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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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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작품등록일 :
2012.10.2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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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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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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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탈 성 - [1]

DUMMY

장미당은 론탈 시에 널린 흡혈당 중 하나로,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사업에 전념했다.

노예 사업 말이다. 썩 전망 좋은 일은 아니었다. 노동력의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한 론탈 시에서 노예란 인기가 있을 수 없는 상품이다. 그래도 노예 사업은 론탈 유적에 도시가 생겨난 이래 꾸준히 유지되었다. 노예는 유적 내수용이 아니라 교역용 상품이기 때문이다.

지상과의 교역,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해가 들지 않는 론탈 유적에서 물자를 자급자족하기란 힘든 일이다. 그런 지역이 으레 그렇듯 론탈 유적의 경제에서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컸다. 그리고 유적에서 내다 팔 만한 물건은 유적에서 자생하는 물짐승들의 가죽과 노예 정도였다.

예로부터 그러했다. 수백 년 전부터 론탈 유적은 지상의 도시에 비밀가게를 두고 님프와 애완흡혈귀를 팔았다. 유적 바깥에서는 구하기 힘든 상품이란 점에서 수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 사업에도 한계가 찾아왔다. 님프는 지나치게 희소했고, 애완흡혈귀는 모종의 이유로 요새 잘 팔리지 않았다.

원래 주요 상품이었던 애완흡혈귀는 이제 불량재고가 되었다.

나중에 팔겠다고 창고에 처박아둘 수는 없었다. 유적 내 곡물값이 폭등한바 곡물을 먹는 닭의 가격은 황금 가격을 능가했다. 그리고 애완흡혈귀들을 살려두려거든 하루 한 마리 닭을 먹여야 한다.

유적 내 식량을 아끼길 원했던 혁명정권은 모두에게 불량재고를 신속히 처리하도록 명령했다.

주민들이 데리고 있던 애완흡혈귀들은 병사들에게 압수되어 처리되었다. 전문적인 노예상들은 각자 알아서 처리했는데, 다른 곳은 이미 거의 다 처리했다.

그러나 장미당은 처형을 미루고 일부 애완흡혈귀들을 살려두었다. 당주가 소아성애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미당 건물에 정체 모를 누군가가 다가왔을 때, 애완흡혈귀들을 들키면 현 정권에 밉보이리라 걱정한 흡혈귀들은 지나칠 만치 예민하게 반응했다.

보초 흡혈귀는 건물에 다가오는 수상한 남자에게 외쳤다.


“누구요? 손님이라면 용무와 성함을 밝히시고 손님이 아니라면 썩 지금은 누군가를 반길 상황이 아니니 돌아가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정체 모를 누군가는 어둠 속에서 계속 다가오고 있었다. 보초 흡혈귀는 눈살을 찌푸리며 명령받은 대로 대응했다.

보초는 총구를 불청객의 머리에 겨누었다.

정체 모를 누군가는 온통 시커먼지라 어둠과 쉬이 분간될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흡혈귀의 적외선 시야에는 혼동되지 않았다.

보초는 가늠쇠를 통해 불청객을 바라보며 말했다.


“돌아가시라고 했습니다······.”


물론 불청객은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자 흡혈귀 보초는 주저 없이 총을 쏘았다. 혹시 흡혈귀 아닌 산 사람이라면 그 피를 빨 수 있길 기대하며.

타앙 하는 소리.

힘있게 날아간 탄환은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했다. 무언가에 탄환이 부딪치는 소리가 똑똑히 울렸다.

그러나 목표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불청객은 뒤로 넘어지기는커녕 휘청거리지도 않았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속 다가오고 있었다.

도저히 총에 맞은 반응이 아니었다.

혹시 맞지 않았나? 당황한 보초는 다시금 총을 쏘았다. 또 다시, 타앙. 그러나 마찬가지였다. 명중한 소리만 요란하게 울릴 뿐 다가오는 저 불청객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보초는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판단은 빨랐다. 즉시 목에 매단 경적을 불어 동료들을 불렀다.


“침입자다. 모두 나와서 경계해!”


즉각 건물에서 흡혈귀들이 뛰쳐나왔다. 그중에는 횃불을 든 자들도 있어 조명을 제공해주었다.

적외선 시야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불청객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지나치게 두꺼운지라 키를 50cm 즈음 부풀려 보이게 만드는 갑옷. 평범한 사람들은 입고 걷지도 못할 그 갑옷이 염동력자들의 갑옷이라는 것을 흡혈귀들은 알아보았다.


“마법사다. 조심해······”


경계하며 흡혈귀들은 재차 대화를 시도해보았다. 왜 왔는가? 무슨 목적인가? 따위의 질문들.

그러나 불청객은 대답 없이 다가올 뿐이었다.

긴장감이 떠돌았다. 흡혈귀들은 전투를 대비해 무기를 움켜쥐었다. 중무장한 채 다가오는 누군가가 불순한 목적을 가졌다는 것은 명백했다. 습격이 목적일까? 그런데 왜 다른 무리는 보이지 않나? 장미당의 건물은 수로 맨 끝에 위치했다. 기습하려야 기습할 수 없는 장소다. 혼자 돌격하려는 게 아니고서야······.

불청객이 땅을 박찼다. 그 무거운 염동갑을 입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속도로.

모두 기겁하며 일제히 사격했다. 총알이 갑옷을 뚫지는 못하더라도 충격으로 제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우레가 울리며 화염이 공기를 불태웠다. 날아간 납덩어리 십수 발은 모두 명중했다. 시커먼 갑옷 곳곳에서 불똥이 튀겼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불청객은 계속 다가왔다. 십수 발의 사격은 소리만 요란한 폭죽에 불과했듯이.


“씹헐, 밀쳐! 넘어뜨려!”


기겁한 다섯 흡혈귀들이 창을 들고 달려들었다. 한꺼번에 창을 내찔렀다. 힘을 실어 밀치면 거꾸러뜨릴 수 있으리라 믿고서.

그러나 마주 다가오던 불청객은 그들의 돌진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달리던 다섯 명과 걸어오던 한 명이 교차했다. 그리고 달리던 다섯 명은 창을 내찌르던 자세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철퍼덕하는 소리가 유적에 은은하게 울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저 결과만이 어둠 속에 남아 모두를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마법일까? 얼마나 강력한 마법일까? 모른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후퇴? 한 명을 상대로? 요새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그런 추태를 보일 수는······

물러날 수 없노라 생각하면서도 모두들 뒤를 흘끔거리던 와중이었다. 그들의 눈길을 따라 불청객도 저들 너머에 있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건물 문이 열려있었다. 어서 들어오라는 듯이 유혹하는 문. 흡혈귀들은 얼른 그 안에 들어가 몸을 숨기고픈 눈치였다.

그러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불청객이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자 모두가 힐끔거리던 그 문 앞에 시퍼런 광채가 피어올랐다.

어둠을 집어삼키고 피어오른 새파란 에너지. 딱 문과 같은 크기로 빛나는 타원형 광채는 흡혈귀들의 안구에 눈부실 만치 찬란하게 빛났다.

저 에너지가 차원문이라는 것을 알아본 자는 없었다. 그래도 이제 저 너머로 갈 수 없게 되었음은 시각적으로도 알 수 있었다.

모두들 이를 악물고 욕설을 지껄였다. 저 마법 현상에 새삼 기가 질린 마당이지만, 후퇴가 막힌 이상 어쩔 수 없었다.


“가! 한꺼번에 쳐!”


한 흡혈귀가 자포자기로 외치더니 모두들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 분 뒤, 몇 번의 비명이 울리더니 자리에는 단 한 명만 서 있었다. 시커먼 갑옷을 입은 남자.

남자는 건물을 향해 다가갔다. 남자가 입술을 달싹이자 문을 가리고 있던 차원문이 사라졌다.

시커먼 남자는 그 안으로 들어섰다. 뒤이어 건물 내부에서 비명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지만 결국에는 정적이 흘렀다.


*******


“애완흡혈귀들, 어디 있지?”

‘지하실.’


*******


지하실은 방음이 훌륭했지만 그 안에 있던 조그만 흡혈귀들은 바깥에서 비명을 계속 들을 수 있었다. 방음벽을 뚫을 만치 찢어지는 비명들이 계속되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좋은 일은 아닐 터였다.

세 명의 어린 흡혈귀들은 흔들리는 눈으로 지하실 문을 바라보았다. 그러길 몇 분 뒤, 문이 열렸다.

지하실에 들어온 인물은 크고 시커멨다. 사람이라기 보다는 칠흑빛 갑옷에 가까운 누군가였다. 그 투구에는 웬 뿔까지 달려 있었다.

조금도 우호적이지 않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겁을 집어먹은 흡혈귀들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갑옷이 그녀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손길에 맞서 어린 흡혈귀들은 반항하거나 달아나려 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그저 눈을 감았다.

잠시 후에야 눈을 뜬 어린 흡혈귀들은 풍경이 달라졌음을, 이제 자신들은 지하실에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이곳도 지하실처럼 검었지만 그것은 벽을 비롯한 안감이 검은 까닭이었다. 붉은 조명이 은은하게 모두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하여 장롱과 샹들리에 등의 물건들이 드러났다.

숨 죽이고 성 내부를 바라보던 어린 흡혈귀들은 이내 또 한 가지 변화를 깨달았다.

장소뿐만 아니라 인원 구성마저 달라졌다. 지금 이 장소에는 자신들과 같은 어린 흡혈귀들이 더 있었다.

어린 흡혈귀들은 자신들과 비슷하게 생긴, 창백한 얼굴의 소년 소녀들을 보고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 어린 흡혈귀들은 테이블 좌석에 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그것이 과자와 케이크라는 것까지 알아보지 못했다. 태어나서 본 적도 없었으니까.

다만 그 조그만 흡혈귀들에게 무언가를 날라주는 노인의 직업은 알아보았다. 복장을 보아서는 소위 청지기라 불리는 인물이리라. 귀하신 분들을 모시는, 적어도 애완흡혈귀들에게 무언가 해줄 이유는 없는 인물. 그러나 어린 흡혈귀들의 볼에 묻은 차찌거기를 닦아주며 시중을 들고 있었다.

늙은 청지기가 문득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리하여 새로운 손님들에게 인사했다.


“환영합니다. 어린 손님들. 저는 아수라 합니다. 늙은 청지기옵지요.”


*******


샤는 사다리를 올라 지하실을 나섰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물 내부에 이십 명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 모두를 상대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조용히 다가가 흑마염동의 촉수를 뻗어 급소를 찌르면 되었으니.

죽지 않도록 나름대로 신경은 썼지만 생사는 또 모를 일이었다.

굳이 누가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에게서 고개를 돌린 채 샤는 건물 내부를 뒤졌다.

육중한 문 앞에 섰다. 당겨보니 열리지 않았다. 잠겨있었다.

언데드 로드가 속삭였다.


‘저 안에도 흡혈귀 하나 있어. 안전한 곳에 저 홀로 틀어박힌 걸 보니 당주겠군.’


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을 훑어 지금 자신을 보고 있는 자가 없음을 확인했다. 손끝에서 검고 끈적거리는 영기를 뿜어내었다.

흑마염동의 촉수가 문의 자물쇠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이윽고 문이 열렸다.

샤가 그 안에 들어선 순간 염동갑 안면부에 불꽃과 함께 충격이 가해졌다. 불꽃이 튀긴 뒤에 보니 한 남자가 권총을 쥐고 있었다.

젊은 미남, 그러나 흡혈귀일 테니 겉보기와는 나이가 다를 것이다. 당주일까?

누구든 상관없었다. 샤는 남자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서랍을 열었다.


“꺼져라! 누구 맘대로 열어!”


남자가 달려 들었지만 샤가 밀쳐내자 나가떨어졌다. 이를 악물고 고함지르는 남자를 샤는 애써 무시했다.

샤는 눈길을 돌려 서랍 속 내용물을 보았다.

보석, 장부 등 여러 가지 값나갈 만한 물건들이 보였다. 샤는 보이는 물건을 전부 네크로팰리스에 보냈다. 서랍 안뿐만이 아니라 방에 있는 값 나가는 물건 모두를. 금화 항아리에서부터 향신료까지 전부 전송했다.

처음에는 미친 듯이 화내며 제지하려던 남자는 점점 사라져가는 방의 사물을 보며 멈춰섰다. 어설픈 마법 지식으로나마 공간에 관여되는 마법은 삼차원법이라는 것은 알았다. 세상에 한두 명 있을까 말까한 대마법사가 왜 강도질을? 아니, 강도질을 하러 온 것이 맞나?

남자는 잔뜩 움츠러든 채 벽에 붙어 옴짝달싹 못했다. 덕분에 샤는 한결 더 편하게 물건을 수집할 수 있었다.

충분히 챙긴 뒤, 샤는 방을 나섰다. 건물 중앙을 걸으려니 바닥에 생겨난 재 무더기가 여럿 보였다. 샤는 거기서 애써 시선을 돌리고는 건물을 나섰다.

그리고는 유적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샤는 허름한 천막에 들어섰다. 한 여자가 반겨주었다. 이 천막, 그러니까 여관의 주인 겸 매춘부인 여자.


“일하고 왔어? 수고했어!”


못생겼지만 정감이 가는 얼굴이라 마주 보기 괴롭지는 않았다. 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냈다.

식대를 포함한 숙박비였다.

매춘부 여자는 받아든 금화를 깨물어보더니 품에 넣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재주도 좋아. 요새 인력난일 텐데 어디서 일을 구했대?”

“운이 좋았다.”


샤는 짧게 대답했지만 여자는 계속해서 관심을 보였다.


“솔직히 몇 달은 빈털터리일 줄 알았는데 벌써 밥벌이를 하다니 대단해, 정말. 빈말 아니야. 진짜 빈털터리 신세 계속될 줄 알았다니까? 론탈 사상 최악의 경제붕괴니까 말이야. 상어랑 악어는 남획으로 반쯤 멸종해서 내다 팔 물짐승가죽 구하기도 불가능하고, 노예는 잘 팔리지도 않고 해서 교역이 끊긴 마당에······”


이후로도 주절주절, 매춘부 여자는 여러 칭찬을 해주었다. 무기력한 모습과 달리 제법 정력적이라느니 다시 봤다느니 하는 말들.

샤는 묵묵히 듣다가 자기 방에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매춘부 여자는 생각했다.

잘 빠진 등, 곡선이 참으로 탐스럽다.

저것이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빈털터리였다면 가능했을 텐데.

샤가 일을 구하겠답시고 집창촌을 나가서는 터덜터덜 돌아오는 것을 며칠 지켜보았다. 그러는 동안 여자는 우월감을 느끼며 내심 기뻐했더랬다. 저 남자를 경제적으로 속박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잘 생겼으며 검도 잘 쓰는, 그런데도 자신에게 꼼짝 못 하는 기둥서방을 둘 수 있을 줄 알았다.


‘이젠 불가능하겠지. 요새 주머니 두둑해 보이던데······’


그런데도 왜 이곳을 떠나지 않을까? 이 여관은 빈말로도 고급스러운 곳이 못 되었다. 돈이 있다면 얼른 나가야 할 장소다.

처음에는 이 근처 매춘부와 정분을 나누느라 여기 머무는 줄 알았다. 그래서 며칠 그가 나갈 때마다 미행해보았는데, 아무리 봐도 여자와 만난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이 천막을 떠나지 않는다면 남는 이유는 하나였다.


‘뭔가 들키면 안 되는 일을 하는 모양이지? 숨어지낼 곳으로 여길 선택했고.’


여자가 생각건대 이 추측이 맞을 터였다. 그 정체불명의 미남은 이곳 지형도 잘 알지 못했다. 정말이지 수상한 남자.

그렇다면 자신이 숨겨 주자고 여자는 생각했다. 덩달아 위험해질지 모르지만 감수할 만했다······.

생각에 잠기다 말고 여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에게 흑심이 있어 머무는 것이리라 기대할 수 없는 처지가 새삼 서글펐다. 평소 남자들을 상대하는 직업여성으로서 저런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리란 것은 잘 알았다.

평소 그녀를 만나러 오는 손님들은 대개 정에 굶주린 남자들이었다. 누가 봐도 잘생긴 저런 미남이 아니라.


*******


요새 샤는 애완흡혈귀들을 구출하고 다녔다. 흡혈귀 노예상들을 덮치고 그들의 노예와 재산을 네크로팰리스에 전송했다. 괜찮은 돈벌이요 양심의 가책도 덜 수 있는 일이었다.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아주 이로운 일이었다. 방금은 직접 칭찬까지 받았지 않은가?

그 사실이 샤는 못내 맘에 들었다. 방금 여자가 대단하다느니 수완 좋다느니 해준 말들을 떠올리며 샤는 흐뭇해졌다. 웃음은 나오지 않았지만 어쨌건.

샤는 바닥에 앉아 방금 들은 칭찬들을 곱씹었다. 그렇게 충족된 자존감을 만끽하며 정신적으로 기뻐하던 와중이었다.

머릿속에 문득 언데드 로드의 말이 전해졌다.


‘다른 애완흡혈귀가 갇힌 위치를 찾았어. 구해달라고 내게 기도하는 녀석이 있더군. 그 애만 구하면 더는 이 유적에 애완흡혈귀들은 없어.’


샤는 안도 반, 아쉬움 반을 느꼈다. 언데드 로드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위험할지도 몰라. 이번에 가야할 곳은 성이야. 아주 크고 위험한 곳이지. 보안도 엄청나. 거기 가려거든 피가 꽤 많이 튀는 싸움이 될 거야. 그래도 갈 건가, 샤?“


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데드 로드는 정신적으로 웃었다.


’장해, 아주 장해. 샤. 봐라네가 봤으면 정말 기뻐했을 텐데. 그 의지박약 남자가 어느새 열정적인 정의의 수호자가 되었구나,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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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어느 도시 - [6] +21 13.12.30 7,466 187 10쪽
36 어느 도시 - [5] +13 13.12.29 7,213 210 9쪽
35 어느 도시 - [4] +17 13.12.28 7,631 197 10쪽
34 어느 도시 - [3] +19 13.12.27 7,574 190 11쪽
33 어느 도시 - [2] +4 13.12.27 7,512 195 9쪽
32 어느 도시 - [1] +16 13.12.27 7,760 192 10쪽
31 누르하치 - [6] +14 13.12.26 7,553 196 9쪽
30 누르하치 - [5] +18 13.12.25 7,504 205 8쪽
29 누르하치 - [4] +7 13.12.24 7,465 196 11쪽
28 누르하치 - [3] +5 13.12.24 8,037 199 10쪽
27 누르하치 - [2] +12 13.12.24 8,489 256 11쪽
26 누르하치 - [1] +13 13.12.24 8,054 185 8쪽
25 녹룡사 지부 - [4] +26 13.12.24 7,945 201 13쪽
24 녹룡사 지부 - [3] +18 13.12.24 7,922 175 9쪽
23 녹룡사 지부 - [2] +10 13.12.24 8,023 208 8쪽
22 녹룡사 지부 - [1] +7 13.12.24 8,630 202 8쪽
21 타슨 - [5] +8 13.12.23 8,431 225 13쪽
20 타슨 - [4] +16 13.12.23 8,393 217 11쪽
19 타슨 - [3] +22 13.12.23 8,374 200 9쪽
18 타슨 - [2] +20 13.12.23 9,151 219 11쪽
17 타슨 - [1] +15 13.12.22 9,040 239 11쪽
16 그냥 도시 - [4] +10 13.12.22 9,307 236 13쪽
15 그냥 도시 - [3] +13 13.12.22 9,414 230 9쪽
14 그냥 도시 - [2] +16 13.12.22 9,924 231 9쪽
13 그냥 도시 - [1] +15 13.12.21 10,585 268 12쪽
12 관문도시 - [4] +18 13.12.21 10,647 245 8쪽
11 관문도시 - [3] +17 13.12.21 10,792 247 9쪽
10 관문도시 - [2] +23 13.12.21 12,017 266 12쪽
9 관문도시 - [1] +14 13.12.21 12,748 294 9쪽
8 설원 - [4] +23 13.12.21 13,046 295 11쪽
7 설원 - [3] +13 13.12.21 13,781 305 10쪽
6 설원 - [2] +14 13.12.21 14,102 342 12쪽
5 설원 - [1] +10 13.12.21 15,327 359 11쪽
4 흑실 - [3] +13 13.12.21 16,747 360 12쪽
3 흑실 - [2] +14 13.12.21 18,301 376 8쪽
2 흑실 - [1] +21 13.12.21 24,979 396 10쪽
1 어느 방 - [1] +25 13.12.21 40,125 49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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