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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활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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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KA
작품등록일 :
2019.07.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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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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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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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305화

DUMMY

예상 외의 도피처가 언급되자 다들 놀란다.


“브라질?”


“남미의 그곳?”


“그래. 브라질.”


후지무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 처남. 그러니까 세츠코의 오빠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었지. 이 나라에서 부라쿠민으로 멸시받으며 사는 걸 견디지 못하고 이민을 가버렸다고. 처남이 정착한 곳이 바로 브라질이야. 유신 이후로 이 나라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브라질이나 페루, 칠레 같은 남미 국가들로 이주했어. 그곳에 정착한 사람들은 다 같이 맨몸으로 이역만리 타국에 왔기에 신분이고 뭐고 따질 이유도 여유도 없었지. 처남이 부라쿠민인지 아닌지 궁금해 하는 사람도 없었다더군. 굳이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고. 처남은 거기 리오데자네이루라는 도시에 정착하는 데 성공해 가족을 이루었고 장인, 장모님도 브라질로 데려오려 하고 있어.”


“그리고 거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곳이니······. 특무기관의 추적을 피하기도 용이하겠다!”


우에스기가 기뻐하며 맞장구를 친다.


“그래. 처남의 도움을 받는다면 신분세탁해서 잠적하는 건 물론이고 그곳에서 빠르게 정착해 그럭저럭 살아갈 수도 있을 거야. 이제까지의 인생과는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거지! 어때? 해볼만 한 도박 아냐?”


“그래. 이 꼴이 난 이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간간히 들었는데······.”


이때 쿠스노기는 “근데 거기 안 덥냐? 무지 덥다고 들었는데.”라고 한다.


이에 후지무라는 눈썹을 살짝 까닥인다.


“처남 말로는 사시사철 여름이야. 계절을 춘하추동이 아닌 건기와 우기로 구분할 정도지. 그래서 사람들이 빨리빨리 돌아다니지를 않고 점심나절에는 관공서건 가게건 다 쉬며 낮잠 시간을 가진다더군. 안그러면 거기서 힘 빠져서 못 산다네.”


“그 정도냐? 그래도 추운것보다야 나을 것 같기도 하고······.”


관동군에 배치된 후 만주의 살을 에는 추위에 살이 떨리던 그였던지라, 매일매일 더운 곳에서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에스기의 얼굴이 흐려진다.


“근데 네 처남, 거기서 뭐 하며 먹고 산다냐?”


“식료품점 하나 열어서 살고 있지. 그렇게 큰건 아니야.”


“아······. 그래······. 식료품점······.”


우에스기 중위는 다시 암담해지는 느낌이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임관하여 만주사변에서 공을 세웠다. 만주사변의 성공으로 육군의 위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지금 장교라는 자리는 다이쇼 시대와 비교하여 강력한 선망의 대상이자 사회의 기득권으로 편입될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 우에스기는 그 위치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만으로 삶의 즐거움을 느끼던 차였다. 그런데 브라질로 도피하게 되면, 그가 누려왔던 모든 것이 다 물거품이 되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하면서도 막상 그럴 기회가 오니 망설여지기 시작한다. 비록 친구들과 함께 도피한다 하지만 브라질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없다.


후지무라는 친구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 잘 안다.


“이제까지의 세월이 다 허사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나도 답답하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는 건 잘 알잖아? 솔직히 지난 사변 자체가 육군성과 참모본부의 허가 없이 이타가키 대좌님과 이시와라 중좌님 등 몇몇 사람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거였어. 성공했으니 다들 애국했다고 찬양하고들 있는 것이지만, 실패했다면 우리는 작년에 모두 군문에서 쫓겨났을 거다. 그때 군경력 끝날 거 지금 끝났다고 생각하자. 그래야 편하다.”


“네 말대로라면 말이야······.”


쿠스노기 중위가 입을 연다.


“그럼 우린 작년에 뭐 한거냐?”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후지무라 중위는 솔직한 말을 하려다가 잠깐 망설인다. 하지만 바로 하고 싶은 말을 해 버린다.


“군법을 어긴 하극상 행위를 저지른 거다.”


그 말에 가만히 앉아 머리를 수그리고 있던 아오야기 중위가 고개를 번쩍 처든다.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이 떨린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다시 얼굴에서 힘이 풀리며 고개를 수그린다.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대체 세상 어느 나라 군대가 정식 전쟁상태도 아니고 상부의 지시도 없었는데 참모장교 몇명의 결정만으로 타국의 국토를 공격해 점령한단 말이냐? 쑨원이 만주와 몽골이 한인의 땅이 아니라고 했던 걸 근거랍시고 갔다대며. 그럴 수 있는 군대는 오직 우리 황군 밖에 없을 거다. 우리 군이 그렇게 배우려고 한 독일군에서도 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어.”


그 말에 우에스기는 잔뜩 긴장한 채 연거푸 병실 문을 돌아본다. 쿠스노기도 마찬가지였다. 후지무라 중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나도 거침이 없어서 두려움까지 들 정도다. 이 말이 밖으로 흘러들어간다면 그들은 특무기관에 배치되어 해외로 도주할 기회조차도 잃게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비록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고는 하지만 우린 그때 이게 그 사람들의 독단임을 미리 고지받은 상태였어. 하지만 다가올 세계최종전쟁을 위해 만주에 이상국가를 만든다고 흥분해서 이게 하극상이라는 생각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있었지. 우린 하극상은 물론이고 이 나라를 어디로 몰고 갈지 모를 사변을 일으키는 데 자발적으로 가담했어. 그때 치렀어야 할 대가를 지금 치른다고 생각하자.”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렇게 생각 안했었어.”


우에스기 중위의 말이었다.


“알잖아. 나 속물인 거. 입으로는 나묘호렌게쿄를 호념하고 이시와라 중좌님을 떠받들면서도 그 오족협화가 달성될 리 없다고 생각했어. 당장 조선에서 내선융화란 것도 안이뤄지고 있는데 만주에 나라 하나 새로 만들어줬다고 그런게 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 난 그냥 나 답게, 천재 군략가로 칭송받는 이시와라 중좌님이란 끈을 잡으면 내 앞길이 탄탄대로일 거라 생각했을 뿐이야.”


“나는 저런 건 아니지만······.. 비슷해.”


쿠스노기도 어두운 얼굴로 말한다.


“난 솔직히 세계최종전쟁이고 뭐고 니치렌 대성인 말씀이고 뭐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서 그냥 듣고 그렇다고만 했어. 난 그저 만주를 차지하면 우리 일본이 강력해진다고만 알아서 그럼 좋은 거라고 나선 거야.”


“그래. 그래도 넌 다행이다. 테츠나 나처럼 희망이 완전히 박살나버린 건 아니니.”


그렇게 말하는 후지무라의 얼굴에 쓴웃음이 지어진다.


그 순간이었다. 모두가 화들짝 놀란 건 그때였다. 병실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 것이다.


“들어가도 괜찮겠는가?”


이시와라 중좌의 목소리였다. 이들은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고 대화한 거긴 하지만, 혹여 밖으로 새어나갔을까 바짝 긴장한다.


“괜찮습니다.”


후지무라가 말을 끝내자마자 이시와라 중좌가 들어온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것 같느니라. 귀관들의 담당군의관이 면회시간을 넘겼다고 채근하고 있노라.”


그리고 이시와라 중좌의 눈이 아오야기 중위를 향한다.


“아오야기 군은 이제 마음을 정하였는가?”


“소좌님······. 소관은······.”


아오야기 테츠오 중위는 잠시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그는 마음을 굳힌 듯 차분한 표정을 짓는다.


“소좌님의 제의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봉천특무기관에 정보요원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오오! 그리하겠는가!”


이시와라 중좌가 자애로운 웃음을 짓는다. 한때 아오야기 중위가 그렇게 갈구하던 모습이었다.


“본관은 귀관들의 결정을 극히 기쁘게 생각하노라. 본관은 귀관들이 혹여나 과도한 책임을 지었다고 생각하여 믿음이 흔들릴까 걱정하였는데 괜한 우려였도다. 귀관들은 다시 한번 우리 제국을 위해, 그리고 다가올 세계최종전쟁에서 서양의 패도에 맞서 동양의 왕도가 승리하기 위해 힘을 보태게 될 것이니라!”


후지무라는 이시와라 중좌가 자기들 말을 듣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다시 그의 열성적인 신도로 돌아온 것인양 말한다.


“중좌님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중좌님께 큰 폐를 끼쳤으나, 중좌님께서 다시 기회를 주셨으니 어찌 감격하지 아니하겠나이까? 분골쇄신하여 세계최종전쟁의 승리를 위해 분투하겠습니다!”


“훌륭하노라. 내 헌병 쪽에 귀관들에 대한 수사를 다소 부드럽게 하라고 전하겠노라. 아오야기 군 또한 헌병 쪽에서 편의를 봐줄 수 있도록 힘을 써 보겠으니 안심할지어다.”


이시와라 중좌는 그렇게 말하고 경례를 받는다. 그런데 자리를 떠나려고 발길을 돌리기 전, 다시 그들을 바라본다.


“앞으로 해군성의 조사관이 귀관들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니라. 그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본관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


그 말을 하는 이시와라 중좌의 눈은 일시적으로 날카로워진다. 물론 세 중위는 이구동성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좋으니라. 귀관들의 쾌차를 기원하겠노라.”


이시와라 중좌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병실을 떠났다. 아오야기 중위는 문 밖을 나가기 전 고개들을 돌려 친구들과 잠깐 눈빛을 교환하고는 중좌를 따라 나갔다.


“테츠가 그래도 마음 잡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쿠스노기가 침상에 몸을 누이며 한 말이었다. 아오야기 중위는 계속 망설이고 있었지만, 선택의 시간이 왔을 때 벗들의 뜻을 택하였다. 그들로서는 지극히 안심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느덧 소등시간이 되어 병실의 불이 꺼진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우에스기가 잠을 청하지 않고 투덜댄다.


“솔직히 근데 그냥 이렇게 튀어야 하냐?”


“그럼 뭐 방법 있냐?”


쿠스노기의 물음에 우에스기가 이를 간다.


“브라질로 안 간다는 게 아니야. 이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가버린다는 게 열받는 거지. 우리가 그렇게 일본을 뜨건 아니 그러건, 이시와라 중좌 나리나 여기 개입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없을 거 아냐?”


우에스기가 말을 하다가 자기가 흥분해 표현이 거칠어진다.


“우리도 솔직히 잘못했다 칠 수 있어. 그런데 아무튼 지시는 그 사람들이 내렸잖아? 지시를 이행한 우리는 해외로 도망가야 하는데, 그 인간들은 군에 남아 떵떵대며 잘 살겠지! 장군 소리, 각하 소리 들으며! 이게 말이 되냐? 우리는 도망자 신세가 되는데 그치들은 잘먹고 잘 산다니!”


“제기랄! 듣고 보니 그렇네!”


쿠스노기는 그 답게 듣자마자 같이 흥분해 버린다.


“우리는 토사구팽 안당하려고 그 먼 브라질까지 도망가는데 그 나리들은 아무 일 없다고? 아무 책임도 안 진다고? 열받아 죽겠네! 아오! 생각같으면 그냥!”


쿠스노기는 씩씩거리다가, 가만히 있는 후지무라를 본다.


“너도 열받고 있지?”


“그래. 하지만 지금은 생각 좀 해봐야 한다.”


후지무라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뭔 생각?”


그 말에 후지무라의 대답은 이리하였다.


“우리의 안전을 보장받으면서 이시와라 중좌님을 엿먹일 수단.”


그 말에 쿠스노기는 놀라서 말문이 막힌다.


우에스기 중위와 쿠스노기 중위의 분노 가득한 목소리를 듣던 후지무라의 가슴 속에도 불이 치솟기 시작했었다. 어둠 속이 아니었다면 친구들은 섬뜩할 정도로 굳어진 그의 표정을 보고 더욱 놀랐을 것이리라.


브라질로 도주할 계획에 사로잡힌지라 억울한 마음을 해소하는 걸 잊고 있었다. 우에스기가 분통을 터트리자 새삼 그 분노가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입으로는 멸사봉공을 말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그러지 않으려는 자들, 부하인 그들에게 모든 걸 다 떠넘기고는 책임 하나 지지 않으려는 자들. 그 자들이 관동군의 수뇌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출세할지도 모른다.


이런 자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 머나먼 타국으로 망명길에 올라야 하나?


저들에게 한방 먹여주지도 못한 채 그저 패배한 개 꼴을 한 채 도망자 신세가 되어야 하나?


후지무라 중위는 곰곰히 생각해 본다. 이대로 브라질로 가기에는 너무나도 억울하다. 반드시 뭔가 되갚아 주고 싶다. 그게 어떤 형태가 되었건, 그들을 현혹하여 이 길로 몰아놓은 이시와라 중좌와 여타 관동군의 수뇌들에게 심대할 타격을 가할 뭔가를 주고 떠나고 싶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


후지무라는 우선 내일 조사하러 온다는 해군성 조사관에게 모든 걸 다 털어놓아 볼까도 한번 생각해 봤었다. 육군에 불이익을 주고 육해군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을 건수를 노리는 해군성이 이 일에 관동군 수뇌들이 관여하고 있었다는 증언을 얻기만 하면 신나게 날뛸 게 분명하였다.


그러나 그랬다가는 그들이 해군형무소에 수감되거나, 아니면 어떠한 방법이건 쥐도새도 모르게 처리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절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나? 지금 당장은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봉천특무기관에 들어가 정보요원이 되어 해외로 파견나갈 때까지는 몸을 사리는 게 상책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대로 조용히 도주한다고 생각하니 속이 끓어오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후지무라 중위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어떤 수단을 써야 우리가 안전한 상태에서 놈들에게 엿을 먹이고 유유히 브라질로 사라질 수 있는가?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시원한 복수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었다.


후지무라는 그래서 기억을 되짚어 본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저들에게 복수할 단초가 될 뭔가를 떠오르기 위해 차근차근히 머릿속에 저장된 것들을 뒤돌아보기 시작한다.


무엇이 있을까?


내 기억 속에 저들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까?


그러기를 몇분 후, 후지무라는 갑자기 침상 위에서 상반신을 벌떡 일으킨다.


“그래! 생각났다!”


“뭔데?”


친구들은 후지무라가 또 무슨 뒷통수를 얼얼하게 할 정도의 계획을 세운 줄 알고 신나서 일어난다.


“그거 기억 나?”


“뭐가?”


“종로경찰서 갔을 때, 형사들이 우리에게 해준 말. 봉천특무기관이 아편거래하는 밀수조직과 연관되었다는 거!”


“근데 그게 왜?”


“그리고 이시와라 중좌님은 어떻게 특무기관이 중국 내 폭력조직들과 끈이 닿아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었지.”


“그래. 내가 생각해도 특무기관과 그 조직들은 아편거래로 맺어진 관계야. 그런데 그걸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우에스기의 물음에 후지무라가 의미심장하게 답한다.


“우리가 용산에서 열린 총독부 주최 위문행사에 참석했을 때, 사령관 각하는 이시와라 중좌님을 비롯한 소수 수행원들과 같이 총독과 따로 회동을 가졌어. 그리고 그 자리에는 비서실 소속인 신이치가 있었지!”


“잠깐. 이게 무슨 말이냐?”


쿠스노기는 친구가 밑도 끝도 없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눈만 멀뚱멀뚱 뜬다.


“분명 그 자리에서 아편거래에 관련된 대화가 나왔을 거란 말이야! 경찰이 특무기관의 아편거래에 대해 파악하고 있을 정도면, 이미 총독도 그 사안을 알고 있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거라고! 분명 그 자리에서 그 문제가 거론되었을 거야!”


“앗! 그렇군!”


우에스기도 쿠스노기도 친구의 발상에 놀라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쥔다.


“그 자리에 있던 신이치는 거기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잘 알거야. 그것만 정확히 알아낸다면, 나중에라도 놈들을 엿먹일 중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지 몰라!”


“오오! 그것만 알아낸다면!”


둘은 크게 기뻐한다. 브라질로 무사히 도주한 후 저들이 꼴사랍게 거꾸러지는 꼴을 소식으로마나 듣고 낄낄댈 수 있는 수단이 생길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의구심이 생긴다.


“근데 신이치가 우리에게 그걸 말해 줄까? 분명 함구령을 받았을 텐데.”


“음. 그건 확실히 문제다.”


그 말에는 후지무라도 바로 흥분이 가라앉는다. 관동군사령관이 총독과 따로 회동을 가졌다는 건, 새어나가면 곤란할 무언가를 논의했다는 말이다. 필히 동석한 인원들에게 그 대화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말라고 했을 터였다.


“하지만 시도를 안해볼 수는 없지. 최대한 설득해서 정보를 캐내야 한다.”


“어떻게 설득할 건데?”


“그건 지금 생각이 나지가 않아. 차차 생각해 보자고.”


후지무라는 그러고는 이제 몸을 뉘인다. 그의 머릿속은 미나모토 신이치 중위가 그 비밀대화 내용을 입 밖으로 꺼내게 할 방법을 찾느라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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