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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대장 님의 서재입니다.

S급 범죄자로 환생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땅대장
작품등록일 :
2020.12.18 20:55
최근연재일 :
2020.12.29 18:29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1,665
추천수 :
37
글자수 :
68,176

작성
20.12.18 21:29
조회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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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위험한 녀석들을 만나다.

DUMMY

싸늘하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했던가. 나를 향해 걸어오는 붉은 머리의 여인의 검에 묻은 피와 그 뒤로 쓰러진 간수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지금 이 소란의 주범은 저 여성일 것이 분명했다.


나의 적들을 해치워 줬으니 아군에 가깝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왜일까, 지금 내게로 걸어오는 여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무언가 섬뜩했다.


무엇보다 강자의 분위기가 풍겨오는 것이, 나보다 최소한 한 끗발 이상은 강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렇다는 것은 나처럼 초인에 가까운 것이 아닌, 진짜 초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을 초월한 경지. 그렇다 그녀는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강자였다.


“안녕?”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그녀가 내게 인사했고, 나 또한 신사답게 레이디의 인사에 젠틀하게 대답했다.


“안녕하십니까?”


“칼 슈미츠?”


초면인 것 같은데, 반말 찍찍 내뱉는 것이 조금 거슬렸지만, 다행히도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강자의 냄새가 내 분노를 잘 조절시켜 주었고, 우리는 별 잡음없이 다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제가 칼 슈미츠가 맞습니다. 근데 누구신지?”


“아! 나는 레드스타 소속 4성단의 단장인 루나라고 해. 네 얘기는 많이 들었어.”


레드스타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알듯말듯한 네이밍이었다.


“레드스타?”


“아 잘 몰라? 희한하네? 우리 꽤 유명한 줄 알았는데...”


“그게 잘...뭐하는 곳인지?”


“우리는 인민의 해방과 자유를 위해 앞장서는 붉은 군대로서 저 더러운 돼지 귀족들과 자본가들을 썰어버리는 일을 하고 있지.”


붉은 군대라, 빨간 맛이 진하게 풍겨지는 네이밍과 인민이라니 이 두 가지 키워드를 입력하고 나서 잠깐의 로딩 시간을 거쳐 나온 아웃풋은 한 가지 결론을 내려주었다. 이들은...


“빨...빨갱...헙!”


너무 급하게 결론이 나온 탓일까, 뇌의 검열을 거치지 않은 주둥아리가 먼저 움직여서 빨갱이에게 빨갱이라고 지껄이는 우를 범할 뻔했고, 나는 황급히 양 손으로 내입을 봉인했다.


“뭐? 빨...뭐?”


“아하하, 아닙니다 아무것도, 훌룡한 일을 하시는군요.”


사악


전신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써 웃음으로 상황을 넘기려고 하는 와중에 그녀가 칼을 들어 휘둘렀고, 강철로 된 창살이 마치 두부 썰리듯이 잘려나갔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할 얘기도 있고.”


안 그래도 좀 꺼내줄 수 있냐고 물어보려던 참이었는데, 저쪽에서 먼저 해결해주어 나는 예상보다 쉽게 창살 밖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저기...꺼내주신 김에 이것도.”


한칼에 쿨하게 창살을 잘라버리고 뒤돌아서 있는 그녀를 불러 마나 억제 팔찌가 채워져 있는 팔을 들어 올려 보였다.


사각


피식 웃은 그녀는 검지를 들어서 오러를 입히더니, 마나 억제 팔찌를 손쉽게 잘라냈다. 신기에 가까운 마나컨트롤 이었고, 역시 온몸이 무기인 마스터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봉인되어있던 마나를 쓸 수 있게 되자 가볍게 힘을 끌어올려 보았다. 어찌 보면 처음 써보는 힘이었지만, 칼의 기억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전신에 마나를 회전시킬 수 있었다.


“다 끝났어?”


고맙게도 내가 잠시 힘을 갈무리할 동안 기다려준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네, 고맙습니다.”


“그럼 나가자,”


“그러죠.”


그녀가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먼저 움직였고, 마나를 움직일 수 있게 된 탓인지 나 또한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그 뒤를 따랐다.


***


하켄 공화국을 민족 수호당과 그 수괴 프란츠가 지배하게 되고, 리베라인들을 잡아 족치기 시작하면서 전국에는 그들을 가둬놓고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많은 수의 수용소들이 생겼는데, 칼이 갇혀 있던 에르겔 수용소도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비록 비교적 최근에 완공되어 그다지 많은 수의 리베라인들이 잡혀있지는 않았지만, 당국에서는 최신식 시설을 갖춘 이곳을 하루가 갈수록 더 많은 숫자가 체포되고 있는 리베라 반역자들을 잡아 가둘 새로운 거점으로서 주목하고 있던 곳이었다.


그런 곳이 지금 갑작스레 등장한 침입자들에 의해 불타고 있었고, 나를 위협하던 따발총을 든 간수 형님들은 빨간 천을 팔뚝에 두른 이들에게 쪽도 못쓰고 베여서 쓰러지고 있었다.


내가 루나의 도움으로 갇혀 있던 수용동에서 빠져 나와서 처음 본 광경은 불타고 있는 수용소와 그 위에서 날뛰고 있는 붉은 형님들이었다. 아마 저들이 루나가 말한 레드스탄가 뭔가하는 이들이리라.


그들의 신위는 생각보다 대단했는데, 간수들의 마탄 세례를 피하며 진을 형성해 효율적으로 탄막을 거둬내며 싸우는 모습들은 전투에 있어서 베테랑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개개인의 무력은 최소 익스퍼트라니 칼은 그들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잘들 싸우지?”


“네?네...그렇네요.”


“저들 모두 공장 노동자였어.”


“네?”


“그리고 대전쟁에 참여했었지.”


“아...”


제국이 시작하여 서대륙 전체를 전화에 휩싸이게 만들고, 결국 패배하여 제국이 무너지게 된 단초를 제공한 전쟁, 지금 열심히 칼을 휘두르고 있는 이들은 모두 그 악몽 속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이었다.


“전우들이지?”


“네, 제 전우들이네요.”


칼 또한 조국을 위해 대전쟁에 참가했고, 현재는 그 조국에 버림받았다. 지금 저기 있는 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전우들 또한 조국에 목숨을 바쳤지만, 조국에 외면당하고, 믿음을 배신당한 이들이었다.


“얼추 정리가 끝나가네, 내려가자.”


저들의 분노가 전해지는 것 같아, 잠깐의 감상에 빠져있던 사이 루나의 강력한 단원들은 어느새 상황을 종료시킨 뒤, 각자의 방에 갇혀 있던 수용자들을 빼내어 건물 바깥의 공터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공터에 모인 인원은 1000여명 정도는 가뿐히 넘어 보였고, 그들 모두가 나와 같은 리베라인 이었다. 거친 수용소 생활에 피폐해진 그들은 구출된 상황임에도 연신 불안한 눈동자를 숨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기 바빴다.


그런 그들 앞에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간이 연단이 놓였고, 그 위로 흑발 올백머리를 단정히 빗고, 안경을 껴서 굉장히 인텔리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젊은 청년이 확성기를 들고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자랑스러운 리베아인 동지 여러분! 우리는 배신당했습니다! 하켄의 영광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우리를, 프란츠와 공화국의 위정자들, 그리고 민족 수호당이라는 괴뢰도당은 제 권력을 위해 욕망을 위해 우리의 등에 비수를 꽂고 여러분을 개,돼지 취급하며 이런 냄새나는 우리에 처박아 두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나라를 지탱하던 여러분들을 이런 취급 하다니! 이 모든 것은 저 간악한 프란츠 그 미치광이 때문입니다! 모든 하켄인들이 그 미치광이에게 속고 있어요. 우리가 하켄을 구해야 합니다! 모두가 평등해야 할 하켄을 그자들이 망치고 있습니다! 함께 합시다. 나갑시다! 저희 레드스타가 앞장서겠습니다. 리베라 동지들이여 함께 싸웁시다!”


꽤나 장황한 연설이었음에도 듣는 리베라인들의 눈이 살아나고 당장 레드스타에 몸담아 나라를 뒤엎을 것처럼 불타오르고 있었다.


역시 맛 중의 맛은 빨간 맛이란 말인가. 흡입력 있는 연설이었지만, 전직 현대인으로서 이미 면역이 되어있어 홀로 다른 감상평을 생각하던 내게 루나가 다가와 물었다.


“어때?”


차마 저 친구 훌룡한 빨갱이네요. 라고 말할 수 없던 나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는 선택을 했다.


“이제 어쩔 거에요? 곧 주 방위군이 몰려올텐데.”


“도망쳐야지 저들과 함께.”


“1000명을 데리고요?”


“어, 가능해.”


그래 가능하겠지. 마스터니까. 그냥 한 번 물어본 거였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 그녀의 눈빛이 조금 끈적했거든.


주 방위군에서 얼마나 되는 전력이 올지는 몰라도 최대가 사단급일 텐데 그 정도 병력 가지고는 마스터인 그녀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전에 칼이 날뛸 때 그를 제압했던 그것들이 온다 하더라도 10기 이상이 아니라면 오히려 주 방위군이 전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


“건투를 빌겠습니다.”


“너도 같이 갈래?”


뭐지, 지금 스카우트 제안을 하는 건가.


“여기를 습격한 목적이 인원보충이었습니까?”


“부수적이긴 한데, 상부에서 너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접촉해 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콜?”


“죄송합니다.”


나는 정중히 고개 숙여 거절했다. 아무리 범죄자로 시작한 이번 생이었지만 이건 아니지.


“단호하네? 그래, 알았어.”


구해준 입장에서 내 단호한 거절에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데, 그녀의 대답은 쿨했고, 살짝 짓는 웃음은 덤이었다.


왜 웃는데, 섬뜩하게


“자, 이거 받아”


부하 1에게 손짓한 그녀가 무엇인가를 건네 받더니, 다시 그것을 내게 내밀었다.


“옷이랑 검이야, 그러고 갈건 아니잖아?”


지금 내 행색은 영락없는 탈옥수였고, 이대로 다니다간 하루 만에 다시 독방행일 것이 분명했다.


“고맙습니다. 너무 과분한 도움을 받았네요.”


“그냥 자그마한 호의라고 생각해 동족끼리의”


뭐? 동족이라고?


“자! 어서 가봐 이제, 언제 군바리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다고!”


머릿속에 든 의문을 내뱉기도 전에, 그녀는 급히 내 등을 떠밀었다.


암, 마스터 누님이 가라는데 가야지. 이제 슬슬 머릿속에 울리는 알람도 해결해야 했기에 나는 잠깐 든 의문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고, 마나를 일으켜 움직이자 금세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미켈.”


“네, 단장님”


“잘 지켜봐.”


“인민을 위해.”


“인민을 위해”


명령을 받든 부관이 떠났지만, 루나는 그쪽으로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고, 끝까지 칼이 떠난 방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수용소에서 꽤 먼 거리까지 달려왔다. 도움만 받아놓고 급하게 온 것 같아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뭐 언젠가 갚을 날이 오겠지.


그보다, 수용동을 빠져나오는 동안에는 긴장감 때문에 의식하지 못했던 메시지 울림이 긴장이 풀리고 다시 들리기 시작하자 그것부터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급했다.


그래서 급하게 달리고 달렸고, 수용소로부터 1킬로 미터쯤 와서 산길을 벗어나 눈앞에 잘 닦여진 가도가 보일 때 즈음 반가운 메시지가 머릿속을 울렸다.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성공에 따라 한 가지 재능에 축복이 내려집니다.]


이게 끝? 너무도 간단한 메시지에 이동하던 나는 도로 한가운데서 멈추어 서고야 말았다. 아니, 최소한 무슨 재능인지는 알려줘야 되는거 아니냐고오오


하느님, 아니 신님 이렇게 불친절하기 있습니까. 예?예?


잠시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히 없었다. 그래, 소통이 다이렉트로 되었으면 내가 S급 범죄자가 되었다가 아니라, SSS급 교황이 되었겠지.


꽤 달려오기도 했고, 멈춰선 김에 나는 잠시 주저앉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범죄자로 시작했기에 시작은 이미 존망, 그리고 지금 있는 곳도 나라 꼴이 점점 내가 알고 있는 악의 제국화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기에 스타팅 포인트도 홀리쉣이 따로 없었다.


생각할수록 가만히 있다가는 암울한 미래의 해일 속에서 쓸려 나가버릴 것 같았고, 무엇을 해야할지 떠오른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강해져야 한다.”


이미 전임자가 다져놓은 길이 있어, 인수인계를 받은 나의 무력은 세계 기준으로도 강자에 속했지만, 이 혼란의 마계에서 안전을 보장하기에는 약간은 모자란 감이 있었고, 그렇기에 완전한 세이프티 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그래 나는 마스터에 경지에 올라야만 한다.


쿵쾅 쿵광


그때 어디선가 강한 진동이 울렸고, 결연한 다짐을 한 내 심잠의 박동 소리인가 했지만, 그것은 아니었고, 무언가가 땅에 부딪히며 땅이 울리는 소리였다.


쿵쾅 쿵쾅


다시 일어난 울림에 나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쳐다보았고, 익숙한 인영들이 진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들은 1개 연대 정도 되어 보이는 주 방위군 행렬이었고, 그들 역시 나를 발견했는지 선발대가 빠르게 다가왔다.


“정지! 움직이며 쏜다, 신분을 밝혀라!”


“아...하하 안녕하십니까.”


“잠깐, 이 새끼 레드스타 옷을 입고 있다. 빨갱이야 잡아!”


갑자기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싶던 차에 왼쪽 팔뚝에 둘러싼 붉은 무엇인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이거 탈부착식이 아니었어?


이제와서 아니라고 잡아떼 봤자, 저들의 단단한 오해를 풀기란 요원했고, 그리 떳떳한 신분도 아니었기에, 나는 배은망덕하게도 이 옷을 전해준 루나를 향한 심심한 저주의 욕을 삼키며 그녀가 준 검을 뽑아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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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범죄자로 환생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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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벽을 뚫다 +2 20.12.19 141 2 12쪽
4 누가 맘대로 튀래 +1 20.12.18 170 3 14쪽
» 위험한 녀석들을 만나다. +2 20.12.18 201 4 13쪽
2 운빨이란 이런 것 20.12.18 255 6 12쪽
1 S급 범죄자로 환생하다-Prologue 20.12.18 283 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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