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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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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442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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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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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3)

DUMMY

“만만하게 생각하면 안돼요. 여기는 61층입니다.”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신난다는 듯이 검을 꺼내드는 모습이 제법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선배는 너무 걱정이 많아요.”


가볍지도, 장난스럽지도 않은 말을 하고 고서우는 첫 번째 구간으로 발을 내디뎠다.


[거울 미로의 사슴이 길 잃은 자들에게 강한 적의를 드러냅니다.]


이번 층의 컨셉은 아무래도 거울 미로인가.

낮잠을 자고 있던 사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프리즘의 빛을 받아 투명해졌다.


아니 지금까지 빛이 닿지 않는 유일한 그늘 속에 앉아 있던 탓에 보였던 것이다.


먼저 걸어 나갔던 고서우의 하얀 뺨에 순식간에 빨간 선이 생기더니 붉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어?”

“골치 아프게 됐네.”


말이 유리 사슴이지, 깨진 유리 조각을 예사롭지 않게 엮어 만든 몬스터였다.

보이는 상태에서도 돌진해오거나, 제대로 공격해 오면 공격을 피하기 어려운데...


보이지 않기까지 하다...

아니 보이지 않는 게 아니다.

완전히 투명한 것이 아니라 저 눈이 부실정도로 화려한 빛 때문이다.


내가 눈을 찌푸리며 하늘을 보고 있자 다친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무표정한 고서우가 옆으로 와 똑같은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봤다.


“뭐가 있어요?”

“안 아픕니까?”

“음...”


고서우는 정확한 답을 하겠다는 듯이 생각에 잠겼다.

이게 고민까지 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질문이었나?


“아! 아파요! 굉장히 아프네요! 언제 베였지!”


언제 베였는지도 몰랐는지 자신의 뺨에 흐르는 피를 닦아 내며 요란스럽게 놀란다.


“에휴...”


그나마 이렇게 둘이서 탑에 들어와서 다행이다.

정확히는 고서우가 61층에 들어와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서우 씨.”

“다정하게 불러줘요.”


이건 또 뭔 소린가.


“나도 뭐, 다른 사람들처럼 불러줘요. 맨날 그렇게 정없이 부르지 말고.”


볼에 바람까지 집어넣고 쀼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는 녀석.


이런 상황에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서우야~ 하고. 어제는 잘 불렀잖아요.”

“그렇게 불러주면 말 잘 들을 거예요?”

“네!”


칭찬을 받은 어린 아이마냥 유열에 찬 미소를 지는 고서우.


“그래 서우야. 저기 천장 보이지.”

“네!”

“지금 저 사슴이 안 보이는 이유가 뭘까.”

“흠...”


조금 거리를 두자 유리 사슴은 공격해오지 않았다.

물론 경계도 풀지 않는 듯 떨어지지 않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중 몇 명은 프리즘 아래로 가 단잠을 이어갔다.


아마 이 층도 양피지를 채집해야 했던 그곳처럼 먼저 위협을 가하지 않는 이상 공격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 저기 빛 때문이에요.”

“맞아. 그럼 저 사슴들의 움직임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거야 그림... 어라...”


고서우가 자신 있게 대답하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나 본인이 생각했던 답이 그곳에 없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빛 때문에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원래 바닥에 그림자가 있어야 하는데...”


유리도 그림자가 있다.

빛을 투과시켜도 결국에는 희미하게 일그러지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인데 이곳에는 없었다.


“저... 프리즘 때문이군요.”

“그래.”


프리즘은 자신의 바로 아래 유리 사슴이 쉬는 공간을 제외한 모든 곳에 빛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러니 저 유리 사슴들은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심지어는 옆에서도 빛을 받고 있으니 그림자가 보일 수가 없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안 보이는 건...”

“그건 아마... 탑의 영향이겠지.”


탑은 인간의 세계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굳이 말하자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럼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서우는 또 다시 생각에 잠긴 듯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감싸 쥐었다.


“저라면... 저걸 가리겠어요.”


녀석의 성격이 조금 더 일반적이었다면 우리와 잘 맞지 않았을까.

아니, 자신만의 팀을 꾸렸을 지도 모른다.

정은 없지만 능력 있는 리더로 유명해졌을 지도 모르겠다.


“너에게는 저걸 가릴 능력이 있어.”

“아!”


녀석의 능력은 풍운.

평소에는 ‘풍’에만 집중된 전투 방식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하나의 능력이 더 있다.


“그렇게 간단하게 될까요?”

“생각보다 탑이란 곳이 그렇더라고요.”

“...”


고서우가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그렇더라고.”

“그렇군요.”


다른 의미로 성가시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빛을 좀 가려보라는 거죠?”

“응.”


어느 층에서는 공격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조용히 구간을 지나는 것이 공략이 되는 곳도 있다.


물론 우리는 이번 구간에서 그 방법을 쓸 수 없다.


두 번째 구간으로 향하는 통로의 앞에 보이는 거대한 그림자 하나.


상대적으로 빛이 약한 통로의 앞에 있는 탓에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그림자를 가진 무언가가 그곳에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우리가 ‘조용히’ 이곳을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작지 않다.


나는 다음 통로에서 시선을 돌려 고서우를 바라봤다.


고서우의 주변으로 황금색 실빛이 흘러나와 천장으로 모여들었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가늘어졌다.

이전에 녀석이 검은색 마력을 썼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도 아마 ‘운’과 관련된 능력을 썼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티 하나 없이 맑은 황금빛이니.


그 차이가 뭘까.


그건 아마도... 신의 직접적인 개입.


인간은 신의 직접적인 힘을 받아 쓸 수 없다.

어떻게든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소원이나 블랙에서 몬스터 개조 실험에 희생된 인간들이 검은 마력을 썼던 것은 이미 그들이 인간의 영역을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과정 없이 힘을 직접적으로 쓸 수 있는 인간.


만약 고서우가 그런 존재라면?

마력뿐만 아니라, 육체, 정신까지도 신과 공유할 수 있는 체질이라면?


나는 고개를 저어 이어지는 생각을 털어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혹시나 하는 일말의 가능성만 있는 추측일 뿐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


“선배. 이렇게 하면 될까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천장에서 비치던 빛이 제법 줄어들었다.


빛을 받아 사방으로 빛을 보내던 프리즘의 위력도 줄어들었다.


“선배 말대로 이제 보여요!”

“내 말대로는 아니고... 네가 생각한 거잖아.”

“아. 맞네!”


고서우가 고민하듯 자신의 칼을 내려다 봤다.


“이제 그럼 베도 돼요?”

“...그래라.”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고서우는 칼집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다시 잠들었던 유리 사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는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돌진해 오는 몬스터를 가벼운 몸놀림으로 피한 녀석이 칼을 휘둘렀다.


황금색의 실 빛을 두른 칼이 유리 사슴 한 마리를 베자 칼에서 몬스터에게로 빛이 옮겨갔다.


옮겨간 빛이 몬스터를 옭아매자 날카로웠던 유리 사슴의 겉면이 조금씩 둥글게 변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나며 빛나는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칼을 휘두르며 마력을 아끼지 않는 고서우와 빛을 받아 반짝이는 프리즘 그리고 빛나는 가루가 되어 사라져가는 몬스터까지.


마치 빛의 축제를 방불케 하는 눈부신 광경이었다.


빛으로 가득한 화려한 전투가 끝났을 때는 숨을 헐떡이고 있는 고서우와 여전히 밝게 빛나는 프리즘 그리고 다음 구간으로 향하는 통로를 가로 막고 있는 몬스터 한 마리만이 남았다.


“하아... 아이고 힘들어라.”


팀에 어울리지 못하고, 생각보다는 행동이 먼저인 녀석이지만 확실히 신체 능력하나 만큼은 훌륭하다.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할 줄 알고.

능력 이전의 검술 능력 또한 훌륭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사에 가깝게 스킬을 써도 쉽게 고갈되지 않는 저 마력.


어떤 의미에서는 부럽기까지 하다.


“후우... 선배 이제 어떻게 할까요?”

“아... 어.”


무엇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상황이 종료되었다.


나는 첫 번째 구간을 가로지르며 몬스터가 사라진 곳에 떨어져 있는 아이템을 보았다.


저건...


“선배? 아이템 필요해요?”


중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내가 이상했는지 고서우가 가볍게 뛰어오며 물었다.


“그게 아니라...”


보통 탑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은 그곳의 몬스터와 관련이 있다.


그러니 저 원두가 저기 있는 건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뭐에요? 콩?”

“응... 원두야. 콩은 콩이지 커피 콩.”

“오웅...”


원두를 집어 들자 고서우의 코가 내 손가락 근처까지 와서 킁킁 거렸다.


얕은 숨결이 손가락 끝에 닿았다.


“너는...”

“커피 향이... 나네요.”

“이대로 갈아서 커피를 내려도 되거든.”

“아...?”


보통의 원두는 채집을 한 이후에 로스팅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여기서 발견되는 원두들은 그 모든 과정을 거친 이후의 것이다.

이곳의 특성에 대해 생각하자면 원래 그런 아이템이겠지만.


인간인 나는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누군가 일부러 사용하기 좋게 만든 원두를 주고 있다.


가장 의심이 갈 만한 것은 에스프레소겠지만 내가 아는 녀석은 이렇게 쉽게 무언가를 쥐어줄 녀석이 아니다.


“흠...”

“뭐... 아이템 주울까요?”

“네. 아무 준비 없이 들어왔으니까 활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활용해야 해요.”


아직 프리즘도 남았고, 잠들어 있는 거대한 녀석도 남았지만 아이템을 줍기 시작했다.


[이름 : 빛나는 유리 조각

나이 : 10분

특성 : 유리, 스스로 발광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름 : 우두머리 유리 사슴의 뿔

나이 : 420년 2개월

특성 : 유리, 확률적으로 스킬을 무효화할 수 있다.


“빛을 받을 땐 어디에도지지 않을 단단함이지만 어둠에 약하다.” ]


또다.


아이템 설명 아래에 추가 된 한 문장.


“뭘 그렇게 봐요?”

“아무것도... 그냥 좀.”


이게 탑의 고층에 오면서 아이템의 등급이 올라갔기 때문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조금 더 합리적일 수 있겠다.

게임에서도 하위 아이템에는 없는 설명이 상위나 최상위 아이템에 있으니까.


“저 근데 선배 이거요.”

“응?”

“이 유리 조각들 혹시 잘 하면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고서우는 내 손안에 있던 빛나는 유리 조각들도 모두 가져 바닥에 두더니 조각을 맞추듯 모았다.


그리고는 그 가운데 마력을 모았다.

하얀 수증기가 모여들었고, 그 겉에 유리 조각을 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하면.”


희미한 공기의 흐름이 구형으로 맞춘 유리 조각 주변을 둘렀다.


“오...”


흡사 휴대용 등처럼 되었다.


“들 방법은 없어서 이렇게 들고 다녀야겠지만요.”


유리 등을 손으로 들자 주변이 밝아졌다.


어쩌면 이 녀석... 정말 천재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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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무대 밖에서(5) 24.04.05 20 0 12쪽
178 무대 밖에서(4) 24.04.03 24 0 12쪽
177 무대 밖에서(3) 24.04.01 24 0 12쪽
176 무대 밖에서(2) 24.03.29 19 0 13쪽
175 무대 밖에서(1) 24.03.27 22 0 11쪽
174 증명(5) 24.03.25 18 0 12쪽
173 증명(4) 24.03.22 15 0 13쪽
172 증명(3) 24.03.20 16 0 13쪽
171 증명(2) 24.03.18 17 0 11쪽
170 증명(1) 24.03.15 21 0 13쪽
169 살아간다는 건(4) 24.03.13 16 0 15쪽
168 살아간다는 건(3) 24.03.11 17 0 12쪽
167 살아간다는 건(2) 24.03.08 16 0 13쪽
166 살아간다는 건(1) 24.03.06 11 0 13쪽
165 헤나투(5) 24.03.04 13 0 14쪽
164 헤나투(4) 24.03.01 11 0 11쪽
163 헤나투(3) 24.02.28 13 0 12쪽
162 헤나투(2) 24.02.26 14 0 12쪽
161 헤나투(1) 24.02.23 13 0 10쪽
160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5) 24.02.21 15 0 13쪽
159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4) 24.02.19 1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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