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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화가많은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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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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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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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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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용병 라텔

DUMMY

책상에 걸터앉아 있는 사내, 강기철은 손에든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라텔이라···.’


국적은 한국이지만 주 활동지역은 해외로, 분쟁 지역에서 활동했다고 알려진 용병이다.


규모에 상관없이 돈이 된다면 의뢰를 가리지 않으며 필요 이상의 피를 보지만 그만큼 임무 성공률이 높다고도 알려져 있었다.


-오죽하면 라텔이 받는 의뢰를 용병들이 따라 받았겠나. 그만큼 생환율이 높고 성공률도 높았다네. 상상이 가나? 곧 죽어도 자존심 하나는 챙기는 놈들이 자기보다 몇 배나 작은 동양인 앞에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게?


-능력이 뛰어나니 결과도 좋은 놈이었지. 그 빌어먹을 성질머리만 고쳤으면 평판도 좋았겠지만. 뭐? 친했었냐고? 이 바닥에서 그 미친놈이랑 친분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걸? 그 자식 팀원들 빼고.


-라텔이랑 팀원들? 나도 몰라. 손잡고 같이 은퇴라도 했는지 도통 소식을 못 듣겠더라고. 그 중 한 명은 반병신이 됐다는 소문이 들리긴 하던데···. 소문일뿐인지라.


-라텔···? 임무같이 하는 거 아니면 엮이지 마. 꼴리는 대로 사는 새끼니까. 근데 갑자기 라텔은 왜? 후임? 그 동양인 정신병자가 후임을 키웠다고? 에이 설마.


해외에서 활동 중인 옛 친우들에게서 들은 정보들은 하나같이 기괴했다.


물론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버는 업종에 제정신보단 미친놈들이 더 많겠다만은···.


‘돌연 잠적을 하더니 3년 만에 나타난 게 후임이라···.’


코드명을 이어받았다는 건 완벽하게 일임을 했다는 거다.


라텔이라는 이름값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절대 가벼운 결정이 아니며, 심지어 한국에 있다고 하니 강기철의 호기심은 더더욱 강해졌다.


똑똑똑-···.


그때 들리는 노크소리.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회사에 유일한 까마귀, 오한석이었다.


“대표님, 저 부르셨슴까?”


“어. 라텔 후임 때문에.”


“오, 정보가 있었슴까? 아무리 찾아봐도 전 못 찾았지 말임다.”


“아쉽게도 어제 말해준 게 전부야. 후임이라는 존재를 아예 아는 사람도 없었고.”


“···그렇슴까. 근데 이해가 안감다. 라텔에 직접적인 정보도 아니고 후임에 관한 정보인데도 그렇게 없다니 영 찝찝하지 말임다.”


“라텔이 그만큼 꽁꽁 숨겨놓고 애지중지 키웠다는 거겠지.”


“하워드는 뭐라고 함까?”


“라텔에 대해서 캐물으면 우리랑 관계를 끊어버리겠다고 하더군. 오래 살고 싶으면 궁금해하지 말래.”


“···아님, 직접 물어봄까?”


“애초에 폐쇄적인 인간이라고 들었어. 후임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을 거야. 괜히 어중간하게 들이대서 오해를 살 바엔 그냥 조용히 맞춰주는게 나아.”


“쩝, 알겠슴다.”


“그리고 이거.”


강기철은 바닥에 있던 보스턴백 하나를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


“현금 8억. 나머지는 세탁 끝나는 대로 전해 준다고 해. 혹시나 난감한 상황이 생기면 바로 보고하고 당분간만 고생해주라.”


“알겠슴다.”


이내 가방을 챙긴 오환석이 사무실을 나섰다.



*****



동생을 집에 데려다 준 후, 하동근의 핸드폰을 챙기고서 도착한 카페.


띠링-···.


문을 열자마자 주변부터 훑었다.


교복 입은 학생 둘, 커플 하나, 후드 쓴 남자 하나.


후드 쓴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니 아직은 어리다.


‘외부에도 딱히 이상한 놈들은 없던데.’


정말 혼자 온 걸까?


‘흠···.’


그렇게 커피를 주문하며 우두커니 앉아 있는 한철문을 바라봤다.


그 역시 커피를 마시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멋대로 커피를 시키고 있는 거지만 딱히 열받아하거나 불편해하는 기색이 없다.


당최 표정이 없으니 뭐라 판단하기가 힘들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이겠지만.


‘그래도 수작질이 없는 거 보니까 진짜 대화만 하러 온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 생각은 커피를 챙기고서 자리에 앉자마자 사라졌다.


그가 테이블 위에 있던 자기 명함을 내 쪽으로 밀었기에.


‘···요것 봐라?’


이해관계인은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걸 형사인 이 사람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버젓이 명함을 내미는 이유는 둘 중 하나.


나를 졸로 보거나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


곁눈질로 명함만 확인한 나는 한철문을 바라봤다.


“용건은 뭐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제 딸과 친구들이 이현성 학생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해서요.”


“증거는요.”


“피해자 증언뿐입니다. CCTV도 블랙박스도 없는 곳에서 일이 벌어졌다더군요. 그리고,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들었습니다.”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오던 학생이 묻지 마 폭행을 당하고 3개월 만에 깨어났습니다. 아직 이주도 안 지난 상태고요.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래서 찾아온 겁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워낙 많아서요.”


한철문은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핸드폰 화면엔 사진 하나가 보였는데, 나 역시 알고 있는 현장의 사진이었다.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


강민준이 나와 이지아에게 고개를 숙이며 돈 봉투를 건네는 사진이었다.


꽤 멀리서 흔들림 없이 찍힌 걸로 보아 강민준은 의도적으로 이 사진을 남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동근이랑 머리 좀 굴린 건가?’


“강민준 학생 말로는 수백만 원이 되는 돈을 요구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내가 인정하고 안 하고를 떠나 법적 증거가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걸로 될까?


만약 추후에 한철문이 이 몸뚬이의 부모나 동생한테 접근한다면?


어중간하게 넘겨버리면 추후 그 사람들이 휘둘릴 수도 있다.


‘흠···.’


이내 짧게 생각을 끝낸 내가 대답했다.


“네. 맞아요. 그 학생들을 때린 것도, 강민준한테 돈을 가져오라고 시킨 것도 저예요.”


순순히 인정하는 게 의외였을까?


한철문의 눈썹 한쪽이 삐죽 올라갔다.


“더 디테일하게 말씀드릴까요?”


“···디테일하게요?”


“아까 제가 살해 협박을 하셨다고 말씀하셨죠?”


“예.”


“살해 협박이 맞긴 한데, 방법도 들으셨어요?”


“···아니요.”


“쳐맞았던 일이 외부에 조금이라도 알려지는 순간 집으로 찾아가서 피부가죽을 벗겨버린다고 했습니다. 그 연놈들 포함 가족까지도요. 아, 거기엔 형사님도 포함이겠네요.”


“?!!!”


줄곧 표정변화가 없던 그의 얼굴에 서서히 군열이 가기 시작했다.


“왜요? 형사 명함 내밀면서 그런 사진까지 보여주면 제가 머리 박고 사죄라도 할 줄 아셨어요? 사람 잘못 보셨어요.”


순간 테이블 위에 있던 한철문의 손이 겉옷 주머니로 향했다.


“Less Lethal Revolver(저위험권총). 9mm에 6발들이 실린더 맞죠? 한국 경찰들이 보통 쓰는 거.”


한미영의 아빠가 형사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간단한 정보 수집은 마친 상태다.


그 정보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지금 이 사람이 나를 제압할 수 있는 확률은 소수점에 가깝다.


“그마저도 공실 하나, 공포탄 하나. 다음이 실탄일 텐데···. 이 거리에서 실탄까지 갈 수 있겠어요?”


동시에 한철문의 목젖이 크게 한번 꿀렁거렸다.


“총이 나오든 칼이 나오든 종이 쪼가리가 나오든, 멋대로 주머니에 손들어가는 순간 죽습니다.”


“······.”


“손 위로 올릴래요. 아님, 내 할 일 할까요.”


테이블 위로 천천히 손을 올린 한철문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뭡니까? 당신.”


“3개월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고등학생이요.”


“······.”


“형사님은 지금 그런 학생을 부모의 동의도 없이 불법으로 취조하는 중입니다.”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을 이었다.


“피해자들과 이해관계인 형사님의 증언과 사진은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을 거고 소견서를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현재 전 기억이 온전치 않은 상태죠.”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마주한 것.


한철문은 딱 그런 표정이었다.


하지만 어떠한 질문도 하지 못했다.


아마 그 질문에 의미가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거겠지.


“설령 효력을 가진다 해도 시간은 벌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저한테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뜻과 같아요.”


“······.”


“그래도···.”


“······?”


“그쪽에서 수 싸움을 해보자고 하니, 저도 수를 던져봐야겠죠.”


나는 집 앞에서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왜? 불안해? 아니면 약속은 없던 걸로 하고 옛날처럼 할까? 이현성 평생 못 걸어 다니게 해줄 수도 있는데.


-일자리야. 미영이가 소개해준 건데, 건당 오만 원이고 사진만 몇 번 찍으면 끝나. 형님들한테 네 사진 보여주니까 당장 데려오라고 했다던데?


-오빠들이 너보고 싶어해. 내가 말은 잘해놨으니까 너무 걱정할 건 없어.


-아니면 같이 가서 얼굴도장이나 한번 박아. 설마 알아? 이런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지?


“강민준이 그러더군요. 한미영이 연결시켜주는 형님들이 있다고. 예쁜 애들 좀 데려가서 사진 찍는 거라는데, 무슨 사진을 찍길래 건당 오만 원이라고 하는 걸까요?”


다음으론 하동근의 폰을 꺼내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


“핸드폰은 다른 놈거라 한미영이 잡아 떼면 어쩔 수 없긴 하겠지만···. 그건 조사를 해보면 알게 될 겁니다. 아! 아직 놀라지 마요. 더 중요한 게 있거든요.”


이번엔 이현성이 폭행당하던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의 턱 주위로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는데, 심하게 무뚝뚝할 뿐 아예 감정이 없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아쉽게도 여기엔 따님이 없어요. 찍히지 않은 건지. 아님, 자리에 없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강민준은 잘 나오네요.”


“이걸로 어쩌실 생각입니까.”


“이봐요.”


착 가라앉은 목소리에 한철문의 눈이 가늘어졌다.


“질문 권한이 아직도 당신한테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닙니다.”


“반대로 제가 묻죠. 강민준이 보내준 그 사진으로 절 어떻게 하실 생각이었어요?”


“···말씀드렸다시피 사실관계부터 확인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3개월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는 학생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를요.”


“자꾸 형식적인 말만 늘어놓으면 그냥 제 방식대로 할 거예요.”


잠시 멈칫거린 한철문은 고민하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보호할려고 했습니다. 이현성 학생을.”


“그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릴까요?”


한철문은 대답 대신 무선 이어폰 한쪽을 건넸다.


“끼시죠.”


이내 귀에 꽂자 그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고 곧이어 강민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진 받았죠?


-···그래


-우리 진술이랑 사진 잘 첨부해서 이현성 그 새끼부터 잡아요. 잡으면 핸드폰이 있을 거예요. 몇 개가 되든 그것부터 전부 뺏어서 저한테 들고와요.


-···진심이야?


-네. 아니면 이지아 쪽을 노려봐요. 지 오빠 일이라면 알아서 길 테니까 다루기도 쉬울 거예요.


-그래도 이걸로는 부족할 거다. 결정적인 증거가 안돼. 병원 입원 기록이랑 아직 미성년자인걸 감안한다면 무작정 밀어붙일 수는···.


-그걸 알아서 해결하라고 당신한테 맡기는 거잖아!!! 못 알아들어?! 체포를 하든 두들겨패든! 가지고 오라고!!


-······.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 아니면 아버지한테 말할까?


-···방법을 찾아보지.


-꼭 찾아야 할 거야. 내가 지금 빡이 제대로 돌았거든.


짧은 내용이었으나 지금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엔 충분했다.


“강민준이···. 나름 귀여운 짓을 했네요.”


“신건 그룹이라고 아십니까?”


“몰라요.”


“···우리나라 재계 순위 11위의 지주 회사입니다. 강민준은-.”


“뭐, 거기 아들이에요? 지 아버지는 회장이고?”


“예. 둘째 아들입니다.”


“인생 씨발···. 저 새끼로 깨어났으면 좀 좋냐···.”


“···예?”


“아니에요. 근데 이걸 들려주는 이유는요?”


한철문은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현성 씨에 대해서 알아보니 강민준 측이 마음먹고 건들기 시작하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주의를 주려고 왔습니다. 강민준과의 마찰을 줄이고 최대한 피해 다니라고요.”


“아까는 보호라면서요.”


“제가 동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죠.”


“동영상을 보고 목적이 바뀌었다라···. 꼭 이 동영상이 필요하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맞습니다.”


일순 한철문이 양손을 들어 보였다.


“말보단 확실한 게 더 좋겠죠. 주머니에서 뭘 꺼낼 겁니다. 총은 아니니 너무 걱정 마시고요.”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주머니에선 다른 핸드폰이 나왔다.


“강민준과 그의 아버지인 강소훈 회장의 부당한 지시와 비리가 녹음된 핸드폰입니다. 주기적으로 핸드폰을 검사해서 이렇게밖에 보관할 수 없었어요.”


“늬앙스가 복수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예. 물론 이런 걸로는 타격이 별로 없을 거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 동영상은 조금 다르겠죠.”


“재계 11위가 무슨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되겠어요?”


“처벌까지는 무리겠지만 앞길을 망칠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내 후년에 정계 쪽으로 발을 들인다는 이야기가-.”


“아아아, 그런 이야긴 머리 아파서 싫어요. 알고 싶지도 않고.”


“······.”


“아무튼, 저한테 주의를 준 다음에는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요?”


“강민준이 잠잠해질때를 기다리려 했습니다. 순간적인 감정이야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기 마련이니까요. 근데···. 그것 역시 동영상을 보고나니 아닐 것 같군요.”


“그러니까 배신을 하겠다는 건데, 이유가 궁금하네요.”


“그냥···. 오래된 악연이라고 생각하십시오.”


“흠···.”


예상 범주를 벗어난 대화다.


솔직히 한철문의 사정이야 내 알바가 아니다.


저 말들이 참인지 거짓인지조차 확실치 않으며, 괜히 엮였다가 코가 꿰일 수도 있다.


‘물론···.’


돈도 인맥도, 쥐뿔도 없는 내게 한철문은 분명 이용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는 내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어차피 현성 씨도 제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강민준은 어떤 식으로든 그 동영상을 손에 넣으려고 할 겁니다. 강소훈 회장 귀에라도 들어가는 날에는 현성 씨 손에서 절대 안 끝날 거고요. 일이 커지면, 혼자서 감당할 수 없어요.”


이미 벌집을 쑤셨으니 차선을 선택하라는 권고같이 들렸다.


“알차게 이용만 당하다가 버림받으면 어쩌시려고요?”


“동영상은 포기하고 원래 계획대로 할 생각입니다.”


강소훈 회장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뚝뚝하다고 생각했던 게 어쩌면 냉정하다는 방증일지도 모르며, 목적의식 또한 또렷하다.


“흠···. 일종에 팀플 그런 건가?”


“예?”


“그렇잖아요. 나랑 아저씨랑 한팀. 강회장 부자가 한팀.”


“···현성 씨, 그렇게 쉽게 말씀하실 일이 아닙니다.”


“어렵게 말한다고 일이 쉬워지나요. 쉽게 만드는 게 중요한 거지.”


“······.”


“그보다 딸 이야기는 안 하시네요? 내가 아빠라면 딸 얼굴 그렇게 만든 놈 죽탱이부터 돌리고 이야기 시작했을 텐데.”


“그게···. 놀라긴 했습니다. 집에 들어온 것도 두 달만인데 얼굴이 그 모양이었으니까요.”


그 말을 시작으로 한철문은 가정사를 짤막하게 말해주었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사춘기에 제대로 맛탱이가 가버린 딸.


방황하던 딸내미의 비행은 어느 날부터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강민준과 붙어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는 더는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그래서 악연이라고 한 거예요?”


한철문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전부 말해 드릴 수 없습니다. 나중에 ‘신건 그룹 투신자살’에 대해서 알아보시면 조금은 알게 되실 겁니다.”


“알겠어요. 방금 하신 말들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따로 조사해보면 알게 되겠죠.”


“그래서 말인데, 혹시 동영상을 제가 받아볼 수 있을까요?”


“쓰읍, 어딜 날로 먹으려고. 아저씨 조사가 먼저예요.”


“···예.”


“강민준 쪽은 대충 시늉만 내주시고 앞으로 제 연락은 무조건 받아요. 혹여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무조건 협조해주시고요. 어때요?”


“도움이라면 어떤···?”


“이 동영상이 어디서 났겠어요.”


“아.”


“지금 업보가 조금씩 쌓이고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 제가 잘못되면 동영상도 날아가는데 아저씨도 그건 싫잖아요?”


“아니면 복사본이라도 떠 놓으시는 게 어떠십니까?”


“거, 자꾸 양심없는 소리할래요? 때가 되면 알아서 넘겨 줄겁니다.”


“······.”


나는 테이블 위에 있던 명함 하나를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화 바로바로 받으시고 당분간 한미영은 학교 보내지 마세요. 집에 가시면 범죄에 대해서 심문 좀 해보시고요.”


“······예.”


“갑니다.”


이내 카페를 나선 후 뒤를 돌아보자 아직도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는 한철문이 보였다.


‘만약 한철문이 했던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오히려 잘된 상황이다.


취할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며 귀찮은 문제들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재계 11위라···. 흐흐, 그 정도면 돈도 많겠지?’


오랜만에 돈 벌 생각하니 벌써부터 도파민이 샘솟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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