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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역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알신더
그림/삽화
경배
작품등록일 :
2019.07.16 21:08
최근연재일 :
2021.05.21 20:00
연재수 :
2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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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96
글자수 :
1,561,292

작성
21.03.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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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
추천
33
글자
13쪽

199화

DUMMY

공법이 천걸개에게 서찰을 보낸 바로 그 날 천걸개가 공법을 찾아왔다.


“한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술을 달고 오지 않은 게냐.”


항상 술을 달고 사느라 주독이 올라 코끝이 빨갛기에 주홍(酒紅)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그 천걸개가 술을 갖고 오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사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공법은 일부러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풀었다.


“술맛이 뚝 떨어져서 선뜻 손이 안 간다. 그러는 너도 답지 않게 다구(茶具)에 먼지가 잔뜩 쌓여있구나. 차 맛은 마음의 맛이라며 언제나 변함없을 거라던 네가 마음의 변화라도 생겼냐?”


천걸개 역시 입이 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웠기에 곧장 맞받아쳤다. 공법은 천걸개의 말을 받아칠 수 있었지만 이렇게 일찍 소림에 온 이유가 궁금했기에 그냥 넘어갔다.


“널 부르려고 서찰을 보내긴 했지만 바로 올 줄은 몰랐는데.”


“서찰을 보냈다고? 총타에서 곧장 오느라 길이 엇갈렸나 보군.”


어리둥절하다는 눈으로 공법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천걸개는 서찰 한 뭉치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


“우리 애들이 중원 각지에서 보내온 정보다. 대부분 남궁세가와 그 방계의 움직임이지만 특이한 것이 있어 서둘러 가져왔지.”


그 말에 공법은 가장 위에 놓인 서찰을 집어 들었고, 천걸개는 그 서찰이 맞기에 고개를 끄덕여주고선 간단하게 부연설명을 시작했다.


“자네도 읽으면 알겠지만 남궁세가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해. 갑자기 사파를 포섭하기 시작한 것은 자네도 익히 알고 있겠지만 시작부터 사패련에 갔더군.”


사패련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보고서에 눈을 돌렸던 공법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렇게 읽다간 전부 읽는 데 온종일 걸리겠네. 내가 요약해서 설명해주자면 결과적으로 남궁세가와 사패련의 협상은 실패로 돌아갔어.”


실패로 돌아간 것은 다행이지만 남궁대정의 변화와 실패는 어울리지 않았기에 공법은 한층 더 어리둥절한 얼굴로 천걸개를 바라봤다.


“주홍아 너도 알겠지만 창천검협이 변했다. 지금까지 음지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양지만을 걷던 그 양반이 구파일방의 배제라는 패를 꺼내 들었어.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변해버린 그 양반의 첫수가 실패로 돌아갔다니 너는 말이 된다고 생각해?”


천걸개는 공법이 벌써 거기까지 생각했다는 점에 놀랐지만, 그 말을 듣고 보니 변모한 남궁대정의 일보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쉬이 믿을 수 없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들어온 정보는 남궁세가와 사패련의 교섭이 결렬되었으며, 남궁대정 그 양반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뿐이야. 나는 정보를 모으고 조합하는 데 소질이 있지만 그걸 바탕으로 계략을 짜내는 건 부족해.”


평소였다면 부족함을 인정하는 천걸개를 놀렸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기에 공법은 머리를 싸맸다.


그러다가도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는지 보고서를 뒤적거리다가 누가 사절단으로 간 것인지 보이지 않자 서찰을 덮고선 천걸개에게 시선을 옮겼다.


“설마 사절단을 수행한 인원이 누구인지 모를 리는 없을 테고.”


사실 몰라도 상관없었다. 개방에서 알아내지 못할 정도의 정보라면 남궁대정 본인이 사절단으로 갔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창천검협과 청안혈도가 맞부딪혔다는 이야기였기에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그리 쉽게 흘러갈 리가 없었다.


“성질 급하긴. 그 뒤의 보고서를 보면 알 걸세. 말해주려다가 흥이 깨졌으니 혼자 열심히 찾아보게나.”


이럴 때마저 성질머리를 부린다고 생각하며 눈살을 찌푸리던 것도 잠시 창천대주가 소가주 남궁호와 함께 사패련에 갔다는 정보를 보자 더욱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남궁대정 그 양반이 청안혈도의 성질머리를 모를 리 없을 테니 이 계획은 그 양반이 짠 것이 아니야. 그렇다면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지자(智者)가 있단 말인데.’


지금까지 공명정대한 길만 걷던 남궁세가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계책과 모략에 발을 담근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뭔데 그렇게 한숨까지 쉬냐.”


갑작스레 표정이 변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공법이 한숨을 내쉬자 천걸개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재촉해댔다.


“남궁세가에 책사가 있을지도 몰라.”


남궁세가와 책사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기에 천걸개는 순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완전히 헛된 말은 아니라고 여겼기에 잠시 고민했다.


“그래서 그 영감이 아니라 창천대주와 소가주를 보낸 거야?”


책략을 짜내는 머리가 없다고 말했지만, 개방 방주의 머리가 나쁠 리는 없기에 순식간에 그 의도를 알아챌 수 있었다.


“창천대주와 소가주라면 겉으로 봐선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궁세가가 사파에 내민 첫 손길로 적절하지.”


너무 과하지도 않은 데다가 너무 굽히고 들어가는 모양새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겉보기가 그렇다는 뜻이지 최선의 수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 책사는 무림인이 아니겠구먼. 아직 설립 도중이건만 같은 무림팔주가 있는 사패련에 격이 낮은 상대를 보내다니 무림인이 얼마나 자존심을 중히 여기는지 모르는 모양이야.”


그것이 아니라면 남궁세가만이 정의이며 정도를 걷는다고 생각하는 신출내기 책사겠지만 그런 인물이 무림맹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리가 만무했기에 그 가정은 금세 지워졌다.


“계책을 쓰기로 했지만, 여전히 창천검협은 창천검협인 건가. 아니면 이것도 계책의 일부인지 감을 못 잡겠네. 땡중아 더 생각나는 게 없냐? 괜히 더 불안해지기만 하네. 일단 정보를 쭉 설명해줄 테니 열심히 머리 굴려봐.”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모습이 정말 거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다가도 소림을 지키는 일에는 무엇보다도 정보가 필요하기에 공법은 천걸개가 모아온 정보를 보고 들으며 한참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더니 지필묵을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남궁세가는 칠대세가를 축으로 사파를 끌어들여 무림맹을 만들 생각일세. 그렇다면 사파의 맹주인 사패련과 손을 잡는 것이 필연적이겠지. 그렇다면 사패련이 직면한 골칫거리는 무엇일까.”


“용원표국이겠지. 불분명한 이유로 충돌을 벌였으나 빠르게 감정이 해소될 리는 없을 테지. 게다가 청안혈도와 해광삼절이 직접 부딪혔지. 청안혈도의 성격상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지보다는 결판내는 것을 원하겠지.”


무림에 알려진 독고단의 모습은 호쾌한 사파의 고수였다. 그렇기에 천걸개가 그리 말했지만, 공법은 고개를 저었다.


“알려진 것처럼 그리 호쾌한 인간이 아니야. 그런 모습이 사패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돼서 그런 성격을 드러낼 뿐 속에는 시꺼먼 구렁이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어. 몇 년 전에 등봉현에 왔던 것도 알고 있지?”


무림팔주의 정보라면 최우선으로 취급하는 것이 당연했기에 개방 역시 독고단이 등봉현에 와서 현사와 술을 마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 사백께서 약해진 모습을 보이셨더라면 그 인간은 그날 바로 싸움을 걸어서 무림팔주 최강의 자리를 차지했을 걸세.”


의형제까지 맺은 청안혈도가 설마 그러겠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사의 패악질을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청안혈도는 보기보다 영악해. 남궁세가의 책사도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청안혈도는 무인이지.”


“설령 계책이라고 할지언정 책사가 잘못 접근했다는 소리로구먼.”


그 말에 공법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가져온 정보를 쭉 보다 보니 남궁세가가 구파일방의 배제를 논함과 동시에 가장 먼저 사패련에게 접근했어. 이 사실은 사패련도 알기에 나름대로 조건만 괜찮다면 무림맹에 들어갈 생각을 했겠지.”


한 성에 머물고 있지만 사패련은 사파에서 가장 큰 세력이자 가장 강대한 세력이었다. 그렇기에 독고단은 사패련이 무림맹에 들어간다면 모든 사파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면 무림맹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창천대주와 소가주만으로는 청안혈도의 체면이 살지 않지. 그가 젊은 축에 속하긴 하지만 그래도 창천검협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무인이라 두 사람만으로는 설득하기 힘들지.”


차라리 독고단을 남궁세가로 초대했다면 일이 수월하게 풀릴 수도 있었겠지만 두 사람만으로는 부족했다.


“남궁세가의 책사가 뛰어나긴 하지만 무인이 아니라는 약점을 안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겠어.”


엄밀히 말하자면 소림 역을 비롯한 구파일방은 무림인이라기보다는 속세에서 한발 벗어난 수행자라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무림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점이나 자신을 수행자이자 무인이라고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달랐기에 그 틈을 노릴 수 있다면 충분했다.


“혼자만 생각하지 말고 나도 좀 알려줘. 앞으로 뭘 어쩔 생각인데.”


“뭘 어쩌긴. 우리는 무인답게, 구파일방답게 행동해야지. 지금까지 남궁세가가 했던 것처럼 정정당당하게 말이야.”


여전히 확실한 대답을 피하고 빙빙 둘러 말하는 공법의 태도가 짜증 났지만 그보다 궁금한 점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천걸개는 얌전히 공법의 말을 기다렸다.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남궁세가가 실족할 틈을 보여줬지. 하지만 남궁세가의 책사도 머리가 있는 만큼 앞으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세가 내의 무림인들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최소한 검토를 받을 테니 시간이 갈수록 우리에게 불리해지겠지.”


그렇게 된다면 남궁세가의 주도로 이뤄지는 무림맹의 창설은 점점 더 구체화 될 것이었고, 구파일방은 무림의 화제에서 밀려나는 것뿐만이 아니라 정말 산속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될 것이기에 천걸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소림은 무림맹 가입을 권하는 모든 이들을 쫓아냈으니 이제 와서 끼워달라고 말하기에는 모양이 빠지지. 그러니 소림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뚝심 있게 중립을 지킬 것일세.”


듣자 하니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무인답게 혹은 정정당당하게 행동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천걸개의 눈살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졌다. 그러자 공법은 혀를 찼다.


“누가 거지 아니랄까 봐 인내심이 부족하네. 얌전히 듣고 있어 봐.”


대놓고 타박하자 천걸개의 입술이 댓 발 튀어나왔지만, 공법은 못 본 척 하고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구파일방 중에서 제대로 의견을 표명한 것은 우리뿐이지. 개방을 비롯한 팔파일방에서는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았어. 하지만 남궁세가의 명분에 찬동하는 제자들로 인해 홍역을 치르는 문파도 제법 있다고 했었지.”


소림과 무당은 조용했지만 모든 문파가 조용한 것은 아니었다.


“화산과 종남 그리고 청성이 그렇지.”


비록 남궁세가와 사이가 좋진 않지만, 그보다 무당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 중인 화산과 같은 섬서성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가 화산과 경쟁하고 있는 종남 그리고 대쪽 같은 성정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청성 역시 남궁세가가 내건 대의명분에 찬동하는 제자가 많았다.


“우리도 다수는 아니지만, 의협이라면 개방이 빠질 수 없다며 불끈불끈 의욕을 드높이는 아이들이 제법 있지.”


그러자 공법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런 아이들이 많은 곳이라면 그리고 장문인이 그렇게 여긴다면 참여하는 걸세. 무림인이라면 무림인답게 자유롭게 행동해야지 않겠나.”


소림은 구파일방의 필두이자 무림의 태산북두라고 불리지만 소림이 구파일방을 전부 대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구파일방을 한 몸으로 생각하고 계략을 짜던 남궁세가의 입장에서 갑자기 화산이나 종남, 청성이 가입 의사를 표명한다면 혼란스러울 것이 분명했기에 천걸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으하하하. 좋구먼. 아주 좋아.”


한참이나 웃으며 박장대소하던 천걸개였지만 정작 소림이 뭘 할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에 슬그머니 공법의 옆구리를 찌르는 것처럼 은근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소림은 계속 손을 놓고 있을 겐가? 자네라면 뭐라도 할 줄 알았는데.”


“물론 나도 손을 놓을 리가 없지. 무림의 일로 사찰이 혼탁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전부 밀어냈으니 밖에서 일을 벌여야지.”


밖에서 일을 벌인다는 말이 불안하면서도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천걸개가 되묻기 전에 공법이 천걸개의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비무대회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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