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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신더의 서재입니다.

금강역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알신더
그림/삽화
경배
작품등록일 :
2019.07.16 21:08
최근연재일 :
2021.05.21 20:00
연재수 :
2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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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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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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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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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3쪽

226화

DUMMY

무슨 일이 있어도 무탈하게 초대장을 전달하고 돌아올 수 있는 제자는 상문밖에 없다고 여겼다.


게다가 일점홍에게 초대장을 제대로 보내기 위해서라도 상문을 보내는 것이 옳았지만 돌아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상문을 다시 내보내자니 공천과 법호에게 미안했다.


무엇보다도 현사의 은퇴 이후에도 다른 세력들이 소림을 넘보지 못하도록 힘으로 압도할 필요가 있었다.


‘불제자다운 생각은 아니지만, 무림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지. 빨리 자리를 물려주고 싶다.’


무림의 태산북두라거나 천하제일문파라는 이름이 소림을 수식하고 있지만, 공법은 이것들이 모두 허명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뒤에서 판세를 흔들기 위해 암약하는 자들이 있는 상황에서는 가지고 있는 것을 모조리 활용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공법은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결국 공천을 불러들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상문이 깨달음을 얻었기에 싱글벙글할 줄 알았던 공천이 조금 지쳐 보이는 얼굴로 들어오자 공법은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있어서 부르긴 했지. 그보다 사제의 얼굴이 영 말이 아니구나. 사제야말로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공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안부를 묻자 공천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손을 내저었다.


“요즘 연구하던 것이 잘 풀려서 그런지 늦게까지 하느라 잠이 부족할 뿐입니다.”


눈 주변에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빛나는 모습에 다행이라 여긴 공법은 차를 한잔 내주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사백께서 금분세수를 하고 싶으시다는 말씀을 하셨네. 한데 공증인으로 무림팔주를 원하시더구나.”


현사가 금분세수를 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공증인으로 무림팔주를 원한다는 소리에 피곤함에 절어있던 표정이 놀람으로 가득 찼다. 그것뿐이라면 공법이 자신을 부를 리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번뜩였고, 곧장 이유가 떠올랐기에 찻잔을 매만지다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문이를 사절로 보내실 생각입니까.”


“사제 말 대로일세.”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공법을 보며 공천은 그 속에 담긴 미안함을 알 수 있었다.


‘평소였다면 날 부르지도 않고 문이를 부르셔서 명을 하달하셨을 사형이 이렇게나 배려해주시다니 고민이 많으셨구나. 하지만 나도 호야에게 할 말이 있어야 하니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지.’


공법의 마음을 알지만 돌아온 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상문을 다시 내보내기 위해서는 자신도 이해할 거리가 필요했기에 마음을 가다듬었다.


“평소와 다르게 절 부르신 것을 보면 말씀하실 것이 있는 모양이로군요.”


그러자 공법은 비어버린 찻잔을 채우고서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궁세가가 무림맹을 창설하기 위해 이것저것 노력 중인 것은 사제도 알고 있겠지. 그렇기에 나도 번거로운 짓을 할 수밖에 없구나. 정말이지 방장 자리는 귀찮아.”


그렇게 운을 띄운 공법은 왜 상문을 보내야 하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사가 은퇴해도 소림의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해 상문 혼자 보낼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나한전에서 차출해 보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남궁세가가 소림을 넘보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문이를 혼자 보내야 하네. 금강역사라는 별호를 지닌 것은 알지만 아직 실력과 비교해 명성이 부족하지.”


상문의 실력이야 현사가 인정할 정도였고, 일점홍과 맞붙고도 멀쩡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무림에서 활동한 기간이 짧아서 무림팔주와 버금갈 만큼 명성을 쌓기 힘들었다.


백련지파의 난 이후로 평화로워진 무림에서 그만큼의 명성을 쌓기는 힘들었지만 억지로라도 기회를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두 번째로는 안전일세.”


효율을 따지자면 숫자가 많은 나한전을 보내는 편이 빠르게 소식을 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귀환이 문제였다.


공법은 남궁세가가 비열한 수법을 사용할 리는 없다고 믿었지만 쓸데없는 시비에 휘말렸을 때 무사히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은 상문뿐이었다.


게다가 일점홍에게 닿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도 상문이었으며, 현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청안혈도가 있는 사패련 역시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만약 사질이 사절단에 포함되어 임무를 수행하다가 사패련이나 남궁세가에 억류당한다면 문이가 어떻게 행동할 것 같은가.”


공천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어떻게 행동할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문이는 소식을 듣자마자 내게 와서 허락을 구하고선 곧장 쳐들어가겠지. 화가 많이 났을 테니 정면에서부터 부숴버릴 테고 엄청난 사태로 비화하겠지.’


생각이 얼굴로 드러났기에 공천의 얼굴이 자못 심각해졌다. 그렇기에 공법은 천천히 차를 마시며 생각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만하면 충분한가.”


마지막 이유가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법호가 듣는다면 무인으로서 자존심이 상할지도 모를 노릇이지만 상문의 행동으로 인해 전쟁을 일으키는 일은 법호도 바라지 않을 것이기에 공법의 고개가 무겁게 끄덕여졌다.


“알겠습니다. 그럼 문이를 보낼까요?”


“아닐세. 사제가 직접 전해주게나.”


그 말과 함께 공법은 지필묵을 꺼내 무언가를 적더니 두 장의 종이를 건넸다.


“사제가 직접 읽어보고 전해주게.”


그러자 공천은 조심스럽게 종이를 받고선 내용을 읽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공천은 허리를 꾸벅 숙였다. 그러자 공법은 괜찮다는 것처럼 손을 내젓더니 공천이 밖으로 나가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못할 일이구나. 그래도 사제가 크게 반발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소림의 방장이라면 모두를 아껴야 하지만 지금처럼 소림을 위해 장기를 두듯 감정을 배제하고 소림의 제자들을 써야 할 때도 있었다. 당연하게도 항상 달가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공법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빨리 사태를 해결하고 조용히 지내다가 법산에게 방장직을 넘겨주고 조용히 수행하고 싶다.’


공법이 남몰래 신세 한탄을 하는 동안 공천은 천호암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며 몇 번이고 읽은 덕에 이젠 종이를 보지 않아도 내용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명령을 내린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조금 긴장한 얼굴로 암자의 문을 열었다.


‘문이 혼자뿐이로구나.’


고우정과 장도풍 무엇보다도 법호가 없다는 사실에 내심 가슴을 쓸어내린 공천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상문의 앞으로 가서 품 안에서 종이를 꺼냈다.


“험. 소림의 삼대제자 상문은 들어라. 현사 사백께서 금분세수를 천명하셨다. 이에 공증인으로 다른 무림팔주 일곱 분을 모시기로 했으니 당문과 장강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곳에 초대장을 전하도록 해라.”


조금 긴장했는지 목소리가 떨린 것 같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이 얌전히 듣다가 고개를 꾸벅 숙이는 상문의 모습에 공천은 실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상문에게 서찰을 건넸다.


“서찰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앞으로 호남의 무당부터 안휘의 남궁세가까지 빙 돌아가며 초대장을 전해야 한다. 길고 지루한 여정이지만 너라면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상문은 두 장의 서찰을 곱게 접어 품 안에 집어넣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서 별다른 반감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딱히 즐거워하는 기색도 없기에 공천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먼 길일 테니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이는 편이 좋을 게야. 호야와 두 빈객에게는 내가 설명할 테니 바랑만 챙겨서 가거라.”


그러자 상문은 조금 아쉽다는 기색을 드러냈지만 여기서 아쉬워할수록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짐을 알기에 마음을 다잡고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서는 옷매무시를 가다듬더니 깊숙하게 허리를 숙였다.


“사조님 다녀오겠습니다.”


공천은 말없이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작은 주머니와 함께 바랑을 건네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고, 상문은 빠르게 일을 마치고 싶었기에 서둘러서 산에서 내려갔다.


등봉현을 빠져나오고 나서도 여전히 경공을 펼친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던 상문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더니 품속에서 서찰을 꺼냈다. 설령 서찰을 분실한다고 해도 임무를 계속해서 수행하기 위해 서찰이 뚫어지도록 보며 내용을 암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가까운 무당으로 가야 하는군.’


공천의 말대로 호남의 무당이 가장 먼저였고 사패련과 용원표국을 지나야 북상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역수채를 보자 잠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서찰만 전해주는 것이기에 별일 없으리라고 생각하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호남부터는 개방 지부에 들러서 초대장을 받으면 되는군. 사조님께서 돈을 챙겨주신 의미가 여기에 있었구나.’


공천이 챙겨준 은자는 먼 길을 떠나는 상문이 편하게 움직이며 하루라도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준 돈이었다. 하지만 상문은 별다른 말을 듣지 못했기에 소림의 일에 고생해준 개방지부에 술이라도 한 동이 돌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상문이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할 무렵 소림의 방장실에서 전서구가 날아올랐고, 개방 총타는 전서구에 묶인 서찰의 내용 때문에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빨리빨리 움직여. 우선 호북 지부에 소식을 전해. 금분세수의 소식은 지금부터 오롯이 우리의 손만으로 퍼트린다. 이게 다른 곳으로 퍼지면 다들 뒤졌다고 미리 복창해두는 것이 좋을 거다. 소문의 속도는 사절인 상문에게 맞춘다. 상문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도착하는 그 순간 소문을 퍼트릴 수 있도록 준비 단단히 해야 한다. 경로는 호북과 호남 그리고 광동이니 다른 쪽은 하남에서 자연스럽게 퍼져나갈 테니 신경 쓰지 말도록. 알아듣겠냐. 거지들아!”


“알겠습니다!”


천걸개의 목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지자 개방의 거지들 역시 힘껏 대답하며 사기를 끌어 올렸다.


“차라리 진천뢰를 코앞에서 맞고 기절하는 편이 낫겠어. 머릿속에 진천뢰가 터지니 죽을 맛이로구먼.”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힘껏 목소리를 높였지만 천걸개는 쓰디쓴 약을 한가득 머금은 것처럼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천걸개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상문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남쪽으로 내려갔다. 그러는 동안 개방이 정보를 적당한 속도로 퍼트리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하남에서 멀리 떨어진 합비에도 전서구가 한 마리 날아들었다.


“내당주님께 지급으로 온 서찰입니다!”


그 전서구에 매달린 서찰은 화급을 다투는 목소리와 함께 내당주의 집무실로 배달되었고, 내당주는 서찰의 암호문을 해독하자마자 이맛살을 한껏 찌푸리더니 남궁대정과 남궁원에게 연락을 넣었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상문의 명성을 깎아내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사패련과의 밀약을 맺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남궁세가에 유리한 조항을 넣는 데 성공했기에 내당주는 여전히 두 사람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


새로운 계책으로 소림을 매도해서 명성을 땅에 떨어트림과 동시에 무림맹을 결성할 날을 재고 있던 내당주에게 화급한 연락이 오자 두 사람은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발걸음을 옮겼다.


“하남의 간자에게서 온 암어(暗語)입니다. 특급이 둥지를 벗어났다고 합니다. 진행 방향은 남쪽이라고 하더군요.”


특급이라는 말에 두 사람은 이유를 짐작했고 그와 동시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일점홍과 맞붙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나서는지 원. 그래도 내당주 덕분에 뒤통수를 맞지는 않겠군.”


어지간한 일이 아니라면 세력권을 나서는 순간부터 눈이 따라붙는 자신과는 다르게 상문은 그나마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물론 일점홍과 맞붙고도 목숨이 붙어있기에 상문이 소림을 나섰다는 소식은 중원에 퍼질 것이 분명했지만 삼대제자가 무림에 나서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기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상문의 자유로운 움직임은 남궁세가에 득이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눈살이 깊게 찌푸려졌다.


“남쪽이라면 일단 무당일 테니 그 근처에 간자들을 심어놓겠습니다.”


이런 일이라면 평범한 보고만으로도 충분했기에 남궁원의 눈에는 의아함이 깃들었다. 하지만 이어진 말은 남궁원의 의아함을 더욱더 깊어지게 만들었다.


“만약 상문이 더 남하한다면 사패련에 연락을 넣는 일을 허락받고자 두 분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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