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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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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알신더
그림/삽화
경배
작품등록일 :
2019.07.16 21:08
최근연재일 :
2021.05.21 20:00
연재수 :
2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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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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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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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18화

DUMMY

장도풍과 구촌 낭인대는 상문과 헤어지자마자 소주로 향했다. 상문이 없음에도 하루에 여섯 시진씩 움직였기에 이레 만에 소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장표국을 찾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


소주가 넓은 데다가 표국이 난립해있기에 소장표국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게다가 상문의 의형제 혹은 형제가 속해있는 표국이라면 강소성 전역은 몰라도 소주에서는 유명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소장표국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중소표국이었기에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실례하겠습니다만 저희 소장표국에는 어쩐 일로 방문하셨습니까?”


그렇기에 스무 명이 넘는 그들이 소장표국 앞에 도착하자 문지기는 긴장했다.


앞으로 나선 고우정은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가다듬고선 정중하게 포권했다.


“선약도 없이 찾아뵙게 된 점은 죄송합니다. 저희는 산서성에서 주로 움직이는 구촌 낭인대라고 합니다. 저희가 모시던 분께서 여기서 뵙자고 하셨기에 부득이하지만 이리로 오게 되었습니다.”


구촌 낭인대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지만, 이는 자신이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 여겼기에 문지기는 곧장 안에 연락을 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렸고, 훤칠한 청년 다섯이 나타났다. 그중 가운데 있던 청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오더니 고우정과 구촌 낭인대를 향해 정중하게 포권했다.


“소장표국의 소국주 소유택입니다. 손님을 밖에 세워두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우선 안으로 드시지요.”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중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는 말이었기에 고우정 역시 정중하게 화답했고, 구촌 낭인대 역시 포권으로 감사함을 전하고선 표국의 접객실로 들어왔다.


‘나도 참 많이 변했군.’


일련의 광경을 지켜보던 장도풍은 자신의 변화에 내심 놀랐다.


소유택과 고우정은 예의를 차린 것에 불과했지만 왈패시절의 장도풍은 기본적인 예의조차 낯간지러운 짓이라고 여겼기에 곧장 비아냥거렸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비아냥거리는 대신 묵묵히 고우정과 조헌을 따라 포권하는 등 사뭇 달라졌다.


물론 순식간에 제 목을 베어버릴 수 있는 고수들이 즐비하기도 했지만, 그의 기저에는 상문의 지인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심리가 깔려있었다.


그렇기에 나름대로 차분함을 유지하던 장도풍이었지만 고우정이 자신을 부르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보게. 아우! 정신 차리게나.”


어느새 접객실 안에 들어와 있었기에 깜짝 놀라며 주변을 돌아봤다. 그 많던 낭인대는 온데간데없어졌고 고우정과 조헌 그리고 소유택과 네 청년만이 접객실에 있었다.


게다가 갑작스레 제 이름이 불린 것만으로도 놀람이 가중되었건만 아우라는 말에 더욱더 놀랐다. 그래서인지 인사를 생각도 못 하다가 고우정의 엄한 눈빛을 받고 나서야 포권과 함께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신양에서 온 장도풍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러자 소유택은 마주 포권하며 인사를 받고선 자리를 권했고, 세 사람이 자리에 앉자 고우정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선 어찌하여 이곳에 오신 것인지 이야기를 듣고 싶군요.”


그러자 고우정은 다시금 소장표국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고, 소유택은 놀란 것인지 눈을 조금 크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희가 모시는 분께서 이런 말씀도 전하셨습니다. 가장 추운 날 태어난 막내가 형님들을 뵈러 간다고 하셨죠.”


이번에는 소유택의 뒤에 시립 해있던 내 사람의 얼굴이 놀람으로 채워졌다.


“자네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아하니 내 손님이 아니라 자네들의 손님이셨군.”


“그렇습니다.”


바로 옆에 있던 청년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유택은 환하게 미소를 짓더니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들의 손님이라면 내 손님이기도 하지. 소장표국의 소유택이 손님들을 환영합니다.”


그 말에 고우정과 조헌은 한시름 놓은 얼굴로 마주 감사를 표했다.


소유택은 네 사람에게 이야기를 나누라는 말을 건넸고, 밖으로 나가 빈객을 맞이하라는 명을 내리기 전에 세 사람에게 허리를 숙이며 다시금 환영했다.


갑작스레 소유택이 나가자 잠시 적막이 감돌았지만, 상춘이 앞으로 나서서 허리를 꾸벅 숙였다.


“저는 상춘이라고 합니다. 사계 형제 중 맏이입니다.”


네 사람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고우정과 조헌은 정말 극진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장도풍 역시 두 사람을 따라 허리를 깊이 숙였다. 네 사람은 너무 과분하다며 손을 내저었지만 고우정은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그분께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은혜를 입었습니다. 한데 그분의 의형들께 무례를 범할 수는 없습니다.”


상문이 들었다면 고개를 갸웃할 만큼 지극정성이었지만 조헌과 장도풍 역시 같은 생각이라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기에 네 사람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계 형제는 기회만 찾아온다면 언제라도 설득해서 과례를 물릴 생각이 가득했고, 고우정은 속으로 한숨을 쉬더니 선수를 쳤다.


“저는 황태후의 의뢰를 받고 소림의 산문을 부수기 위해 소림에 시비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상문 스님께 잡혔지요.”


소림이 아무리 불문(佛門)이지만 산문을 부수려고 했던 고우정이 이렇게 멀쩡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기에 장도풍을 제외한 다섯 사람의 얼굴에 경악스러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상문에게 신세를 졌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계기가 너무나도 터무니없었기에 조헌은 더욱더 경악했다.


“소림의 산문을 부수려 했던 제 배후를 캐지도 않으셨을 뿐만이 아니라 제 무공을 봐주셨습니다. 상문 스님이 아니셨다면 저는 여전히 갇혀있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소림은 바보가 아니었기에 주모자도 아닌 고우정을 평생 가둬둘 리는 없었다. 하지만 엄하게 본보기를 보여야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십 년 정도 불목하니 노릇을 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고우정은 상문 덕분에 법호와 공천의 눈에 들 수 있었고, 상문이 만행을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려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고우정은 상문에게 커다란 은혜를 입었다고 여겼고, 장도풍에게 말한 것처럼 상문을 스승으로 여겼다.


“저 역시 비슷합니다.”


고우정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자 장도풍이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저는 원래 왈패입니다. 스님께 덤벼들어서 명성을 올린 다음 고향으로 돌아가 새로운 패거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스님께서 제 용기를 가상하게 여기셔서 무공과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가르쳐주셨습니다.”


물론 사주를 받고 상문에게 덤벼든 것이었지만 적어도 상문에게 했던 말만큼은 지키고 싶었기에 여전히 장도풍이라는 이름과 신양 출신임을 말했다.


하지만 속내야 어떻든 간에 장도풍 역시 상문에게 구원받고, 가르침을 받았다는 사실만큼은 사계 형제에게 충분히 전달되었다.


“과연 그렇군요.”


사계 형제는 경계를 완전히 푼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들이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믿을 수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문 스님께서는 어디로 가신 겁니까?”


이들도 무림에 발을 걸치고 있는 만큼 상문의 소식을 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들만 따로 온 것은 상문이 일점홍과 맞붙으러 갔다는 소리나 다름없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예측이라고 여겼기에 상하가 질문했다.


“역수채로 향하셨을 겁니다.”


너무나도 예상대로의 대답이 나오자 네 사람은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무거워진 분위기를 풀지 못한 채 네 사람은 일이 생겼다는 소유택의 말을 따라 방을 나섰고, 세 사람 역시 배정받은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수련을 게을리할 수는 없기에 고우정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와 수련을 시작했고, 장도풍 역시 슬그머니 나와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마보자세를 잡았다.


열심히 검을 휘두르며 상문에게 배운 것을 복기하던 고우정은 땀을 뻘뻘 흘리며 버티고 있는 장도풍을 보더니 검을 집어넣고 바닥에 발자국을 남기기 시작했다.


한 번만으로는 상문처럼 깊은 족적을 남길 수는 없었기에 가볍게 보법을 펼친 다음 바닥에 남은 족적을 진하게 만드는 작업을 반복하며 삼재보법의 족적을 만들어냈다.


“숨을 충분히 골랐으면 이리 오게.”


깔끔하게 족적을 만들어낸 고우정은 다리가 풀린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장도풍을 불렀다.


‘지금까지 신경도 안 쓰시다가 갑자기?’


갑작스럽게 부르자 당황했지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여겼기에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선 천천히 움직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평소였다면 기대라거나 혹은 불안함처럼 뭐라도 표현을 했겠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었기에 장도풍은 바닥에 생긴 족적을 발견하지도 못했다.


“이것은 삼재보법 중에서도 천보일세. 상문 스님께 석 달 동안 배운 것이지.”


피곤함에 몸이 먹혀 발버둥 칠 수도 없는 와중이었지만 상문의 이름이 들리자 장도풍의 눈에 생기가 살짝이나마 돌아왔다.


“스님께서 돌아오셨을 때 자네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는 편이 좋지 않겠나.”


꾸준히 수련하며 조금이나마 달라지고 발전하긴 했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진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스님께서 가르쳐주신 그대로 알려줄 테니 아우도 열심히 해보게나. 우선 천보가 무엇인지 알려주겠네.”


앞으로 나아가며 상대의 공격권에서 벗어나고 자신의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는 위치로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천보의 정수였다.


공격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만큼 간단한 것이 바로 천보였다. 그렇기에 고우정은 처음 천보를 배울 때 내심 업신여겼지만 간단함 속에서 심오함을 엿봤기에 꾸준히 수련하며 나날이 발전할 수 있었다.


“천보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세. 내가 찍은 족적을 보면 알겠지만, 너무 간단해서 보법이라고 말할 것도 없을 정도지. 하지만 천보는 상대가 공격할 때 나아가는 보법일세.”


이야기가 온전히 귀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중요한 것만큼은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장도풍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하려 노력했다.


“자네가 이를 악물고 공격을 피하며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과 비슷할 수도 있지만 확실하게 알려주겠네.”


고우정은 말을 마치자마자 족적 앞에 서더니 상문의 움직임을 최대한 따라 하며 천천히 천보를 밟아나갔다.


의식하지 않아도 묵직하고 단단한 상문과 비교하자면 부족했지만 고우정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웠기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선 장도풍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장도풍은 이것의 어디가 무공인지 알 수 없어 의구심이 가득한 눈으로 고우정을 바라볼 뿐이었다.


“처음엔 나도 자네와 같은 생각이었지. 하지만 자네가 직접 족적을 밟아보면 알 걸세.”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 장도풍은 고우정의 말대로 족적을 밟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단순한 움직임과는 다르게 족적은 신경 써서 밟지 않으면 발이 꼬일 만큼 기묘했기에 장도풍의 미간이 와락 찌푸려졌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무공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장도풍은 그 족적을 따라 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기 시작했다.


천보를 배우기 시작한 지 닷새가 지났고, 그동안 소장표국의 사람들과 친해지기는커녕 더욱더 데면데면해졌지만 장도풍은 왈패생활을 하며 그보다 더한 멸시의 시선을 받은 적도 많았기에 천보의 수련을 이어갔다.


고우정 역시 석 달 동안 배운 천보를 닷새 만에 익힐 수는 없었지만 간단하기로 소문난 삼재보법인 만큼 흉내는 낼 수 있었다.


“보법을 흉내 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세. 상대의 공격을 확실히 피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것임을 잊지 마시게.”


흉내가 아니라 어떻게 쓸지 중요하다는 말은 상문에게 배운 것이었다. 게다가 고우정의 채찍질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다리가 풀렸다고 칼에 맞아 죽을 생각이라면 포기하게. 아니라면 다시 일어서게나.”


엄하고 단호한 목소리에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나려던 순간 낭인 한 명이 뛰어오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스... 스님께서 오셨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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