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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JM
작품등록일 :
2022.05.18 12:3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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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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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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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공범자

DUMMY

허셸은 온 몸에 멍이 든 것 처럼 쓰라렸다. 그는 느껴지는 고통에 눈을 번쩍 뜨고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그는 딱딱한 돌침대에 누워있었고, 그가 몸을 일으키자마자 눈에 보인 것은 투명한 벽 너머에 있는 공간이었다. 그 방에는 두 명의 경찰들이 천장에 목이 매달린 채 있었다. 허셸은 그 시체들을 보자마자 비명을 질렀고 천천히 과호흡이 오는 현상을 인프로 완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경찰들을 다시 바라보았다. 자신을 구타하고 죽이려 했던 경찰이라는 걸 깨닫고 그는 이곳이 어딘지 매우 궁금해졌다.

허셸은 옆에 있는 책상으로 시선을 옮기자 의장이 그에게 주었던 황금색 카드가 놓여져 있었다. 자신을 구해준 존재와 그 카드가 관련이 있는 것인지 그는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이곳이 어디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나약한 허셸은 천천히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차가운 공기를 보아하니 이곳은 지하였다. 허셸은 책상에 다가가 황금색 카드를 주섬주섬 주머니에 챙겼다. 허셸이 경찰들이 있는 쪽을 살짝 보니, 더 깊숙한 공간이 있었고 초록색으로 변질된 바닥에는 핏자국과 각종 고문 도구가 존재했다. 그걸 보자마자 허셸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위험한 사람에 의해 끌려온 것은 분명했다. 그는 반대쪽으로 걸어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발견했다. 윗쪽에서는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허셸은 의구심과 두려움을 품은 채 천천히 손 발을 움직여 사다리를 올라탔다. 부들부들 떨리는 발을 자칫해서 미끌어져 떨어질 뻔 했지만 다시 자세를 회복한다.


겨우 상층으로 도달한 허셸이 머리를 빼꼼 내밀자 어떤 덩치 큰 사람의 등이 보였다. 차가운 공기가 허셸의 얼굴을 감쌌고, 하얀색 타일과 스테인리스 주방기구가 잔뜩있는 공간에 도달한다. 그리고 허셸의 몸이 지상 위로 반 쯤 올라가자 들리지 않던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허셸은 순간 놀라서 몸을 움추리고 천천히 다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갈려 했다. 덩치 큰 사람은 도마 위 재료를 거칠게 손질하고 있었다.


<탁. 탁. 탁. 탁. 탁. 탁.>


그리고 별안간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그는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허셸과 눈이 마주친 그는 천천히 눈을 껌뻑였다. 덩치가 큰 주방장은 그에게 손짓으로 올라오라 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다시 자신의 일로 복귀했다. 다시 칼이 두두두 써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허셸은 천천히 지하에서 부엌으로 올라왔다. 그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음식 재료들, 스테인리스 주방 기구, 면발 뽑아내는 기계와 세척기, 냉장고 그리고 덩치가 큰 히스패닉 계열의 남자가 부엌의 절반을 차지하며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허셸은 천천히 고개를 기울여 열려있는 공간을 바라보았다. 그 쪽에는 식탁들이 네 다섯개 정도 놓여져 있었다. 두 사람이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덩치 큰 요리사는 금방 무언가를 뚝딱 만들어내더니 누가봐도 야무진 요리 두 접시를 큼지막 한 두 손에 각각 들고 손님들이 있는 식탁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섰다.


그는 식탁에 살포시 접시들을 내려놓고는 손님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덩치가 크고 인상이 괴팍한 요리사를 빤히 바라보다가 감사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맛있게 드시오."

덩치는 거대한 팔 다리르 휘저으며 다시 부엌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허셸과 눈이 마주쳤고 그는 매고있던 앞치마를 단숨에 벗어 구석에 던져버렸다.


"의장님과는 무슨 관계였소?"

그가 웅장한 목소리로 움추린 허셸에게 물었다. 허셸은 그가 의장님과 아는 사이였는지 생각했다.


"의장님의... 조카였습니다.."

허셸이 벌벌 떨면서 말하자 로트는 눈을 껌뻑이며 곰곰이 생각했다.


"밑에서 본게 있어서 떠는 건지, 내 모습을 보고 떠는 건지 모르겠지만.."


"후..후자는 아니예요..!"

허셸이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그럼 다행이오. 나는 로트라고 불러주시오."

덩치는 자신을 로트라고 소개했다.

로트는 갑자기 입고있던 흰색 셔츠를 벗어 던지더니 냉장고 위쪽에 구겨져있던 초록색 탱크탑을 집어들었다. 그의 상기된 완전한 근육덩어리 몸매가 드러났다. 허셸은 자신와는 상반되는 존재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로..로트씨가 저를 구해준 건가요? 그 경찰들.."

허셸은 로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소. 제가 당신을 구한 건 오직 의장님과의 약속이었소. 나약한 조카가 있으니 지켜달라고 예전에 부탁을 들었었소. 그리고 그 황금색 카드가 당신이 당신이라는 걸 증명하는 표시였소."

로트가 말하자 허셸은 천천히 주머니에서 황금색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랬던거군요.."

허셸은 의장의 모습이 떠올라서 갑자기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의장님은 대단한 위인이었소. 인퍼들을 살리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로트의 목덜미에서도 인프의 뚜껑이 주방의 조명을 반사하고 있었다.


"어떻게 되었죠? 우리 단체는...."

허셸은 경찰들이 마구 들이닥쳤을 때를 떠올렸다. 이어서 의장이 요원의 목을 찔러 죽인 뒤 총을 맞고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이 자동적으로 상기되었다.

그는 그런 생각을 잊기 위해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었다.


"자유신체인권단체는 강제적으로 해체 당했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구속 당했고, 인퍼들은 아마 어디론가 끌려가서 실험체가 되거나 죽어가고 있을거요."

로트가 무덤덤하게 말하자 허셸은 고개를 떨궜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뚝하고 떨어졌다.


"이제 인퍼는 희망이 없소."

로트가 비참한 현실을 인지한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마 곧 엄청난 일들이 엄습할 거고 아마 패자는... 우리가 될거요."

로트는 모든 게 정해져 있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그래서 어쩔거예요 로트..? 대체 이 식당은 왜 운영하는거죠..? 밑에 고문실은 또 뭐고요.."

허셸은 바깥 손님들을 고개를 내밀어 흘겨보며 물었다. 손님들은 주방쪽에 거대하게 서있는 로트의 뒷통수를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곳은 저만의 은신처로 이용하고 있소. 내가 의장님에게 부탁을 받았으니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도 여기서 지낼 수 있소.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여기서 숨어 지낼 작정이오. 이제 이 식당도 더이상 운영 하지 못할거요."

로트는 아련하게 주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허셸은 씩씩하게 생긴 그의 외관과는 다르게 비관적인 관점과 함께 전쟁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어울려보이지 않았다.


"데이비드 박사가 모든 인퍼들에게 집합 명령을 인프로 보냈지만...나는 응하지 않을거요. 선택은 자유니까."

로트가 말하자 허셸은 자신이 잠들어 있는 사이 인프로 전해졌던 메시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틀 전에 보내진 메시지를 찾아냈다.


<메시지 권한(총관리자) -데이비드 콜슨-

모든 인퍼는 디트로이트, 휴스턴, 시카고, 워싱턴 D.C, 뉴욕 시에서 자신이 속한 구역의 각 리더에게 연락을 취하고 집결을 할 것을 명령한다. 불이행시, 불이익은 본인에게 있다. 자신이 구역에 속하지 않는다면, 가장 가까이 있는 선정된 구역으로 가라.


이하 내용은 각 구역 별 리더의 이름이다. 그의 이름을 인프로 검색해 그에게 연락을 취하라.



『디트로이트』 데이비드 콜슨


『휴스턴』 레이전드, 에픽


『시카고』 가디언 크로스


『워싱턴 D.C』 스턴 그레이(현재 사망 상태이기 때문에 데이비드 콜슨이 2차로 작전을 수행할 예정.)


『뉴욕』 레인 벨트


추가 정보에 대한 연락은 각 구역의 리더에게 취하라. >



허셸은 상당히 전쟁을 적극적으로 맞서려 하는 데이비드의 소집 명령 메시지를 보고 깊은 사색에 빠졌다.


"저희는 디트로이트 구역인데.. 그럼 우리는 그냥 무시하는 건가요..?"

허셸은 로트를 빤히 바라보았다.


"당신은 그렇게 나약한 몸을 하고도 싸우고 싶소?"

로트는 허셸의 비실비실한 몸을 가리켰다.

허셸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커다란 덩치에 근육질 몸매를 가진 로트가 전쟁을 피하려는 태도가 더 어리석고 부끄러운 짓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몸뚱아리는 크면서 전쟁에서 빠지려고요? 우리는 인퍼예요. 당신이 절 그 빌어먹을 경찰들로부터 구해준 것 처럼.. 저도 인퍼들을 도울거예요. 제가 죽더라도.. 인퍼들은 살아남아야 해요."

허셸은 로트에게 삿대질 하며 말했다.


"부끄러운줄 알라고요. 이렇게 당당하게 요리를 하면서 식당을 운영을 하고 싶다면, 전쟁에서 승리해서 당당히 우리 동료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요. 비겁하게 사람 몇명 때려 눕혀서 지하실에 가두고 죽이지 말고요."

허셸의 날카로운 말이 로트의 정곡을 찔렀다. 로트는 아무 말 하지도 못하고 눈을 껌뻑거렸다.


로트는 허셸의 용맹 가득한 눈을 보고는 마음이 흔들렸다. 자신이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강한 힘과 신체를 가졌음에도 용맹하지 않은 자신을. 이기적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생각을 품은 자신을. 로트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인 허셸이 정신만큼은 굳세고 흔들림 없다는 걸 깨달았다.


로트가 허셸에게 말을 하려는 순간 손님들이 있는 테이블에서 전화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규 한 손님이 중얼거렸다. 로트는 큰 덩치를 곧바로 움직여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여기.. 인퍼가 흐에엑...!"

한 손님이 휴대폰으로 경찰에게 전화를 걸어 신고를 하고 있었다. 그는 놀라서 뒤로 의자와 함께 자빠졌다. 다른 손님은 곧바로 포크를 집어들고는 다가오는 로트를 향해 위협했다.


"어쩐지 아까 서빙을 할 때 목덜미가 존나 빛난다 했어! 너네 주방에서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우리가 못들었을 거 같애?"

당돌한 손님은 팔을 휘둘러 포크를 날린다. 로트는 곧바로 몸을 기울여 날라오는 포크를 피한 뒤 손을 뒤로 뻗어 포크 손잡이를 낚아챈다. 곧바로 팔을 회전해 손님의 정수리에 포크를 꽂아버린다.


<푸욱. 쿠당탕.>


손님은 머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져나온 채 테이블 쪽으로 힘없이 쓰러진다. 신고를 하던 손님은 그 광경을 보고는 입을 차마 뗄 수 없었다. 로트는 죽은 손님의 정수리에서 포크를 잡아당겨 팍 뽑아버린다. 뇌조각과 피가 식당 중앙에서 뿌려졌다. 휴대폰을 들고있던 손님은 온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경찰의 의구심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 씹할 또 장난전화야? 인퍼 있다고 구라까는 장난전화만 이번주 스무번이야!"


신호음이 끊긴 소리가 이어지고 손님은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친구의 머리에 구멍이 난 채로 피가 폭포수처럼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그는 결국 몸을 부르르 떨다가 눈이 뒤집히더니 기절한다.


로트는 포크를 들고 그에게 가다가 멈춰서서 태연하게 뒤돌아섰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는 먹다 남은 접시들을 한 손으로 겹쳐 들었다. 허셸은 주방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어 참혹한 사건의 현장을 바라보았다. 주방 쪽으로 걸어들어오는 로트의 근엄한 얼굴을 보자 허셸은 바로 뒤로 물러섰다. 로트는 가지고온 접시와 수저들을 싱크대에 올려놓은 뒤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틀었다. 그리고 맨손으로 설거지 하기 시작했다.


"가망없어 보이지만, 사람 죽이는게 내 체질이니까.."

로트는 무심하게 설거지에만 집중하는 척 했다. 하지만 그는 허셸이 말했던 말들에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었다.


"싸워 보기는 하겠소."

접시와 흐르는 물, 두꺼운 로트의 손이 싱크대에서 뒤섞였다.


허셸은 그의 거대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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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과거의 그림자 (3) 22.06.09 15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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