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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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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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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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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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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살아간다는 건(1)

DUMMY

[61층의 주인 ‘헤지호그’가 되돌려진 잠에 빠져듭니다.]


[61층의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회중시계의 바늘이 돌아가면서 헤지호그는 그대로 잠들었다.


탑을 클리어 했다는 안내창과 함께 보상이 주어졌지만 서우에게 그걸 확인할 정신은 없었다.


“선배! 선배!”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지키기 위해 멀미가 나도록 날아다녔거늘.

다 무엇을 위해서였던가.


날아다니던 중에도 지혁을 관통하는 유리 가시의 모습이 선명했다.


바로 방향을 바꿔 달려왔지만 헤나투의 품에 안겨있는 지혁의 팔은 힘없이 떨어졌다.


“서...선배?”


지혁과 헤나투의 모습이 가까워질수록 서우는 걸음을 옮길 자신이 없었다.


또 다시 소중한 사람 하나를 잃는다는 것은 감정에 둔한 서우라도 받아들이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서우는 감정에 둔한 것이 아니다.

감정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과 다를 뿐이라고 생각했다.


“선배는...”


상황을 묻기 위해 고개를 들어 헤나투의 표정을 살폈지만 흐릿하게나마 그의 뒤까지 비칠 정도로 투명한 얼굴에서 감정을 읽는 건 어려웠다.


선배는 잘도 이런 얼굴을 보고...


지혁은 다정한 사람이었다. 말로는 자신 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굴었지만.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아끼는 마음.


무엇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려고 하는 노력과 그에 대한 관심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리광도 부려보고, 응석도 부렸었다.

자신이 지혁 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은 서우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힘없이 늘어진 사내의 얼굴을 살피던 서우의 눈에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피가... 한 방울도 없네.”


분명 찔리는 것도 봤고 그 결과로 쓰러지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피가 나지 않았지?


헤나투는 서우의 그런 의문을 눈치 챘는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수...숨은 쉬는 거죠?”


다급하게 지혁의 코 아래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느리지만 확실하게 숨결이 느껴졌다.


“자는... 거구나. 다행이다”


서우는 다리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살면서 이렇게 마음 졸여본 적이 있던가.

무슨 일이 일어나도 크게 동요가 없던 마음이 크게 술렁였다.


“이상하네...”


하지만 그 동요는 오래 가지 않았다.

달짝지근한 냄새가 주변을 감돌았다.

처음 맡아보는 냄새에 당황한 헤나투와 달리 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잔잔해졌다.

감정이 가라앉았다.


“일단 여기서 나가요. 그래야 상태를 살펴볼 수 있죠.”


갑자기 차분해진 서우의 모습에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헤나투의 최대 관심사에 비하면 그리 큰 일이 아니었다.

겉보기에는 누구보다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헤나투의 내부는 그 어느 때보다 흥분상태였다.


기억이 있을 무렵부터 혼자서 떠도는 생활을 했던 그였지만 세상 밖의 세계는 처음이었다.


떠돌고 떠돌다가 지쳐 제자리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길 몇 십 년.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기회는 여행자로서 그의 영혼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지혁이라는 남자에 따르면 자신이 그 세계에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했으나.

그런 점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헤나투는 지혁의 짐과 그의 앞으로 소환된 아이템을 케이지에 넣었다.


“이쪽이에요.”


대충 이쪽으로 오라는 의미로 알아들은 헤나투는 헤지호그가 잠든 후에 생성된 포탈로 다가갔다.


말을 이해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우라는 여인은 자신에게 굳건히 자신들의 언어로 말을 걸어왔다.


이런 점도, 저런 점도 오랫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야 했던 헤나투에게는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자신의 공간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낯선 이들이 한없이 고마운 헤나투였다.


+++


탑을 나오자 막 해가 뜨려고 하는 새벽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풍경에 헤나투는 하늘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서우는 걸음을 재촉했다.


앞으로 이런 풍경을 언제든지,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헤나투는 알게 모르게 눈물까지 흘렸지만.

그걸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헤나투 본인까지도.


서우를 따라 온 곳에는 투박하게 깎은 돌처럼 생긴 상자가 늘어져 있었다.

상자 안에서는 서우와 지혁과 비슷한 모습의 사람들이 나왔다.


그리고 한결 같은 모습을 보였다.


“모...몬스터다!!!”


수많은 칼과 스태프가 헤나투를 향해 겨눠졌고, 이를 말리는 것은 서우의 몫이었다.


“헤나투는 위험하지 않아요.”


물론 서우의 말이 설득력이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었지만.


다행인 점이 있다면 소원이라는 사례가 바로 앞서 일어났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들을 맞이한 사람 중에 서우가 아는 얼굴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 선생님! 여기에요. 여기.”

“...?”


그 상대 또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말재주와는 거리가 먼 채 석이었지만.

석의 얼굴이 그곳에서는 신분증이었으며, 신뢰의 상징이었다.


“?”


서우의 부름에 다가온 석이 헤나투의 얼굴을 바라봤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한 사내는 눈싸움을 하듯 그를 바라봤다.


분명 지혁이 이럴 때 쓰는 말이 있다며 알려준 이야기가 있었다.


“아...녀하세...요?”


변함없어 보이던 사내의 얼굴에 충격의 기운이 엄습했다.


“뭐...야?”

“그.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해도 될까요? 일단 선배의 치료가 우선인 거 같거든요.”


놀라는 석에게 지혁도 있음을 어필했다.


+++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서우는 고해성사를 하는 어린 아이처럼 일행들이 지켜보는 한 가운데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기억이 나는 대로 최대한 자세하게 말했다.


말이 끝났음에도 입을 여는 자는 없었다.


하나는 헤나투의 존재감이 너무 충격적인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혁이 치료가 끝났음에도 눈을 뜨지 않는 것 때문이었다.


그런 침묵을 깬 것은 막 방에 들어서던 이였다.


“뭐야, 이 재미있는 상황은.”


놀란 눈을 하면서도 흥미롭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이는 캐롤라인 세일리였다.


“어쩌다. 이런 엄청난 기운이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걸까.”


목석처럼 앉아 있는 헤나투의 얼굴 앞까지 다가가 보던 캐롤라인은 즐겁게 웃었다.


말을 이해할 수 없는 헤나투는 그렇다하더라도 다른 사람들도 그런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혁인 소원이라는 아가씨에게 데려다 줘. 그쪽 전문이니까. 이 말을 해주려고 왔는데... 흠...”


누구도 부른 적 없는데 나타난 캐롤라인은 아직도 신기하다는 듯이 헤나투를 몇 초 더 지켜보더니 그대로 방을 나갔다.


“뭐...하러 오신거지.”


순식간에 왔다가 사라지는 모습이 제법 바빠 보였다.


“아무튼... 다른 건 지혁 씨가 깨어나고, 소원... 씨까지 모여서 이야기 해봐야겠네요.”


자리에서 일어난 로운이 상황을 정리했다.


“서우 씨는 지혁 씨가 일어나기 전까지 저... 헤나투 씨...? 의 곁을 지켜주세요.”

“네? 왜요?”

“...”

“알았어요. 그런 무서운 표정 짓지 마요.”


하나 둘 나간 방에 헤나투와 서우만이 남았다.


“그... 구경이라도 할래요? 아무것도 없지만.”

“그...경.”


+++


으... 온몸이... 온몸이 깨질 것 같아.

누군가 찢었다가 다시 붙인 것 같다.


“헉!”


아픔을 호소하기도 전에 놀라서 눈을 뜨니 낯선 모습의 소원이 앉아서 말없이 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말없이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있는 모습이 확실히 이전과 많은 것이 변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여기는...”

“서우 씨가 낯선 외지인하고 너를 데리고 왔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그러고 보니 어디서부터 기억이 없었더라.

매섭게 꽂혀오는 유리 가시들을 봤던 기억까지는 있는데...


그 순간에 느껴졌던 것은 베이거나 뚫리는 통증이 아니었다.

그건 전신의 근육이 뒤틀리는 것 같은 통증.


“으윽...”

“아직 아파? 육체적인 치료는 끝났다고 했는데. 승우 불러줄까?”


뿌옇게 보이던 기억이 선명해지자 당시의 고통이 떠오르며 있지도 않은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짧은 비명소리에 소원이 다급하게 물어왔다.

이런 모습은 이전의 소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도 같다.


“아냐... 아픈 건 아니야...”


쉽게 말하자면 나는 너무 큰 고통으로 인해 정신을 잃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고통은 몬스터에 의한 것이 아닌.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다가 생긴 것이었다.


“괜찮아... 충격이 좀 컸어.”


몇 병이나 더 남아있었지만 이 음료는 웬만하면 다른 사람에게 먹이지 말아야겠다.


‘회피의 버블티’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회피력을 보여주었지만 그 회피력을 감당하는 것은 인간의 몸이었다.


스탯으로 보호받고 있음에도 이정도의 고통이다.

스탯이 낮거나 운이 나쁜 경우에는 정말로 그대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혹시 몰라서 마신 덕분에 목숨은 건졌지만 치유 능력자가 없다면 그 후유증이 너무 클 것 같다.



“그러고보니... 헤나투는?”

“헤나투?”


아직 못 만난 건가.


“그 우리랑 같이 온 사람... 이 있지 않았어?”

“사람이라... 그 자 이름이 헤나투구나.”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는 외모이기도 했고, 그런 존재이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사람’이라고 칭해버렸다.


그러자 소원이 검지를 가볍게 턱 옆에 대며 답했다.


“헤나투 씨는 지금...”


혹시 실험 같은 데라도 끌려간 게 아닐까.

아니면 몬스터라고 공격당한 건가...


서우가 함께 있었다고 해도 내가 아는 서우라면 제대로 설명을 했을 지도 의문이니까.


“구경중이야.”

“구경?”

“응. 아무래도 탑 밖으로 나와 본 적이 없으니까. 세상 모든 게 신기할 만도 하지.”


소원은 이해가 된다는 듯이 웃었다.


“뭐. 신기한건 헤나투 씨만이 아닐 테니까. 나가서 사람 많은 곳으로 가봐. 거기 있지 않을까?”

“아. 그런가. 알았어. 너는?”

“나는...”


방금 전까지 환하게 웃던 소원이 조심스럽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나는... 안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


나는 더는 묻지 않았다.

소원이 탑 밖으로 나온 지 불과 며칠 밖에 되지 않았겠지만 그 기분은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많지는 않았다.


아직은 세상에 자신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소원은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


소원의 말대로 밖으로 나오니 헤나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오자마자 웅성거리는 소리를 따라오자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있었다.


“헤나투?”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 아이처럼 눈을 빛내고 있던 헤나투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헤나투는 여러 능력자들 사이에서 그들이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 목소리가 들리자 내 곁으로 다가와 바닥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밖은 놀라운 것 투성이다. 이곳에 사는 자들을 사각형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설명은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한 것들뿐이다.’


다급하게 글자를 써 내려가는 모습만 봐도 그가 얼마나 흥분한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채고다. 이곳은”


인간의 얼굴과는 다르지만 헤나투가 짓는 표정은 누구의 설명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난생 처음 엄마 손을 잡고 듣기만 했던 장난감 가게에 가서 새로운 것들을 보는 아이의 얼굴.


그런 그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몬스터와 이렇게 가까이 있어도 되는 거야?’

‘위험한 거 아니야?’

‘무슨 생각으로 탑에서 저런 걸 데려온 거야.’


귓속말로 이어지는 대화였지만 소리가 주변을 떠나지는 않았다.


그 말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몬스터가 인간과 어울려 사는 모습.

인간의 입장에서 상상할 수 없다.


우리 인간들은 그들로부터 너무 많은 것들을 잃었으니까.

지금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잃고 자기 자신만 겨우 건진 사람들이니까.


저런 불만과 불안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녕하세요.”

“아녕아세오.”


헤나투 주변으로 몰려든 사람들이 그에게 말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세상은 언제나 그랬다.

경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포용하는 사람이 있다.


둘 중 무엇도 잘못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다른 의견을 맞춰가며 살아가다보니 지금의 우리가 되었으니까.


그렇게 살아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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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역할극(2) 24.04.10 20 0 12쪽
180 역할극(1) 24.04.08 19 0 13쪽
179 무대 밖에서(5) 24.04.05 20 0 12쪽
178 무대 밖에서(4) 24.04.03 24 0 12쪽
177 무대 밖에서(3) 24.04.01 24 0 12쪽
176 무대 밖에서(2) 24.03.29 19 0 13쪽
175 무대 밖에서(1) 24.03.27 21 0 11쪽
174 증명(5) 24.03.25 18 0 12쪽
173 증명(4) 24.03.22 15 0 13쪽
172 증명(3) 24.03.20 16 0 13쪽
171 증명(2) 24.03.18 17 0 11쪽
170 증명(1) 24.03.15 21 0 13쪽
169 살아간다는 건(4) 24.03.13 16 0 15쪽
168 살아간다는 건(3) 24.03.11 17 0 12쪽
167 살아간다는 건(2) 24.03.08 16 0 13쪽
» 살아간다는 건(1) 24.03.06 11 0 13쪽
165 헤나투(5) 24.03.04 13 0 14쪽
164 헤나투(4) 24.03.01 11 0 11쪽
163 헤나투(3) 24.02.28 13 0 12쪽
162 헤나투(2) 24.02.26 14 0 12쪽
161 헤나투(1) 24.02.23 13 0 10쪽
160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5) 24.02.21 15 0 13쪽
159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4) 24.02.19 1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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