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468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3.01 09:00
조회
11
추천
0
글자
11쪽

헤나투(4)

DUMMY

“이제 가볼까?”

“네!”


비어있던 가방도 넉넉하게 채웠고 휴식도 충분히 했다.

이제 가보자고 손짓을 하자 낚시를 하고 있던 헤나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손을 들어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노란 빛을 내는 마법진에 방금까지 앉아 있던 의자와 낚싯대를 넣더니 모닥불과 나무까지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호수까지 챙겼다.


헤나투가 짐을 모두 챙기자 탑의 다른 곳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삭막한 공간이 되었다.


“몬스터들은 저런 것도 가능해요?”

“글쎄. 어떻게 한 건지 다음에 물어봐.”


고서우의 시선이 조용히 나를 향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외면하며 우리가 들어왔던 길로 향했다.


“아니야.”


헤나투가 내 어깨를 잡아 세우고는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뭐가 아니라는 걸까요.”

“모른다니까. 글쎄.”


일방적인 소통이 둘 다 소통이 안 되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저걸 배워야 하나.”


헤나투도 인간의 말을 배우고 있지만 그걸 기다리기만 할 순 없다.


“몬스터의 말을요?”

“뭐... 읽을 수는 있으니까.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앞장서 우리를 또 다른 출구로 안내하고 있는 이 자는 똑똑하다.


어쩌면 몬스터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선배. 저 또 궁금한 거요.”

“네가 궁금해 해도 내가 답을 못 주는데 자꾸 묻는 이유가 뭐야.”

“음...”


되레 질문을 받은 서우는 검지로 턱 끝을 긁으며 생각했다.


“궁금하니까요. 이야기하다보니까 답을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의미 없는 거잖아.”

“아니죠. 의문을 가지고 탐구를 하는 데 의미를 둬야 하는 거죠.”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거짓말을 아닌 것 같은데.

알다가도 모를 놈이다.


“그래서 궁금한 게 뭔데.”

“있잖아요. 그 소원...씨? 맞나?”

“좀 외워라.”

“아무튼. 그 분이 탑에 들어가서 몬스터들이 대화를 나누는 걸 들었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어떻게 들었을 까요?”


...


나는 놀라서 옆을 바라봤다.

일부분이기는 했지만 소원은 고블린들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었다.


이야기를 들을 때는 지금의 소원이 몬스터의 언어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헤일런과 만났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만약에 몬스터들이 다 같은 언어를 한다면, 아니 공통 언어가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소원이 알아듣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소원이 만난 고블린들이 인간의 언어를 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탑에 너무 오래 있으면 몬스터가 되는 게 아닐까.”


고서우는 혼잣말처럼 말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질문이었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 끔찍한 소리 하지 마.”

“아! 선배 같이 가요!”


+++


헤나투가 안내한 길은 우리가 왔던 길처럼 유리 조각이 꽂혀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전의 한 명만 걸어도 아슬아슬하게 베일 것 같은 좁은 길과는 달리 이번에는 셋이 걸어도 충분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 끝이다!”


금방 도착했다.

앞서가던 헤나투가 손바닥을 아래로 한 채 몇 번 위아래로 움직였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인가.


“뭐라는 거ㅇ...”

“조용히 해봐.”


조심스럽게 헤나투의 곁으로가 아래를 내려다 봤다.

아이스링크 장처럼 반짝이는 바닥 위에 유리로 된 어떤 존재가 웅크리고 잠을 자고 있었다.


한 가닥, 한 가닥 유리로 된 털은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그리고 그 목에는 앨리스 토끼 마냥 회중시계를 걸고 있었다.


“저거 설마...”

“응...”


내가 알고 있는 게 맞다면 저 몬스터가 잠에서 깨어나 우리를 본다면 매우 위험해진다.


게다가 저 시계...

몬스터뿐만 아니다 몬스터가 잠들어 있는 구간의 사방으로 가지각색의 시계가 각기 다른 시간으로 흘렀다.


“그거 같네요. 그거.”

“그거?”

“네. 그 세계 박람회 같은데 가면 나라별로 시계를 따로 둬서 전시하잖아요.”

“아아...”


확실히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작게 떠들고 있는 우리 사이로 헤나투가 다가와 바닥에 무언가 적기 시작했다.


이제는 매번 막대기를 구하는 것도 귀찮았는지 오는 길에 주운 유리 막대를 갈아 만든 것을 들고 있었다.


“뭐래요?”

“아직 다 쓰지도 않았거든.”

“어디 보자...”


웬일로 긴 문장이다.


“저 고슴도치는 난감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공략하는 것이 간단한 방법이다. 고슴도치의 목에 있는 시계의 바늘을 돌리면 된다.”


시계의 바늘?


다시 한 번 잘 자고 있는 몬스터를 바라봤다.

반짝이는 털 사이로 보이는 회중시계는 뚜껑조차 열리지 않은 상태였다.


저걸 열고서 시계 바늘을 돌리는 것 까지 하는 게 싸우는 것보다 쉽다면...

그저 멋모르고 싸웠다가는 낭패를 볼 뻔했다.


“고슴도치가 다시 깊은 잠에 빠져 꿈의 세계에 갇혀 버린다면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제법 긴 문장을 쓴 헤나투는 말없이 우리를 바라봤다.


“저게 보스라는 뜻이에요 그럼?”

“보...스?”


서우의 질문에 그게 무슨 뜻이냐는 듯이 헤나투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나는 헤나투의 손에 있는 유리 막대를 뺏어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작은 동그라미들 사이에 큰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고 그 위에 화살표를 그렸다.


“이게 보스.”

“이...게 보스?”

“보. 스.”


고개를 갸웃거리던 헤나투가 화살표의 끝에 글자를 적었다.


우두머리.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표시를 하니 상대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손가락으로 우두머리라고 적힌 낯선 글자를 가리켰다.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던 헤나투는 이내 낯선 언어를 내뱉었다.


“[우...두 머리...]”


고서우도 나와 함께 말을 따라했다.

그 모습이 웃긴지 헤나투는 웃음소리라고 생각되는 소리를 뱉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는 이내 진정을 하고는 손으로 아래를 가리키고는 그대로 뛰어내렸다.


헤나투가 지났던 자리로 유리 조각이 부서지면서 계단처럼 차례대로 밟고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대충 따라오라는 거 같지?”

“그러네요. 이렇게 친절하게 계단까지 만들어주고.”


우리는 조심스럽게 유리를 밟고 내려갔다.


[61층의 주인 ‘시간의 방랑자 헤지호그’와 조우하였습니다.]


[단잠에서 깨어난 헤지호그가 침입자를 경계합니다.]


안내창이 뜸과 동시에 요란한 소리에도 깨지 않던 고슴도치가 일어나더니 털을 잔뜩 세웠다.


“소리에는 민감하지 않나보네요.”

“피곤하면 알람 들어도 바로바로 일어나지는 않잖아.”


이렇게 비유하는 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정도로 헤지호그가 소리에 둔하다고 생각하기에는 섣불렀다.


“참고는 해도 너무 맹신은 하지 마.”

“옛썰.”


서우가 과장되게 손끝을 이마에 대며 말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할까요.”

“흠...”


헤나투는 이미 헤지호그의 주변으로 다가가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이전에 봤던 창을 휘둘렀다.


우리에게 헤지호그와 정면으로 붙으면 안 된다고 말한 게 그였다.


그럼에도 저렇게 싸우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하기를 바란다는 것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


“헤나투가 시간을 벌어주는 거 같으니까. 우리는 헤나투 말대로 시계를 돌릴 방법을 생각해 보자.”

“흠...”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헤지호그를 제외하고는 움직이는 존재가 따로 없었다.


작전을 생각하기에 여유가 있었다.


아니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으악!”


고서우의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이미 없어진 다음이었다.


“고서우? 서우야!”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반응이 돌아온 것은 그 뒤로 5초 뒤였다.


헤나투의 뒤에 있는 괘종시계의 문이 열리더니 서우의 작은 몸이 튀어나왔다.


“으아악! 선배!”


그러더니 헤지호그의 정면으로 날아갔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헤지호그가 입을 크게 벌렸다.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끝이 날카로운 톱니바퀴들이 빠른 속도로 돌았다.


“으아악! 저 믹서기에 들어가 버려요!”


저런 상황에서도 저런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니...


놀라는 한편 최대한 빨리 뛰었지만 제 시간에 도착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고서우!”


외침과 함께 발아래에 공간이 생기더니 무언가가 다가왔다.


“뻐꾸...”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계에서 튀어나온 뻐꾸기가 한 입에 나를 삼켰다.


잠시간의 어둠 이후 세상이 밝아지면서 내 몸은 허공에 떠있었다.


발 아래로 헤지호그와 헤나투가 보였다.

헤나투의 한 손은 헤지호그의 입 사이에 낀 봉을, 다른 한 손은 서우를 잡고 있었다.


“헤나투!!”


하지만 곧 위에서 떨어지는 나를 발견하고는 봉을 거두고 헤지호그의 코를 밟고 뛰어올랐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을 이해하기도 전에 고서우와 나는 헤나투의 품에 안겨 바닥에 내려왔다.


“...”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 입을 달싹였지만 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헤나투는 뒤를 돌아 헤지호그에게 향했다.


“시계... 그냥 장식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시하면 안 되겠어.”


61층의 마지막 방은 헤지호그 뿐만 아니라 시계도 상대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닥과 천장까지 포함해서 사방이 시계로 되어 있는 듯 했다.


“서우 너도 조심해. 시계에 먹히면 무조건 저 녀석한테 보내는 거 같으니ㄲ...”


주의를 주기 위해 다시 옆을 봤더니 바닥에서 회중시계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몇 초가 흐르자 고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악! 선배 여기에요!”


헤지호그의 시선도, 헤지호그의 시선을 끌고 있던 헤나투의 시선도 고서우를 향했다.


우리가 도움은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방해가 되어서는 안됐다.


그랬다가는 여기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최선을 다해 자력으로 도망쳐! 헤나투 방해하지 마!”

“선배~!!!”


내 외침에 고서우가 자신의 입 앞으로 양손을 모아 확성기처럼 만들었다.


“매정해요!!!”


라고 하더니 허공에서 방향을 틀었다.

그러고는 벽면에 있는 유리로 된 가시와 시계를 밟으며 가벼운 몸놀림으로 내려왔다.


“할 수 있으면서...”


질타의 의미를 담아서 옆을 바라보니 서우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가진 패를 모두 보여주는 건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라고요.”

“...”

“...”

“의도적 트롤링은 팀이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야.”

“넵.”


투닥거리고 있자니 이전에 들었었던 헤나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만 아니면 여유 있다는 거지.”


다음 공격을 알고 있다는 듯이 헤지호그의 공격을 피한 헤나투가 검을 휘두르자 유리로 된 털이 잘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헤지호그의 목에 걸린 회중시계의 뚜껑이 열리며 시계바늘이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그와 함께 방금 전에 잘렸던 유리로 된 털이 시간을 되감듯이 다시 붙었다.


“저거...너무 사기 아니에요?”

“사기지.”


하지만 헤나투가 살아있는 한 우리는 무조건 이 층을 클리어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7 죽음을 피하는 방법(3) 24.04.24 16 0 12쪽
186 죽음을 피하는 방법(2) 24.04.22 19 0 12쪽
185 죽음을 피하는 방법(1) 24.04.19 18 0 12쪽
184 역할극(5) 24.04.17 20 0 12쪽
183 역할극(4) 24.04.15 16 0 13쪽
182 역할극(3) 24.04.12 21 0 11쪽
181 역할극(2) 24.04.10 20 0 12쪽
180 역할극(1) 24.04.08 19 0 13쪽
179 무대 밖에서(5) 24.04.05 21 0 12쪽
178 무대 밖에서(4) 24.04.03 24 0 12쪽
177 무대 밖에서(3) 24.04.01 25 0 12쪽
176 무대 밖에서(2) 24.03.29 19 0 13쪽
175 무대 밖에서(1) 24.03.27 22 0 11쪽
174 증명(5) 24.03.25 18 0 12쪽
173 증명(4) 24.03.22 15 0 13쪽
172 증명(3) 24.03.20 17 0 13쪽
171 증명(2) 24.03.18 18 0 11쪽
170 증명(1) 24.03.15 22 0 13쪽
169 살아간다는 건(4) 24.03.13 17 0 15쪽
168 살아간다는 건(3) 24.03.11 17 0 12쪽
167 살아간다는 건(2) 24.03.08 16 0 13쪽
166 살아간다는 건(1) 24.03.06 11 0 13쪽
165 헤나투(5) 24.03.04 14 0 14쪽
» 헤나투(4) 24.03.01 12 0 11쪽
163 헤나투(3) 24.02.28 14 0 12쪽
162 헤나투(2) 24.02.26 15 0 12쪽
161 헤나투(1) 24.02.23 13 0 10쪽
160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5) 24.02.21 16 0 13쪽
159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4) 24.02.19 14 0 10쪽
158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3) 24.02.16 13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