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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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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7화. 곽재우의 사정

DUMMY

***


경흥부의 깊고도 어두운 감옥.

그곳에서 묻고 따지는 소리가 컸다.


곽재우는 의자에 묶인 채 고초를 당했고, 조정에서 내려온 위관(조사관) 김빙은 그런 곽재우를 가리켜 큰 소리를 내었다.


김빙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서인의 영수. 정철이 주문한 게 이것이었고 무엇보다 주상의 의중이 이곳에 있다고 생각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날 원망하지는 마시오. 나라고 이런 게 좋아서 그런 게 아니니.”


모두가 다 아는 심문. 이는 곽재우도 알았고 김빙도 알았으며, 북방의 장수들도 비슷했다. 그만큼 조선이란 나라는 당쟁으로 얼룩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당쟁을 유도한 건 선조의 의중.


동서 붕당을 만들고 한쪽을 짓눌러 왕권을 세운다. 때때로 불손한 대관을 꾸짖어 선조의 의중을 관철했으며 바로 그것 때문에 별거 아닌 일도 커지기 마련이었다. 특히나 조용해야 할 북방도 조정이 흔들리자 이곳도 비슷하게 변했다.


경흥부로 한 무리의 야인이 나타났다.


상황을 살피기 위한 척후인지?

그것도 아니면 지나치는 야인의 이동인지?


작은 무리가 경흥의 성벽을 이리저리 살펴내며 어지럽게 한다.

바로 그것 때문에 경흥 부사 이순신은 높다란 성루에 올라 저들이 누구인지 살폈다.


커다랗게 펄럭이는 깃발.

야인 족장 사송아와 갑청아의 이름.


녹둔도와 가까운 추도에서 사는 자들이 어째서 경흥까지 내려왔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숫자가 적다고 해서 경계를 늦출 이순신이 아니어서 모든 병력을 성벽으로 올리고 저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 때문에 곽재우의 심문도 멈췄다.


조사관 김빙은 곽재우를 심문하다가 되물었다.


“야인들이 나타났다고? 1백도 안 되는 무리로 무엇을 하겠다고. 하하하. 야인들은 생각할수록 멍청한 놈들이야.

아니지, 아니야.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지? 곽 만호, 혹여 자네가 부른 건 아니겠지?”


그 말에 곽재우가 이맛살을 좁힌다. 그리고 당치 않단 얼굴로 대답했다.


“그 무슨 허튼소리요. 내가 부른다고 올 야인도 아닐 텐데.”

“아니야. 그건 알 수 없는 일.”

“정말로 그런 헛소리를 믿소이까?!”

“아닐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위관께서 정말, 내가 야인들과 손을 잡았다고 생각합니까?”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조정 대신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중요하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는 결백하오.”

“다들 그렇게들 말하지. 그리고 조정 대신들은 자네가 야인들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뭐요?!”

“그리 화낼 게 아니야. 지금부터 묻고 따질 테니 잘만 대답하면 그만이네.”

“아니, 그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천천히 말하게 자초지종은 내가 듣고 판단할 테니, 그대는 사실만 말하면 돼.”

“사실이라면 여러 번 말했습니다. 위관이 오기 전에 북병사 이제신에게 말했고, 조정의 여러 대감께 장계도 올렸습니다.”

“우판 대감에게 올린 글 말이지.”

“맞소이다. 정언신 대감이라면 내 말을 믿어줄 겁니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어. 자네가 보낸 장계로 지금 조정이 뜨겁단 말이야. 그리고 예조 참판께서 자네가 거짓을 말한다고 생각해.”

“정철 대감이 말입니까? 나는 진실을 말했습니다.”

“허어, 그래도 거짓을 고하나?! 내가 좋게 말하니 안 듣는 게 분명하지.”

“사실입니다. 절대 야인들과 소통하지 않았습니다.”

“거짓말. 그대가 여진인과 꿍꿍이를 펼쳤다는 정황이 있어. 그리고 지금! 경흥을 훔쳐보는 야인도 자네가 부른 게 분명하고.”

“그게 무슨 허튼소리입니까? 지금 말을 만들고 계십니다. 아무리 당색이 다르다고 하지만, 이래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자네 당색은 어디인가?”

“무장은 그런 게 없습니다. 그저 나라를 위한 게 전부입니다.”

“그런 자가 야인들을 불렀나? 자네 때문에 경흥부가 어렵게 되었어. 자네를 비호하던 이 부사도 지금 성벽에 올라 고생하고 있지 않은가?”

“어디서 허튼소리를 하십니까? 내가 야인들을 불렀다니요. 그리고 내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게 야인이랍니까?!”

“지금 자백하는 건가?”

“자백이요? 조사관 마음대로 생각하시오. 어차피 죽이려고 작정했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본색을 드러내십시오.”

“지금껏, 이 부사 때문에 좋은 말로 물어본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마음대로 하시오. 누가 들으며 날 위한다고 착각하겠습니다.”

“지금 한 말도 보고할 테야. 그러니 헛소리를 해서는 안 돼!”


그 말과 동시에 김빙은 병졸들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좋은 말로 따지던 것에서 고신까지 하려고 한다. 솔직히 이순신이 참관하고 있을 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북병사 이제신에게 했던 것처럼 좋은 말로 묻고 따지기만 했다. 하지만 이순신이 떠나자 본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매번 죄인들은 저딴 식이지. 여봐라! 저자의 무릎에 돌을 올려라! 건방진 저자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보자?”


김빙의 명령에 병사들이 움직였다.


한 사람이 들어도 무거운 돌덩이를 무릎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걸 당한 곽재우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끄응, 하는 앓는 소리와 함께 입술을 깨무는 모습. 그걸 본 김빙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리고 되물었다.


“바른대로 말하게. 안 그럼 더 무거운 걸 올려둘 테야.”

“...”

“네놈이 버텨도 무거운 돌덩이 앞에서 소용이 없어.”

“끄응.”

“이놈 봐라! 꼴에 무장이라 이거지.”

“아니요. 나는 아니란 말입니다. 나보고 거짓으로 자복하란 말입니까?”

“사실대로 말하게. 거짓이 아니라 진짜를 듣고 싶단 말이지.”

“아니라고 했잖소.”

“고집 피우지 말고 어서 말해.”


심문이 계속되었다.

막무가내의 심문이었다. 무거운 돌덩이를 올리는 압슬형으로 곽재우의 입을 열고자 했다.


곽재우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버텼다. 그러자 김빙의 표정도 변한다. 가볍게 웃던 얼굴도 사라지고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소리친다.

그러자 병졸들이 또 움직였다. 무거운 돌덩이를 치우고 곽재우를 의자에서 내려 꿇렸다. 그리고 옷까지 벗겼다.

벌거벗은 몸. 치욕도 이런 치욕이 없었다. 그리고 돌덩이를 다시 올렸다.


곽재우의 표정이 붉게 변한다. 그럼에도 참아내자 병사까지 올라가 고문을 가한다. 무릎이 박살 날 것 같은 고통. 찌푸린 표정에서 고통이 상상으로 컸다.


“이런다고 거짓을 말할 수는 없소이다.”


“말하지 마라. 나도 듣고 싶지 않아. 솔직히 이러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알지 않나. 그러니 주상의 심기를 건들지 말아야지.”


“.....”


곽재우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붉은 핏물이 입술을 타고 흐른다.


이대로 고문이 계속된다면 평생 앉은뱅이로 살 것이다.


어쩌면 병신을 만들고자 한 의중일지도.


그럼에도 버텼다. 곽재우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버텼다. 그리고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그래, 이대로 죽는 것이야.

고초를 당한 건 나 하나로 족하다.


절대, 스승과 동문에게 위해危害가 가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버티지 말고 혀를 깨물어서 죽는다면···.


혀를 깨물고자 했다.

하지만

귀신처럼 알아차린 김빙이 소리치자 병졸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곽재우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김빙은 긴 숨을 삼켰다. 긴급한 순간을 넘기고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큰일 날 짓을. 누가 보면 자네를 고신했다고 오해하겠어. 오늘은 그저 묻고자 했지. 자네를 죽이려고 온 건 아니야.”


“...비, 비겁하오.”


“미안하네.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아.”


“비, 빌어먹을... 부, 부당.”


분당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물린 재갈의 영향으로 발음이 뭉개졌다. 하지만 그걸 귀신처럼 알아들은 김빙이 대답했다.


“맞는 말이야. 동인과 서인 중 하나는 사라져야지. 지금처럼 팽팽히 맞선다면 그건 주상의 의중이 아니야.”


“나는, 그들과 먼... 사람이요.”


“멀기는. 자네도 동인이야. 자네의 동문도 그러하고, 조식 선생도 그렇지.”


그 말에 곽재우는 매섭게 노려봤다. 스승과 동문의 이름이 나오자 김빙의 의중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눈빛을 바라본 김빙이 병졸에게 소리쳤다.


“뭣들 하느냐?! 죄인이 무게에 적응 했잖느냐? 어서 돌을 올려라!”


그 말에 병졸들이 대답했다.


[더 하면 무릎이 박살 납니다. 더는 걸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이 부사가 사실을 파악하면 불호령을 치실 겁니다.]


“흥! 성벽으로 올라간 이 부사가 어떻게 안다고. 그럴 일 없다. 그리고 심문하는 건 내 고유의 영역이야. 이 부사가 뭐라고 할 게 아니란 말이지.”


그때였다.

성루 위로 올라간 이순신이 전령을 보내왔다.


전령은 다급한 표정으로 성 밖의 사정을 알렸다.


[그냥 척후대가 아닙니다. 숫자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대병입니다. 그리고 일부 야인대가 성내로 잠입했습니다.]


“야인들이 성안에 들어왔다고?”


[개구멍을 통해 들어왔는지? 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니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하시란 이 부사의 전언입니다.]


전령의 말이 끝나자 연기가 치솟는다. 감옥소 밖은 검은 연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들리는 백성들의 울부짖음.

야인들의 소란으로 백성들은 소리쳤다.


[피해! 야인이다!!]

[개구멍을 통해 야인이 들어왔어.]

[아니네. 성문 중 하나가 열렸단 말이 있어.]

[세작이지. 미리 숨은 야인 놈이 문을 열었데.]

[어디 그뿐인가?! 무기고를 태우고 관청을 덮치고 있다네.]

[불이야!!!]

[민가로 불이 올라왔어. 어서 불을 꺼야 해!]


난리였다. 숨어든 세작들이 성문을 열고 그걸 막으려는 조선 군 사이에 접전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소란을 들은 김빙은 서둘러 움직였다. 감옥에서 도망치려고 문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어렵다. 이곳저곳에 시커먼 연기가 가득하고

칼을 든 야인 놈들이 난리를 피운다.


김빙은 감옥 밖으로 도망치려다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걸 본 곽재우가 비웃었다.


“두렵소? 죽는 게 그렇게 두렵단 말이요?”


“뭐라?!”


“얼마 전의 당당함은 어디 가고, 겁 많은 개종자만 남았단 말이요.”


“지금 뭐라고 떠든 것이냐? 네놈이 부른 야인들이다.”


“말 같잖은 소리를 하시오. 그럼 니탕개도 내가 불렀소이까?”


“네놈이 이제야 바른말을 하는구나. 그렇지. 니탕개도 네놈이 불렀어. 종성과 회령의 어려움도 다 네놈 때문이다.”


“죽을 때가 되니 헛소리를 하십니다. 그딴 말은 그만합시다. 그리고 이것 좀 풀어주시오. 나라도 돕겠소. 내가 나서 야인 놈들을 벨 테니 이것 좀 풀어달란 말이요.”


“그럴 수 없다. 네놈이 야인과 한편이 될지 어찌 알고 풀어준단 말이냐?”


“끝까지 그럴 겁니까? 경흥부가 야인들에게 함락당해도 그런 말을 하실 겁니까?!”


“그, 그건....”


김빙은 고민했다. 그도 곽재우가 죄가 없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여기서 풀어준다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일이었다.


곽재우는 죄인이어야 했다. 그것이 정해진 판결. 그걸 얻어가려고 김빙이 왔고.

그런데 곽재우가 풀려나서 전공이라도 세운다면 큰일이다.


그리고 김빙이 고민하는 과정에도 혼란은 계속되었다.


한쪽 성문이 열렸는지?

야인들은 많아졌고, 또 그들끼리 이상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분명 야인인데? 야인끼리 싸운다?


성내로 몰려든 야인은 두 무리인데? 후속으로 들어온 야인과 전투가 벌어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김빙은 눈을 크게 뜨고 감옥 밖의 상황을 살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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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5화. 큰 전쟁의 서막3 +4 24.05.07 379 14 16쪽
115 114화. 큰 전쟁의 서막2 +4 24.05.06 380 14 15쪽
114 113화. 큰 전쟁의 서막. +1 24.05.05 395 14 12쪽
113 112화. 조선의 오판 +1 24.05.04 384 13 14쪽
112 111화. 와카사 항구에서 벗어나기. +2 24.05.03 358 13 14쪽
111 110화. 교토에서 탈출하라 +1 24.05.02 382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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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8화. 변해가는 국제 정세 +4 24.04.30 398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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