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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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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많은
작품등록일 :
2024.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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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전환 : 13시간 남음

작성
24.07.2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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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내겐 없는 기억

DUMMY

구리시 어느 한 병원.


1인 병실에서 코와 팔에 깁스를 하고 있던 강민준은 멍하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씨발···. 도대체 뭐냐고.’


-그땐 겁박하고 협박하는 거로는 안 끝나.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산채로 피부 가죽을 벗겨 낼 거거든.


손가락이 부러지는 와중에도 어찌나 또렷하게 잘 들리던지, 아직도 이현성의 말은 강민준의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날의 표정과 눈빛, 말투를 떠올리면 마냥 허세로 넘기기가 어려웠다.


어디 그뿐일까?


찍소리도 못하던 병신이 3개월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것도 모자라 그렇게 싸울 수 있다니, 이미 그것만으로도 비현실적인 상황이었다.


그때 진동하는 전화기.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한 강민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동근 : 학교 언제옴? 이현성 왔다는데ㅋㅋㅋ]


[: 냅둬 건드리지 마]


[하동근 : 셔틀이라고 아끼는 거?]


[: 그냥 냅두라고]


하나 하동근은 답장이 없었고 그건 강민준의 불안감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아이 씨발 진짜.”


결국 참다못해 전화를 건 강민준은 신호음이 끊기자마자 소리쳤다.


“여보세요?! 하동근!!”


한데 이미 늦은 것 같았다.


수화기너머론 이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에.


-조금 더 빨리 말리지 그랬어. 돼지 새끼 지금 자고 있는데.


“······.”


-뭐야, 왜 말이 없어. 여보세요?


“···어.”


-어디냐?


“···병원”


-왜?


“왜긴 왜야, 네가 어제···.”


-우리가 어제 만났었나?


순간 낮아지는 이현성의 목소리에 강민준이 서둘러 말을 돌렸다.


“···오토바이 사고가 났어.”


-생명엔 지장 없고?


“어.”


-아깝네.


“······.”


-아참, 너 내 동생한테 돈 상납받았다며.


“···사, 상납이 아니라 빌린 거야. 빌린 거.”


-그래? 언제 갚으려고?


“어?”


-빌렸으면 갚아야지.


“아, 어···. 이번 주 안으로 줄게. 계좌번호 불러주면-”


-그딴 거 없어. 이자까지 쳐서 현금으로 가져와.


“이···자?”


-돈을 빌려 갔는데 이자가 없으면 쓰나. 왜, 싫어? 병원으로 갈까?


“아니, 아니! 아니야···. 시간만 좀 줘.”


-그래. 오래는 못 기다려.


뚝.


이내 전화를 끊은 강민준이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개씨발!!! 도대체 뭐냐고!!!”


여러모로 엿 같은 날들이 아닐 수 없었다.



****



-···지금 우리가 뭘 본거지?

-하동근이 한 방에 기절했다고?

-저거 이현성 맞냐···?

-말도 안 돼···.


등교 때와는 전혀 다른 수군거림이 교실 곳곳에서 들려왔다.


‘어휴 속이 시원하네. 근데···.’


나는 아직도 멀뚱히 서 있는 다른 돼지들을 바라봤다.


“너흰 뭐하냐? 이 돼지 맞을 동안 가만히 서 있기나 하고.”


“······.”


“나한테 할 말 있어서 온 거 아니었어?”


“아니. 그냥···. 하동근이 오자고 해서 온 거야.”


“병신들 변명하고는.”


“으으···.”


순간 바닥에 누워있던 하동근이 신음을 내며 꿈틀거렸다.


“···씨발 어떻게 된 거야.”


“이야 맷집 좋네. 턱에 제대로 맞았는데.”


몸을 일으킨 놈은 나를 보자마자 흠칫거렸다.


이내 시선이 향한 곳은 내 손에 들려있는 자신의 핸드폰이었다.


“해, 핸드폰 내놔.”


‘음?’


“···가져오라고! 이 개새끼야!”


버럭 화를 내던 하동근이 멧돼지처럼 달려들었다.


나는 옆에 있던 책상을 놈에게로 뒤엎었고 녀석의 몸이 책상과 함께 뒹굴었다.


쿠당탕탕!


“크윽!! 핸드폰 줘.”


보통 이럴 땐 처맞은 거에 더 열을 올려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이 돼지는 지나치게 핸드폰에 집착하고 있다.


“너, 여기에 뭐가 있구나?”


“에이 씨발!”


결국 달려들던 하동근의 턱에 무릎을 꽂아 넣은 뒤에야 녀석은 조용해졌다.


“그렇게 반응하니까 더 궁금해지잖아. 그냥 달라고 했으면 모르고 줬을 텐데.”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는 사람의 약점을 들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앞으로의 생활이 몇 배는 더 간편해질 터였다.


‘도대체 뭐가 들었길래 이러는 거야?’


잠금이 풀려 있었던 터라 제일 먼저 들어가 본 곳은 깨톡 메시지 창.


하나 시답잖은 욕설과 음담패설이 전부다.


다음으로 들어간 곳은 갤러리.


이곳은 빙고였다.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죄다 야한 옷을 입고 찍은 사진들로 가득했기에.


-미, 미영이가 연결시켜준 형님들이 있어. 그냥 예쁜 애들 좀 데려다가 사진 찍는···. 그런 일.

-찍어서 뭐하는데.

-···팔아.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평범한 애 사진을?

-수, 수영복이나···. 노출이 있는 그런···.


‘···설마 사진이 이런 거였어?’


강민준이 내 동생에게 권했던 사진 찍는 알바.


아무래도 그 결과물이 이놈 갤러리에 가득 들어 있는듯했다.


심지어 동영상까지 저장되어 있었는데···.


‘이건 내 선에서 처리 못 하겠네.’


혹시나 싶어 동영상을 눌러보니 애들이 벌였다기엔 정도가 심하다.


“야.”


나는 멀뚱히 서 있는 돼지들을 보며 말했다.


“이 새끼 데리고 돌아가.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이 시간부로 나나 내 동생 근처에 보이기만 해봐. 이렇게 기절하는 걸로는 안 끝날 테니까.”


“어? 알았어···. 근데···.”


“뭐.”


“핸드폰은 돌려주면 안 될까?”


“자신 있음 뺏어가 보든가. 아님, 이대로 경찰 부를까? 나는 기회를 좀 주려고 하는 건데.”


“아, 아니! 그냥 갈게.”


녀석들은 자신들도 공범이라는 뉘앙스를 풀풀 풍기며 하동근을 데리고 교실을 나갔다.


곧이어 교실엔 정적이 흘렀다.


‘이제야 좀 조용하네.’


그런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나는 제일 먼저 눈이 마주친 남학생을 불렀다.


“야.”


“···어?”


“한미영 몇 반이지 아냐?”


“여, 옆에. 1반이야.”


나는 곧장 1반으로 향했다.


하나 한미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원래 등교가 늦는 건지. 아님, 얼굴이 그래서 학교에 나오지 않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이 사진들이 한미영이랑 관련이 있을까?’


강민준은 말했었다.


일자리를 소개시켜준 것이 한미영이었다고.


손석훈은 하동근, 강민준, 한미영을 조심하라고 했으며 이들은 조폭과 관련되어있다.


‘심지어 한미영 아빠는 형사고.’


뭔가 구린내가 나는데?


이 사진들이 한미영과 관련되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면 형사한테도 먹힐 것이다.


아예 내놓은 자식이라면 모를까 자기 자식이 범죄와 연루된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부모는 없으니까.


즉, 형사 쪽을 경계해야 하는 나로서는 하나의 카드가 생기게 된 셈.


“뭐가 이렇게들 어수선해. 빨리 자리에 앉아.”


교실로 돌아오니 때마침 선생님이 들어와 있었고 자리에 앉자마자 선생님이 물어왔다.


“현성아, 부모님한테 이야기는 들었다만 몸 괜찮은 거 맞아?”


“네. 다 나았어요.”


“혹시나 어디 아프면 바로 말해, 무리하지 말고. 그리고 김세림. 네가 잘 챙겨줘.”


“네. 선생님.”


그렇게 잠깐의 조례가 끝나고 얼마 뒤,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며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름 기대감을 품은 채 수업을 들었다.


한데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니 인사소리가 들려왔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오늘 내준 거 다음 시간까지 해오고.”


“흐릅···. 어? 나 언제 잠들었지?”


침을 닦으며 일어나자 선생님은 날보며 피식 웃으셨다.


“얌마, 이현성. 아주 대놓고 자더라? 퇴원한지 얼마 안 돼서 봐주는 거야.”


“하하···.”


“힘들어도 집중해야지. 고3인데.”


“네.”


난생 처음 학교에서 받은 첫 수업은 허무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와···. 이렇게 잠을 잔다고? 너무 개운한데?”


“풉···.”


그리 중얼거리자 옆자리에서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명찰엔 김세림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너 진짜 현성이 맞아?”


“안 그래도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이 그거야. 대충 죽다 살아서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해.”


“말투도 완전 딴 사람이네···. 옛날 모습이 하나도 안 보여.”


“옛날엔 어땠는데?”


“응? 옛날엔 어땠냐니?”


“사고당하면서 기억이 없거든.”


“아···.”


김세림은 입을 다물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건 모르는 편이 더 나을 수도···?”


“그렇지? 귀찮게 알아서 뭐해. 기억도 없는데.”


내 대답이 웃긴지 김세림이 활짝 웃어 보였다.


웃는 모습이 퍽이나 예쁜 아이였다.


“근데 이렇게 있어도 괜찮아?”


“뭐가?”


“아까 하동근이라는 애, 그냥은 안 넘어갈걸?”


“지가 오면 어쩔 거야. 살만 쪄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더만.”


“자자, 자리에 앉아.”


그때 선생님이 들어오며 두 번째 수업이 시작되었고 졸음과 싸우고 있자니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리고 이쯤에서 확실하게 하나 느낀 게 있다면···.


‘···학교는 다닐 게 못되네.’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거니와 너무 지루하다.


다른 애들은 어떻게 이걸 다 듣고 있는 거지?


이쪽은 꾸벅꾸벅 조느라 목이 부러질 지경인데?


“현성아···. 눈에 초점이 없어···.”


“어어···. 그래?”


눈을 주물럭거리자 김세림이 내 손목을 잡아당기며 일어났다.


“가자.”


“어딜?”


“지금 점심시간이야.”


김세림은 마치 전학생을 데리고 다니는 것처럼 나를 대했다.


복도에 지나가는 선생님이 있으면 과목과 성격을 말해주었고 화장실이라든지 교무실 같은 것들의 위치 또한 알려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급식실.


“여기가 밥 먹는 곳?”


“응. 여기서 식판이랑 수저 챙기면 돼.”


“다음엔?”


“나 따라서 오면 되긴 하는데···.”


“···?”


“이 정도면 기억의 문제가 아니지 않아? 아예 퇴화해버린 것 같은데?”


“퇴···화?”


“중학교 때도 급식은 먹었을 거 아니야.”


“아, 기억이 거의 없어. 내 이름도 간호사한테 듣고 알았거든.”


“···아. 미안.”


“뭘 이런 걸로.”


이후 세림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나는 식판을 들고서 테이블에 앉았고 숟가락을 들려던 찰나였다.


“···현성아. 저기.”


세림이가 불안한 목소리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엔 하동근이 걸어오고 있었다.


“왜 안 오는가 했네.”


“선생님 불러올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싸우러 온 표정이 아니야. 게다가 혼자고.”


아니나 다를까.


거리가 가까워지자 녀석이 쭈뼛쭈뼛 다가왔다.


“뭔데.”


“···잠시 이야기 좀 하자고.”


“해.”


“여기서 말고.”


“그럼 밥 먹을 때까지 기다려.”


“···어.”


“먹자.”


하나 세림이는 놈이 불편한지 곁눈질을 해댔고, 결국 급식실 입구로 보낸 뒤에야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먼저 교실로 가. 이야기만 하고 갈게.”


“···괜찮아?”


“어어. 다녀올게.”


그렇게 녀석과 함께 향한 곳은 소각장이었다.


“사람 패기엔 적당한 곳이네. 몸 안 풀어?”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있자 나를 바라보고 있던 하동근이 대뜸 무릎을 꿇었다.


“뭐하냐? 추진력 얻고 싶어서 그래?”


“핸드폰 봤어?”


“어.”


“···어디까지?”


“사진이랑 동영상.”


녀석은 질끈 눈을 감더니 서둘러 입을 열었다.


“내, 내가 주도한 게 아니야. 강민준이, 강민준이 겁 한 번 주자고 한 건데 일이 잘못돼서 커진 거야.”


이건 또 무슨 말일까?


무덤덤하게 듣고 있자 녀석이 말을 이었다.


“···경찰이 계속 학교에 찾아왔었어. 나는 자수하자고 말했었는데, 강민준 그 새끼가 자꾸 괜찮다고 하는 바람에···.”


“그래서 너는 죄가 없다?”


뭔진 모르겠지만 빠져나가려는 것 같기에 던진 질문.


녀석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미안하다···. 사과할게.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그날 일은 그냥 덮어두면 안 될까?”


여기서 느낌이 빡왔다.


여자 애들 사진 말고도 뭔가 있구나 하는 느낌이.


“잠금 비밀번호.”


“어···?”


“한 번만 더 내 질문에 어리버리까면 어디 하나 부러질 줄 알아. 잠금 비밀번호.”


“이···. 이오 팔공···.”


이내 핸드폰 잠금을 해제한 나는 갤러리를 뒤적거렸다.


“저, 저기···.”


“조용히 해. 턱 돌려버리기 전에.”


“······.”


그렇게 한동안 스크롤을 계속 올라가니, 다른 동영상에 비해 상당히 어두운 배경의 동영상 하나가 보였다.


-우리 현성이 남자가 됐는지 한 번 볼까?!

-아 씹, 개 웃기네.

-근데 여자애들도 있는데 이건 좀 심하지 않아?

-뭐 어때, 장난인데.


핸드폰 불빛 몇 개만이 비추고 있는 어두운 내부.


-으아···. 으아아아!!!!


그곳엔 팬티 바람으로 바닥을 기어 다니며 비명을 내지르는 이현성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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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보복은 더 큰 보복으로 (3) +14 24.08.04 13,991 304 13쪽
16 보복은 더 큰 보복으로 (2) +11 24.08.03 13,959 312 15쪽
15 보복은 더 큰 보복으로 (1) +17 24.08.02 14,040 306 19쪽
14 협상 (2) +16 24.07.31 13,977 299 14쪽
13 협상 (1) +10 24.07.29 14,377 283 15쪽
12 사진관 (2) +9 24.07.28 14,477 288 14쪽
11 사진관 (1) +9 24.07.27 14,959 301 17쪽
10 까마귀 접선 +6 24.07.26 15,260 302 17쪽
9 이딴 게...갱? +13 24.07.25 15,394 317 15쪽
8 용병 라텔 +13 24.07.24 15,957 319 17쪽
7 형사 +9 24.07.23 16,079 316 13쪽
» 내겐 없는 기억 +6 24.07.22 16,078 319 13쪽
5 내가 일어나면 넌 누워야 돼 +7 24.07.21 16,562 350 13쪽
4 옛 인연 +19 24.07.20 16,921 35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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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년 후 (2) +17 24.07.18 19,201 316 13쪽
1 3년 후 (1) +21 24.07.18 24,947 3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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