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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대장 님의 서재입니다.

S급 범죄자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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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대장
작품등록일 :
2020.12.18 20:55
최근연재일 :
2020.12.29 18:29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1,664
추천수 :
37
글자수 :
68,176

작성
20.12.1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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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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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대운

DUMMY

듀퐁시의 밤은 그 어디보다 차갑고 매서웠다. 어느 곳이나 명암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일반적으로 빛이 어둠을 압도하지만, 이곳은 어둠이 빛을 잡아먹은 곳이었다.


하켄 공화국 내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도시이자, ‘어둠의 고향’라고도 잘 알려진 듀퐁시는 그 이명답게 공화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범죄가 시작되는 곳이었다.


그리고 현재, 원래도 조용할 날이 없던 이 도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도련님...아니 보스! 이제 결정하셔야 합니다.”


“삼일...아니 하루만 더 생각해보면 안 될까요?”


“시간이 없습니다. 놈들이 오늘까지 결정하지 않는다면 전쟁이라고 통보해왔습니다!”


“하...이 망할 시체 팔이 놈들”


해가 저물어가고 어둠이 찾아오고 있는 시간, 허름한 집기들이 내동댕이쳐져 있는 사무실에 앉아 깊은 고민에 빠진 이들은 한때는 듀퐁을 주름잡던 도둑길드 ‘푸른 달’의 어린 길드장 루이와 전대 길드장에 이어 그의 아들까지 보필하게 된 부길드장 휴롱이었다.


본래는 익스퍼트 최상급의 검사였던 전대 길드장이자 루이의 아버지인 듀란의 존재로 인해 압도적인 힘으로 온갖 범죄조직이 난립하던 듀퐁의 밤을 제압했던 푸른 달이었지만, 그가 갑작스러운 지병으로 죽고 나자 미리 정해져있던 것처럼 조직의 성세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달라진 국가 정세도 한몫했는데, 프란츠 정권이 들어서면서 강력한 공권력을 내세우며, 범죄조직들뿐만 아니라 민족수호당 외에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조직이나 단체라면 무조건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했고, 이는 그동안 중앙의 손길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던 듀퐁시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시장이 위축되는 만큼 그 안에 속한 조직 또한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데, 이해하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은 그다음이었다.


갑작스레 루이가 시체 팔이라고 언급하기도 한 데스스컬이라고 하는 흑마법사들을 필두로 하는 신생 조직이 세를 떨치더니, 푸른 달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미쳐 신경 쓰지 못했던 군소조직들을 규합하며 듀퐁의 밤을 장악해나가기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루이가 이끌고 있는 푸른 달까지 범하기 위해 그 손을 내밀고있는 상황이었다.


“아저씨, 정말 방법이 없는 거겠죠?”


“루이야...”


루이의 애처로운 물음에 휴롱은 길드장이라는 호칭 대신 친우의 아들이기도 한 조카의 이름을 힘없이 부르며 고개를 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어둠이 완전히 드리워진 밤거리였고, 본래라면 듀퐁시의 진면목이 여과 없이 드러날 시간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적막함만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크크크, 드디어 푸른 달 새끼들까지 우리 발아래 놓이는구나.”


“병신, 니가 다 처먹는 것도 아닌데 뭐가 좋다고 쪼개냐?”


조용한 밤거리였고, 일대의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은 곳에서 수십에 이르는 일단의 무리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무리의 맨뒷줄에 있던 말단 조직원 둘이 시시컬컬한 농담을 내뱉고 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데스 스컬이라는 가진 듀퐁시에서 새롭게 떠오른 실력자였으며, 원래라면 화려한 조명들이 빛나고 있어야 할 거리를 잠재운 장본인들이었지만, 이 거리를 관리하는 것은 이들이었기에 잡음 따윈 나오지 않았다.


“뒤에 조용!”


중요한 거래가 있는 날이 오늘 그 사실이 거슬렸는지, 4서클의 흑마법사이자 데스 스컬의 부마스터인 론이 기세를 일으키며 경고했다.


“히끅!”


“마스터, 도착한 것 같습니다.”


흑마법사 특유의 사이한 기운인 데다가, 경지의 차이조차 엄청났기에 기운을 직격당한 말단들의 몸이 석상처럼 굳어졌지만, 론의 관심은 거기까지였고, 기운을 거둬들인 후 눈앞에 보이는 상황을 차분히 그의 상관에게 보고했다.


“아아, 나도 보고 있어.”


각자의 무기를 든 수십의 무리에서 당당히 선두에 서있는 이 둘이 보고 있는 것은, 기골이 장대하다는 것 외에는 봐줄 것이 없는 젊은 청년이 이끌고 오고 있는 10명 남짓 되는 무리였다.


그들은 루이와 휴롱을 필두로 하는 푸른 달의 남은 조직원들이었다. 전성기 시절에는 100명이 넘어가는 조직원들을 보유하며 성세를 떨쳤지만, 세를 잃고 데스 스컬에게 그 자리를 내주게 되면서 지금의 초라한 모습이 된 것이다.


“어서 오시오!”


“클라크!!!”


마침내 마주하게 된 두 조직의 우두머리들이었지만, 두 사람 간의 온도 차이는 확연하게 달랐다.


“펜을 가지고 오셨나? 싸인 할 때 필요한데, 그 정도는 휴롱이 가르쳐줬겠지?”


“헛소리! 우리 쪽 제안은 약속대로 지켜지겠지?”


“아~ 그것 말인가, 물론이지!”


“만약 거짓이라면...”


“자자 걱정하지 말고, 피차 바쁜 몸이니 어서 싸인하고 마무리 지으세.”


루이는 음흉한 흑마법사를 끝까지 경계하는 듯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시간을 끌었고, 그런 루이를 클라크가 마치 어린 조카를 달래듯 계약서가 올려진 미리 준비된 테이블로 이끌었다.


“좋아! 싸인 연습했나? 멋들어지는군.”


“헛소리 그만하고 이제 볼일 다 봤으니, 약속이나 잘 지켜!”


“그러지, 그럼 악수나 하고 헤어지도록 할까?”


루이는 이 음흉한 자와 악수 따위를 하기싫었지만, 그래도 조직간의 거래현장에서 길드장으로서 마냥 어린애같이 틱틱댈 수는 없었기에 하는 수 없이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아! 그리고 그 약속 말인데, 그 쪽 부길드장은 우리가 아주 자알 모시도록 하지.”


“뭐? 그게 무슨 소리지?”


“아! 크큭 모르고 있었나?”


“무슨 소리 하는 거냐! 분명 우리가 내건 조건은 푸른 바다 주점과 그 일대 거리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을 텐데!”


푸른 바다는 푸른 달이라는 조직이 시작된 장소였으며, 현재도 길드 본부로서의 역할도 하고있는 장소였고, 그 일대에는 현재 남아있는 길드원들의 가족들이 거주하며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었다.


“응? 내가 들은 바로는 너희 부길드장이 내건 조건은 데스 스컬에서 자신의 간부 자리 보장과 3000만 게르트의 현금이었는데, 아니었나?”


“뭐? 부길드장!”


클라크가 한 말을 믿을 수가 없었던 루이는 직접 당사자의 말을 듣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고,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당황해하고 있는 길드원들 사이를 헤치고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는 휴롱이 있었다.


“미안하오, 길드장, 어쩔 수 없었소.”


“부길드장! 아니 휴롱 삼촌! 거짓말이지? 저 간악한 클라크의 술수일 거야 그렇지?”


당사자의 입에서 자백을 뜻하는 사과의 말이 흘러나왔지만, 루이는 울부짖으며 그 말을 부정했고, 화를 이기지 못한 채 무릎을 꿇으며 있는 힘껏 한 손을 들어 땅을 내리쳤고, 그 자리에는 작은 균열이 일어났다.


“미안하다. 루이야...”


루이가 분을 터트리며 물었지만, 휴롱은 처연하게 눈은 감은채로 똑같은 말을 내뱉을 뿐이었고, 루이는 그제서야 휴롱의 말이 진실임을 느꼈다.


“삼촌! 아니 이 개새끼야!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길드원들과 가족들을 팔아넘길 수 있어!”


“나는 가족이 없다.”


“그럼 나는? 나는 뭐야!”


“그리고 힘만 쎈 조카의 멍청한 행동에 질려버렸지. 미래가 안 보이지 않았어, 그뿐이다.”


“혼자 살자고 우리를 팔아넘겼구나!, 전부 저 배신자 휴롱을 잡아!”


가장 믿었던 이의 배신을 참을 수 없었던 루이가 명령했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조직원들 또한 분노에 몸을 맡기며 칼을 뽑아 들며 휴롱에게 달려들었다.


사악


“크억!”


“이리될 줄 알았지.”


하지만, 먼저 피를 보게 된 것은 휴롱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조직원들의 검술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 그였고, 길드장인 루이의 검술 스승 또한 그였다. 한 마디로 푸른 달에서 가장 강한 이는 그라는 말이었다.


“이익, 모두 내 뒤로 물러서!”


루이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자신 또한 전투에 참가하여 길드원들과의 전열 정비하며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움직였다.


“크하하하하하하, 집안싸움이 나고 말았구나.”


그런 그들의 모습을 의자에 앉아 마치 연극 관람하듯 지켜보던 클라크는 광소를 터트렸다.


“아주 좋구나, 좋아! 골칫거리들이 알아서들 싸워서 사라져준다니 이거 대운이 따라주는구나, 크하하하하하”


마지막 적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죽이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며 클라크는 다시 한번 광소를 터트렸고, 이번에는 그 뒤에 있던 그의 부하들까지도 합세하여 피를 튀기는 전투현장의 맞은편에서는 한바탕 웃음잔치가 벌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웃음 치료 현장을 연상케하는 웃음소리는 클라크가 앉아있던 바로 앞 계약서가 놓여있던 테이블 위로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굉음과 함께 테이블을 부수며 떨어지자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뭐야...론! 확인해봐.”


“네, 마스터.”


먼지가 앞을 가리고 있었고, 때문에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았기에, 론은 간단히 마나를 이용해 바람을 일으켜 먼지를 걷어냈다.


“이야~다들 모여있네, 이거 운이 좋은걸? 대운이 따라주네.”


먼지가 걷히자 데스 스컬 일당이 마주하게 된 것은 피가 잔뜩 묻어있고 팔에는 붉은 완장이 달려있는 옷을 입은 채 검 한 자루를 들고 있는 남자였다.


***

칼의 기억을 되짚어보며, 앞으로의 행선지를 고민하고 있던 나는 문득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자각 할 수 있었다.


돈이 없다. 당장 잠을 잘 곳도, 옷을 사 입을 돈도, 먹을 것을 살 수 있는 돈이 없다.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 나는 생각보다 출구가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우쭐해 있던 감정이 싸그리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범죄자였고, 탈옥수 신분이었다. 이 나라에서는 정상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없던 것이다.


인생 쉽게 가는 법이 없구만 정말


이제 빵에서 나왔으니 착실하게 살아보려고 했다고요. 왜 살면서 전과 1범은 보기가 힘들었는지 알겠네...


신이시여 길을 밝혀주소서.


사느냐 죽느냐의 중차대한 기로였지만, 읽을 수만 있는 메시지는 대답이 없었다. 혹시 내말을 못듣나? 소리 없는 CCTV로 보고 계신가요?


한 가지 떠오르는 손쉬운 방법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갈등한 이유는 한번 맛보기 시작하면 정말 손을 뗄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고, 나를 사이에 두고 천사와 악마가 계속해서 속삭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이 이어가며 길을 나섰고, 정신 차려보니 나는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 앞에 있었다. 도시에 들어서자 기억 속의 정보와 달리 도시는 매우 조용했다. 그러던 중 모여있는 사람들을 발견했고, 살펴보며 무슨 상황인지 대강 감을 잡은 나는 마음 속 갈등을 정리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그들 앞에 등장했다.


“누구냐!”


대가리로 보이는 놈이 꽤 하는 듯 보였지만, 그래 봤자였고, 그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또박또박 말했다.


“니네 가진 거 다 꺼내봐라.”


천사와 악마의 설전은 길었지만, 악마의 속삭임은 달콤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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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악법의 탄생 20.12.26 46 1 13쪽
11 산하 길드 20.12.25 49 2 13쪽
10 예상치 못한 제안 +1 20.12.23 7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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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리치 레이드 +1 20.12.21 94 2 13쪽
7 죽음에서 되돌아온 자들 +2 20.12.20 107 2 13쪽
» 대운 +1 20.12.19 131 2 11쪽
5 벽을 뚫다 +2 20.12.19 141 2 12쪽
4 누가 맘대로 튀래 +1 20.12.18 170 3 14쪽
3 위험한 녀석들을 만나다. +2 20.12.18 200 4 13쪽
2 운빨이란 이런 것 20.12.18 255 6 12쪽
1 S급 범죄자로 환생하다-Prologue 20.12.18 283 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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