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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역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알신더
그림/삽화
경배
작품등록일 :
2019.07.16 21:08
최근연재일 :
2021.05.21 20:00
연재수 :
2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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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1,292

작성
21.03.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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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13쪽

200화

DUMMY

“비무대회라고?”


경내가 시끄러운 것을 원치 않기에 무림의 일을 전부 거절했던 공법이니만큼 소림에서 비무대회를 치르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할지언정 소림이 비무대회를 연다는 것만으로도 무림맹 창설에 버금가는 파문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기에 천걸개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들은 것이 맞네. 산문 안으로 들어오면 어떤 범죄자라도 부처님의 품 안으로 품는 것처럼 정파와 사파를 가리지 않고 모든 무인들에게 문을 활짝 열 생각일세.”


무인답다면 무인다운 제안이었지만 이것이 남궁세가의 계획을 방해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기에 천걸개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도무지 연관성을 찾을 수 없기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인데? 비무대회를 열어서 뭘 어쩌려고? 게다가 소림에서 내걸만한 상품이 있어?”


비무대회라면 우승했을 때의 명예나 보상이 중요했다. 소림에서 개최하는 무림대회인 만큼 그 명예는 확실하게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소림에서 무슨 보상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창고를 뒤져보면 검이나 그런 것들이 많겠지. 아니면 장경각에서 무공서를 몇 권 꺼내서 내걸어도 되겠고.”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천걸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림의 무공이 아닐지라도 장경각에는 제법 훌륭한 무공서가 가득할 것이 분명했으며, 날붙이를 들이지 않는 소림이기에 경내에는 무기고가 없지만 등봉현 어딘가에 소림이 모아둔 무기고가 있다는 소문 역시 들은 적이 있기에 소림의 격에 걸맞은 보상이라고 여겼다.


“비무대회를 열고 그 보상까지 확실한 것은 알겠는데 왜 비무대회를 여는지 말 안 했어.”


천걸개의 재촉에 공법은 잠시 입을 멈추고 고맨했다.


이유가 불분명하거나 없는 것이 아니라 속된 말로 깽판 치기 위함이었지만 소림의 방장이 할 말은 아니었기에 조금 더 고상하고 품위 있는 단어를 찾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 말보다 더 어울리는 것을 찾을 수 없기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 솔직하게 말했다.


“남궁세가가 아니꼬워서 어깃장을 놓으려고 했다. 게다가 소림이 나서서 천하제일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건데 무림의 이목이 쏠리겠지. 거기서 상문이 천하제일이라는 이름을 얻으면 다른 무림팔주가 어떻게 반응할지 감이 와?”


현사와 유정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겠지만 다른 여섯 명의 반응을 쉽게 짐작할 수 없었다.


“소란을 피울 생각이로구먼. 그것도 엄청 커다란 소란을 말이야.”


현사를 타박하는 말이었지만 천걸개의 표정은 흥미진진한 장난감을 눈앞에 둔 어린아이처럼 들떠있었다.


소란스러운 것만으로도 무림인들에게는 충분한 즐거움인 데다가 단순한 비무대회가 아니라 축제처럼 거대한 행사가 될 것이 분명했다.


“좋아. 개방에서도 힘써주지. 남궁세가가 하는 일을 묻어버릴 정도로 엄청나게 소문을 퍼트려주마. 뭐 더 할 말 없지?”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소림에서 비무대회를 연다고 큰소리로 외칠 것만 같은 천걸개였지만 아직 할 말이 남아있기에 공법은 그를 진정시켰다.


“언제 어디서 할지도 정하지 않았어. 게다가 나는 비무대회를 경험한 적도 없기에 어떻게 진행하는지도 몰라. 그런데 소문부터 퍼트렸다가 사람들이 실망해버리면 어깃장을 놓겠다는 목표가 사라지는 것이잖나.”


소림에서 개최하는 비무대회는 커다란 파문을 몰고 올 것이니만큼 실수한다면 열기가 식어버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남궁세가의 무림맹 창설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천걸개는 그런 것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았기에 빠르게 선을 그어버렸다.


“그런 건 너희 애들이랑 고민해. 나는 이 신나는 일을 무림에 퍼트리는 것이 중요하지. 그럼 나는 간다.”


우울하고 머리 아픈 일만 가득하다가 축제 생각에 귀를 덮어버린 것인지 다시 만류하는 공법의 말은 듣지도 않고 순식간에 하산한 천걸개는 무림이 떠들썩해지도록 소문을 퍼트렸다.


‘최근 무림의 일에 너무 소홀했던 만큼 태산북두라는 별명을 붙여준 무림동도에게 부끄럽지 않고자 소림에서 비무대회를 개최한다. 실력에 자신 있는 자라면 누구든 나와도 좋다.’


소림에서 내건 말이라기에는 너무나도 과격했지만 그만큼 파급력이 어마어마했다.


언제 어디서 열겠다는 말도 없었고 어떤 보상을 내걸었는지 아무런 이야기도 없건만 소림이 주최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무림맹 설립이라는 말이 쏙 들어갈 정도였다.


게다가 무림뿐만이 아니라 관에서도 반응을 보였다.


그 소문을 듣자마자 정왕부는 물론이거니와 하남성주 역시 소림에 사람을 보냈다. 직설적으로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언제 어디서 대회를 개최할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집요하게 달라붙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행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콩고물을 먹고자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도와주겠다고 은근히 압력을 넣기도 했다.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공법은 능구렁이처럼 확답을 피하면서도 백의전과 함께 비무대회를 개최할 준비를 차근차근 이어나갔다.


백의전의 모든 인원이 눈 밑에 짙은 그늘을 달고 나서야 새로운 소식이 무림을 강타했다.


소림에서 여는 비무대회는 고도(古都) 낙양에서 개최되며, 구월 초하룻날 시작해서 이레 동안 이어진다고 했다.


그 소식이 사실이라는 것처럼 낙양 근교에 엄청난 수의 인부들과 스님들이 몰려들어 공사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무림에 떠돌기 시작했고, 조만간 최소한의 자격을 선별하기 위한 시험이 열릴 것이라는 소문이 겹치자 낙양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남성주와 정왕은 비무대회가 시작하기 전에도 낙양의 상권이 급격하게 호황을 이루자 입이 귀에 걸렸다. 하지만 무법자인 무림인들이 들끓었기에 몸살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루가 멀다고 시비가 붙어 싸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객잔의 기물 파손 등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지자 승선포정사사와 제형안찰사사의 모든 인원이 부리나케 움직여야 했다.


그것도 모자라 낙양과 정주의 무관이 문을 닫고 낙양으로 몰려와 치안 유지에 힘써야 할 지경까지 사태가 심각해지자 소림은 나한전의 나한들을 투입함과 동시에 소란을 일으킨 자는 누구든 참가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선언이 효과가 있는지 순식간에 사건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혈기왕성한 무림인들이 한 도시에 모여 있는 만큼 완전히 사라질 수만은 없었으며, 그때마다 나한들이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나한전과 속가문파의 도움 덕분에 낙양이 한층 평화로워졌지만, 상문은 작금의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첫 번째로는 법호의 수련이 덜컥 멈췄기 때문이었다.


구화산에서부터 외공의 기초를 다시 다지기 시작한 법호는 소림으로 돌아와 나한권과 나한기공에 매진하며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갑작스러운 소집을 받아 나가자 상문은 법호의 봉양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한 기분이 들어 살짝 서운했다.


두 번째로는 빈번하게 찾아와 공천의 술독을 비워대는 현사 때문이었다.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꼴로 찾아와 공천이 만들어놓은 소림오권의 해석본을 보고 조언을 해주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빈손으로 와서 저녁을 얻어먹거나 술독을 비우는 것은 썩 달갑지 않았다.


마지막으로는 현사보다 자주 찾아와 비무대회에 참석하기를 종용하는 일대제자들 때문이었다.


“단순한 비무대회가 아니라 세간에서는 무림대회라고 한다. 그만큼 규모가 커졌으니 네가 나서서 사형과 사질의 성과를 보여주면 두 사람이 얼마나 뿌듯해하겠느냐.”


“방장께서도 내심 네가 나서서 소림의 위상을 드높이길 원하고 계실 텐데 빨리 확답을 드리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공천 역시 내심 상문이 명성을 드높이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구화산에서나 소림으로 돌아와서나 너무 자기들에게 얽매이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웠는지 네 판단에 맡기겠다는 말만 할 뿐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물론 일대제자들 역시 상문을 설득하려면 법호와 공천의 허락을 끌어내는 것이 최선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법호는 낙양에 가 있는 데다가 공천에게 껄떡거렸다간 본전도 찾지 못하고 물러나야 할 수도 있기에 쉬이 도전할 생각조차 못 했다.


그 외에도 공륜이 있었지만, 차라리 공천을 설득하기가 더 쉬웠기에 엄두도 내지 못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일대제자들에게 현사가 슬그머니 다가갔다.


“너희 셋이 술 한 동이씩 사 오면 내가 묘책을 하나 알려주마. 물론 내가 술만 받고 입을 싹 닦을 수도 있으니 너희들은 내 계책이 통하는지 확인하고 통하면 술을 내게 넘기면 된다.”


못 미덥기로 유명한 현사였지만 일대제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제안을 수락했고, 현사는 그날 바로 아껴뒀던 술 한 병을 들고 와서 공천과 대작했다.


“소림오권을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힘들 텐데 사질들이 여길 들쑤시니 제법 불편하겠구나.”


술을 많이 마실 뿐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낙양에 가 있는 법호에게도 신경 써주며 얌전하게 지내는 현사였기에 공천은 별 의심 없이 술을 받았다.


“괜찮습니다. 저나 호야나 사문에서 이렇게 큰 기대를 받은 적이 없는데 문이 덕분에 체면이 살고 있습니다.”


대놓고 표현하진 않았지만, 상문을 설득하러 온 사제들을 보며 공천은 내심 즐거웠다. 자신이나 법호나 사고 치거나 잘못해서 불려가는 일만 많았지 사문이 필요로 한 적은 극히 드물었고, 이렇게 기대를 받은 적은 없었기에 심히 만족스러웠다.


“그래도 녀석들이 너무 자주 오는 것 같은데 내가 한 소리해줄까? 나까지 나서면 적어도 여기에선 설득하려 들지 않을 텐데 어때? 올 때마다 술을 얻어 마시고 있는데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현사의 제안이 달갑긴 했지만, 공천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문이가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릴 생각입니다.”


자신만 생각하자면 암자의 주변이 조용한 편이 좋았다. 하지만 현사와 맞먹을 정도로 강해진 상문이라면 앞으로도 이런 일을 수도 없이 겪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때마다 자신이나 법호가 나설 수는 없으니 이런 기회를 통해서라도 상문이 선택하는 법을 배웠으면 했다.


“으하하. 사조는 사손을 끔찍하게 여기고, 사손은 사조를 끔찍하게 여기는구나. 하긴 상문이의 명성이 오르면 오를수록 상문을 키워낸 너희 둘의 명성도 오르겠지.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술이나 더 마시자꾸나. 하하하. 오늘따라 술이 아주 맛있구나. 한잔 더 해라.”


평소와 다르게 얌전한 공천과 마찬가지로 현사 역시 평소처럼 비아냥거리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현사는 호탕한 웃음과는 반대로 내심 색다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열심히 듣고 있구나. 좋아. 잘하면 내일 당장 술을 세 동이 얻을 수 있겠어. 한 병으로 세 동이라니 이렇게 남는 장사가 또 어디 있겠냐.’


현사의 흑심과는 다르게 상문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굳혔다. 상문이 일부러 들은 것은 아니지만 술로 인해 목소리가 커진 두 사람의 말이 자연스럽게 들렸다.


‘내가 거절한다고 하셔도 사숙조들께서는 계속 찾아오시겠지. 그렇다면 빨리 승낙하고 조용한 환경으로 되돌리는 편이 좋겠어.’


지겹도록 찾아오는 사숙조들의 행렬은 어마어마한 압력이나 다름없었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어도 상문도 조금은 부담스러웠기에 마음을 굳게 먹자 답답하던 가슴이 홀가분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명성이 오를수록 두 분이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처음 알았네. 그렇다면 이번 대회에서 조금 힘을 내볼까.’


지금까지는 나갈 이유도 없었고, 나간다고 한들 동기부여도 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우승했을 때 자신의 명성이 높아지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두 분의 명성이 올라가는 것만큼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렇기에 상문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우승하겠다며 마음을 다잡았고, 다음날도 어김없이 찾아온 일대제자들에게 출전하겠노라 선언했다.


일대제자들은 기뻐하며 그 소식을 공법에게 전달하기 위해 빠르게 되돌아가다가도 전음을 받고선 쓰게 웃었다.


‘술 세 동이 기대하마. 요즘 혀에 살이 쪘으니 좋은 거로 구해와야 할 것이야.’


작가의말

덕분에 200화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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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217화 +4 21.03.26 1,870 3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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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215화 +2 21.03.24 1,876 33 13쪽
214 214화 +2 21.03.23 1,809 35 13쪽
213 213화 +2 21.03.22 1,829 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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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208화 +4 21.03.15 2,019 34 13쪽
207 207화 +4 21.03.12 1,928 40 13쪽
206 206화 +4 21.03.11 1,829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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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203화 +2 21.03.08 1,930 3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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