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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활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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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KA
작품등록일 :
2019.07.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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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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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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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313화

DUMMY

파리한 인상에 마르고 왜소한 체구를 가진 계요섭 목사는 안 박사가 교회당에 들어올 때부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극히 매서운 눈초리라 안 박사를 졸아들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안 박사는 그 눈에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돌린다. 그는 장례식이 시작되기 전 문상 자리에서 계 목사를 처음 보았었다.


안 박사는 계 목사가 딸 전아와 사이가 좋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계전아는 간간히 자기 아버지를 이렇게 헐뜯었던 것이었다.


“그 인간 엿 같은 꼰대새끼에요.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못하게 하고, 하고 싶은 말 다 못하게 하고! 맨날 말끝마다 성경 말씀, 예수님 말씀! 지겨워 죽겠어!”


계전아가 자기 부친에 품은 이런 감정은 안 박사도 놀라게 할 정도였다. 안 박사는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인데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말하려 했었다. 하지만 중국 전제주의의 영향 때문에 조선에서 부모가 자식을 억압하는 악습이 계속되고 있다 말해 온 자신의 연설들에 어긋나기에 굳이 뭐라 하지 아니하였었다.


계 목사는 목사 부인과 함께 눈물 젖은 얼굴로 문상객들을 맞이했었다. 얼마나 상심이 크냐는 문상객들의 의례적인 말에 고맙다고 손을 잡고 흐느꼈었다. 안 박사 또한 계 목사의 손을 잡았었다. 그 슬피 울며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에 안 박사라고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계전아를 자신이 그렇게 죽인 것과 마찬가지라는 명백한 사실이 떠오르자 긴장감이 심장을 옥죄었었다. 그런 자신이 죽은 이의 부친을 위로하려드는 것이다. 이 얼마나 끔찍한 아이러니인가.


그럼에도 기타무라 소좌의 광기어린 눈초리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자각이, 그리고 이 모든 게 다 저 더러운 짱꼴라들이 조선에 또아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식이 그 죄책감을 덮어 버렸다. 그래서 계 목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부의금 봉투를 집어넣을 수 있었다. 계 목사는 그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고, 자연히 계전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그저 일면식도 없는데도 선의로 문상을 온 여러 사람 중 하나로만 알았던 모양이었다. 안 박사는 그래서 문상을 마치고 교회당 밖으로 나와 예정된 대로 연설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계 목사가 갑자기 예정보다 일찍 추도사를 진행하겠다고 하여 들어가 보니, 분위기가 변해 있었다. 계 목사는 안 박사를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 눈이 너무나도 강렬하여 안 박사가 순간 교회당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갑자기 저 목사님이 왜 나를 이렇게 쳐다보는가? 설마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다. 내가 그 일에 개입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헌병들과 야쿠자들밖에 없다. 그녀의 아버지가 그걸 어떤 방도로 안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계 목사의 무시무시한 눈초리에 안 박사는 저절로 움츠러들고 떨리기 시작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잠깐 안 박사를 노려보던 계 목사는, 시선을 의자에 줄줄이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돌린다. 주로 교회의 신도들이거나 지역의 유지인 이 사람들은 교회당 건물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줄곶 이곳에 앉아 있었다. 경찰들의 대표격으로 도가와 서장이 앉아 있었고 다른 경찰들은 교회당 곳곳에 서서 무슨 불온한 말이라도 새어나오지 앉는지 날카롭게 감시하고 있다.


그들을 한 차례 돌아본 계 목사가 추도사를 시작한다.


“성도들이여, 그리고 여기 모여주신 모든 분들! 이 불초한 이의 불행을 위로하려 오 주시어 지극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애도와 위로의 물결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이 불초하고 못난 사람은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 외에는 여러분께 드릴 게 없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계 목사는 그렇게 추도사의 첫 운을 떼고는 고개부터 숙인다. 신도들이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그런데 계 목사는 다음 말을 시작하여 이렇게 말한다.


“성도 여러분. 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성경을 펼쳐 주십시오. 마태복음 22장 36절부터 40절까지 통독을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신도들의 얼굴에 잠시 의아함이 스쳐지나간다. 계 목사는 여러 차례 신도들의 상장례를 주관하며 추도사를 해 온 바가 있다. 그런데 감사의 말부터 먼저 한 뒤 갑자기 성경 구절부터 읽으라고 한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신도들은 목사가 성경을 펴서 어느 구절을 읽으라 하는 데에 다들 익숙한지 바로 마태복음의 그 부분을 펴서 소리높여 읽는다.


-“선생님이여, 율법 중에 어느 계명이 크니이까?"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는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성경 통독이 짧지만 강하게 지나간다. 계 목사가 다시 입을 연다.


“요한 1서에서 명백히 나왔듯이,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나님이 인류를 사랑하시기에 멸망치 아니하고 영생을 얻게 하시려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내리신 것입니다. 독생자이시자 사람의 아들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복음에서 이와 같이 사랑을 가장 중요한 계명이자 강령이라 하셨습니다. 이것이 그리스도교의 근본 가르침이자 그리스도교인이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뿐더러 절대적으로 실천하여야 할 말씀입니다.”


그러며 계 목사는 신도들을 다시 둘러본다. 손을 꼭 모으고 모두들 목사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 신도는 아니지만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 추도하러 온 사람들도 그를 본다. 경찰들은 계 목사의 말에 혹여 위험한 표현이 섞여 있을까 감시하느라 듣는 것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마음속에서 목사의 설교에 흥미를 보이는 자도 한둘 정도는 있었다. 그만큼 목사의 설교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었기에, 그리스도교인이 아니고 이를 감시하려는 자들조차 그에게 귀를 기울이는 힘이 있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입니다. 그리고 그 미움에서 비롯된 증오와 혐오입니다. 이것은 사랑과 더불어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성이자 아담과 하와, 카인과 아벨 이래로 인간이 가진 원죄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의 본질이 사랑임을 늘 명심하여 계명에 충실하고 계명에서 멀리 하라 하는 것을 멀리해야 합니다.”


이때 계 목사의 목소리가 무거워진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미움과 증오와 혐오를 옳은 것으로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계 목사는 여기서 잠깐 숨을 고르고 추도사를, 사실상의 설교를 계속한다.


“성경 속에서 나오는 죄를 범한 자들은 모두 그들이 옳은 일을 하였다 여겼습니다. 헤롯왕이 유대땅의 간난아기들을 모조리 죽이라 할 때 그리하였습니다. 안나스와 가야바가 주님을 심판할 것을 모의할 때 그리하였습니다. 빌라도에게 바라바 대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 아우성친 군중들도 그리하였습니다. 다메섹으로 가다 주님의 목소리를 듣고 눈이 멀기 전 그리스도교인들을 탄압하던 핍박자 사울로 불리던 사도 바울도 그리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 속의 악을, 계명에 어긋나는 행위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그것이 옳은 것이었다고 논리를 짜는 것은 가장 큰 죄악입니다. 죄 앞에 회개하는 게 아닌 자신이 옳았다고 하며 그릇된 것을 잘못된 것으로 바꿔버리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죄인은 죄에서 멀어지기는커녕 더더욱 가까워지고 또 가까워지니 그럴수록 회개할 가능성은 줄어들고 또 줄어드는 것입니다.”


목사의 목소리에 점차 더 강세가 실린다.


“창세기를 기억하십시오. 아담과 하와에게 뱀이 권한 게 무엇이었습니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하는 능금이 아니었습니까? 아담과 하와가 그 유혹에 넘어가서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인류의 죄가 생겨난 게 아니겠습니까? 창세기의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이를 경고하신 것입니다. 옳고 그른 것은 하나님이 판단하십니다. 공의의 하나님이 늘 우리를 지켜보시고 하면 안되는 것을, 죄가 무엇인지 명확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알지 못하건 알건 그러지 아니하며 죄를 죄라 하지 않고 의로움이라고 속이는 이들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계 목사는 엄중히 선언한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좌중의 한 곳을 향한다. 바로 안 박사가 앉은 자리다.


“이들이 바로 사탄이오, 마귀이요, 사귀이자, 뱀입니다!”


그 말에 신도가 아닌 이들이 술렁거린다. 어째서 딸의 추도사에 저런 말을 하는가? 교회에서 하는 장례식에 여러 번 가봤지만 이런 식의 추도사는 처음 듣는다. 반면 신도들은 조용히 목사의 설교를 경청한다. 계 목사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째서 갑자기 추도사를 예정보다 일찍 시작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계 목사는 그렇게 강렬히 말한 뒤 주제를 바꾼다.


“여러분은 제 딸의 죽음을 추도하러 오셨습니다. 그렇게 죽어간 것을 슬퍼하고 안타깝게 여기어 이곳에 오셨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이 자리까지 와 주신 여러분께는 정말 죄송스럽게도, 저는 딸아이의 아비이자 명색이 하나님의 목회자인 사람으로서 이렇게 말하여야겠습니다. 제 딸은 하나님으로부터 영원히 단절되었습니다!”


무엇이라? 저 목사가 저렇게 말한 게 맞는가? 그 말에 좌중에서 충격을 받았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경찰들도 자기 귀를 의심하고 목사를 쳐다본다. 대체 어느 아버지가 자신의 딸 장례식에서 저렇게 말할 수 있단 말이던가! 탄식 속에서 구슬피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목사 부인의 흐느낌이다.


“제 딸은 성경 말씀을 하나도 지키지 아니하였습니다. 사랑하라 할 때 미워하였고, 품으라 할 때 내쳤습니다. 아무리 그리스도의 뜻을 목회자이자 아비로서 가르쳐도, 듣지도 아니하고 보지도 아니하려 하였습니다. 제 딸은 불량하고 천박한 자들을 벗으로 삼아 마음 속에는 시꺼먼 증오가 가득하여 오직 중국 사람들을 미워하고 모독하는 데 열성을 바쳤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행위이자, 계명을 정면으로 어기는 행위였습니다. 그런 제 딸이 어찌 하나님에게 다가갈 수 있겠습니까?”


계 목사의 목소리는 이때부터 침통하게 바뀐다.


“제 딸이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철저하고 열심히인 그리스도교인은 아니라도 매주 예배에 참석하여 기도하던 아이었습니다. 그런데 고등여학교에 입학하고 몇 년 후에 마귀가 들렸었습니다. 그리고 마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여 마귀의 손아귀에 떨어졌습니다. 제 딸이 어째서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는지 아십니까? 어째서 퇴학당했는지 아십니까?”


목사 부인은 이제 통곡하듯이 운다. 신도들은 “주님······”하고 탄식하고 한숨을 내쉰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만 얼굴에 물음표를 띄운다.


“그 아이가 작년 초에 얼마나 끔찍한 죄악을 범했는지 알고야 말았습니다. 학교에서 통보가 와서 가 보니 다른 사람도 아닌 교장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제게 알려준 것은 도무지 믿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글쎄, 제 딸이······ 지금 관 속에 누워 있는 제 딸이······.”


목사는 이때 차마 말을 잊지 못하고 몇 초간 침묵한다. 그러다가 잠깐 더둠거리다가도 말을 계속한다.


“같은 반의 여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중국인 아이를요.”


당황스러운 술렁거림이 더욱 높아진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왜 고인의 장례식장에서, 상주인 고인의 아버지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가?


계 목사는 술렁거림을 개의치 않고 하고자 하는 말을 한다.


“제 딸은 같은 반의 불량한 아이 몇과 어울려 그 중국인 아이를 집단으로 괴롭혔습니다. 제 딸과 그 불량한 애들이 그 아이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가 너무나도 괴롭고 또 괴롭습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큰 죄악만은 말해야겠습니다. 제 딸은 그 중국인 여자아이에게 이러면 괴롭힘을 그만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뭔지 아십니까? 바로 자신의 몸을 파는 것이었습니다!”


경악의 목소리가 좌중을 홅고 지나간다. 끔찍하고 무참하게 죽어 발견된 그 여학생이, 꽃다운 나이에 그리 참혹하게 죽었다고 동정받고 애달픔을 받던 그 여학생이 그런 죄상을 저질렀단 말인가?


“제 딸은 포주 노릇을 했습니다! 제 딸은 다른 남학교의 불량한 학생들이나 아니면 변태적인 성욕을 가진 자들에게 그 중국인 여학생이 몸을 팔게 주선하고는 그들이 지불하는 돈을 챙겼습니다! 저는 믿지 못하였습니다. 믿지 아니하였습니다! 나면서부터 세례받고 주님 말씀 아래 자라온 제 딸이 어떻게 그리할 수 있었단 말입니까! 그러나 제 딸의 죄상은 명백했습니다. 그 중국인 아이가 견디다 못하여 자신이 겪은 모든 일들을 유서로 남기고 학교 창고에서 목을 메달아 숨졌던 것입니다! 교장선생님이 그 유서를 보여주자 저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습니다! 제 딸과 어울리던 다른 학생들도 다 죄상을 자백했다고 하자 주님을 부르며 가슴을 쥐어뜯었습니다!”


목사의 설교에 이제 울음이 섞인다. 목사 부인은 혼절할 듯 울어서 신도들이 그녀를 부축해야 했다.


“제가 지금 가장 후회되는 것은, 제 딸을 그때 심판대에 세우지 아니한 것이었습니다. 제 딸을 고변하지 아니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저는 유혹을 받았습니다. 그 일을 저지른 아이들의 부모들이 제게 그러더군요. 분명 우리 딸들은 퇴학당할 것이다, 하지만 퇴학에 더하여 감옥까지 가면 아이들의 미래는 완전히 끝장난다, 그 어느 집에도 시집가지 못한 채 자식 하나 없이 늙어 죽고 말 것이다, 어디에라도 시집은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러니 학교 측에 함구를 부탁하고 그 중국인 여학생의 부모에게 거액의 위로금을 주어서 입을 막게 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보내는 게 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입을 모으던 것입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항변하던 그때 제 마음 속에서 마귀가 속삭였습니다. 너는 목회자다. 세속의 법정에 맞기는 것 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회개하고 교화하게 하는 게 더 맞지 않겠느냐? 아아! 저는 그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그렇게 죽어야 했던 그 중국인 아이의 고통은 생각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공의를 생각치 아니하였습니다! 제 딸의 알량한 안위를 더 생각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때 제가 유혹에 넘어간 것이 일을 오늘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계 목사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연단을 꽉 잡고 부르짖는다.


“이런 제가 어찌 목회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끝내 전 그러고도 제 딸을 회개하게끔 하지 못하였습니다! 종아리에 피가 맺힐 때까지 회초리를 휘두르기도 하고 얼싸안고 울기도 해 보며 그 아이에게 들린 마귀더러 썩 나가라고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아이가 무슨 죄를 범했는지 깨닫게 하고 뉘우치게 하려고 모든 걸 다 해봤습니다! 그러나 제 딸은 끝내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는 걸 택하였습니다. 그게 뭐가 잘못이냐고 대들더군요. 냄새나고 보기도 싫은 짱꼴라년 가지고 재미 좀 본게 뭐가 잘못이냐고 대들더군요. 그날 이후로 제 딸은 저를 원수로 보고 그리스도를 원수로 보며 살았습니다. 그런 아이를 집에서 내쫓지도 못하고 어떻게든 회개하고 뉘우치게 한게 몇 개월이었습니다. 그 동안 제 딸은 회개도 아니하고 모던걸 흉내나 내며 밖으로 나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우리 신도 분이 말하길 또 같은 부류와 어울려다니고 있었다 하더군요. 증오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그것을 그럴싸한 논리로 포장하는, 사탄의 종자들과 말입니다! 제 딸이 잔 다르크였다고요? 아닙니다! 제 딸은 바빌론의 대탕녀와 같았습니다! 음부의 권세를 휘두르는 대탕녀!”


이제 좌중은 계 목사에게 압도되어 숨소리조차 새어나오지 않는다. 목사 부인은 이제 눈물조차 나오지 않은 채 힘없이 신도 부인들의 부축임만 받는다. 도가와 경시는 목사의 설교에 식은땀을 훔치며 정말 대단한 자라고 내심 감탄한다. 자기 자식의 죄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그걸 숨겼다는 자신의 죄도 다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던가?


그 직후, 계 목사가 눈을 부릅뜬다.


“제가 유혹으로 넘어간 것으로 말미암아 제 딸은 영원히 회개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하나님과 완전히 단절되어 땅에 묻히게 되었습니다. 그 대가로 제 딸은 꺼지지 않는 불못에서 영원히 고통받으며 아무리 처절하게 비명을 질러도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지경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저의 크나큰 탓입니다. 그때 제가 경찰에 고변하여 딸이 법정의 심판을 받았더라면 회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 죄상을 고백함과 동시에, 저는 제 딸을 더더욱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것도 모자라 증오와 혐오를 주변에 퍼트리고 감히 우리 교회를 더럽히려 온 안팍의 마귀 무리들을 쫓아내고자 합니다!”


계 목사의 설교에 격렬함이 담긴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그가 전에 말한 인간의 죄에 대한 설교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격렬함이다.


“교회 밖에서 아우성치는 자들, 이웃을 헐뜯고 미워하라는 논리를 만들어 증오와 혐오를 끓어오르게 하는 자들, 제 딸이 누구에게 죽었는지 아직 경찰의 조사결과도 나오지 아니하였는데도 이미 중국인들이 그렇게 죽였다 단정하는 자들, 네 이웃을 사랑하라 하는 게 아닌 네 이웃을 미워하고 혐오하고 증오하고 헐뜯고 죽이라고 주장하는 자들! 그 마귀의 무리가 우리 교회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교회 안에도 들어와 있습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그들에게 나가라 할 자격이 있는지 묻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저는 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저의 죄를 속죄할 수 있는 수단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교회가 삿된 말과 행동으로 더럽혀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계 목사는 번쩍 오른손을 쳐들어 검지손가락을 뻗는다.


“이 사탄의 종자야! 내가 너를 처음에 알아보지 못하여 우리 교회 안에 들이는 잘못을 저질렀구나!”


그 떨리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좌중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곳에 있는 사람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안 박사가 아닌가!


“삿되고 삿된 놈! 네놈을 그저 여러 문상객 중 하나인 줄 알고 위로에 고마워하였는데 알고 보니 사탄의 고등 첩자였구나! 내가 듣기로 내 딸이 같이 다니던 그 마귀들린 무리의 수장 격이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딴 안씨 성을 쓰는 자라 알았는데 그 얼굴을 알지 못하여 너를 우리 교회에 들이고 말았다! 네놈이 교회당 밖에서 그 추악한 연설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을 듣고 그제야 네놈이 그놈인 줄 알았도다!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들어왔느냐! 내 딸의 죄악을 더욱 깊게 만들었던 자가 무슨 자격으로 들어왔느냐? 사탄의 종자로서의 자격으로 들어왔느냐!”


안 박사는 그 쩌렁쩌렁 울리는 호령에 입술을 떼지 못한다. 안 박사는 계 목사가 딸의 죄상을 밝힐 때부터 완전히 일이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딸의 죄를, 그것도 딸의 장례식장에서 드러내 버린다는 지극히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을 계 목사가 해 버렸다. 순식간에 계전아는 자유의 투사, 중국 전제주의에 맞서 자유를 지키려다 스러진 잔 다르크가 아니게 되었다. 단지 중국인이란 이유만으로 같은 반 급우를 괴롭히고 창녀로까지 전락시키다가 죽음에 이르게 한 바빌론의 대탕녀가 되었다. 안 박사의 계획은 어그러졌다.


그리고 계획이 어그러진 건 문제도 아니었다. 계 목사의 분노가 그를 무섭게 덮치고 있었다. 그 분노 앞에서 안 박사는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죽은 이의 아버지를 상대로 무언가 반박하는 것이 어떻게 보이느냐는 문제는 둘째였다. 그저 뭘 해야 하고 뭘 말해야 할지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계 목사가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저주에 꽁꽁 묶인 듯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사탄의 종자에 거짓 그리스도 같은 자야! 그 간악한 혀로 사람들을 속이고 계명을 어기게 하여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게 하는구나! 죄악을 정의로 둔갑시켜서 사람들이 거리낌없이 죄를 범하도록 하는구나! 분노에 눈이 먼 군중이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라고 말하게 하는구나!”


“나······. 나는······. 나는······.”


안 박사는 입술을 들썩이며 무슨 말이라도 하려 애를 썼으나 아무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계 목사의 설교에 압도당한데다가, 이 교회당 안에 앉아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목사의 뜻을 아는 신도들, 신도는 아니지만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에 눈살을 찌푸리고 목사의 고백에 마음이 크게 움직인 자들, 이들을 감시하러 왔던 경찰들, 모두 다 안 박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계 목사의 목소리는 더욱 쩌렁쩌렁 울린다. 우레와 같이 교회당을 울린다.


“저자를 추종하는 사탄의 종자들아! 너희들이 어찌 감히 하나님의 전당을 더럽히려 하느냐! 어찌 교활한 말로 사람들을 속이고 거짓 선지자 노릇을 하려 드느냐! 어찌 그리스도의 사랑이 아닌 사탄의 미움과 증오를 사람들 사이에 퍼트리려 드느냐! 이 간악한 것들아! 너희가 어찌 주께서 죽은 자와 산 자를 일으켜 세워 심판하실 때 하나님의 오른편자리로 가길 원하느냐? 너희가 어찌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못에 던져지지 아니하길 바라느냐!”


계 목사는 그러며 두꺼운 성경전서를 잡아들고 연단 위에 내리친다. 꽝 하는 소리에 죄 범한 자들의 마음을 섬뜩하게 울린다.


“사탄의 종자들, 독사의 새끼들, 마귀 들리고 사귀 들린 자들아! 하나님의 아들, 독생자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라!”


그의 마지막 호령이 사자후와 같이 내리꽃힌다.


“당장 무릎 끓고 회개하라! 아니면 썩 물러나라! 그리스도의 교회를 더럽히지 말라! 네놈들이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다! 네놈들을 위해 예비된 꺼지지 않는 불못으로 들어갈지어다!”


안 박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의 눈에 착각이 일어난다. 계 목사가 서 있는 연단이 까마득한 곳으로 올라간다. 압도적인 거인이 된 계 목사가 심판관의 복장을 하고 준엄하고 무자비하게 형집행을 선언한다. 이에 꺼지지 않는 불못 속의 뜨거운 불꽃이 높이 피어오른다. 무한히 타오르는 유황불이 그를 집어삼키고 있다. 그 속에서 타고 또 타며 영원히 계속될 극한의 괴로움에 허덕이기 시작한다.


“으으······. 으아아아!”


안 박사는 공포에, 그리고 실제로 있지도 않지만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만다. 불타는 그의 주변으로 사람의 형체들이 일어난다. 그들이 누구인지 분간할 수 없으나 모조리 그를 손가락질하며 한 목소리로 말한다.


네 탓이오, 네 탓이오, 너의 크나큰 탓이오!


그 말이 계속될수록 불못의 화력을 더더욱 강해지고 또 강해진다. 그 열기에 정신이 나가고 질식할 것 같던 찰나, 거친 목소리가 그의 정신을 들게 한다.


“야 이 개놈아! 짱꼴라에게 돈 얼마나 처먹었어!”


안 박사를 추종하던 고등보통학교 학생 한 명이 외친 소리다. 그 말에 교회당 안팍에 있던 추종자들이 벌떼같이 일어난다.


“제 딸이 짱꼴라에게 죽었는데 저딴 소리냐!”


“우리가 왜 사탄의 종자냐, 짱꼴라 밑닦개야!”


“저놈 짱골라다! 짱꼴라 편 드는 놈이 짱꼴라다!”


이들은 계 목사의 설교에 무릎을 꿇고 회개하지 않았다. 그 반대였다. 모독당하고 저주받았다는 것에 극도로 분노했다. 저 목사는 자기 딸이 짱꼴라에게 죽었는데도 그걸 부정한다. 짱꼴라가 조선민족에게 가하는 위협이 현실인데 그것에 눈을 감고는 그것에 맞서려는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하는 정도를 넘어서 죄다 지옥에 갈거라고 저주하고 있다. 계전아가 중국인 여학생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은 이제 그들에게 관심 밖이었다. 짱꼴라를 그런 식으로 죽게 만든 것이야말로 전제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짱꼴라 한 명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든 것인데 그게 뭐가 대수란 말인가? 그들은 오직 목사에게 자신들이 모독당하고 저주받았으니 저 목사가 분명 짱꼴라 자본에 매수되어 저딴 소리를 지껄인다는 생각 외에는 안하는 것이다.


“짱꼴라 쳐죽이자! 짱꼴라 편 드는 놈 쳐죽이자!”


“착한 짱꼴라는 죽은 짱꼴라다! 짱꼴라를 착해지게 하자!”


증오에 가득찬 아우성이 울려퍼지고 교회당으로 날뛸 기회를 얻은 사람들이 난입한다. 계 목사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기세다.


“썩 물러나지 못할까!”


그 소리는 교회의 집사와 장로들이 낸 소리였다. 그들과 교회 신도들이 빠르게 일어나 목사를 보호하려 움직인다.


안 박사는 그때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저렇게 되면 안 된다. 그랬다가는······.


“여······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안 박사가 경악해 일어나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탕!


“아이고야!”


총성음이 아우성을 한 번에 잠재웠다. 교회당으로 달려들려던 증오에 찬 추종자들과 이를 막으려 든 신도들 모두 움츠려든다. 도가와 경시의 손에 달린 브라우닝 권총에서 연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움직이지 마! 더 이상 움직이는 놈은 폭도로 간주한다!”


도가와 경시가 머리 위에 대고 공포탄을 한번 쏜 것을 신호로, 포진한 순사들이 일제히 권총을 뽑아든다. 도가와 경시는 험악한 얼굴이 되어 안 박사 앞으로 뚜벅뚜벅 다가간다.


“내가 뭐랬소, 박사?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전부 철창행이라 하지 않았소?”


“하······ 하지만······ 이건······.”


안 박사는 뭐라 변명을 하려 했으나 나오지 않는다. 그가 선동한 군중이 폭도로 변하여 폭동을 일으키려 한 것은, 집회신고서에 기술되어 있는 허가조건을 완전히 어긴 것이었다. 그의 추종자들과 선동당한 군중은 분노에 눈이 멀어 경찰들에게 에워싸여 있다는 것도 망각하고 말았다.


“박사와 집회 참가자들 모두 연행해야겠소! 감히 본관의 면전에서 폭동을 일으키려 들어? 전부 체포해!”


명령은 신속하게 집행되었다. 순사들은 공포탄을 쏴대며 교회 바깥에 몰린 군중들을 몰아붙였다. 인천경찰서 뿐만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파견된 순사들이 때마침 도착하며 체포와 연행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인천경찰서 유치장은 물론이고 각 파출소 및 주재소나 이웃 경찰서에 분산수용을 해야 할 정도로 체포인원이 많다.


도가와 경시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푼 격이었다. 도가와 경시는 폭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랬지만 장례식 당일날의 억제만으로는 폭동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던 차였다. 이들이 당장 폭동을 일으키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 경찰의 경계가 느슨해 졌을 때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폭동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불안해하던 차였다. 그런데 계 목사가 잠재적 폭도들을 자극한 덕에 이들이 이성을 잃게 만들어 그의 눈 앞에서 폭동을 섣불리 시작해버린 것이 아닌가! 이는 폭동이 더 규모가 커지기 전에 사전에 제압할 절호의 기회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만족스럽게 웃는 통에, 계 목사의 설교가 계속 이어진다.


“성도들이여, 지금과 같은 상황이 슬프게도 복음서에서 이미 있었습니다. 요한복음 7장 50절부터 53절까지 통독을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일어서 있던 신도들이 모두 착석하며 부산스럽게 성경전서를 펼친다.


-그 중의 한 사람 곧 전에 예수께 왔던 니고데모가 그들에게 말하되 "우리 율법은 사람의 말을 듣고 그 행한 것을 알기 전에 심판하느냐?" 그들이 대답하여 이르되 "너도 갈릴리에서 왔느냐? 찾아 보라. 갈릴리에서는 선지자가 나지 못하느니라." 하였더라.


도가와 경시는 교인은 아니나 저 구절이 어떤 의미인지는 바로 파악했기에 목사에게도 지적한다.


“목사님도 자극은 그만 하시오! 괜히 더 시끄럽게 만들지 마시오.”


물론 도가와 경시도 폭도들이 경찰 수사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중국인이 한 짓이라고 단정지어 난동을 부리려 한 데에 짜증이 나 있었던지라 목사의 설교에 시원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차후 그 따님이 연관된 일에 대해 조사를 해 봐야겠으니 나중에 서로 부르겠소. 그때 수사에 협조해 주셨으면 하오.”


“예. 그리하겠습니다.”


설교에 온 힘을 다해서 그런지 계 목사의 목소리에 힘이 빠진다. 도가와 서장은 폭동을 조기 진압하게 된 것에 대한 감사와 딸의 죄상을 스스로 밝히는 기개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경례를 붙이고는 교회당을 떠났다. 얼굴에 핏기가 다 빠져나간 채 순사들에게 붙들려 경찰 트럭에 내던져지는 안 박사를 확인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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