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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JM
작품등록일 :
2022.05.1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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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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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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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그림자 (3)

DUMMY

가디언이 눈을 번쩍뜨자 처음으로 느껴진 건 아직도 귓속에 남아있는 물기였다. 그는 천천히 눈동자를 굴려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했다. 의문의 사나이가 나타나 자신을 내려깔보지 않기를 빌었다. 다행히도, 데이비드와 제이슨이 나타나 그를 바라보았다.


"젠장. 깨어났군!"

데이비드가 가디언의 눈과 마주치고는 소리쳤다.

가디언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그들을 바라봤다.


"이..이것도 빌어먹을 가짜들은 아니지..?"

가디언이 푸른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정말 기적적으로 살았어. 에리옴 덕분이야. 그리고 제이슨이 관리자에게 빠르게 보고하는 덕에 너가 구조될 수 있었지."

데이비드가 말하고 옆에서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 도대체... 뭐였지.. 그 녀석은.."


"안정을 취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미 자네 인프를 통해 우리도 봤으니까."

데이비드가 걸어나가고 카린과 체렌이 그를 지나쳐 병실로 들어왔다.


"가디언!"

카린은 누워있는 그를 부둥켜 안았다. 그리고 그의 입에 키스했다.


"으읍.. 어.."


체렌은 제이슨 옆에 서서 둘을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야..?"

카린이 묻자 가디언은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뜬다.


"나도 모르겠어."

가디언은 카린의 입술을 마주한 채 지금은 악몽이 아니란 걸 겨우 인정했다.






*




카린은 가디언이 무사한 걸 확인하고는 시설 라운지로 걸어나왔다. 그녀는 이 모든 일을 꾸민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화가 잔뜩난 상태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빠른걸음으로 2층 발코니 문을 열어 제껴서 어두운 하늘을 마주했다.


"오랜만이군. 무슨 일이지?"

굵고 낮은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울려퍼졌다.


"당신이 그런거지? 가디언을 죽일려고 한거야?"

카린은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음..."

의문의 사나이가 말했다.


"그저 난 녀석의 머릿속에 있는 에리옴을 뜯어 낼려고 했을 뿐이야. 도통 쉬운게 아니라 실패했지만은."


"나한테 어떤 정보나 사전 협의도 없이 그러는 건 아닌거 같은데?"

카린이 소리쳤다.


"음.. 주변에 듣는 사람 없게 조심해. 너가 직접 죽여야 될수도 있다고."

의문의 사나이가 웃으며 말하자 카린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주위를 둘러봤다. 발코니에는 아무도 없었고.

추운 바람결과 카린밖에 없었다.


"W. 아직 난 작전 기간 중이야. 그리고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고. 에리옴이 필요한 건 알겠는데.."

카린이 말하다가 눈을 감고 머리를 쥐어잡았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시 상기하기 시작했다.


"에리옴이 필요한 걸 알아? 그럼 당장 가져오지 그래? 난 씹할! 그 빌어먹을 인프를 원한다고!!" W가 카린의 귀에 침을 곧바로 튀기듯이 말했다.


"뭐? 그냥 여길 습격하지 그래?"

카린은 흥분하는 W를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자기 독단적으로 가디언을 습격하더니, 카린의 임무마저 바로 끝마치게 하려는 그의 의도를 좀처럼 파악하기 힘들었다.


<끼익.>


누군가가 발코니로 들어서자 카린은 곧바로 전화연결을 꺼버리고 주머니에 휴대폰을 쑤셔넣었다. 카린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가디언을 바라봤다.


"지금.. 돌아다녀도 되는거야..?"

카린은 가디언에게 다가가 부둥켜 안았다.

그녀는 가디언의 어깨너머를 바라보면서 충격 서린 사색을 했다. 사랑하는 존재를 배신을 해야 하는가.


"이제 괜찮아. 곧바로 낫더라고. 아직 귀가 먹먹하긴 한데.."

가디언은 웃으면서 카린을 바라보았다. 카린의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동자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듯 했다. 카린은 고개를 숙이고 망설였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인퍼를 위해 일하는 목적이 뭔지..

자신이 스파이라는 것을 그에게 그냥 전부 말해버리고 싶었다. W의 명령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었다.

가디언의 애써 멀쩡한 척 하는 얼굴을 보고는 카린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가디언은 그냥 카린을 다시 감싸 안았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죽을 뻔했지만.. 이건 오히려 기회인 것 같애. 인프의 성능을 또 다시 증명한 셈이잖아. 우리는 인퍼를 위해 함께 살아가는거야. 세상을 바꿀 수 있어."

가디언은 희망 섞인 어조로 말을 뱉어냈다. 카린의 속은 시꺼멓게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거야."


가디언의 신념은 줄곧 그래왔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 어떤 방식이든지 상관없겠지만, 변질된지 오래였다. 단지 과거의 그는 이렇게 순수했었다.


카린은 순수한 희망을 담은 가디언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도저히 고개를 똑바로 들수가 없었다.


<끼익.>


몇몇 시설 직원들과 제이슨이 발코니로 들어섰다. 그들은 담배를 입에 물고 등장했다. 카린은 그들을 보고는 천천히 가디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먼저 내려가있을게."

카린이 말하자 가디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제이슨과 직원들은 담배를 물고 라이터를 들어올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카린을 바라보았다.


"존나 예쁜데?"

한 직원이 말하자 제이슨은 그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했다.

"그래, 입 조심해."

가디언은 직원을 노려보고는 제이슨에게 다가가 담배를 달라는 손짓을 했다.

제이슨은 그를 몇초 간 가만히 응시하다가 한 개비를 던져준다.





*




카린은 갑자기 휴대폰 진동이 울리자 꺼내들어 확인한다. 그 순간 카린의 표정은 싹 굳어버린다. 그녀는 투명으로 된 발코니 문 너머로 가디언과 사람들의 뒷모습을 슬쩍보고 짜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왜.... 그러는거야 도대체...."

카린은 중얼거렸다.


카린은 좁은 복도로 들어서 주황빛을 내뿜는 천장 아래 화장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변기 칸으로 들어가 문을 탁 잠갔다.

그리고 변기에 앉아서 휴대폰을 다시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녀는 부정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 생활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고, 적응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문자가 와있었다.

'발신자 W - 당장 오늘 에리옴 세개를 탈취해 와라. 그리고 이제 그 시설에서 손을 떼. 본부에 합류해라. 더이상 지체할 이유도 없어. 이미 위협적인 존재가 있음을 들켜버렸잖아? 그리고 전화를 그렇게 끊으면 내 기분이 너무 좆같은걸?'


카린은 벌벌 떨면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디언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최소한 이번년도에는 다음 지령이 없을거라면서. 그리고 너가 W가 맞는지부터 확인을 해야겠는걸.'

카린은 문자를 보내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두손으로 두 눈을 감쌌다.


"싫어.."


<위잉.>

진동.

카린은 곧바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발신자 W - 바로 앞에 와있다. 에리옴을 들고 나오기나 해.'


카린은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잠..잠깐만.." 카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빠르게 가디언과 체렌 그리고 데이비드 박사가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몇십초 정도가 지나자 다시 휴대폰이 진동한다.

카린은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발신자 W - 정이 들었나 보군. 내가 직접 들어갈까?'


카린은 곧바로 문을 열고 일어섰다. 화장실을 나온 그녀는 빠르게 머릿속으로 모든 생각을 억눌렀다. 가디언과의 추억, 그리움, 박사, 체렌, 인퍼들. 그런 건 전부 그녀에게 있어서 작전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라고. 오직 인퍼의 정보를 얻어내고 뺏어내기 위한 스파이짓을 했던 도중 스쳐지나갈 인연이라고. 그렇기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추억과 인연들이 하나의 도구였을 뿐이라고 최대한 악의를 담아 압축하려 했다.


조명이 전부 꺼져 깜깜해진 라운지를 가로질러가 카린은 인프 보관실에 도착했다. 굳게 잠겨있는 문 옆 센서에 바로 보안증을 갖다대어 열었다. 그동안에 카린의 온몸은 벌벌 떨렸다. 발각될거라는 두려움보다는 앞으로 몰려들 죄책감이 컸다.


보관실에는 수많은 인프들이 선반 위 유리케이스 안에 모셔져 있었다. 중앙에는 에리옴 세개가 밝은 조명 아래에 놓여져 있었다. 카린은 침을 꿀꺽 삼키고 자신의 양심을 무너뜨리는 선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카린이 보관실로 들어서자마자 빨간 조명이 보관실 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카린은 당황해서 손이 먼저 나섰다. 놓여있는 에리옴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에리옴들을 주워 담고는 빠르게 뒤돌아 섰다. 그녀는 계속해서 엄습하는 죄책감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임무는 수행되어져야만 했다. 카린은 자신이 너무 정을 들여버린 탓이라고 냉정하게 생각했다. 보관실을 나온 그녀는 빠르게 정문으로 달려나아갔다. 이 모든 건 잊혀지리. 그녀는 이제 인퍼와의 연은 끝났어 라며 되새김질한다. 가디언, 체렌, 데이비드, 제이슨, 인퍼들, 마주한 사람들, 지난 시간들 전부 휴지통에 갖다 던져서 뒤돌아보지도 않아야 했다. 불태우고, 그들에 대한 기억을 전부 왜곡하고, 떠올리기도 끔찍할 만큼 스스로 만들어야했다. 그게 카린이 수행해야 하는 임무의 일부니까. 처음부터 모든 관계는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었다. 카린은 임무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학력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 인퍼에 관여할 수 있는 직업을 얻고, 첩자로써 일을 수행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이 끝을 철저히 준비하고, 과감히 끊어낼 수 있어야 했지만 카린은 그러지 못했다.


화장실 앞 복도를 지나 정문에 도달하려는 순간, 화장실에서 나오는 체렌과 눈이 마주친다. 체렌은 뻣뻣해진 카린의 움직임과 부자연스러운 그녀의 표정을 개의치 않았다.


"언니? 어디가?"

카린의 몸은 얼어붙었다. 체렌은 정문을 지나쳐 카린에게 더욱 다가갔다.


"오늘 박사님이 가디언 생존 기념으로 밤새 파티한다던데.. 언니 어디가?"

체렌이 순수하게 궁금한 얼굴로 묻자 카린은 주춤했다. 비록 지낸 시간이 긴 시간도 아니었지만 이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또한 또 다른 배신이었고, 카린은 코트 속 에리옴을 쥐고는 갈등했다.

"어.. 체렌. 내가 밖에서 볼일이 있어서.. 금방 올게."

카린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 그래? 알았어!"

체렌이 웃음짓고 뒤돌아서자 카린은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정문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아 맞다 언니!"

체렌이 또 다시 그녀를 불러세우고 다가갔다. 카린은 그냥 뿌리치고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그녀는 울 것만 같았다. 제발 체렌이 저리로 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카린은 체렌을 바라봤다.

"가디언 성질이 원래 더러운데.. 언니 만나고 좀 순해진 것 같기도해서... 정말 신기해.. 그리고 오늘 이렇게 사건이 있었지만은... 아마 언니 덕에 이렇게 무사한걸 수도 있어. 암튼, 정말 다행이라 고마워!"

체렌이 활짝 웃으면서 카린에게 말했지만 이미 카린의 눈은 울기 직전이었다.


"....무슨.. 일 있어요..?"

체렌은 심각하게 표정이 굳어버린다.

완전히 다른 감정들이 교차하고 카린의 심장을 마구 두들겼다. 그녀의 행동과 선택은 되돌릴 수 없을 터였다. 이 모든 관계가 무너지거나, 유지되거나. 하지만 반드시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니까.."

카린은 체렌을 뒤로하고 정문으로 나아갔다.


그 순간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고, 몇몇 직원들이 복도에서 나와 라운지에 나타나 카린을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철창이 천천히 내려와 입구를 닫기 시작했다.

체렌은 울리는 사이렌을 인지하다가 도망쳐 나가는 카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카린은 유리 정문을 몸을 밀어 활짝 제낀 뒤 곧바로 고개를 숙여 철창 밑으로 빠져나와 바깥 공기를 들이마셨다. 바로 앞에는 검은 차량과 함께 모자를 푹 눌러쓴 누군가가 서 있었다.


"W?"

카린은 거친 호흡과 함께 그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그녀는 이 모든 연을 그나마 평화롭게 끝마칠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의문을 품은 채 끝나리라. 비록 미움의 대상이 되겠지만 그 정도면 그녀는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카린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며 W와 가까워졌다.


그 순간 W는 천천히 권총을 카린을 향해 들어올렸다. 카린은 총구를 보고는 그 자리에서 정지했다.


<탕.>


총소리가 났고, 카린은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카린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지반 성한 곳 하나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W를 올려다보고는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철창이 닫히고, 카린을 따라 밖으로 나온 체렌은 비틀거렸다.

"어......?"

그녀의 가슴에서 핏물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체렌은 카린을 바라보다가 바닥에 엎어진다.

카린은 체렌의 엎어진 모습을 보고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바라볼 뿐이었다. 뒤에서 W가 카린의 목을 감싸 끌어당겼다. 철창 안쪽에서는 이쪽을 향한 고함과 놀란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철창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병신같은 짓은 그만하자고!"

W의 강력한 힘에 이끌려 카린은 곧바로 차량에 강제로 탑승된다. W는 바로 문을 닫고는 운전석 쪽으로 갔다. 철창이 다시 열리기 시작하고 직원들과 가디언이 바깥으로 나오는 모습이 창문 너머로 보였다. 카린은 가디언의 절망적인 눈을 마주보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카린은 곧바로 문을 열고 내리고 싶었지만 곧바로 위버의 총구가 그녀의 머리로 향했다. 그리고 차량은 출발했다. 카린은 백미러에 보이는 가디언의 모습을 애써 외면했다.


"왜... 왜 쏜거야.."

카린은 W을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에리옴 챙겼어?"

W는 카린의 감정은 신경쓰지도 않았다.


"그 애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아무것도 모르던 애란 말이야... 도대체...."

W는 카린의 얼굴을 힐끗 보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정신 교육이 좀 필요하겠군 카린? 너의 임무는 단지 인퍼 소속으로 있던 것인데.. 이제 아예 천직으로 삼아버렸구만.."

W가 조소를 띄우며 말하자 카린은 고개를 천천히 떨궜다. 이제 그녀는 차가운 죄책감만이 머릿속에 남아 핑핑 돌았다.


"원래 이런 세상이야. 원하는 걸 쟁취하기 위해서는 등쳐먹으며 살아야하지. 너가 프로젝트 인퍼에 관여하는 동안 우리는 다량의 인프를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인프에 대한 정보를 수두룩하게 얻었지. 이제 날 진화시킬 에리옴만 있으면 돼! 자, 그 완벽한 존재를 나에게 보여주겠니? 카린! 어서 보여봐!"

위버는 정면과 카린을 번갈아보며 소리쳤다.


천천히 그녀는 주머니에 있는 에리옴 세 개를 꺼내들었다. W는 곧바로 그걸 보고는 눈을 돌렸다.


"성공했군. 이래서 너가 지랄맞아도 미워할수 없다니까 카린!"

W가 소리치자 카린은 에리옴을 잡아쥔 후 창문을 내렸다.


"넌 이걸 가질 자격 없어."


카린은 곧바로 창문 틈 사이로 에리옴들을 던져버렸다. W는 화들짝 놀라 권총으로 카린의 머리를 후려쳤다. 카린은 그대로 기절했고 W는 차를 멈춰세웠다.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서 그는 빠르게 도로를 탐닉했다.


"이런 씹할년이 결국 일을 터뜨리는군.."

W는 바닥을 가까이 다가가 날라간 에리옴들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리옴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고, W는 머리를 쥐어잡으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런 빌어먹을.. 빌어먹을..."

W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카린이 있는 조수석 문을 확 열어제꼈다. 카린의 다리 아래에 에리옴 하나가 푸른 빛을 내고 있었다. W는 부들거리는 몸을 겨우 이겨내고 그 에리옴을 집어들었다. 이마의 핏줄이 상기되었고, 가만히 축 늘어져있는 카린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조수석 문을 쾅 닫고는 바로 운전석에 올라탔다. W는 겨우 하나 건진 에리옴을 준비해온 케이스에 담은 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공간에 넣었다. 그리고 기절해있는 카린을 바라보고는 눈을 부릅떴다.


"인퍼에 대해 좆같은 기억들만 남게 해주마 요망한 년."


W는 액셀을 밟아 질주한다.

헐레벌떡 달려오는 가디언의 미친 속도를 목격한 그는 눈이 번쩍 떠졌다.


W는 가디언이 바로 뒤꽁무니를 따라오는 걸 알고는 그대로 액셀을 끝까지 밟아버린다. 그와 카린의 몸이 뒤로 확 제껴지고, 가디언과의 거리가 멀어져갔다.


가디언은 결국 미친듯이 달리다가 아스팔트 도로 위에 엎어졌다.


가디언은 겨우 고개를 들어 멀어져가는 검은 차량을 바라봤다. 피가 철철 나올만큼 살이 까진 손바닥과 팔, 무릎과 종아리의 고통은 아무렇지 않았다.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저 그의 눈에는 원망 섞인 눈물이 맺혀 있었다.




가디언은 차 안에서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카린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었고,


그녀는 떠났다.


작가의말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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