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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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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1.01.23 12:29
최근연재일 :
2024.02.0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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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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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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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하일리시스

다술에 있던 백업




DUMMY

우리 반에는 묘하게 괴짜가 많았다.

그런 그들 중에서 내 눈에 띄는 녀석은 용모 단정한 어느 소년. 하양에 가까운 단발 머리털을 날리는 남자 놈이었다. 말했다시피 단정한 용모를 가지고 있어 처음 보는 사람들은 우선 호감을 가지고 대하지만 성격은 호감을 주기엔 영 무리인 녀석이었다.


녀석의 이름은 하일리시스라고 했는데, 그 부모 또한 괴팍한 것이 저 단어를 잘 풀어보면 옛말로 날카롭고 사나운 이라는 뜻이 된다.

대체 무슨 부모들이길래 자신들의 아이에게 말 그대로 가시 돋힌 것 같은 뜻의 이름을 주었는지. 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하일리시스는 그 이름 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누구에게나 퉁명스럽고, 불친절하고, 날카롭고, 사나운. 차갑기까지 한 말이다. 친하게 지내는 녀석도 없고, 반에서 아주 외톨이는 아니더라도 항상 겉도는 느낌의 녀석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런 녀석에게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게 언제였던가. 반을 불문하고 끼리끼리 모여서 놀곤 하는 불량한 녀석들이 하일리시스에게 말을 걸었던 게 아마 그 날 일어난 사소한 해프닝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어이.”


불량한 녀석은 불량한 녀석답게, 불량한 말투로 체격이 비리비리한 편인 하일리시스에게 말을 걸었다. 조금 먼 거리였지만 누구라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소리였다. 다른 녀석들은 그 말소리에 애초에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거나, 가졌더라도 금세 고개를 돌렸지만 나는 달랐다. 왠지 그 껄렁한 녀석을 한번 봐주곤 하일리시스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자존심과 쌀쌀맞음이 정신의 98%를 차지할 것 같은 하일리시스. 하지만 그 건방져 보이는 성격만큼 따라주지 않는 건장하지 못한 체격을 가지고 어떻게 나올 것인가.


“······.”


하일리시스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


이런. 그는 펑소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도도한 녀석이었다. 어쩜 저렇게 차가운 무표정을 일관하면서, 저 불량한 목소리에 움찔하지도 않을 수 있을까.


나보다 더 놀랐을, 그리고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작태에 화가 뻗쳤을 그 불량한 녀석의 표정이 바뀌는 것이 보였다. 입가가 조금 씰룩이는 것도 같았고, 눈썹이 조금 올라가는 것도 같았다. 어쨌거나 전체적으로 인상이 굳으며 노기를 띄어간다는 말이다.


끼익. 불량한 녀석은 말없이 의자를 빼며 일어났다. 그리고 아까보다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조금 더 불량한 말투로 하일리시스를 불렀다.


“어이!”


웅성웅성거리던 반의 소음이 조금 잦아들었다. 이 골치 아픈 분위기를 조금 느낀 탓일 것이다. 생각 없이 여전히 웃으며 수다나 떨다가는 불똥이 자기한테 튈 수도 있는, 적당히 목소리를 죽이며 신경을 써야하는 짜증나는 상황의 분위기 말이다.


“······.”


소음공해가 먼지가 가라앉듯 걷혀서일까, 하일리시스는 여태 모른 척한건지 아니면 못 들은 건지는 몰라도 이번엔 고개를 돌렸다. 고개 돌린 그가 말없이 불량한 녀석을 처다 봤다.


“뭘 노려보고 있어.”


아니, 니가 불렀잖아.

내가 추측컨대 하일리시스의 저 표정에서 별다른 적의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다만 어떤 호의도 찾아볼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어서 사납게 노려보는 인상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뭐.”


하일리시스의 입에서 돌연 퉁명스런 대답이 나왔다. 예상대로 표정만큼이나 차가운 말투였다.


“이 자식이 진짜.”


그냥 대답한 거래도.


그 불량한 녀석은 하일리시스의 그냥 대답에 더 화가 난 듯 했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는 건 어느 잘난 꼬맹이라도 사춘기라면 피해갈 수 없는 못난 특징이었다. 진짜로 화가 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불량한 녀석은 자신이 깔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무섭게 상대를 깔아뭉개 위신을 세워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도대체가, 내가 볼 땐 너무 많은 놈들이 화를 내지 않아도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세상엔 왜 이렇게 상식이 부족한 멍청이들이 많은 건지.


저벅저벅.

내가 속으로 깊이 세태에 대해 한탄하고 있을 때 그 불량한 녀석이 자리에 앉아있는 하일리시스에게 거침없이 다가갔다. 그 분위기에 압도된(이라기보다는 상관되고 싶지 않은)다른 녀석들이 길을 터주며 불량한 녀석과 하일리시스에게서 떨어졌다.

나? 나라면 물론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하일리시스 자리와는 한참 떨어진 뒷자리가 내 자리거든.


“······.”


하일리시스는 최초의 대답 외에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묵묵한 시선으로만 상대를 노려보며(사실 그냥 처다 보며)앉아 있을 뿐이었지. 끼익. 아니, 방금 막 불량한 녀석이 바로 앞에 다가오자 의자를 뒤로 빼며 일어나긴 했다.


“왜.”


일어난 하일리시스가 정면의 불량한 녀석에게 던진 말이었다. 생각해보니 저 녀석이 두 자리 이상 넘어가는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너.”


불량한 녀석이 삐딱하게 고개를 비틀었다.


“뭐냐?”


과연 불량한 녀석답게 엄청 불량했다. 대부분의 일반인은 저런 자세만으로도 기가 죽어 별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 입을 열지 않고 있는 하일리시스도 그런 걸까?


“뭐긴.”


그렇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태연한 어조였다.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긴장감에 굳은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저 딱딱한 포커페이스가 아이러니하게도 하일리시스에겐 가장 자연스러운 얼굴이란 점을 생각하면 말이다.


“하일리시스지.”


아하하.

하일리시스는 마치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불량한 녀석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 평범한 머릿속에서는 왜 내가 이렇게나 화내는 척을 하고 있는 데도 저 녀석은 알아서 자세를 낮추지 않는가, 하는 물음이 있을 것 같았다.


“이 새끼가.”


불량한 녀석은 표정을 살짝 찡그리며 기어코 손을 움직였다. 그의 오른손이 순간 하일리시스의 뺨에 날아든 것이었다.


짝!“······.”


이제 우리 반은 완전한 고요에 휩싸였다. 비오는 날에 먼지가 착 가라앉듯이 산만하던 소음들이 잦아든 것이었다. 모두는 숨 쉬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상태로 하일리시스와 불량한 녀석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한 순간에 고개가 돌아간 하일리시스는 잠시 동안, 미동도 없이 그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얼어붙어서, 갑작스러운 충격에 놀라서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 불량한 녀석은 곧이곧대로 그렇게 생각하고는 속으로 이제야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구나, 라며 안심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 불량한 녀석과 크게 달리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은 아마 나 뿐만이 아니라 그 반에 있던 수십 명의 관계없는 목격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걸이다.


천천히 고개를 다시 든 하일리시스가 입가에 웃음을 품고 있는 걸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허.”


이번에 짧은 소리를 낸 것은 하일리시스가 아니라, 불량한 녀석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아직 원래대로의 사건전개가 되지 않자 어이가 없는 모양이었다.

나도 상당히 의외의 전개이긴 했었다. 저기에 있는 게 하일리시스만 아니었더라면 누구라도 똑같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었다.


“지금 때렸냐?”

“아니,”


하일리시스가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불량한 녀석이 말한 아니, 는 변명이나 부정의 아니, 가 아니었다. 어이없는 상황에 대한 탄식의 아니, 였지(아마 뒷말은 뭐 이런 놈이 다 있어였을 것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불량한 녀석은 그 뒷말을 잇지 못했다. 조금만 더 빨리 맘만 먹었더라면 할 수 있었을 텐데. 모두가 방심한 그 순간 하일리시스의 주먹이 인중에 꽂힌 것이었다.


퍽!


살벌한 소리가 들렸다. 모두는 이해 못할 상황에 조금 혼란스러웠다. 하일리시스의 뺨은 빨갛게 부어올라있었고, 불량한 녀석은 그 앞에서 코피를 흘리며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사이에 살벌한 타격음이 들린 것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하일리시스는 불친절하게도 모두에게 이해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의 오른손이 아까와 똑같이 움직인 것이었다.


짝!


뒤로 몇 걸음인가 물러서서 코 부근을 쥐고 있던 불량한 녀석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오른손은 왼쪽으로 움직이지만 그의 방향에서의 말이다.


짝!


이번엔 그의 방향에서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갔다. 나나 나를 제외한 목격자들이나, 특히 불량한 녀석이나 정신 차리기 힘든 상황이었다.


퍽!


다시 한 번 처음의 살벌한 소리가 들렸다. 하일리시스의 그 가녀린 팔과 쥔 주먹이 불량한 녀석에게 꽂아 들어갔다.


털썩.

곧이어 불량한 녀석은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겨우 네 번이었지만 그 충격이 쉽게 가실 정도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비리비리한 체격과 어울리지 않는 솜씨였다.


하일리시스는 갑자기 엄청 낮은 자세가 돼버린 불량한 녀석에게 내뱉었다.


“나쁜 놈.”


허.

그리고 나는 하일리시스가 별 일 없었다는 듯이 자리에 가서 앉는 모습을 보았다. 맞는 말이긴 한데, 엄청 때린 놈이 할 말은 아니잖아.


“······.”


그런데 그 흰 피부에 유난히 빨갛게 부어오른 뺨이 눈에 띄자 나는 마음의 입을 다물기로 했다. 확실히 저 놈이 나쁜 놈이긴 했다.




다술에 있던 백업


작가의말

친구들과의 다툼은 흔한 이야기.

로웰린 님인가는 예전에 내 작품을 보고 BL물이냐고 했더랬지.

여자가 필요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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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쾅! ! ! ! ! ! +1 21.01.23 21 0 3쪽
» 하일리시스 21.01.23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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