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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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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많은
작품등록일 :
2024.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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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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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년 후 (3)

DUMMY

금방이라도 퍼질 듯 우렁찬 배기음을 토해내며 올라온 고바위.


고바위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오래된 빌라 한 채.


앞으로 내가 지내야 할 집이었다.


‘차를 봤을 때부터 짐작은 했다만···.’


이 가족, 상당히 짠하다.


그래서 이지아가 그렇게 알바를 하는 건가?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동생이 물어왔다.


“왜?”


“그냥. 기특해서.”


“어, 어?”


“기특하다고.”


“···지금 핸드폰 안 사주려고 밑밥 까는 거지?”


“거, 쪼만한놈이 의심은 많아가지고. 조금만 기다려봐. 사줄 테니까.”


“진짜지! 나중에 말 바꾸면 가만 안 둬?!”


“알았다니까.”


당장은 거지새끼지만 코인만 출금하면 그깟핸드폰-.


‘···잠깐만.’


코인 현금화를 어떻게 하지?


대차게 말했던 것과 달리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오라버니,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이미 동생은 립서비스를 탑재한 상태.


아무래도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았다.


“···오냐, 들어가자.”


허름했던 외관과 달리 내부는 나름 깔끔했다.


평수도 제법 넓었는데, 동생과 나도 각방이 있을 만큼 여유가 되었다.


“방에서 조금만 쉬고 있어. 장은 며칠 전에 미리 다 봐놨으니까 금방 준비해줄게.”


내가 집밥을 먹겠다고 한 게 그렇게나 신 났는지 엄마의 얼굴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옆에선 지아가 팔을 걷어붙이며 일손을 돕는 게 보였다.


부모님 말은 더럽게 안 들을 것 같았던 분위기와는 정반대였다.


“거기 내 방이야! 오빠 방은 맞은 편이고!”


“확인.”


“대답은 또 왜 저래···. 엄마, 오빠 이상해.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끼이익···.


동생말을 무시하며 방문을 열자 깔끔하게 정돈된 방이 보였다.


태권도 도복을 입고 있는 어린 시절의 몸뚱이 사진.


책꽂이에 빼곡히 꽂혀있는 책.


적당히 넓은 침대.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지만, 평소 내가 생각하던 한국의 가정집과 너무나 비슷했기에 조금은 신기한 순간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컴퓨터는 없네.”


그나마 다행인 건 핸드폰이 있다는 것.


우우우웅···.


켜자마자 진동하는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꾼 나는 인터넷을 뒤적였다.


주로 살펴본 내용은 2025년부터 현재까지 시리아 쪽의 상황이었다.


그 결과, 전체적인 분위기는 3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전히 그곳은 총탄이 빗발치고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뜻이며, 어쩌면 제2의 나와 내 동료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왜 변한 게 없는 거지?’


자그마치 3년이다.


테러조직이든 국가기관이든, 그 괴물을 손에 넣었다면 원하는 것쯤은 충분히 손에 넣었을 시간이란 말이다.


하물며 요즘 같은 시대엔 사진 한 장만 찍혀도 인터넷엔 수백 장이 되어 돌아다닐 터다.


한데 하수도에서 보았던 괴물 같은 건 일절 찾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떠오르는 가설은 세 개가 있었다.


1. 공급의 문제 혹은 심각한 부작용 등으로 신무기 사용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


2.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뿐 음지에서는 계속 쓰이고 있다는 것.


3. 신무기 독점을 두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싸우고 있다는 것.


사실 어느 쪽이든 그다지 유쾌한 가설들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데이븐은 무사히 탈출했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많은 용병을 아예 작정하고 죽인 걸 보면, 탈출했다 하더라도 암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뭐, 확신할 수는 없는 거겠지만.


“이것도 나중에 알아봐야겠지. 아혀···. 대가리 아파.”


침대에 발라당 누워 눈을 감자 그날의 일이 생생히 떠올랐다.


‘도대체 원리가 뭐지?’


인체개조? 신약? 세포변환? 신인종?


가히 추측하기에도 난해한 것들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마 조던 하르펜을 만나기 전까진 영영 알 수 없는 거겠지.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용병들은 뭘 좀 알고 있으려나···.’


-오빠! 밥 먹어!


“오냐, 오냐. 갑니다.”


방문을 열자 후각을 자극하는 음식냄새가 코끝에 맴돌았다.


식탁 위엔 처음 보는 한식들도 여럿 놓여 있었는데, 네 명에서 먹기엔 너무나 많은 양이었다.


물론 입을 벌리면 금방이라도 침이 쏟아질 것 같은 판국에 중요한 건 아니겠다만은.


“잘···. 흐릅···. 잘 먹겠습니다.”


돼지갈비를 한 점 먹은 뒤부터, 나는 걸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음식을 집어 먹었다.


과장을 조금만 더 보태보면 향후 몇 년간은 집밥만 먹어도 행복할 지경이랄까?


“입허 넘후 맛히느데?”


“···입에 있는 것 좀 삼키고 말해. 아! 내 고기!”


“고기 더 줄까? 여보는 술?”


“낮술 좋치.”


어느새 식탁은 시끌벅적해졌다.


대화의 대부분은 내가 혼수상태일 때 있었던 가족들의 근황에 대해서였다.


처음엔 별 관심 없이 들었는데 듣다 보니 꽤 재밌기도 했다.


그저 평범한 일상 이야기일 텐데도 말이다.


덕분에 이 가족들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며 먼 이국땅에서 기억으로만 존재하던 한국이란 나라가 더 선명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집밥은···. 꼭 먹는 걸 뜻하는 게 아니었나 보네···.’


맛있는 음식과 가족들의 북적거림.


낯선 땅에서 만났던 한국인 PMC의 집밥이라는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우우웅···.


그때, 이지아의 주머니에서 울리는 해드폰.


지아는 핸드폰을 살며시 꺼내보더니 다시금 집어넣었다.


우우우웅···.


“왜 안 받아?”


“급한 전화 아니야.”


우우우웅···.


하지만 핸드폰의 진동은 멈추질 않았다.


“병실에 같이 왔던 친구들이야?”


대답을 회피하며 전화를 받은 지아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끊더니 수저를 내려놓았다.


“···잠시 나갔다 올게.”


“어디?”


“집 앞에 친구가 왔다고 해서. 잠깐만 나갔다 오면 돼.”


이제보니, 이지아는 억지로 웃을 때 티가 많이 나는 것 같다.


‘완전 기르는 애완견 수준이구만.’


병원에서 있었던 일과 이지아의 핸드폰에서 보았던 문자를 봤을 때에도 알 수 있었다.


이 몸뚱이 때문에 뭔가 사정이 있다는 것을.


물론 내가 진짜 친오빠도 아니고 그럴 자격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는 싫었다.


적어도 이들은 나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지아가 집을 나갈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야 수저를 내려놓았다.


“뭐 필요해?”


“아니요. 저도 잠시 나갔다 오려고요.”


“너도?”


“사실 지아 친구들이 병실에 왔었거든요. 아무래도 그 친구들 같은데, 고맙다고 인사를 제대로 못 해서요.”


“그래? 아직 밥 안 먹었으면 데려와. 음식도 많이 했는데.”


“글쎄요. 밥을 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응?”


“아니에요. 금방 다녀올게요.”


이왕 할 교통정리라면, 신속 정확 명확하게 하는 것이 나을 터였다.



****



빌라 앞 골목.


그곳엔 오토바이 세 대와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와, 씹. 여기 진짜 등산코스네.”


“그러니까. 오토바이 없었으면 올라오지도 못했을 듯?”


“근데, 오빠. 이현성은 완전히 퇴원한 거야?”


“어. 아까 연락 왔어. 저기 오네.”


귀에 피어싱이 있던 남자가 턱짓한 곳엔 슬리퍼를 질질 끌며 다가오는 이지아가 있었다.


“여-. 빨리 왔네? 전화 쌩깔때는 언제고.”


“늦어도 다다음주에는 등교시키겠다고 했잖아.”


“왜 이렇게 까칠하게 구실까. 누가 뭐 한데? 그냥 지나가다가 들린 거야.”


“···그럼 그냥 지나가지 왜 왔는데.”


“알바비는?”


“···아직 한참 남았어.”


“다음 주에 가불 좀 받아봐.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그 말에 이지아의 어금니로 힘이 들어갔다.


“저번 달에도 그랬잖아. 약속은 진짜 유효한 거야?”


“그렇다니까. 우리 그때 이후로 병원 근처에도 안 갔어. 솔까 갈려고 했으면 아침저녁으로 계속 갔지.”


“······.”


“왜? 불안해? 아니면 약속은 없던 걸로 하고 옛날처럼 할까? 이현성 평생 못 걸어 다니게 해줄 수도 있는데.”


“···최대한 받아볼게.”


“그래, 그래야지.”


“할 말 끝났으면 간다.”


“벌써?”


피어싱이 있던 남자가 이지아의 어깨 위로 손을 올리며 힘을 주었다.


“타. 같이 어디 좀 가게.”


“어딜?”


“일자리야. 미영이가 소개해준 건데, 건당 오만 원이고 사진만 몇 번 찍으면 끝나. 형님들한테 네 사진 보여주니까 당장 데려오라고 했다던데?”


평소 이들이 어울려 다니는 사람들을 봐온 이지아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같이 가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짓을 당할 거라는 걸.


“오빠들이 너 보고 싶어해. 내가 말은 잘해놨으니까 너무 걱정할 건 없어.”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미영이 말했고 강민준이 거들었다.


“아니면 같이 가서 얼굴도장이나 한번 박아. 설마 알아? 이런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지?”


“···지금은 못 가. 가족이랑 밥 먹는 중이었어.”


“오 우리도 급식 째고 오는 길이라 밥 못 먹었는데.”


“······.”


“가서 밥 달라고 하면 좀 주나? 그런 거면 같이 밥 먹고 넘어가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그때였다.


골목 모퉁이에서 이현성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한국 일진들은 죄다 그지 새끼들뿐이야? 남의 집에 겨들어와서 밥 달라고 하게?”


그의 손엔 핸드폰이 들려있었다.


마치 동영상을 촬영하듯, 핸드폰 후면이 자신들을 향한 채였다.


“···이현성?”


“걱정 마. 실물보단 더 잘생기게 나왔으니까.”


이내 핸드폰을 집어넣는 그를 보며 남자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우리 현성이 못 본 사이에 재밌어졌네?”


“어어. 몇 분 뒤면 더 재밌게 해줄-”


“여길 왜 와.”


이현성의 말은 이지아에 의해 끊겼다.


“도대체 여길 왜 오냐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동안 혼자 참고 버텨오던 모든 게 물거품이 되어버린 탓이다.


“그냥 집에 있었으면 됐잖아···. 왜 따라나와서 일을 크게 만들어! 왜에!”


절규에 찬 목소리가 골목 어귀로 퍼졌다.


뒤에선 현실 남매 싸움이라며 키득대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현성은 마실 이라도 나온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가왔다.


“들어가서 밥 먹자. 부모님 기다리셔.”


“이 새끼가 우리는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하네? 뒤질라고?”


“에이 설마. 볼 일은 너희한테 있는데.”


“볼 일?”


“어. 볼일.”


바로 앞까지 다가와 걸음을 멈춘 이현성은 남학생의 귀를 유심히 바라봤다.


“피어싱이네?”


“뭐?”


덥석-.


“아아! 아아아!! 야! 안 놔?!”


이현성은 대답 대신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찌-이익!


“으, 으압-!”


터져나오던 비명은 다른 손에 의해 막혔으며, 어느새 이현성의 손엔 피가 뚝뚝 떨어지는 피어싱이 들려있었다.


“오빠···?”


“이지아, 고개 돌리고 귀 막아.”


“···어?”


“얼른. 비위 상할라.”


이현성의 말에 이지아는 질끈 눈을 감았다.


곧이어 주변에선 난생 처음 들어보는 섬뜩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이지아는 뒤늦게 귀를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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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보복은 더 큰 보복으로 (2) +11 24.08.03 13,960 312 15쪽
15 보복은 더 큰 보복으로 (1) +17 24.08.02 14,040 30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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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진관 (1) +9 24.07.27 14,961 301 17쪽
10 까마귀 접선 +6 24.07.26 15,261 302 17쪽
9 이딴 게...갱? +13 24.07.25 15,396 317 15쪽
8 용병 라텔 +13 24.07.24 15,957 319 17쪽
7 형사 +9 24.07.23 16,080 316 13쪽
6 내겐 없는 기억 +6 24.07.22 16,079 319 13쪽
5 내가 일어나면 넌 누워야 돼 +7 24.07.21 16,562 350 13쪽
4 옛 인연 +19 24.07.20 16,921 351 16쪽
» 3년 후 (3) +8 24.07.19 17,242 354 11쪽
2 3년 후 (2) +17 24.07.18 19,202 316 13쪽
1 3년 후 (1) +21 24.07.18 24,947 3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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