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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 싸이크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3.05.20 03:11
최근연재일 :
2023.05.30 15:3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701
추천수 :
51
글자수 :
44,849

작성
23.05.22 00:07
조회
74
추천
10
글자
9쪽

꿈(夢),

DUMMY

***


낙조가 물든 황혼 들녘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똑같은 상황이었다.

바람이 불었다.


도화 꽃이 만발해 휘늘어진 나무 그늘에 한 여인이 등장했다.

달빛을 머금은···여인은 기녀처럼 화복 단장을 했다. 아름답기보다는 이지적으로 비쳤다.


싸이크론은 다시금 꿈을 꾼다고 생각했다.

매번 꾸는 꿈이긴 해도 여인은 언제나 싱그러웠다.


약간 어린·····,

오늘따라 비취로 머리띠를 치장한 얼굴에 화장이 짙다.


눈이 부셨다.

달빛에 안색이 창백해 웃음마저 차갑게 느껴졌다. 그런 여인이 화창한 봄날처럼 웃자,


머리띠인 비취가 흔들렸고 바람결에 꽃가루가 휘날렸다.


히히!

사내는 아름답다는 생각에 미소를 마주 지어줬다.


미소 끝에····,

여인이 바람결에 휘날리는 머리를 촘촘하게 동여맸다.

달빛 아래서····,여인은 최대한 친절하게 달맞이꽃처럼 배시시 웃었다.


꽃이 출렁거리며 흔들렸다. 여인은 그때 행복을 만들어 준다는 듯싶은 표정이다.

미소 끝에 손가락 두 개를 폈다. 검지와 장지가 까닥까닥 흔들렸다.


승리를 뜻하는 손가락 하나에 한 냥이란 뜻이다.

두 냥이면, 오늘 밤에 자신을 살 수가 있다는 표시였다.


고개까지 살짝 숙여 인사까지 공손하다.

사내는 멋쩍어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도화에 물든 여인은 향기와 함께 다가와 말했다.


“호호! 어쩜 너무너무 멋져라!”

여인은 살포시 웃고는 어깨를 기대었다. 그리고는 수줍은 듯 살짝 입맞춤까지 해줬다.


쪽!

여인의 도발적인 행동에 클라우스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입술이 남긴 향기는 감미롭고 황홀하도록 짜릿했다.

싸이크론의 고개가 저절로 숙였고 가슴은 뛰었다. 얼굴도 홍시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어머나! 부끄러워 얼굴도 붉히다니 요마답지 않네요.”


여인은 재수가 좋다는 듯이 교소를 터뜨렸다. 어젯밤 꾼 꿈이 좋았다는 듯·····,

“마음에 들었으니 부끄러워 말고 어서 나를 안으세요.”


여인은 싸이크론의 품에 다소곳이 안겼다.

휘늘어진 매화꽃 향기가 코끝은 자극해 왔다.


싸이크론은 마냥 흐뭇해 웃었다. 여인도 행복한 웃음을 같이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최대한 자신이 아름답다는 부위를 밀착시켰다.


진한 체취까지 풍기면서 비음까지 터뜨렸다.

우-응!

싸이크론은 왠지 몰랐다. 한없이 여인을 쳐다보다가 얼굴만 붉혔다.


여인의 체취가 좋아서가 아니다. 진한 지분 냄새에 흥분해서도 아니었다.

이번에는·····, 자신은 뭔가를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여인이 웃음 끝에 속닥거렸다.

“공자님, 지난번처럼 침 바르지 말고 계산하셔야죠.”


싸이크론의 표정에서 수줍음이 사라졌다.

약간 차가운, 계산된 말 때문에 당황했는지도 몰랐다.


“저···그것이-!”

여인은 은밀하게 싸이크론의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촌뜨기 요마는 얼마든지 녹일 수 있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싸이크론은 공연히 멋쩍어졌다. 품을 뒤지던 여인의 손길이 딱 멈췄다.


“뭐야? 땡전 한 푼 없는 거지새끼로 지냈단 말이냐?”

여인은 손에 먼지만 풀썩 휘날리자 안색이 싹 변했다.


“이런 등신·····,”

싸이크론이 변명하듯이 손을 저었다.


“저-저···.”

싸이크론이 말도 끝내지 않았을 때 여인은 콧방귀를 꼈다.


철-썩!

여인은 암팡지게 손속이 사납고 맵다.

“아이···.재수 없어. 어서 꺼져버려.”


여인의 악담과 손찌검에 뺨을 얼싸안고 말았다.

“어이! 김 씨·····저놈에게 소금 뿌려!”

어둠 속에서 여인의 기둥서방쯤의 사내가 등장했다.


예전에는 도깨비처럼 생긴 녀석이었는데 이번에는 괴짜 녀석인데 험상이 궂었다.


“개새끼···.당장 꺼져버려!”

녀석은 재수 없다는 듯이 굴었다. 험상궂은 표정에 침까지 찍찍 뱉으며 소금을 뿌렸다.


후드득!


소금은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에-취!”

싸이크론이 코까지 골면서 얼마나 퍼지게 잤는지 몰랐다.


차가운 물기가 전신에 끼얹어지기 전까지는·····,

그는 침까지 질질 흘리면서 잤다. 그러다가 오싹한 기운을 느끼고 그는 깨어났다.


“제기랄! 꿈이었잖아!”

싸이크론이 재채기와 함께 투덜거리면서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그는 한참 뒤에 중얼거리듯이 주절거렸다.

‘난 이제 막 십전대보탕을 복용하고 치료가 끝났는데···.’


싸이크론이 가끔 꾸는 꿈이었다.

오늘은 유난히도 여인이 너무도 차갑게 느껴졌다.


싸이크론은 뭔가 좀 아쉽다. 그는 그게 뭔지 잘 모른다. 늘 같은 꿈만 반복해서 꾸었다.

조금만 더 길게 꾸었다면·····!


여인이 원했던 뭔가를 달리 줄 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쩝!

그는 눈만 한동안 껌벅거렸다.


“아-함!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나야지·····,”

그는 달콤한 미련 때문에 눈을 감고 모로 돌아누웠다.

그러다가 찔끔 몸이 경직되고 말았다.


꿈과 현실,

그의 눈에 비치는 정경은 꿈과 달랐다. 소금이 벼락처럼 떨어졌을 때와는 생판 달랐다.


주변 상황이 너무도 많이 변해 있었다.

‘어라, 여긴 꿈속처럼 낙조만 있는 것이 아니네?’

그는 감겼던 눈꼬리가 번쩍 떠짐을 느껴야 했다.


‘뭔가가 있다.’

그의 눈에 제일 먼저 띈 것은 여인이 아니다.

천지사방이 회전하고 있는 듯이 비치는 공간이었다.


꿈속처럼,

소금이 벼락처럼 떨어지던 장소였다. 그리고 거긴 분명히 문도 없었다.

사방이 가로막힌 원형의 공간인데 이상했다.


일출과 일몰이 공존했다. 멀지만 가깝게는 달무리가 크게 비쳤다.

그리고 빛이 머무르는 공간이었다. 광활한 우주에 깨알처럼 박혀 있는 별들도 보였다.


성운(星雲),

별 무리가 남긴 빛은 화려해 보였다. 마치 꽃비가 내리듯 천정에 온통 머물렀다.


채색된 별빛은 반짝거리면서 눈부실 정도로 찬란했다. 꿈마저 쏟아져 내리는 듯싶었다.


싸이크론이 현실을 인식한 것은 그때쯤이었다.

꿈처럼 느껴졌던 것은 허공에 떠오른 포근한 침대였다.


그는 침대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가 있었다.


‘여긴 어딜까?’

싸이크론은 한동안 성운을 살펴보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설마···.’

그는 자신이 죽었다고는 생각지는 않았다.

지옥이 아니라 오히려 천상에 온 듯싶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야! 내가 천상에 올 리가 없어.”

그는 죽음을 부정하듯이 피실 웃고 말았다.


온몸으로 전해진 포근한 느낌은 한없이 좋았다. 그는 실실 쪼갠 다음에 일어나 앉았다.


‘아-함! 잘 잤다.’

싸이크론은 그때 차가운 기운을 또다시 느끼게 되었다.


오싹했다.

그는 얼굴에 뿌려진 그게 뭔지는 모른다.

벼락처럼 떨어졌던 소금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했다.


“에-취!”

싸이크론은 그때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들었던 여인의 달콤한 음성을 들었다.


“호호호! 죽지 않고 살아났음을 환영하옵니다.”

싸이크론은 여인의 음성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비림에 들어서 수없이 놀란 탓이다. 그 대신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누구냐.”

사방을 둘러봤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빛과 빛이 머무르는 공간이다.

분명히 음성이 들려왔다는 사실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허-흠!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귀신이라면 썩 물러가라!”

싸이크론은 저승사자도 물리친 경험이 있는 자였다.

귀신쯤은 눈썹도 까딱하지 않을 정도로 배짱도 남달랐다.


그때쯤·····,자신이 실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나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도 큰 대자로 누워있었다는 사실을·····,

그는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고 뭔가를 보게 되었다.


허공·····,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곳, 달빛이 짙어 불타듯이 비치는 곳이었다.

거긴 빛과 함께 스치듯 쳐다봤던 곳이다.

비록 힐끔 보긴 했으나 이런 글자가 눈에 잡혀 들었다.


요선정(妖仙亭),

화원과 어울리게 써진 현판이 제법 그럴싸하다.


고풍스럽고도 화려하며 단아했다. 굵직한 필체에선 현기(炫氣)가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전각처럼 정원의 정경도 수려하긴 마찬가지다.


명경지수처럼 수양버들이 휘늘어진 호수, 오밀조밀 아름답게 꾸며진 동산과 칠층석탑,


그림처럼 비치는 전각은 자세히 살펴볼 것도 없다. 도깨비가 머무는 공간이 분명했다.


‘요선정이라 도깨비가 보기보다 고상한 취미를 가졌군.’

싸이크론이 천리안을 대처하는 마법을 펼쳐서 사방을 훑었다.


-DAL MA YA KARA YO-


성운에서 일어난 광채에 희미한 정경이 비쳤다.

제일 먼저 눈길에 잡힌 것은 작은 텃밭이었다.


그곳에는 천삼(天蔘)이 심어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었다. 지천에 무더기로 자란 탓인지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싸이크론은 평소처럼 산삼 뿌리를 씹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산삼의 알싸한 맛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앗! 이것은 전설로 전해지는 인형설삼(人形雪參)이다”


싸이크론은 손에 들려진 산삼을 살펴봤다.

동자삼의 외형은 정말로 동자(童子)를 닮았다.


형상이 귀엽게 생겼는데 우윳빛처럼 빛나서 탐스럽다.

싸이크론은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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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분신술(分身術) +2 23.05.30 16 2 9쪽
10 결투(決鬪), +4 23.05.30 22 4 9쪽
9 무영탑(無影塔), +1 23.05.29 18 1 9쪽
8 인형설삼, +1 23.05.29 16 1 9쪽
» 꿈(夢), +15 23.05.22 75 10 9쪽
6 뇌물 +4 23.05.21 72 5 9쪽
5 벼락 공자, +1 23.05.20 73 2 9쪽
4 삼천갑자 동방삭 +5 23.05.20 79 4 9쪽
3 저승사자 +6 23.05.20 89 7 9쪽
2 십전대보탕 +5 23.05.20 86 7 9쪽
1 마귀할멈의 등장, +12 23.05.20 156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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