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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여편네가 바람이 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0.12.30 03:08
최근연재일 :
2021.01.04 00:14
연재수 :
6 회
조회수 :
869
추천수 :
2
글자수 :
37,952

작성
20.12.31 00:36
조회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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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4쪽

촉탁살인(囑託殺人)-(1)

DUMMY

***


어디까지나 일도양단하면 단두대에서 활용되는 단두수법이다. 망나니들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배우는 칼질이기 때문이다.


“하·····하지만 판관님, 단천살기란 수법은요. 사실······,”


마초는 생사판관의 인상이 험악스럽게 일그러지자 입술만 핥고 말았다.


사실 단천살기란 수법은 천도비술로서 망자의 저주를 방어할 목적으로 연성하는 호신수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죽음을 두려워하는 죄수들의 영혼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기에 연성하기가 까다로운 술법인 것이다.


“허허허! 그것참, 참으로 어이가 없군. 망상귀부의 추천을 받았기에 혹시나 생각만으로도 사람을 척살한다고 알려진 심상살기를 연성했는가 싶었는데 일도양단이라니·····! 더군다나 칼질의 명인을 파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자네의 칼솜씨가 뒤떨어지니 곤란하게 생겼단 말이다.”


생사판관의 표정이 실망감으로 변하자 마초의 표정도 덩달아 변했다.


‘지미, 구대문파의 제자들처럼 든든한 배경도 없고, 오대세가의 자제처럼 가문의 막강한 후광도 없어서 망상귀부의 칼질도 무시하겠다는 것이냐?’


마초가 배짱 좋게 중얼거려보았다. 하지만 생사판관의 젖가슴 앞에서 쪼그라드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리 망상귀부의 칼질이 유명해도 그랬다. 마초의 형편없는 결과물이 그의 솜씨를 대변해줄 뿐이었다.


그래도 마초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십 년이나 칼질을 배우면서 벼르던 일이기에 그랬다.


“저기요, 소관이 비록 칼솜씨가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지만요. 그래도 칼질 십 년에 부월대도를 유일하게 다룬다고 알려진 적통 제자이거든요.”


생사판관의 심사기준을 역전시키기 위해서 비장의 무기를 꺼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마초-!

그는 등덜미에 짊어졌던 부월대도를 뽑아 들었다.


“이게요. 정의연맹에 반기를 들었던 흑마대주를 박살 낸 무기인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진드기처럼 달라붙은 마초의 끈질긴 어투에 생사판관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


“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뒈지고 싶냔 말이다.”


“뒈지고 싶을 정도로 죽으라고 연마했습니다.”


마초는 가늘게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여차하면 모가지가 달아날 판이라 일그러진 판관의 표정을 살펴봤다.


“내가 죄수들의 목을 천명이나 효수하면서 비천도법이란 아주 독특한 도법을 완성했었다. 자네는 몇이나 죽였냐?”


마초는 그런 질문을 던질 것을 예상했다는 듯이 말했다.


“백-백 명입니다.”


“그래? 칼질의 결과물대로라면 구십 구명 같은데?”


“.....”


판관의 보라색 눈동자에서 광채가 번뜩거렸다.


그것은 누가 뭐래도 살기였다.


여태까지 자신의 살기 앞에서 견디는 이가 드물었다. 그런데 이놈은 움찔거렸을 뿐 움직일 기세가 아니었다.


“망상귀부가 결과물을 보고 한숨을 내쉴 것이다.”


망상귀부의 안면을 생각해서 그만큼 말했으면 물러서야만 정상이다. 그런데 눈치도 없는 이놈은 물러설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사대전에서 천마교의 일급살수인 흑마대주와 치열하게 싸우다가 전사한 청풍관주의 무기까지 들먹이며 꺼내 들자 생사판관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터지고 말았다.


“어휴! 환장하겠군. 차라리 낭인무사를 선발해야지 이거야 원······”


노골적인 비난에도 마초는 상관치 않았다.


오히려 등덜미에서 뽑아 든 부월대도를 탁자에 올려놓고 칼날을 가리키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것입니다. 칼끝에 이어붙인 칼날이 바로 천마교를 배반했던 교사이며 살수로 알려진 흑마대주를 병신으로 만들었던 청풍대도입니다. 비록 조각난 칼날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호신강기도 단숨에 벤다고 알려진 병장기지요.”


부월대도를 바라보던 생사판관의 표정이 시큰둥하게 바뀌자, 눈치를 살피던 마초가 부월대도를 자랑스럽게 뒤집어보며 속으로 종알거렸다.


‘빌어먹을·······놈, 청풍관주가 애지중지하던 신병이기로도 성차지 않은 모양인데 다음에 보여줄 신병이기를 보면 눈알이 뒤집히고 말겠지.’


“여기를 보시지요. 반달처럼 구부러진 칼날에 덧붙인 반도가 보이시지요. 요것이 바로 십대고수인 무영마도가 사용하던 도신의 일부입니다.”


무영마도(無影魔刀)하면 천마교의 십대장로인 마사(魔師)란 악인이 사용하던 병장기였다.


정사대전이 발발했을 당시에 무림연맹에서 기세를 떨치던 흑풍대주와 금천영주를 죽이고 십대악인에 등록한 인물이었다.


‘흐흐흐! 명부의 원수로 알려진 무영마도를 들먹였더니 과연······,’


“물론 판관님께서도 아시겠지만요. 명부에 전해지는 전설에 따르면 무영마도의 칼날은 숫돌에 갈아서 세우지 않습니다. 바로 사람의 모가지를 베면서 칼날을 세우기 때문에 저주받은 병장기로 알려졌지요.”


생사판관의 표정이 비웃음에서 호기심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고 판단한 마초, 그가 쐐기를 박듯이 자분자분 말했다.


“그리고요. 도신의 끝부분에서 투명하게 비치는 물체는 뇌전신창의 일부분이고요. 칼날의 콧날에 매달린 환도는 구환마도라는 병기지요.”


마초는 부월대도를 바라보던 생사판관의 눈동자가 호기심에서 놀란 듯한 표정으로 바뀌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엄지손가락에서 동그랗게 말렸던 검지를 은근슬쩍 튕겨냈다.


그러자 뇌전신창에선 ‘창’하고 청명한 청음이 터졌다.


더군다나 구환마도에선 악마의 울부짖음처럼 ‘끼-악’하고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 터지고 있었다.


‘뭐야? 너무 놀랐나? 어째서 말없이 인상만 찌푸리고 있단 말이냐?’


“하여튼 소관이 비록 칼질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지만요. 그래도 망상귀부님의 추천을 받을 수가 있었던 까닭은요. 바로 뇌전신창과 구환마도가 지닌 귀사천음을 다스린다는 귀부대공을 연성했기 때문입니다.”


마초의 얼굴을 묵묵히 바라보던 생사판관이 갑자기 대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하! 이제야 알겠다. 폭풍살기나 심상살기를 연성하지 않고도 어째서 일급살수들 못지않게 모가지를 반듯하게 효수했는가 싶었더니 바로 십대 병장기인 뇌전신창과 구환마도가 합쳐졌기 때문이었구나?”


마초가 긍정적인 음성에 자신도 모르게 힘차게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아무튼, 축하한다. 자네의 솜씨가 거칠지만, 마음에 들었단 말이다. 내 축하하는 의미로 경품을 따로 마련했으니까 가져가도록 하게나.”


생사판관의 의미심장한 통보를 받은 마초는 일단은 흥분한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가-감사합니다. 그런데 경품을 주신다고 하심은-”


“웅! 별것은 아니야. 계집인데 원혼살기를 다스리는 데는 최고지. 특별히 선물하는 것이니 함부로 대하지 마시게나.”


계집이란 말에 마초의 입이 찢어지도록 벌어졌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마초가 구십 도로 인사를 하는데 그만 큼지막한 젖통에 걸려서 주춤거렸을 때였다. 때마침 모기가 날아와 판관의 젖무덤에 빨대를 꽂는 모습이 눈길에 잡혀 들었다.


마초가 자신도 모르게 모기를 쫓으려고 손을 들다가 주춤거렸다. 핏물을 열심히 빨아야 할 모기의 주둥이가 비틀리며 도르르 굴러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허-걱! 호신강기가 아니라 저건 선천강기다.’


마초는 판관실을 나서면서 중얼거렸다.


판관에 비견하지 못할 정도로 미흡한 솜씨지만 청풍관주란 직책에 선임된 이상에는 망나니 시절과 다르게 관전의 용사로 배속될 터였다.


그러면 지금까지 어중이떠중이들과 살인수법을 배우던 시절과는 반대로 명부에서 살인기술의 명인들처럼 정식적으로 특별무공을 전수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히히히! 청풍관주가 되었으니 당연히 소원을 물어보면서 명부의 대표 무공인 폭풍살기를 전수하겠다고 하겠지····, 하지만 아니야 망상귀부의 말씀으로는 무형노인의 무형살기가 최고라고 하던데 그것을 배워야지.’


마초의 꿈은 환상의 나래를 쳤다.


청풍관주로서 무림의 반역자들이나 죄인들의 목을 효수해서 천하에 명성을 떨칠 날도 그렇게 멀지 않았다.


마초는 그가 어떤 무공을 전수해 줄까를 생각하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폭풍살기를 연성하면 살기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가 있다고 하던데-,


그의 상념으로 시작된 상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갔다.


수라혈경은 어떨까?


하지만 마초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머리카락이 핏빛으로 변하니 모양새가 영-,


마초는 여기저기서 귀동냥한 무공을 연상하기 시작했다.


‘그래, 유령마공이면 괜찮을 거야.’


마초는 제법 괜찮다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아무도 죽이지 못한다. 게다가 몸뚱이가 으스러져도 죽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아니다. 아니야. 사람의 몸뚱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무슨 재미로 살겠어.’


마초는 고개를 저었다.


무공이라면 아직도 많았다.


백 년의 터울로 전해진다는 한천강기가 있었다.


마인의 직전 제자들만 연성한다는 백마강시정도라면 익힐만했다.


모두가 불사지체란 신체를 갖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초는 이내 인상을 썼다. 한천강기는 언제나 얼음구덩이에서 살아야만 했다. 거기다가 백마강시는 시체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속담을 들었기에 고개를 흔들었다.

“모양이 문제야 모양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난제에 부닥친 마초는 입맛이 썼다.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손뼉을 쳤다.


“그래, 무형살기, 그것이면 되겠구나.”


전설적인 무형살기라면 외형에 상관없이 최고의 반열에 올라설 수가 있을 터였다.


“그래 그것으로 해야겠어.”


마초는 상상의 나래 끝에 무공을 선정하자 입술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

“그래, 무형살기를 연성하고 싶다고 했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들려온 질문에 마초가 화들짝 놀라서 대답했다.


“넵! 무형노인의 무형살기를 연성하고 싶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저쪽 문으로 들어가면 무형살기란 비술을 연성하고 있는 젊은 공자와 함께 연마하시게.”


“넵! 감사합니다.”


마초는 깊숙하게 절을 하고 나서야 상대방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기겁하게 놀라고 말았다.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동안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었다.


봉두난발의 머릿결에서 싸늘하게 비치는 보라색 눈동자,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비쩍 마른 몸뚱이, 하마처럼 뚱뚱한 몸뚱이와 유난히도 커다랗게 보이는 젖무덤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게 된 마초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야 했다.


‘허-걱-! 도대체 젖가슴은 어디로 사라진 거야.’


“자네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상대방의 질문에 마초는 난감했다. 생사판관이라고 말하기도 그랬다. 다들 백골전주라고 말하니 그렇게 부르기도 뭐 했다.


하여튼 자신의 대답 여부에 따라서 무공전수의 여부가 판결 날 것 같은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학술단지, 아닙니다. 단지술사이십니다.”


“학술단지에 단지술사라-?"


“넵-! 보물단지처럼 어떤 무공이든지 원하는 것을 몽땅 전수해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허허! 그런가? 난 백골전주라고 하네.”


자신의 신분을 밝힌 사내가 뭔가를 집어 들었다. 우연히 그것을 보게 된 마초는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으-악-! 저건 내가 효수한 죄수의 머-머리통-!)


마초는 자신이 잘못 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사람의 머리통이 맞았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머리통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효수했던 죄수의 머리였다.


“내가 자네의 소원을 들어줬으니 자네도 내 소원도 들어줘야 하네.”


“넵! 알겠습니다. 근대 소원이라 하심은-!”


사내가 한참이나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나야. 내 목을 이것처럼 잘라줘-!”


“..........”


“물론 저 목보다는 더 반듯하고 깨끗해야 하며 단숨에 고통도 없이 베어 줘야 하네. 알겠는가?”


“하-하지만 어떻게 소인이 어찌-!”


백골전주의 요구에 마초는 한동안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써야 했다.


“들어가 봐-!”


사내는 턱짓으로 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 방에 자네에게 선물할 우기란 여인이 기다리고 있네. 특별히 선사하는 것이니까 나를 대하듯이 깍듯이 모시게.”


마초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격실로 들어섰다. 판관이 선물한 여인이니 아름다운 여자라고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히쭉히쭉 웃었다. ‘설마 곰보나 째보는 아니겠지.’ 그는 아닐 것이고 생각했다. ‘혹시 천향원의 원주가 미녀라는데 그녀라면.’ 도부꾼들의 영원한 연인인 그녀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침실을 쳐다봤다. 머리를 발치까지 치렁치렁 늘어뜨린 여인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히히! 몸매가 끝내주니 얼굴도 예쁘겠구나.’


“우기, 나 왔어요. 앞으로 당신 신랑인 마초라고 하오.”


마초는 언제나 그래왔다는 듯이 성급하게 여인의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는 성급하게 옷부터 벗기며 덮치려고 했다가 그만 멈칫했다.


얼굴은 무진장 예뻤다. 몸매도 향기도 끝내줬다.


무심결에 눈을 쳐다보는 순간에 마초는 놀라고 말았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동자였다.


표정이 사라진 마치 인형처럼 비쳤다.


그런 여자가 ‘씩’하고 웃으며 매달렸다.


마초는 모골이 곤두서고 송연해져 비명부터 지르고 말았다.


“으-악”


마초가 놀라서 우당탕 튀어나오는데 거긴 판관실이었다. 저만큼 탁자에 효수된 모가지가 보이자 아차 싶었다. 얼른 되돌아서다가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

후루룩-쩝쩝-!


‘설-설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4 천년후
    작성일
    21.08.08 18:18
    No. 1

    호신강기 선천강기 선천지기 정말 엣날에
    무협소설에 자주 등장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좋아요. 재밌어어요 꾸욱.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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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납치사건(拉致事件)-(1) 21.01.04 87 0 15쪽
5 도부꾼의 여인-(3) 21.01.03 98 0 14쪽
4 도부꾼의 여인-(2) 21.01.02 111 0 15쪽
3 도부꾼의 여인-(1) 21.01.01 139 0 14쪽
» 촉탁살인(囑託殺人)-(1) +1 20.12.31 127 1 14쪽
1 서장(序章) +4 20.12.30 30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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