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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대장 님의 서재입니다.

S급 범죄자로 환생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땅대장
작품등록일 :
2020.12.18 20:55
최근연재일 :
2020.12.29 18:29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1,652
추천수 :
37
글자수 :
68,176

작성
20.12.22 17:06
조회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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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정산

DUMMY

“으...으어 여기요. 살려...”


응? 살아있는 놈이 있었나?


하룻밤 사이에 신성력과 흑마력이 뒤엉키며 천계와 마계를 오가는 환경변화가 있었던 탓에 듀퐁의 가장 번화한 밤거리는 아수라장이 되어있었고, 아직 온기도 체 식지않은 망자들이 곳곳에 널부러져 있었다.


이 개판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와중 곧 꺼질 듯한 살아있는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어? 이 놈은?”


“으어어어...살려...주...어.”


가까이서 얼굴을 보니 기억이 났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이긴 하지만 내 대뇌의 데이터베이스는 내가 찍어두었던 이미지를 간단하게 떠올려 주었다. 나한테 새끼 새끼 거린 그놈이네?


뭘 먹고 불렸는지, 덩치가 오크 족장 만한 녀석이었고, 내가 가까이 가자 바닥에 배를 까고 쓰러진 채로 슬금슬금 기어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제발...살려...주세요.”


급하다고 존댓말 튀어나오는 거 봐라. 간절한 눈빛은 덤이었다. 힘겹게 고개를 돌리며 좌우를 가리키는데 그곳에는 이미 생을 마감한 녀석도 있었지만, 아직 숨이 붙어있는 그의 부하들이 점점 약해져 가는 숨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었다.


분명 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다 죽어가긴 하지만 아까 그 휴롱이라는 아재가 날 막으러 오는게 급했는지 뒤처리를 제대로 안 한듯했다.


“야, 일단 이거 놔봐 피 묻어!”


이미 잔뜩 묻은 게 피였지만, 내 바짓가랑이를 잡은 손을 떼어내고자 아무말이나 내뱉고 다리를 흔들었는데, 악력이 보통이 아닌지 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놈은 손을 절대 놓지 않았다.


“아 쫌! 놓으라고!”




순간 화가 뻗쳐서 오러를 일으켰는데, 다리가 빠지면서 발끝이 턱을 강타했고, 녀석의 고개가 앞으로 푹 숙여졌다.


“야야!...순 쉬어 숨!”


사실 원래 한 두명 정도는 살려놓고 놈들을 털 때 쓸 길잡이로 삼을라 했던터라, 싹 다 죽어버린 줄 알고서 고민하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이들을 살릴려고 마음은 먹고 있었다.


다만, 좀 기억나는 녀석이었길래 골려주고자 뜸을 좀 들이고 있었는데 기절해버리다니...나는 괜한 수고를 만들 것에 작은 한숨을 내쉬고 곧바로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촤앗!”


***


범죄조직들 사이의 대규모 세력 다툼 다른 도시들이었다면, 도시 전체에 파문이 일어날 정도의 큰 사건이었을 테지만, 듀퐁시는 그런 풋내나는 도시가 아니었다.


애초에 하루걸러 하루꼴로 군소조직들간의 크고 작은 다툼이 벌어지는 곳이었고, 특히 이번 푸른 달과 데스 스컬 사이의 만남은 예고된 일이었고 두 조직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밤사이 거리가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일이었다.


비록,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예상보다 전투가 남긴 여파가 크긴 했지만, 거리에는 온갖 건설장비와 건축용 기가스들이 빽빽이 들어서 복구 작업에 한창이었기에 파괴된 공간은 금방 재건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작 사람들이 놀란 부분은 따로 있었는데, 모두가 가볍게 푸른 달을 제압하고 이 듀퐁의 패권을 거머쥐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데스 스컬이 하룻밤 사이에 전 조직원이 몰살당했다는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두 조직 간의 충돌이 있고 난 후 며칠이 지나가는 상황임에도 데스 스컬 산하에 있는 조직들까지 잠잠하니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제 데스 스컬이 사라졌으니 모든 사업들을 자신들이 관리하겠다며 이미 활개를 치고 다녀야 할 녀석들이었다.


조직을 크게 키울 절호의 기회였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재앙으로 인해 그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여기 숨어서 다들 뭐하시나~?”


“헉!”


혹시나 충돌이 일어나서 그 여파에 불똥이 튀길까 하는 걱정 때문인지 전투가 벌어졌던 거리는 눈에 보이는 인적 따윈 없었지만, 그렇다고 구경꾼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전투가 시작되기 전부터 숨어있는 구경꾼들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고, 금방 상황을 정리하고 그들에게도 인사를 하러 가려고 했지만, 전투가 길어져 예상 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너네 뭐하는 놈들이냐?”


“어떻게 알고 여길?”


내가 등장하자 화들짝 놀란 녀석들이었고, 빛 한점 없는 어두운 골목에는 셋 정도 되는 무리가 숨어있었고, 양옆에 위치한 건물의 지붕에도 숨어있었는지 위에서 칼을 뽑는 소리도 들려왔다.


“질문은 내가 하니까, 대답만 해라. 연장은 죽기 싫으면 집어넣고, 알겠냐?”


“히끅! 옛!”


방금 벌어진 전투를 관전하며 내 신위를 보았기 때문인지 약간의 살기를 더해 말하자 우두머리들로 보이는 세 명의 사내가 잔뜩 기합이 든 채로 대답했다.


“기합 맘에 들어 좋아, 일단 통성명부터 해봐!”


대답을 들을 준비가 되자 나는 녀석들의 정체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넷! 저는 세븐스타라는 작은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한센입니다.”


“저 또한 피어스 타이거를 운영하는 막스입니다!”

“네! 저는 블랙베어의 쟌입니다.”


칠성에, 맹호에, 흑곰이라니...아니 범죄조직 이름 이렇게 짓는 건 어느 세계건 이게 국룰인 건가?


“저...맘에 안드시는 거라도 있으신지...”


내가 인간이 갖는 작명 센스의 한계를 목도하며 인상을 찌푸리자 칠성파의 한센이 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됐고! 그게 다야?”


“아! 저희는 모두 데스 스컬의 산하에 있는 조직입니다.”


듀퐁의 밤거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고, 도시의 패권이 넘어가는 날이니만큼 데스 스컬의 산하에 있는 조직이긴 하더라도 만에 하나라는 사태를 대비하여 이들은 이렇게 무장된 병력을 동반한 채로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것이었다.


“그렇단 말이군. 그래서 구경들은 잘했나?”


“예? 아니닙니다! 저희들은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그치?”


“어어어 그렇지.”


“그럼그럼!”


내가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녀석들에게 물었고, 놈들은 마치 말을 미리 맞춘 듯이 비슷한 대답을 늘어놓았다.


“아니 뭐 본 건 상관이 없는데, 관람료가 발생해서 말이지.”


이어진 나의 말에 놈들은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쳐다보았다.


“저어기 보이는 시체들 있지? 그것 좀 깔끔하게 정리 좀 하자.”


일을 벌려 놓았지만, 혼자서 현장을 정리한다는 것이 귀찮기도 하던 차에 숨어있는 구경꾼들을 떠올렸고, 나는 정당한 대가를 놈들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몇 명 시켜서 저기 쓰러져 있는 녀석들도 좀 옮겨주고”


“...”


“대답!”


“네! 저희가 또 뒤처리 전문입니다!”


빠릿하게 대답을 마친 녀석들은 재빠르게 뒤에 흩어져 있는 부하들에게 손짓했고, 숨어있던 인영들이 튀어나와 현장으로 움직였다.


“아! 아직 잔금이 좀 남아서 곧 찾아 갈거니까, 일 벌리지 말고 얌전히 있어라.”


귀찮은 일을 해결하고 돌아서려던 나는 남은 계산까지 철저히 하는 것을 잊지 않으며 자리를 떠났다.


“양아치 새끼...”


***


그렇게 일단락된 전투를 뒤로하고, 며칠이 지나 푸른 달의 길드원들이 깨어났다.


루이네 일행이 옮겨지는 것을 따라 푸른 달의 본거지로 향한 나는 그동안의 여독을 풀기 위해 그곳에서 자리를 잡았고, 그동안 휴식을 취하며 그들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이 세계에 떨어지고 수용소를 탈출한 뒤에 처음 맞이하는 제대로 된 휴식이었고, 우선적으로 한 일은 샤워를 한 후 빌어먹을 빨갱이 옷을 벗어 던지고 정상적인 옷으로 갈아입는 일이었다.


그렇게 며칠간의 휴식을 취하던 차에 루이를 비롯한 길드원들이 의식을 찾으며 깨어났고, 루이는 깨어나자마자 나를 찾았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직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닌 모양인지 안색이 파리한 루이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딱히...그래도 좀 덜 나쁜 놈들인 것 같아서 살려 준거야.”


“그래도,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그럼 그 은혜를 갚을 수단은 좀 있나?”


대화라는 것을 하는데 있어서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분위기를 달구는 약간의 스몰 토크가 있기 마련인데, 사나이답게 나는 무작정 본론부터 시원하게 들이밀었다.


“여기입니다.”


나의 후진 없는 돌직구에 루이는 잠시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지하에 위치한 창고 앞으로 나를 인도했다.


마법적인 처리가 된 잠금장치에 루이가 손을 올리자 문이 열리며 창고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응?”


몰락해버린 길드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황금이 수북이 쌓여있는 그림까지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당장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사방의 면에 자리 잡은 책장과 그 안을 가득 채운 종이 책자들이었다.


“현금성 자산은 길드 운영비로 이미 다 소진한터라...”


실망이 가득한 내 표정을 감지했는지 루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허...”


이 새끼...어쩐지 생각보다 쉽게 뭘 내준다 했더니 믿는 구석이 있었구만! 아...이번 뽑기는 실패인 건가?


“푸른 달이 도둑 길드라는 간판을 달고 있긴 하지만, 사실 저희는 정보를 취급하는 정보상인 입니다.”


아~그 뭐냐 술집 바텐더에게 다가가 ‘달이 붉게 물든 날 묽혀둔 술로 부탁하지.’같은 대사를 치면 비밀의 문이 열리는 그런 걸 말하는 거냐?


“저희가 수집한 정보를 모두 정리해 둔 것입니다.”


“그래, 어디 보물인지 아닌지 한번 보자고.”


정보 다루는 이들에게 어찌보면 황금보다 귀중한 것이 가치있는 정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 소중한 것을 공짜로 내게 보여주겠다는 것이었기에 나는 속는 셈 치고 책장으로 다가갔고, 루이의 안내에 따라 책장을 살파기 시작했다.


“괜찮은 게 보이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꺼내드리겠습니다.”


과하게 정중한 루이의 태도에 위화감이 들었지만, 가볍게 무시한 채로 천천히 꽂혀있는 책자들의 제목을 읽어나갔다.


디안테 팔렌 주 국회의원의 사생아, 루칸 공업사의 비밀의 방, 슐츠 백작 부인의 은밀한 사생활...이런 거는 왜? 성인용 로맨스 소설을 잘못 꽂아논 건가?

중간에 지뢰가 있는 듯 했지만, 다시 차분하게 책자들을 훑어나갔다.


“서대륙 마스터 랭킹북.”


“역시 관심을 가지시는군요. 저희 푸른 달이 주기적으로 진행하던 사업입니다. 대륙의 강자들을 파악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거든요.”


내가 관심을 보이자 루이의 설명이 이어졌고, 책장에서 곧바로 꺼내 그것을 펼쳐보였다.


“1위는 당연하게도 루앙 자유국 기사협회 회장인 필립공입니다. 반론의 여지가 없죠.”


칼의 기억 속에도 그에 대한 존재감은 각인 되어있었다. 대전쟁 시기 수많은 하켄의 마스터들이 그의 손에 아작이 났지.


“이어지는 10위까지 중 5명이 루앙 기사협회 소속이죠. 아! 우리 하켄 공화국의 인물로는 유일하게 현 내무장관이자 하켄돌격대의 특무대장직을 맡고있는 루카스 장관이 3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3위를 제외하고 10위까지 중 5명이 루앙 자유국의 소속되어 있다니, 문득 그런 루앙에게 싸움을 걸어 대전쟁을 일으켰던 제국이 생각이 났다. 하켄제국 당신들은 대체 어떤 싸움을 하셨던 겁니까...


“다음으로는...”


이어서 랭킹북을 읽어내려가던 중 익숙한 이름이 내 시선을 멈춰 세웠다.


“루나?”


“붉은 마녀를 아십니까?”


알다마다 나에게 구원과 고생길을 동시에 선물한 여자를 어찌 잊겠는가...


“대단한 여자죠. 유일하게 여성 마스터로서 20위권 내에 랭크되어 있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소문이 무성한 여자입니다.”


“그래?”


역시 그때의 섬뜩함은 장난이 아니었어...굉장히 무서운 여자였구만.


“최근에는 레드스타에 몸담고 있다고 하는데, 아...그러고보니 칼 님이 처음에 입고계셨던 옷이... 칼 님도 혹시?”




괜히 아는 척했다. 이제 빨갱이로 오해받는 것은 지긋지긋했기에 나는 황급히 책을 덮으며 다음 책장을 살피는 척하며 옆으로 이동했다.


분위기 전환 삼아 꺼내볼 책자가 있을까 했지만, 흥미가 동하는 것은 없었고 어느새 대부분의 책자를 다 볼 수 있었다.


“이게 다야?”


내가 시큰둥한 목소리로 물었고, 루이는 당황한 듯 진땀을 흘리며 내 말에 답했다.


“맘에 드시는 게 없으셨나 봅니다...죄송하지만 이게 저희가 가진 전부입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듯 한껏 위축된 자세였지만, 어딘가 위화감이 가시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한번 둘러 보시는 게 어떠십니까? 분명 맘에 드시는 게 있으실 겁니다!”


놈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이런저런 말을 이어가는 와중에 나는 마나감지를 이용해 지금 있는 이 창고와 주변을 탐지해나갔고, 곧 이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윽! 왜...왜 이러십니까?”


곧바로 나는 검을 뽑아 루이의 목에 겨누었고, 놈은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그것이 연기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짐작한 나는 검을 놈의 목에 더욱 바짝 가까이대며 그에게 물었다.


“야 진짜는 어딨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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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범죄자로 환생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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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무모함의 결과 20.12.29 33 1 12쪽
12 악법의 탄생 20.12.26 46 1 13쪽
11 산하 길드 20.12.25 49 2 13쪽
10 예상치 못한 제안 +1 20.12.23 75 2 12쪽
» 정산 20.12.22 80 2 13쪽
8 리치 레이드 +1 20.12.21 93 2 13쪽
7 죽음에서 되돌아온 자들 +2 20.12.20 105 2 13쪽
6 대운 +1 20.12.19 129 2 11쪽
5 벽을 뚫다 +2 20.12.19 140 2 12쪽
4 누가 맘대로 튀래 +1 20.12.18 169 3 14쪽
3 위험한 녀석들을 만나다. +2 20.12.18 199 4 13쪽
2 운빨이란 이런 것 20.12.18 255 6 12쪽
1 S급 범죄자로 환생하다-Prologue 20.12.18 280 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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