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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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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작품등록일 :
2024.01.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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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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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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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4화. 당쟁의 먹잇감은 곽재우.

DUMMY

***


녹둔도.


함경도 경흥부에 속하던 두만강 하구의 섬.

섬 안에 토성과 6척 높이의 목책을 만들었고, 그 인근으로 둔전을 두고 배를 타고 오가며 농사를 짓던 곳이다.


그런 그곳이 까맣게 타올랐다.


목책으로 만든 토성은 시뻘건 불꽃에 사라지고, 그 안을 지키던 군졸이 죽고, 힘없는 백성 160명이 야인에게 잡혀갔다.

물론 토성을 지키던 곽재우와 이몽서 등이 응전했으나 야인여진의 추장 마니응개, 우을기내, 사송아, 갑청아의 공격에 한계를 드러냈다.


녹둔도가 파괴된 후, 경흥부사 이순신과 조산만호 곽재우가 반격을 가해 추도에 은거하던 여진인 30여 명을 베고 포로가 된 60명의 백성을 구했다.


하지만 초반 패배는 분명했고, 죽어버린 군졸과 끌려간 백성이 많다는 이유로 곽재우는 파직당한 채 경흥부 감옥에 차갑게 앉았다.


그 이후 곽재우의 사면을 권한(백의종군) 정언신이(우의정) 주상께 요청했지만, 선조는 못 들은 척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것이다. 그걸 감옥에 갇힌 곽재우도 알았고, 경흥 부사 이순신도 알았다.


***


북방의 한기는 스산하게 불어오는데 곽재우는 누비옷 하나 없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덜덜덜.

곽재우는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본 간수장이 말했다.


“조금만 참으시지요. 사또께서(이순신) 곽 만호를 위해 서신을 썼습니다. 조만간 류성룡 대감이 주청을 드린다고 합니다.”


그 말에 곽재우가 눈을 떴다. 그리고 간수장을 향해 대답했다.


“우판 대감도 하지 못한 일을 대사헌께서(류성룡의 관직) 해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거야 기다려보면 아는 일. 그리고 공을 위해 애쓰던 예조정랑이 경을 치게 생겼습니다.”

“인백 형님이?”

“그러게, 사람을 봐가면서 성질을 드러내야지. 그 불꽃 같은 성질이, 또 사건을 만들었나 봅니다. 그것도 주상전하가 있는 경연에서 목소리를 높였으니 큰일이지요. 이 모든 게 장군을 감옥에 꺼내기 위해 애쓰다가 생긴 사건입니다.”


간수장은 혀를 찼다. 곽재우는 눈을 감아버렸다.


시간이 지나쳤다.


곽재우가 갇힌 지 반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그 과정 중 예조정랑에 있던 정여립이 관직을 내려놓았다.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은 정여립은 조정 생활이 맞지 않았다. 거기다가 동인 수장 이발과 친분을 가졌으니, 서인측 수장 정철에게 못마땅한 말을 듣고 관직을 버리고 낙향해 버렸다.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게 곽재우를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정여립은 관직을 내려놓는 것으로 곽재우의 사면을 요구했다.


시간이 지나친다.

또다시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서신이 오갔으면

정여립의 편지는 조정은 물론, 바다 건너 규슈로도 갔다.


***


나는 편지를 읽었다.


1년이 넘도록 감옥에서 고생하는 곽재우를 들었고, 그것과 더불어 북방의 사정이 요동치고 있다는 말도 있었다.


[형님, 북방의 사정이 흉흉합니다. 혹여 녹둔도 사건을 계기로 다른 변란이 일어나려는지...]

[규슈는 어떻게 되어갑니까? 궁금하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있었을 땐 기초를 닦아가던 상황이었는데, 잘하고 있겠지요? 형님의 능력이면 충분히 잘하시라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 시간되면 전주로 오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전처럼 형님과 술 한잔 걸치고 싶은 게 소원인데 그게 이렇게 어렵습니다.]

[저번에 말씀드린 내용처럼 막내에게(곽재우) 일이 터졌습니다. 쉽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시간이 꽤 걸리고 있습니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할지? 북방의 한기는 차갑기 그지없을 텐데. 계수의 몸이 버텨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관직까지 내려놓으며 주상께 요청했는데 막내를 풀어줄지 모르겠습니다.

제발 당쟁에 이용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정여립의 한탄.


나는 그것을 읽었다. 그리고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규슈의 일과 필리핀, 내가 가진 모든 영지의 일들이 바쁜 건 사실이지만,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조선의 일은, 조선에서 끝낼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곽재우는 옥에 갇혀 죽을 것 같았고, 정여립도 낙향한 마당에 더는 갈 때가 없는 듯 보였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정.


데려와야지.

동생들과 함께해야지.


그게 내 마음이었다.


나는 마음을 굳힌 채 겔리온(산 헤르니모)에 올라탔다.


내가 가진 함선 중 가장 크고 웅장한 함선.

필리핀 총독에게 가야할 함선을 나포해 내 기함으로 만든 함선.


내가 올라타자 유대교 출신 선원들과 말라카 수병, 그리고 핫산을 비롯한 사백구, 사쇄문 형제가 배에 함께했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 김충선을 대동하고 돛을 펼치라고 명령했다.


산 헤르니모는 커다란 삼각돛을 펼쳐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


경흥부.


경흥 부사 이순신은 감옥에 갇힌 곽재우를 찾아갔다. 그리고 소신을 알려줬다.


“조정에서 거절했네. 백의종군이라도 시켜달란 청을 허락하지 않았어.”


그 말에 감옥 한구석에 처박힌 곽재우가 고개를 들었다. 1년간 고생하며 허약해진 곽재우가 입을 열었다.


“부사께서 저 때문에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리고 패장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아니야. 자네의 능력이야 내가 더 알지. 녹둔도 일이 어쩔 수 없었단 것을 이해하네. 그러니 기다려보세. 우판 대감과 자네 의형도 여러 번 간언했으니 답이 있을 거야.”

“인백 형님이요? 그 형이 고집을 부리면 안 되는데. 주상께서 더 화를 내실 겁니다.”

“아니야. 의형께서 관직을 내려놓으며 요청하니, 동인의 영수 이발은 물론 직제학 홍종록, 영상 대감까지 거들었다고 하네.”

“그래서는 안 되는데. 서인이신 인백 형님이 어째서 동인과 친분을 가졌단 말입니까?”

“당쟁 말인가? 나라를 지키는 무장에게 당쟁이 웬 말인가? 그런 거 없이 곽 만호가 뛰어나니 동인, 서인, 구분 없이 도우려고 하지.”

“아닙니다. 능력을 떠나서 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차라리 병판 대감이나(이율곡) 성혼 선생께서 도왔다면 달랐을 겁니다.”

“어째서?! 조정에 불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당쟁으로 얼룩진 조정입니다. 불화가 커질 게 분명합니다. 그게 저로부터 비롯된다면... 그냥 저하나 죽는 것으로 끝났으면 좋겠는데. 혹시 스승에게 위해가 갈까? 두렵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자네는 장수로서 할 일을 했네. 녹둔도 일이야 내가 보아서 알아,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보세.”


그때였다. 곽 재우를 다독이던 이순신에게 전령이 왔다. 그는 북병사 이제신이 보낸 전령이었다.


전령은 서신을 꺼내 이순신에게 전달했으며 이순신은 그걸 펼쳐 읽었다.


곽재우는 그 모습을 보았다. 이순신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서신을 읽는 내내 굳은 얼굴로 찌푸리기 일쑤였다.


그리고 편지를 다 읽은 이순신이 곽재우에게 말했다.


“회령부의 야인여진이 불란을 일으키고 있네. 거듭낸 흉년으로 양식을 내달라고 분탕질을 치고 있다지 뭔가.”

“그래서요? 회령 부사께서 어떻게 했답니까?”

“뻔하지. 회령 부사께서 호통을 쳐서 쫓아냈네.”

“저들이 순순히 물러났다니 다행이지만, 이번은 신경 쓰셔야 할 겁니다. 녹둔도의 야인도 양식이 부족해서 곡식을 훔쳐내다가, 방비가 허약하니 공격한 게 아닙니까? 혹여 작년의 사건이 크게 번지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설마? 북방사도 경계하라고 서신을 보내왔지 않나. 내가 있는 회령에선 없는 일이야.”

“이 부사께서 꼼꼼하게 살피시니 다행이지만, 다른 곳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야인이라면, 아산보와 경원진 일대를 노리겠습니다. 그곳의 방비가 제일 허술하니 약탈을 원한다면 그곳부터 공격하겠습니다.”

“아산보와 경원진?”

“그곳이 제일 취약합니다.”

“알았네. 북방사께 고해 올리지.”

“소신의 의견이 도움이 되겠습니까? 한낱 죄인의 말인데 말이지요.”

“아니야. 이렇게라도 공을 세워야지. 혹시 아나? 조정에서 자네를 방면할지??”

“....”


곽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의 사태가 조용히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더 큰 일이 생겼다.


곽재우의 말처럼 경원진과 아산보 일대가 공격받았다.

그것 때문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이순신은 경원진의 소식을 듣고 곽재우에게 달려왔다.


곽재우는 이순신의 방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을 품었다.


그러나 들려온 소식은 의외였다.


“곽 만호, 큰일이네. 자네 말처럼...”

“야인여진이 공격해왔습니까?”

“그래, 그런데...”

“어째서 그러십니까? 방비를 단단히 하라고 북병사께 권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자네의 말처럼 아산보와 경원진이 가장 취약하다고 장계를 올렸지. 그런데 말이네. 적의 규모가 상당히 많네. 몇백으로 약탈한 게 아니라 1만이 넘어가는 대병으로 들이쳤어.”

“1만이요?”


곽재우는 눈을 꾹 감아버렸다. 상황이 그려졌다. 상상하지 못한 숫자.

도적이 들이친다고, 몇백을 생각한 조언이었는데.

1만 이상이라니 막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것처럼 조선 군은 5백 이하. 그 병력으로 1만 이상의 적병을 만났으니 어떻게 되었겠는가? 상상만 해도 답이 나왔다.


“상황이 어렵게 되었어. 경원 부사 김수와 안원보 판관 양사의는 그나마 맡은 구역에서 사력을 다했네. 그런데 성문을 맡은 전임 만호 이봉수가 도망치는 바람에 군대는 흩어지고 성문은 열린 채 약탈을 당했네.”

“얼마나 상했습니까?”

“말도 말게. 백성까지 끌려가고 식량과 무기고까지 털렸어.”

“그래서요. 놈들이 경원진을 장악했습니까?”

“그건 아니네. 저들의 목적이 점령까지 아니었어. 하지만 한번 쉽게 얻은 약탈이니 다음은 다르겠지. 더한 군병으로 다시 올 것으로 판단하네.”


이순신의 말처럼 야인들은 다시 왔다. 한 번 공격했던 경원진을 공격했고, 때마침 온성 부사 신립이 지원해줘서 간신히 막아낸 수성이었다.


그리고 그 여파로 더한 일이 벌어졌다.


3만 이상의 야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반적의 수장을 자처한 니탕개와 각 부족의 족장, 율보리, 이창종개, 경흥부(이순신 관할) 일대의 추장인 우을기내, 마니응개, 사송아, 갑청아까지 엄청난 숫자의 야인이 모였다.


바로 그 일 때문에

조정에서 문책이 떨어졌다. 제일 먼저 북병사 이제신의 어리석음을 꾸짖었다.


분명, 이순신의 장계로 야인들의 침입을 예고했는데, 방비했어야 할 북병사는 무능했다.


그리고 북병사 이제신은 반론을 제기하며

곽재우를 탓하기 시작했다.


[소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곽 만호가 적병의 침입을 알았다면, 적병의 숫자도 알았을 텐데, 그걸 알려주지 않아서 방비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산보와 경원진이 침입받을 걸 정확히 알았다면, 이는 아군을 기만한 처사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곽 만호와 도적들 사이에 어떤 교류가 있었지 않았을까?]


얼토당토 않는 말이다.

이제신은 곽재우를 세작이라고 말한 것과 같았다. 물론 책임을 어떻게든 벗어나고픈 이제신의 헛소리겠지만,

조정에선 당쟁을 삼는 구실이 되었다.


변란을 두고 서인과 동인이 엉겨 붙었으며 누구의 잘못이 큰지 따지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북방의 장수도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곽재우는 그 소리를 듣고 자기는 죽은 목숨으로 생각했다.


이는 희생량이 필요한 것이다.

누구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패배의 책임은 누군가는 지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어진 문책으로

북병사 이제신은 파직당했고, 곽재우는 심문이 필요하다는 조치가 떨어졌다.


여기서 심문이란 야인여진과 교류가 있었는지?

어떻게 적의 침입을 알았으며?

또는. 아산보, 경원진이 취약하다는 걸 어떻게 알았으며 그 정보를 야인에게 흘린 것은 아닌지 알고자 한다는 소리였다.


정말 개똥 같은 소리였다.


곽재우는 조정에서 흘러나온 풍문을 듣고 눈을 감아버렸다.


북병사 이제신은 파면당했고, 곽재우를 심문하기 위해 조정에서 위관이(심문하는 대신) 파견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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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1화. 원균은 매번 그랬다. 24.05.13 328 12 14쪽
121 120화. 노부나가의 출진 +1 24.05.12 351 13 13쪽
120 119화. 정철이 포로를 심문하는 방법. 24.05.11 355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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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7화. 노부나가의 조선 침공2 +2 24.05.09 386 13 13쪽
117 116화. 노부나가의 조선 침공 +3 24.05.08 382 17 13쪽
116 115화. 큰 전쟁의 서막3 +4 24.05.07 379 14 16쪽
115 114화. 큰 전쟁의 서막2 +4 24.05.06 380 14 15쪽
114 113화. 큰 전쟁의 서막. +1 24.05.05 395 14 12쪽
113 112화. 조선의 오판 +1 24.05.04 384 13 14쪽
112 111화. 와카사 항구에서 벗어나기. +2 24.05.03 358 13 14쪽
111 110화. 교토에서 탈출하라 +1 24.05.02 382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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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8화. 변해가는 국제 정세 +4 24.04.30 398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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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5화. 전쟁의 불길이 일어나다. +1 24.04.27 417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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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3화. 대마도에서 생긴 일2 +5 24.04.25 409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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