무시무시할 정도의 사나움에

노비 하나가

적로의 뒷발에 차여 크게 다치자

집안의 어떤 사람도

주위에 다가가길 꺼려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자

윤정호는 애가 탔는지

병이 나서 자리에 누웠고,


윤성환은

늦게 얻은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이

행여 몸이라도 상할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렇게 갑갑한 며칠이 지나고

적로에게 다가가

처음으로 만지는 것을 성공한 이가

바로 돼지우리에서 일하던 그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돼지에게 먹이를 주고 있던 그는,

난데없이 본가의 호출을 받았다.


본가의 어떤 노비나

상단의 고용인들도

적로에게 다가가기조차 어려워

애가 타던 차에,


역참(驛站)에서 일하며

말의 조교(調敎)로 이름나

본가로 불려온 마을의 오씨 노인이


오랜 세월 외양간에서 일해 온 그라면

먹이라도 먹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그를 불러오라고 한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짐승들과 가깝게 어울려 살았던 그에게

독특한 체취와

손짓이 느껴졌기 때문인지 몰라도


적로는

윤씨 가문에 온 이래 처음으로

사람에게 손길을 허락했고,

한 시간 정도

그와 무언의 교류를 하더니

그가 주는 물과 먹이를 먹었다.


그 모양을 본 윤성환은

크게 기뻐하면서

적로를 위해

따로 마구간을 지을 것을 명하며

그에게 돌보기를 맡겼다.


비록 일은 두 배로 늘어나게 되었지만,

그렇게 적로를 돌보는 일은

그의 몫이 되었다.


말을 돌보는 일은

그도 처음 해보는 일이었으나

외양간의 돼지들을 다룰 때와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오씨 노인의 조언을 받아

좋은 먹이를 주고,

정성스럽게 씻기고 털을 빗어주며

그는 적로와 친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적로가 들어오기 전까지

이름도 없는 그와

돼지들을 돌보는 그의 일에

관심을 가져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주인의 각별한 관심과

차기 가주(家主)의 넘치는 애정을 받는

적로의 존재는

윤씨 가문 노비들에게

최고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개중에 어떤 노비들은

주인의 환심을 사려고

적로에게 다가가 보려도 하였으나


적로는

그 외에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주변을 허락하지 않았다.


적로와 그의 애정이 끈끈해질수록

윤씨 가문에서 그의 입장은

그가 모르는 새에 점점 나아져갔다.


그렇게 생각지도 않았던

말 한 마리로 인해

그와 윤정호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게 되는

거대한 운명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주석


11) 호마(胡馬)

만주나 중국에서 나는 말.

전하여 오랑캐의 병마(兵馬)를 가리킴.

키가 크고 날렵하게 생겼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1) 20.11.10 484 7 5쪽
6 前日談 두 개의 가문(家門) -5 20.11.10 487 7 2쪽
5 前日談 두 개의 가문(家門) -4 20.11.10 577 6 9쪽
4 前日談 두 개의 가문(家門) -3 20.11.10 678 6 13쪽
3 前日談 두 개의 가문(家門) -2 +2 20.11.10 934 8 11쪽
2 前日談 두 개의 가문(家門) -1 +1 20.11.10 2,126 9 6쪽
1 목차 +1 20.11.10 2,172 8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