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카스텔JM 님의 서재입니다.

인퍼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카스텔JM
작품등록일 :
2022.05.18 12:31
최근연재일 :
2022.10.13 21:0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3,011
추천수 :
141
글자수 :
656,751

작성
22.06.14 19:30
조회
14
추천
2
글자
10쪽

볼더 시티 (1)

DUMMY

"축축한 초원 위에 떨어져서 죽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야."


"그냥 죽어버리지 그래?"


"자, 지금 당장 3분동안 편할 수 있어? 아니지?

그렇다면 그냥 죽는게 어때? 평생을 말야 병신으로 사는게 좋아?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하자고! 내 말이 들리긴 들려?"


"네 여동생은 너와 달리 정상인이더라? 꽤 귀엽더라. 근데 어떡해. 불쌍해라. 오빠가 뇌 불구라.."



순식간에 벽돌이 콧뼈를 박살내버린다.

흩어지는 붉은 파편과 먼지에 모두가 동요했다.

가디언은 크레인의 배에 올라탄 뒤 여러 차례 얼굴에 벽돌을 내리쳤다. 황토색 벽돌에 핏자국이 묻어날 때마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그 누구도 그를 막지 않았다. 이미 크레인의 눈알은 함몰된 채 피가 터져 나오고 있었고 코는 좌측으로 꺾여있었다. 크레인의 광대뼈가 작살나고 눈썹과 볼살이 찢겨나가는 도중에도 가디언은 눈 깜짝 하지 않고 그저 팔을 휘두를 뿐이었다.

그의 폭주는 체렌의 비명에 멈췄다.

가디언은 말 없이 휙 고개를 쳐들었다.

체렌은 가디언이 벌인 비극을 도저히 정면으로 볼 수 없었다. 가디언은 체렌의 손 틈 사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고는 심장이 철렁 주저앉았다. 가디언은 벌쩍 일어나 손을 뻗었다. 체렌에게 다가가며 입을 벌려보지만 그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체렌이 뒤돌아 도망치자 가디언은 갑자기 슬퍼졌다. 가디언이 다시 벽돌을 집어들어 도로 위에 축 늘어진 크레인에게 다가가자 경찰들이 그에게 몸을 던졌다.






*




<쾅.>



책상에 엎드린 채 자다가 악몽에 무릎을 확 들어 책상에 부딪혔다.

착탈식 명패가 체렌의 팔 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허벅지와 무릎를 매만지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뒷벽엔 넓직한 사진이 걸려있었다.

데이비드와 제인스 박사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체렌은 고개를 흔들며 볼에 손바닥을 갖다댄다.

살짝 뜨듯해진 귀를 만지며 감기기운이 왔나 생각했다. 으스스한 기운에 팔짱을 끼고는 일어섰다. 갈색 벽지와 나무로 된 바닥 안에서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리고 갑자기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체렌은 휙 발목을 틀았다. 수화기를 집어든 그녀는 애써 눈을 천장으로 올렸다.


"탈주한 스턴 그레이를 확보했다."

무덤덤한 가디언의 목소리에 체렌은 이어질 말을 예상했다.


"카린은 도망쳤어. 하지만 걔는 일단 베니의 개가 아니야."

체렌은 눈을 크게 뜨며 면전에서 대화하듯 제스처를 취했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 이젠 더이상 속아넘어가면 안돼."

가디언의 한숨 소리에 체렌은 눈을 찡끄렸다.


"베니의 부하라면 스턴을 죽이고도 남았을거야. 단 둘이 며칠동안 잘 지냈나봐?"

가디언의 웃음소리가 이어지자 체렌은 가슴 속 응어리가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듯 했다.


"그리고 에너지 드링크도 주던데. 이 정도면 믿겠어?"


"그걸 어디서 구해?"

체렌이 물었다.

가디언의 침묵에 체렌이 다시 웃었다.


"우릴 속일려면 뭐든 할거야. 그리고 언젠가 제대로 뒤통수 쳐서 우리를 몰락시킬거라고.

설마 카린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거야? 그 사람이 오빠한테 뭔 짓을 한지 잊었어?"


"닥쳐. 나도 맹신하는건 아니니까. 카린은 노워 소속이야."


"...그건 그것대로 문제잖아."


"일단 그 여자는 잊자고. 걔가 구라를 치든 말든 솔직히 나도 상대 안해. 자세한건 거기 가서 말하고.."


"그 남자 상태는 어때?"

체렌의 수화기를 든 손이 살짝 떨렸다.


"누구?"


"스턴 그레이 말야."


"아... 카린한테 제대로 한 번 속아넘어가서 지금 정신 못 차려. 그냥 어기적거리며 따라오고 있어. 머저리가 따로 없네."


체렌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로트는?"


"내일 여기로 넘어온대. 그리고, 로트가 처리한 인퍼가 살아있다는데 사실이야? 로트는 말을 안해." 가디언의 말에 체렌은 표정이 굳어진다.


"응, 사실이야. 로트의 안구 데이터를 출력해서 봤는데, 금발 여자의 에리어가 땅에 묻힌 채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몸부림치고 눈을 뜨고 있었어. 그런데 이 사람이 베니의 졸개라는 건 어떻게 알아?"


"에리어니까 그렇게 판단한거 아닐까?"


"로트의 단독행동이었다고?"

체렌은 말하며 곰곰이 생각했다.

체렌은 로트에게서 직접 대답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쯤에 도착할테니 파티 준비해! 드디어 우리의 영웅 스턴 그레이가 도착할테니!"


"우리의 영웅은 개뿔..."

체렌은 살짝 웃으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체렌은 인기척에 휙 고개를 돌렸다.

현관에 기대 서서 가만히 있는 아르쟌을 보고 깜짝 놀란다.


"뭐, 뭐하는거야? 여기서."

체렌이 삿대질 하자 아르쟌은 어깨를 으쓱 올렸다.


"그 사람이 드디어 오나보네?"

아르쟌이 의미심장한 말을 하자 체렌은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가 제대로 맞이해야지!"

아르쟌이 크게 웃자 그의 뒤에서 여러명의 인퍼들이 체렌의 집 앞에 몰려들었다.


"어떻게 준비할까요? 스턴 그레이를 위한 파티를!"

씩씩하고 흥분한 사내들이 체렌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뭘 준비를 해..? 그냥 술집가서 퍼 마시세요."


"아..!" 아르쟌이 휙 뒤돌아선다. 무리가 그를 따라 달려간다.

그들을 보며 체렌은 어이없어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녀는 문을 닫으며 돌아서는 순간 책상에 발을 걸쳐놓은 채 앉아있는 제트팩을 보고는 혼절한다.

갑자기 축 늘어져 쓰러진 체렌에 제트팩은 놀라서 휙 일어섰다.


"어.. 어이! 체렌. 괜찮나? 아니, 나는 그냥 놀래킬려고.." 제트팩은 체렌의 옷깃소매를 걷어 그녀의 팔에 두 손가락을 갖다대며 자신의 쉬어가는 듯한 숨통도 의식했다.

갑자기 뚝 흘러내리는 땀이 제트팩의 하얀수염에 묻어난다. 제트팩이 벌떡 일어서서 안절부절 못하며 허둥대자 체렌이 눈을 떴다.


"장난이에요!" 체렌이 벌떡 일어서며 활짝 웃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던 제트팩이 체렌의 얼굴을 마주하며 정색했다. 일그러진 표정은 금세 차가운 돌덩이가 되었다. 각진 코와 턱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 와닿았다. 제트팩은 눈을 깔고는 체렌의 전신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체렌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체렌에 코앞에 다가왔다.

제트팩의 몸이 체렌의 흉부에 접근하자 그녀는 움찔했다.


"..아저씨..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그냥 장난..."

체렌의 사색을 본 제트팩은 활짝 웃었다.


"나도 장난일세. 동지."


체렌은 노인의 눈치를 살짝 보더니 따라 미소를 지었다. 왠지 모를 공포가 그녀의 등골을 타고 올라온 한 순간이었다.


"사실 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제트팩이 말했다.


"만약에, 내가 사라진다면 말이지.

자네가 반드시 해줘야할게 있어."


"..뭔데요?" 체렌의 머릿속엔 물음표가 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스크린에는 백발의 노인이 제4의 벽을 뚫고 노려보고 있었다.


"바로 데이비드를 찾아가게.

만약, 내가 사라진다면 데이비드를 곧장 찾아가게. 하지만 단 혼자서 가야하네."


제트팩이 말하고는 현관을 향해 걸어간다.

관객의 웅성거림을 느낀 제트팩은 휙 뒤돌아봤다.


"이유는 묻지말게나!"

호통치듯이 말하고는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체렌은 멍한 표정으로 현관을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의 책상 앞에 서서 명패를 들어올렸다.

다시 한 번 이 자리의 무게가 어느정도인지 생각했다.


'볼더 시티 지부장 체렌 크로스'




*





"우리는 진화라는 형태로 만났다. 우리의 유대의 순도를 갑자기 높이기엔 힘들겠지만 그저 우리의 명령을 따른다면 축복이 있을거라는 것을 명심해라. 너희 자신뿐만이 아닌, 너희 가족과 우리 민족을 위해."


위버 허드슨이 말을 끝내자 피실험체들이 환호한다. 축축한 갈색 운동장 위에 아시안 천 이백명이 손을 들며 환호했다.

위버 허드슨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큰 키에 근육질 몸. 갈색보단 검정에 가까운 살색의 사나이. 그리고 그의 목덜미에 드러난 인프.

그는 '노워'의 총사령관이다. 연설이 끝마친 후 피실험체들에게 인프가 이식된다. 그들은 세뇌 교육을 받은 후 도시에 투입되어 잠입 임무와 대대적인 테러를 일으킬 작전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위버는 저벅저벅 복도를 걸어가다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카린과 마주쳤다.


"오랜만이군. 그래, 작전대로 되었나?"

위버가 말하자 카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거의 성공했는데, 왠 하이에나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카린은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었다.


"흠.. 아깝군. 에리어 하나가 더 있어야만 하는데."

위버는 고개를 저으며 카린을 지긋이 바라봤다.


"카린 그런데.. 그게 꼭 스턴 그레이일 필요는 없잖아?"

위버는 카린의 어깨를 감싸더니 웃어댔다.

카린은 살짝 몸을 움추리더니 위버를 쳐다봤다.


"그러긴 합니다만.."


"너가 에리옴 세개 이상을 확보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뭐, 두 개 확보만 해도 이미 큰 공을 세우긴 한거니까. 그래서 마지막 에리옴을 찾는 작전을 수행하러 가자고.."


위버가 카린의 곁을 떠나 껑충 뛰며 앞서나가 카린에게 손짓했다. 그리고 엘레베이터를 탑승 한 뒤 지하로 내려갔다.

심연같은 분위기는 위버가 스위치를 누르자 환한 빛이나는 잠수함으로 변한다.


그리고 스크린이 펼쳐지더니 리시 그레이의 얼굴이 나타난다. 위버는 무언가를 갈망하는 눈빛으로 프로필을 바라보았다.


"이 여자에게도 있는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 인조인간안티협회가 이 여자를 살려두고 있을 이유가 있나? 아니, 없지. 그러니까 어떻게든 관계를 조성해서 빌어먹을 인프를 얻어오자고.. 돈은 충분해.. 그리고 이식자도 충분하고..."


위버는 실실 웃으면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갔다. 인조인간안티협회와 인퍼 사이에서 돈을 벌어서 억만장자가 되는 것. 그리고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그 어느 세력들이든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고, 자기 중심적으로 모든 것들이 일어나길 원했다.


"리시 그레이. 이 여자를 찾아야 해. 그게 우리 목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8시간과 16시간 22.06.18 13 1 9쪽
42 냉동고 22.06.17 13 1 11쪽
41 에스메랄 구출작전 (3) 22.06.17 13 1 10쪽
40 에스메랄 구출작전 (2) 22.06.16 15 1 14쪽
39 에스메랄 구출작전 (1) +2 22.06.16 19 2 10쪽
38 볼더 시티 (3) 22.06.15 15 2 19쪽
37 볼더 시티 (2) 22.06.15 14 2 15쪽
» 볼더 시티 (1) 22.06.14 15 2 10쪽
35 그녀를 떠나라 22.06.14 18 2 19쪽
34 자격 22.06.13 16 2 20쪽
33 디트로이트 고문실 22.06.13 14 2 12쪽
32 디트로이트 상업지대 22.06.12 16 2 12쪽
31 남은 생애의 첫날 +1 22.06.12 18 2 15쪽
30 세상은 평화로워졌다 22.06.11 19 2 14쪽
29 신이 된 기분 22.06.11 17 2 16쪽
28 도착 22.06.10 16 2 12쪽
27 공범자 22.06.10 15 2 12쪽
26 지울 수 없는 증오 22.06.09 14 2 11쪽
25 과거의 그림자 (3) 22.06.09 15 2 17쪽
24 과거의 그림자 (2) 22.06.08 16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