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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JM
작품등록일 :
2022.05.18 12:3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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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6.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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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도착

DUMMY

광활하지만 거의 모든 빛이 죽어있는 통로.

가디언과 아르쟌은 들것을 들면서 그곳으로 들어섰다. 체렌은 물이 졸졸 흐르는 다리 밑으로 그들을 따라 달려가 그 통로로 들어섰다. 체렌마저 그곳에 입성하자 그 거대한 통로의 외부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전류가 흐르듯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옆면 벽과 동일한 회색 콘크리트 벽으로 위장한다.


체렌은 그 기괴한 현상을 뒤돌아보고 입을 떡 벌렸다.


"이게, 박사님의 기술..?"


겨우 디트로이트에 도착한 그들은 스턴을 숨길 은신처에 도달했고 넓디 넓직한 어두운 통로를 걸어가고 있었다.

아르쟌과 가디언은 묵묵히 편히 잠들어있는 스턴을 들고 가면서 이 넓은 공간을 둘러보았다. 잡다한 기계나 분할된 공간은 없었다. 그저 걸어가는 길 끝에 무언가가 있었고 양쪽에는 딱딱한 콘크리트가 벽을 이루고 있을 뿐이었다.


새로운 공간에 당도한 그들의 적막을 깨는 사람은 아르쟌이었다.


"카린.. 그 사람은 도대체..누구..예요?"

아르쟌은 가디언의 썩은 표정을 보자마자 화제를 돌렸다.


"아. 그 년은 됐고, 스턴은..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거죠..?"

아르쟌은 당황스러운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나도 자세한 건 몰라. 하지만, 이 녀석은 특별해. 마치 나처럼."

가디언은 편히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는 스턴을 내려다 보았다. 가디언은 마지막으로 그가 살아있던 재판소에서의 모습을 떠올렸다. 카린에 의해 기억을 잃고 혼란에 빠졌었던 그는 정신을 고쳐먹고 인퍼를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었다. 또 다시 가디언은 카린의 영향력이 자신의 애송이 한테까지 뻗어있었다는 것에 갑자기 화가 났다.


"하... 씹할.."

가디언이 욕을 내뱉자 아르쟌은 자신이 뭘 잘못했나 고개를 푹 숙이고 곰곰이 생각했다.


"카린, 그 여자는 정말 위험해. 너도 대충 들어서는 알겠지만 그 여자 때문에 나랑 체렌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고, 인생이 뒤바뀌었어."

가디언이 아르쟌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그랬던거군요.."

아르쟌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너는 걔 알고있었냐?"

가디언이 멈춰서서 그에게 말했다.

아르쟌은 눈은 천천히 껌뻑이며 가디언을 따라 멈췄다.


"에이.. 설마요."

아르쟌은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디언은 아르쟌을 빤히 노려보고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긴, 너 같은 놈한테 꼬리칠 거 였으면 차라리 데이비드나 제이슨한테 그 지랄을 했겠지."


"예? 저.. 저 무시하는 거예요?"

아르쟌은 자신을 가리키며 목소리 톤을 높였다.


"그 돼지꼴을 봤으면 그럴만도 하잖아?"

가디언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아르쟌이 탱크 드링크를 먹고 덩치가 뚱보처럼 커졌던 모습을 떠올렸다.


"아.. 아니 그건 제가 희생한건데 그렇게 놀리면..!"

아르쟌은 억울한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탱크 드링크는 왜 듬직한 몸짱으로 몸을 만들어주지 않고 무식하게 뚱뚱한 몸으로 바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건 다시 안 마실거예요.. 정말로 끔찍해서.."

아르쟌이 중얼거렸다. 몸이 부풀어 오르는 감각과 효과가 끝났을 때 밀려오는 고통은 말로 표현 못할 만큼 기괴하고 아팠다.


"체렌이 잘 골랐다니까."

가디언이 웃으면서 뒤따라 오는 체렌을 흘겨봤다.

체렌은 그의 눈을 보고는 눈썹을 으쓱였다.


"왜?"

체렌이 빠른걸음으로 다가와 가디언과 나란히 걸었다.


"그 괴상한 돼지 드링크말야. 이 새끼한테 적격이었다고."

가디언은 아르쟌을 턱으로 가리키며 웃었다.

아르쟌은 애써 웃으면서 넘기려 했지만 기분이 상하는지 표정에서 그 감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게 재밌어? 놀리는거?"

체렌은 가디언을 한심하다는 듯이 째려보았다.


"그 우스꽝스러운 꼴을 사진 찍었어야 됐다고! 스턴도 널 봤어야 돼! 무슨 돼지 농가 하나쯤은.."

가디언이 크게 웃어대면서 고개를 푹 수그렸다. 아르쟌은 뻘쭘한 상태로 마구 웃어대는 가디언을 쳐다보았다. 체렌은 아르쟌을 흘겨보고는 실실 웃어대는 가디언의 어깨를 붙잡았다.

가디언은 천천히 웃음을 가라앉히며 고개를 들어 체렌의 눈을 마주했다.


"카린 만나서 상태가 안좋은 건 알겠어. 그러니까.."

체렌이 말하자 가디언은 곧바로 들것 손잡이를 놓고 체렌의 오른쪽 어깨를 잡아쥐었다. 체렌은 가디언의 악력 때문에 신음을 내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가디언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팔을 뒤로 내렸다. 그리고 어깨를 매만지는 체렌을 바라보며 자신도 당황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르쟌은 바닥에 놓인 들것을 따라 앉은 채 남매를 올려다보았다.


"대체 왜 그러는거야? 그 여자 하나 때문에 사람이 이렇게 병신처럼 굴 수 있냐고!"

체렌은 쓰라린 어깨를 잡아쥐면서 말했다. 가디언의 광기와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를 비난했다.

가디언은 카린이 배신하고,체렌이 총에 맞아 인퍼가 된 후 그나마 괜찮았고 순수했던 그의 성격이 정신이상과 광기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상태였고 그의 모든 말과 행동들은 그의 불안정한 상태를 기반으로 일어났었다. 체렌은 자신을 바라보는 오빠의 미안함과 두려움이 섞인 표정을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게 굴다가 떠나버리는 건 카린뿐만이 아닐거야."

체렌이 말하고 먼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아갔다. 가디언은 아무 말없이 체렌의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르쟌과 눈을 마주치자 곧바로 고개를 떨구고 다시 들것을 잡아 쥐었다. 아르쟌은 그를 따라 들것을 함께 들어올렸다. 가디언은 깊이 사색에 빠진 건지, 허공을 바라보며 계속 걸어갔다.






*





가디언과 아르쟌이 거대한 민트색 벽에 도달하자 정중앙에 붙어있는 금고 문이 자동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벽에 기대어 있는 체렌은 가디언을 쏘아보았다. 가디언은 애써 체렌의 시선을 외면한 채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금고 손잡이가 휘릭, 하고 회전하더니 동그란 문이 활짝 열렸다.


펼쳐진 건, 축구장 두 개 이상의 넓직한 공간이었다. 모든 벽과 천장과 바닥은 새햐얀 타일로 도배되있고, 최소 수만 명의 인퍼들이 모여 있었다. 전쟁을 위해 소집된 인원들로써 한 구석에는 훈련을 하는 인퍼들이 보였고, 어느 한쪽에서는 장비들을 점검하고 테스트 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데이비드가 네모난 단상 위에 올라서서 몇 천명을 일렬로 줄세우고 그들을 향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디언과 아르쟌이 들것을 들고 거대한 금고 안으로 들어서자 제이슨이 멀리서 그들을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


"무사히 왔구만."

제이슨은 뒤따라 들어오는 체렌의 뾰루퉁한 표정을 보고는 그들을 번갈아보았다.


"무슨일.."


"없고, 스턴은 어디에 있으면 되죠?"

체렌은 차갑게 대답했다.

제이슨은 살짝 당황했지만 그냥 아무런 반응없이 서있는 가디언을 보고는 곧바로 안내를 했다.


"따라오시죠."

제이슨이 안내를 하는 곳으로 셋을 따라 걸었다.

이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금고의 공간은 왠만한 시설을 뺨치는 수준이었다. 구역별로 투명 초거대 파티션이 놓여져 있었고, 각각 구역에는 다양한 시스템이 구축 되어있었다. 응급환자를 위한 치료 시설, 훈련 시설, 수면 시설, 유흥 시설까지도.

사실 너무 개방적이어서 사적인 공간은 없지만서도 원한다면 화장실은 불투명한 파란 색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많은 인퍼들이 제이슨을 따라 안내받는 가디언과 체렌, 아르쟌 그리고 들것 위에 축 늘어진 스턴을 보고 모두 시선을 그쪽으로 옮겼다.


"이쪽입니다."

제이슨을 따라 약 3분 정도 오른쪽으로 걷자 침상들이 수백 개 놓여져 있는 병동 구역에 도착했다.


아르쟌과 가디언은 들것을 내려놓고 가디언이 스턴의 몸을 번쩍 들어 침상 위에 살포시 올려놓는다. 곧바로 근처에 있던 의사들이 다가와 스턴에게 이것저것을 부착하더니 큰 기계들을 어디선가 끌고온다.


"수고들 많았습니다."

제이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턴을 데려온 셋을 바라보았다.

체렌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뒤돌아서 인퍼들이 많이 몰려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아르쟌은 가디언의 눈치를 보더니 체렌의 뒤를 따라 뛰어갔다.

제이슨은 멀어져가는 그들과 가디언을 번갈아봤다.


"또 뭔 지랄했음?"

제이슨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가디언에게 말했다.


"......카린을 만났어."

가디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제이슨은 곧바로 되물었다.


"뭐?"


"지하철에서 카린을 봤어."

가디언은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았다.


"죽여버릴 걸 그랬나..?"

가디언이 중얼거리자 제이슨은 그의 어깨에 팔을 얹으며 나란히 섰다.


"자, 그딴 생각은 넣어두시고 하이에나님. 보세요."

제이슨은 팔을 쳐들어 이 공간에 있는 수많은 인퍼들을 가리켰다.


"봐봐. 전쟁을 위해 준비된 군사들이야. 죽어가는 인퍼들을 살리기 위해서. 우리를 없애려는 적들을 막기 위해서. 심지어 다른 구역에도 있잖아."

제이슨의 말을 들으며 가디언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체렌이랑 뭐 싸웠든 말든 그건 알아서 원만하게 해결하시고~..어차피 형제자매까리는 싸우는 거지."

제이슨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가디언은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이 덜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가 말했듯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제이슨이 말하자 가디언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맞지."

가디언은 제이슨의 어깨를 툭 두들기고 걸어나아갔다. 데이비드 앞에 모여있는 수많은 인퍼들 사이를 가로질러 간다. 그리고 그의 움직임은 곧바로 데이비드에게 포착된다. 어느새 인퍼들은 인파를 뚫고 지나가는 가디언의 뒷모습에 집중했다.


"스턴을 데리고 왔어. 이제 난 시카고로 가면 되는건가?"

가디언이 두 팔을 벌리며 말하자 데이비드는 그를 잠시 응시하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삼만명 정도 시카고에 집합하고 있을 거다. 자네 동생도 데리고 가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파트너는 있어야지."

데이비드가 가디언을 내려다보며 말하자 인파 틈을 파고들며 또 누군가가 앞으로 등장한다.


"싫어요. 이 미친놈이랑 같이 안갑니다 박사님."

체렌은 정색하면서 가디언을 가리켰다. 데이비드는 눈을 크게 뜨고 체렌과 가디언을 번갈아봤다.


"음... 어.. 체렌. 네 오빠가 개또라이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네."

데이비드가 말하자 인퍼 대부분이 웃음을 터뜨렸다. 가디언이 그들을 노려보자 웃음소리가 조금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체렌이 데이비드에 맞서 말을 하려는 순간 가디언이 체렌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팔을 뻗었다.


"미안해, 체렌."

가디언은 체렌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악수를 건넸다. 용서를 바라는 그의 손과 눈은 흔들림 없었고, 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체렌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가디언은 뻘쭘한 지 그냥 팔을 내리고는 데이비드를 바라봤다가 다시 체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자."

가디언은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걸어서 인퍼 무리에서 걸어나왔다. 인퍼들은 가디언의 움직임에 따라 모두 뒤로 물러나 길을 열어주었고, 체렌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체렌은 그냥 뭔가 어이가 없었다. 딱히 사과를 받은 건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가디언이 펼쳐 놓은 길을 따라 걸어나아갔다.


"크로스 남매를 위해 박수를 쳐주자!"

데이비드가 소리치자 모두가 박수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체렌은 주위에서 쏟아지는 환호소리이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들어섰던 금고 문쪽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가디언을 따라 그 쪽으로 가는 순간, 큰 덩치 한 명과 작고 비실비실한 한 명이 그녀를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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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볼더 시티 (1) 22.06.14 15 2 10쪽
35 그녀를 떠나라 22.06.14 18 2 19쪽
34 자격 22.06.13 16 2 20쪽
33 디트로이트 고문실 22.06.13 14 2 12쪽
32 디트로이트 상업지대 22.06.12 16 2 12쪽
31 남은 생애의 첫날 +1 22.06.12 19 2 15쪽
30 세상은 평화로워졌다 22.06.11 20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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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 22.06.10 1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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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지울 수 없는 증오 22.06.09 14 2 11쪽
25 과거의 그림자 (3) 22.06.09 16 2 17쪽
24 과거의 그림자 (2) 22.06.08 1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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