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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

게임 속 최강 보스 쌍두드래곤의 오른쪽 머리에 빙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여문如文
작품등록일 :
2021.10.06 16:11
최근연재일 :
2021.10.21 12:16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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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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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수 :
126,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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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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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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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8쪽

2화 등잔 밑이 어둡다

DUMMY

게임 속에 들어온 것이 확실하다.


뭐가 뭔지는 몰라도 박훈은 지금 새끼 드래곤이었다.


‘브레스, 브레스를 써라!’


머릿속에서 자꾸 누군가가 보챘다.


“아니 어떻게 쓰는데! 나 이런거 모른다고!”


‘이런 미련한 놈... 세상에 브레스를 못 쓰는 드래곤이 어디 있나?


드래곤 브레스. 용들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무기. 무엇이든지 무로 되돌려버리는 악마의 불꽃.


게임 트레일러에선 곧 인간들과 마주한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게임이라 생각하자. 이 게임을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몇 없다.


“저기 있다!”


아뿔싸. 생각보다 빨리 발견되었다.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했다. 이렇게 하면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그 사이 왼쪽 머리가 몸을 움직이며 하악질을 했다.


가슴이 들끓기 시작한다. 불쾌한 기운이 목을 타고 올라온다. 너무 거칠어 입을 벌리지 않으면 몸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드래곤 브레스가 이런 느낌이었다니.


이거 술 먹고 토할 때랑 똑같잖아.


일단 한 번 뱉어내면 주체할 수 없는 것도 닮았다. 눈물이 찔금 났다. 입을 다물려고 해도 불꽃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으아아악!”


경솔하게 달려들었던 전사가 불길에 휩싸인다. 박훈의 입장에서 볼 때는 고통스러워 하는 발악처럼 보였다.


그런데 드래곤의 입장에서 보니 흥겨운 춤을 추고 있는 듯 했다. 더 부추기고 싶을 정도로.


더 타올라라! 오늘 밤을 훤하게 만들어 다오!


전사는 허우적대다 새카만 재가 되었다. 이게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무장을 보았을 때 최소 7티어 장비였다. 9티어가 최종 장비이니 준종결 장비라고 볼 수 있다. 저 정도면 어디가서 쉽게 죽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다. 화염 내성 장비와 마법으로 떡칠을 해도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좋다. 큰 고비는 넘겼다. 그런데 말이다...


브레스는 어떻게 멈추지?


게워내는 중간에 뚝 끊고, 아 오늘은 여기까지. 이게 말이나 되는가.


이 정도면 충분히 위협이 되었다고 생각해 멈출 생각이었다.


“커헉... 숨이...”

“아이작 이쪽으로 와라!”


마법사는 불길을 피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마법을 시전했다. 로브가 펄럭이며 강력한 마나의 기운이 주변을 차갑게 만들었다.


드래곤 브레스를 피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불꽃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폐가 익어버릴 지경이었다. 양손검을 들고 있던 또 다른 전사는 입을 틀어막으며 마법사 쪽으로 달려갔다.


“불길이 꺼지면 바로 달려드는 거다!”


저 양손검은 익숙하다. 드래곤 참수자. 드래곤의 뼈와 철을 섞어 만든 유니크 무기였다. 전사는 자세를 고쳐잡으며 언제든지 달려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아마 저 인간이 휘두른 검에 맞으면 목이 덜렁 썰려나갈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동족들의 시체로 만든 무기에 죽음을 맞이하는 모욕을 당할 수는 없었다.


몸에 힘을 주자 불꽃은 더욱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새끼용 주제에 뭐 이렇게 강해! 테레사 어떻게든 좀 해봐!”

“말 안해도 그럴 참이었거든!”


활을 쥐고 있던 여자가 눈치를 살피며 측면으로 파고 들었다. 드래곤을 너무 우습게 보았다. 저런식으로 대놓고 들어오는 것은 죽여달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아아아아아! 살...”


아리따운 여성은 순식간에 한 줌의 재가 되었다. 비단 같은 금색 머리칼도, 고급 나무로 만든 활도 이제 쓸모가 없었다.


박훈은 이 기세를 몰아 나머지 일당도 일망타진 했다. 마법사는 급하게 여러 마법을 펼쳐 보려고 했으나 대지마저 녹아버리는 뜨거움 앞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놈들을 몰살시키고 나서야 브레스가 멈추었다. 숲은 핵폭탄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 주변에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새끼드래곤이 전부였다.


상황이 마무리되고 나자 죽은 드래곤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싸늘한 시체가 된 드래곤은 압솔루타. 100년 된 드래곤이다.


엄마 같은 존재이긴 한데, 드래곤이라 그런지 모성애 따위는 별로 없었다.


이것은 아마 이 새끼드래곤의 기억인 것 같았다.


“넌 누구지...?”


처리해야 할 녀석이 하나 더 있었다. 아까부터 머릿속에서 조잘대던 녀석. 왼쪽에 붙어 있는 머리였다.


“뭐긴 용이지.”

“거짓말 하지마라. 왜 전승 마법을 방해한 것이냐! 카니누스의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냄새는... 인간... 감히 인간 따위가 어떻게...! 카니누스는 어디 있는 것이냐.”


시체를 봐도 슬프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시끄러운 왼쪽 용대가리가 압솔루타였다.


카니누스가 이 몸의 원래 주인인 모양이다. 자세한 경위는 모르겠지만 박훈이 그 자리를 대신 차치하고 있는 상황이고.


“너 때문에 내 영혼까지 이곳으로 옮겨와버렸다!”

“이봐요 아줌마. 아니 할머니인가. 아무튼 나도 피해자라고. 나야말로 묻고싶네. 내가 왜 새끼 용이 된 거야?”

“뭐... 할머니...?”


이런 미친 대가리를 봤나.


할머니라는 말에 꼭지가 돌아머리더니 이제 박훈이 되어버린 카니누스의 머리를 마구 물어뜯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로 같은 몸뚱아리를 공유하고 있는 신세. 공격하면 박훈만 아픈 것이 아니라 자신도 아팠다.


“으아아!”

“으아아악, 이 할매가 노망났나!”


머리 두 개가 비명을 지르며 숲 속에서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를 하고 앉아 있었다.


“네놈을 드래곤으로 인정할 바에야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


진짜 제정신이 아니다.


그리고 말을 그렇게 했으면 본인 목을 물어야지.


어째 박훈만 계속 공격하고 잇었다.


아직 이빨도 제대로 나지 않은 새끼라 별 의미도 없었다.


“아아, 잠깐. 스돕. 스돕. 이거 뭐야?”


한 마리는 피하고 한 마리는 물어 뜯고, 어지러운 공방전이 계속되던 중 앞에 이상한 화면이 나타났다.


---------------------------------

카니누스/압솔루타


종족 : 드래곤(골드 드래곤/쌍두 드래곤)

레벨 : 1

생명력 : 500

마나 : 1000

보유 금화 : 0

옵션

스킬

---------------------------------


“내가 진짜 노망이라도 난 줄 아느냐. 어디서 이 압솔루타를 속이려고 드느냐!”

“아니 안 보여?”


애프터 드래곤에서 처음 캐릭터를 만들면 체력과 마나가 각각 100이다. 그거에 비하면 엄청난 스펙이긴 한데 드래곤치고는 너무 초라했다.


아무리 레벨이 1이라 해도 너무 약한 것 아닌가.


이래서야 기본 상태창은 더 볼 것도 없었다. 옵션이 눈에 들어왔다. 게임 시작 전 옵션을 설정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어떻게 들어갈 수 있나 했는데 집중하는 것만으로 화면이 바뀌었다.


------------

옵션


신체 제어권

카니누스 [O]

압솔루타 [O]

------------


옵션창은 초라했지만 가장 필요한 기능이 있었다.


전자제품은 설명서부터, 게임은 옵션부터.


압솔루타 [X]


설정을 바꾸자마자 왼쪽 머리가 고분고분해졌다.


‘나를 어떻게 한 거냐 인간!’

“하... 입은 못다물게 하나.”


이제 자신이 직접 왼쪽 머리도 움직일 수 있었다. 압솔루타의 감정과 생각은 여전히 느껴졌다. 정말 문자 그대로 신체의 제어권만 가져온 모양이었다. 목소리는 다시 머릿속에서 들렸다.


옵션은 확인 했으니 스킬창을 열어보았다.


[액티브 스킬]


드래곤 브레스(L10)

드래곤의 변신(L10)


“뭐야... 액티브가 겨우 두 개가 끝?”


애프터 드래곤의 스킬은 기본적으로 레벨 10까지 있다. 스킬을 많이 사용하거나, NPC에게서 수련을 받거나, 책을 읽어서 레벨을 높일 수 있다.


예외적으로 몇몇 스킬은 13까지 올릴 수 있었다. 그런 스킬들은 숨겨진 퀘스트나 업적을 달성해야 돌파가 가능했다.


레벨이 1인 주제에 드래곤 브레스가 레벨 10인 것은 대단하긴 한데 이래선 예능 캐릭터이다. 할망구가 전승 어쩌고 하더니 그녀의 능력이 옮겨온 것이 분명하다.


첫 캐릭터는 원소 마법사로 키웠다. 초반부터 엄청난 위력으로 몬스터를 쓸어담는게 가능했다. 현재 레벨보다 15 높은 퀘스트까지 쭉쭉 밀 수 있었다.


이렇게 키우면 안 된다는 것을 중반부 쯤 와서야 알았다. 후반부에는 인간들과 싸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식들은 원소 내성과 마법 내성을 기본으로 달고 있다. 게다가 각종 물약까지 마신다. 그냥 깡으로 공격 스킬만 써서는 잡을 수가 없었다.


뒤늦게 보조 마법을 배우려고 했으나 결국 다시 키워야 했다. 레벨은 엄청 높은데 적들은 너무 약해서 스킬 숙련도가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과 수련으로 올릴 수 있는 경험치는 어디까지나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 게임 전체를 뒤집고 다녀도 레벨 3 정도가 최대치였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 어차피 액티브 스킬은 배우면 된다. 어디서 배우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몹시 실망스럽지만 패시브 스킬도 확인하기로 했다.


[패시브 스킬]


원소 내성(L5)

마법 내성(L3)

고혹(L10)

고대의 지혜(U)

반인반신(U)


액티브에 비하면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마법 내성까지 달려 있다.


[마법 내성]

30%의 확률로 유해한 마법을 무효화시킵니다.


마법 내성은 대마법전에 있어서 최고의 스킬이었다. 원소 내성은 원소 마법의 데미지를 고정된 수치만큼 감소시켜주는데 비해 마법 내성은 일정 확률로 마법을 아예 무효화 시켰다. 게다가 인간은 최종 장비를 맞추어야 마법 내성 L1을 얻을 수 있었다.


최종 보스였던 용의 시녀가 마법 내성 L5를 가지고 있다.


연속으로 마법이 씹히면 키보드를 박살내고 싶다.


패턴도 몹시 악랄한데 딜까지 제대로 안 박히니 빡칠 수밖에 없었다. 마법 내성 때문에 즉사 패턴을 못 피해서 게임을 끈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커뮤니티에서는 다들 용의 시녀라 부르지 않고, 용의 시바년이라 불렀다.


고혹은 NPC와의 대화에서 꽤나 쏠쏠한 기술이다. 이성을 상대할 때 숨겨진 선택지가 나타난다. 몇몇 퀘스트는 이것을 사용해서 전투 한 번 없이 퀘스트를 완료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박훈은 드래곤인데 이게 쓸모가 있나 싶었다. 다들 찔러 죽이려고 안달일 텐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U가 붙은 유니크 스킬이다. 보통 유니크 스킬은 보스에게 붙어 있다. 플레이어는 유니크 장비 세트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즉 두 개나 있다는 말은 유니크 장비를 두 세트나 착용하고 있다는 것과 동일했다.


‘인간! 공격을 준비해라. 누가 온다!’


압솔루타가 호들갑을 떨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 입으로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아까부터 드래곤의 혈통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걸 애써 무시하고 있었는데 이젠 대답할 힘도 없었다.


“아니 아까 다 죽였잖아“

‘멍청한 놈 같으니! 발소리가 안 들리느냐!’


이번에는 정말이었다. 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이제 브레스는 쓸 수 없다 한 번 쓸 때 마다 마나가 900씩이나 필요했다. 마법사의 기본 스킬 중 하나인 마나 회로 최적화도 없어 이 모양이었다. 드래곤들은 무식하게 마나 효율 증가 패시브도 없이 깡으로 마법을 쓰는 건가?


체력이 500이나 되긴 한데 싸워서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이런식으로 계속 적과 마주하면 언젠간 결국 죽는다.


아까 보았던 변신 마법이 생각났다.


변신 마법은 마나가 얼마 들지 않는다. 획득 난이도가 최악이라서 그렇지. 게다가 변신 상태에서도 마나 소비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쓰는 거지?


다행히 변신 마법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자 몸 속의 마나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카니누스의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이 세계에 남아있는 드래곤은 카니누스 혼자일 것이다. DLC에서는 멋지게 성장해서 돌아오겠지만 박훈은 생각이 달랐다.


확장팩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본편이라면 수 백시간을 꼴아박아 지나가는 NPC의 가정사까지 속속들이 꿰차고 있다.


아싸리 인간으로 변신해서 기회를 노리는 것이 더 나아 보였다.


왜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한번 드래곤으로 엔딩까지 달려보자.


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더니 나약한 새끼 드래곤은 모습은 사라지고 건장한 남성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옷까지 주면 좋으련만 너무 큰 바람이었다.


‘이, 이게... 흉측하게 무슨 짓이냐!’


“제발 조용히 해봐!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강렬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것 역시 드래곤의 기억이었다. 인간에게 무자비하게 학살당하며 그들에 대한 공포와 수치심이 온전히 느껴졌다.


그 감정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박훈도 거기에 동화되어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더러운 인간 종자들...”


분명 박훈도 인간인데 다가오는 사람을 보고 나지막하게 욕을 내뱉었다. 깜작 놀란 그는 입을 틀어막고 용에게 당한 사람인 척 쓰러져 있었다.


“여기다!”


수풀 사이에서 나온 사람은 참혹한 광경에 깜짝 놀랐다. 용이 풀썩 누워있고 그 주변으로 새까맣게 타버린 시체들이 있으니 그럴만 했다.


기절한 척을 하느라 눈을 감고 있었는데 나체로 누워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허겁지겁 달려와 어깨를 부여잡았다.


“이보시게, 살아 있는가!”

“으윽... 여기가 어디죠?”


말투가 완전 로봇이었다. 아픈 연기를 하려니 힘들었다.


연기라고 해봤자 야자 째고 피씨방에 가려고 몸살이 난 척 꾀병을 부려본 것이 전부였다.


‘넌 그것도 제대로 못하느냐!’


압솔루타가 봐도 어색했는지 바로 일침을 날렸다. 자신도 생각해도 영 별로였다.


다행히 발견자는 모르는 눈치였다.


이윽고 다른 사람들도 현장에 도착했다. 다들 생존자를 보고 불행 중 다행이라며 부축하여 일으켜 세운 후 나무에 편히 기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기왕이면 좀 평평한 곳에 옮겨주지. 나무 뿌리가 엉덩이를 계속 찔렀다. 너무 불편하여 자세를 고치려고 하자 압솔루타가 또 한 마디 거들었다.


‘이... 이게... 수치스럽다!’


100년 묵은 드래곤이 맞나 싶다. 드래곤으로 치면 어리긴 하다. 보통 다 수백년은 기본이니까.


그런데 엉덩이 좀 긁은 것 가지고 유난떠는 건 아니지 않나.


아무도 지금 이 남자가 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으니 인간 행세를 해보기로 했다.


“혹시 물 없습니까...”

“물? 그래. 여기 있네. 천천히 마시게나.”


남자는 수통을 건내주었다. 군대 생각이 나서 조금 찝찝했다.


목이 말라 어쩔 수 없었다. 막상 마시니 꿀떡꿀떡 잘 넘어갔다.


“감사합니다.”

“자네는 못보던 사람인데 다른 용사분들은 설마...”


애석하게도 브레스에 전부 통구이가 되었다. 별로 미안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자들이니까. 게다가 속에서는 압솔루타가 증오심을 표출해서 자신도 모르게 험한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뒤따라 온 사람들은 죽은 용사들의 시신을 수습했다. 얼마나 바짝 구웠는지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재가 우수수 떨어졌다.


이 사람들은 이 근처 마을 주민들이었다. 용사들이 용을 퇴치하기 위해 숲으로 떠난 후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걱정되어 올라온 것이었다.


보통 겁이 나서 가만히 있지 않나?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모르겠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이곳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네요...”


좋은 얼굴로 집요하게 물어지기는. 대충 둘러대는 수밖에 없었다.


“이름은, 이름은 없는가?”

“카니누스...”


아차 싶었다. 맥스웰이나 존슨 같이 평범한 이름으로 했어야 하는데. 누가 봐도 용의 이름이지 않는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더니.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평범해 주민으로 보였다. 이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카니누스? 드래곤식 이름이라니. 선대에 용살자가 계시는 모양이군.”


문득 로딩 화면의 툴팁이 생각났다. 거기에는 분명 용살자들은 자식이나 손자에게 본인이 잡은 드래곤의 이름을 붙였다고 적혀 있었다.


이런 세세한 것까지 구현되어 있다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일단 마을로 돌아갑세. 누군진 모르지만 용에게서 살아남았다니 축복이 아닌가!”


잠시만.


상황이 진정되자 다시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게임은 용이 전부 멸종된 이후를 다루고 있다. 그때가 제국력 233년.


DLC의 트레일러에서 새끼 용을 놓치는 장면은 232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5년 후 청년 용이 되어 돌아온다.


즉 지금은 용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뜻. 다시 말해 용의 시대를 재건할 기회가 있다는 의미였다. 몇 마리나 남아있는진 몰라도 다들 동족을 잃고 오지에 숨어 있었다.


모든 컨텐츠를 즐긴 박훈은 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맨주먹 컨셉 플레이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지루했다. 게임의 시스템을 전부 파악하고 있으니 맨주먹도 컨트롤만 있으면 충분히 강력했다.


지금 자신은 그 누구도 즐길 수 없는 드래곤 루트를 타고 있었다.


능력치는 꽤 준수하지만 사기 수준은 아니고, 세상의 모든 인간이 그의 적이며, 세력의 도움도 없다. 게다가 용이라는 종족은 곧 멸망한다.


조잘대는 용이 한 마리 있긴 했는데 그닥 쓸모 있지는 않았다.


이건 고인물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하드코어 플레이였다.


게다가 용도 용이지만 아주 확실한 전력이 하나 더 있었다.


다들 떠올리기만 해도 거품을 무는 녀석. 하지만 카니누스는 달랐다.


최종 보스 용의 시녀.


그녀는 용의 부활을 원하는 자였다.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관심'은 글을 이어나가는 유일한 연료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1.10.08.

새끼 드래곤이 드래곤 브레스를 쓰는 장면 묘사를 추가했습니다.


21.10.13.

인간과 새끼드래곤의 전투 장면을 추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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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마법 생태학 동아리(3) 21.10.19 71 1 15쪽
15 15화 마법 생태학 동아리(2) 21.10.18 77 1 16쪽
14 14화 마법 생태학 동아리(1) +1 21.10.17 79 1 17쪽
13 13화 참교육 21.10.17 87 1 18쪽
12 12화 호신술 수업 21.10.16 87 1 17쪽
11 11화 죄와 벌 21.10.15 84 1 15쪽
10 10화 수석 입학 21.10.14 91 1 16쪽
9 9화 입학 시즌 21.10.13 105 1 16쪽
8 8화 암살자 21.10.12 110 1 15쪽
7 7화 신약 개발 21.10.11 127 2 16쪽
6 6화 가문의 탄생 21.10.10 145 2 16쪽
5 5화 10의 제곱 +1 21.10.09 148 2 16쪽
4 4화 드래곤 레시피 21.10.08 177 2 16쪽
3 3화 버섯 스튜 21.10.07 220 4 16쪽
» 2화 등잔 밑이 어둡다 +1 21.10.06 336 6 18쪽
1 1화 프롤로그 +2 21.10.06 385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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