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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최강 보스 쌍두드래곤의 오른쪽 머리에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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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如文
작품등록일 :
2021.10.06 16:11
최근연재일 :
2021.10.21 12:16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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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
추천수 :
31
글자수 :
126,048

작성
21.10.0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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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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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화 프롤로그

DUMMY

“드래곤의 마지막 희망이여...”


대체 누구야. 어제 간만에 밤새 게임을 달렸더니 피곤해 죽겠는데.


누가 계속 조잘거렸다. 이놈의 고시원은 잠도 편히 못 잔다.


옆 방에서 온갖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누가 영화라도 틀어놓은 모양이다.


“드래곤의 마지막 희망이여...”

“아 진짜!”


벌떡 일어나서 안대를 벗었다. 젊은 놈이 대낮에 잠이나 자고 있는 게 씁쓸하긴 했지만 취직이 안 되는 걸 어쩌냐.


아무도 내 인생에 태클걸 자격은 없다. 그렇게 보기 싫으면 본인이 취직시켜 주던가.


양쪽 벽을 미친 듯이 두드렸다. 고시원에서는 이렇게 소통한다. 제발 좀 닥치라는 뜻이다.


어라. 그런데 이 시간에는 옆 방에 사람이 없는데.


이 망할 고시원에서 먹고 잔 것도 어느덧 3년. 이 라인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놈이 나 박훈이다.


방음이 안 돼서 밥 먹는 소리, 컴퓨터 하는 소리. 전화 하는 소리가 다 들리다 보니 이웃들의 생활 패턴을 모조리 꿰차고 있었다.


조금 소란스러운 일을 할 때는 이웃들이 방을 비웠을 때 하곤 했다.


잘못 들었나? 분명히 누워 있을 때는 왱왈왱알 시끄러웠는데. 막상 일어나니 조용했다.


그리고 모니터도 켜져 있었다. 분명 컴퓨터를 끄고 잔 것 같은데. 너무 졸려서 그냥 누웠나 보다.


띠링!


진동이 울린다. 연락 올 사람이 없을 텐데. 또 스펨 메일이겠지.


[애프터 드래곤 DLC 발매!]


맞다, 오늘 DLC 발매일이었지.


게임 생각을 하자 기분이 확 좋아졌다.


며칠 전 알바 하던 가게가 망했다. 거기 뿐만 아니라 거리의 가게가 죄다 문을 닫았다.


기업들은 이제 공채도 안 한다. 돈이 없어 서울로 가지 못 하고 부산에 있는 국립대를 나왔더니 이 모양이다.


가장 애매한 포지션이다. 대기업들은 학벌이 낮다고 무시하고, 중소기업들은 어차피 이직할 놈이니까 안 뽑는다.


아니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그렇다고 인서울 했으면 좀 달라졌을까. 학자금 대출 갚다가 번개탄 연기나 마셨겠지.


답도 없는 삶의 유일한 희망이 게임이었다.


최근 백수가 되고 나서 하루종일 게임만 한다.


폐인이라고 하지마라. 나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아무튼 요즘 매료된 게임이 하나 있다.


애프터 드래곤.


겉으로 봐선 흔해 빠진 판타지풍 게임인데 속은 완전 대박이었다. 스토리는 찹쌀을 모조리 털어넣어 쫀득함 그 자체였고, 게임 플레이는 ‘이것이 오픈 월드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다.’라는 칭찬을 받았다.


스토리는 심플하다. 인간이 세상의 지배자인 용들을 죽이고 인간 중심의 세계를 재건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수많은 세력과 단체가 등장한다. 플레이어는 혼자 모험을 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 소속될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다들 익숙할 것이다. 그런 게임이야 이전에도 차고 넘쳤으니까. 그런데 애프터 드래곤은 거기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구색만 갖춘 것이 아니라 각각의 세력과 단체에 방대한 스토리를 집어넣어 놓았다.


단체 하나의 퀘스트 플레이 타임만 72시간이 넘어간다.


뭐 10개 캐오기, 뭐 10마리 죽이기 같은 의미 없는 노가다 퀘스트로 채워놓지도 않았다.


그렇다보니 커뮤니티에서는 다들 과몰입 해서 서로 싸우고 난리도 아니다.


그는 딱히 적을 두고 싶은 곳은 없어 골고루 다 플레이 했다. 도전 과제도 다 달성했고, 숨겨진 이스트 에그가 있나 싶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제도 지하에 숨겨 놓은 전설의 검을 발견했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정보가 없었다. 테스트용 검이었는데 개발자가 장난으로 숨겨놓은 모양이었다. 숨겨놓은 곳도 버그를 쓰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었다.


잠이 다 깨버렸다. DLC도 나왔고 일어난 김에 게임이나 해볼까.


이번 DLC는 애프터 드래곤의 첫 번째 확장팩 라스트 드래곤이다. 인간이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땅에서 살아남은 전설의 용, 쌍두 드래곤이 찾아온다는 내용이었다.


이건 못 참지. 바로 구매.


다운로드가 끝나고 실행 버튼을 누르자 이번 DLC의 시네마틱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래픽 한 번 죽인다. 이 정도면 현실을 거의 다 따라잡았다.


[드래곤의 마지막 희망이여...]


어라, 이거 아까 전에 들었던 목소리였는데. 트레일러를 너무 많이 돌려봤나.


“어? 뭐야.”


갑자기 에러 화면이 뜬다. 컴퓨터 자체가 멈춰버렸다. 역시 발매 후 바로 사면 문제가 터진다.


“드래곤의 마지막 희망이여...”


이상하다. 방금 재부팅 버튼을 눌렀는데 영상의 나레이션이 들렸다. 게다가 소리는 스피커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까처럼 귓가에 대고 속삭이고 있었다.


“이대로 날개짓을 멈출 것... 에취!”


에취...? 방금 재채기 한 거지...?


모니터가 빛이 나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가짜사이트에 들어가서 백도어에 당한 것인가? 아니 이런 신기술 있다고.


“뭐야, 뭐야, 뭐야!”


급하게 일어나서 컴퓨터를 만지는데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쿵!


흙먼지가 일어 코가 아리다. 갑자기 왠 흙먼지. 고시원이 아무리 구려도 방에 시멘트 가루 따위는 날리지 않는다.


“어?”


눈을 떠보니 익숙한 존재가 쓰러져 있었다. 붉은 비늘로 뒤덮여 어떤 날붙이도 막을 수 있으며 세상의 모든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 드래곤이었다.


익숙할 수는 있다. 근데 그게 실제로 존재해선 안 돼지.


“새끼를 잡아라!”


새끼?


곧 자신을 말하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유니크 아이템을 덕지덕지 바른 전사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당연히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모습을 보니 손이 없었다. 있긴 했는데 이건 앞다리라고 불러야 했다.


황금색 비늘의 귀여운 발. 날개도 달려 있었다. 발톱마저 아기자기 했다.


이거 다 아는 내용인데...?


깊은 숲 속에서 붉은 용이 마법에 맞고 쓰러진다. 여기서 장면 전환. 사람들이 홀로 남은 새끼 용을 잡기 위해 안달이 나있다.


이번엔 새끼 용의 시점. 작은 체구로 수풀 사이를 쏘다니며 인간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결국 포위당해 죽을 위기에 놓인다.


겁에 질린 용은 하악질을 하며 뒤로 물러선다. 그때 뒤에서 한 마법사가 소리친다.


“새끼 용도 용이다. 방심하지 마라!”


한 전사가 마법사의 충고를 무시하고 달려든다.


용의 오른쪽 머리가 입을 벌리자 엄청난 화염이 주변을 덮친다.


드래곤 브레스를 아무런 대비 없이 맨몸으로 맞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 없다. 무식하게 돌진한 전사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다들 당황한 틈을 타서 용은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사람들은 숯더미가 되어버린 동료를 뒤로 하고 다시 추격한다.


체구가 작은 새끼 드래곤은 비행에 익숙하지 않다. 안간힘을 써서 날개를 퍼덕이나 곧 따라잡힐 것이다.


그때 무거운 분위기의 효과음과 함께 나레이션이 깔린다.


“드래곤의 마지막 희망이여, 이대로 날개짓을 멈출 것인가.”


죽은 줄 알았던 붉은 용이 힘겹게 눈을 뜨며 일어나 입을 벌린다.


마지막 희망을 살리기 위해 최후의 드래곤 브레스를 사용한다.


차원이 다른 파괴력을 보여준다. 인간 따위가 여기에 닿으면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여기서 박훈은 환호성을 질렀다. 애프터 드래곤은 용이 사라진 세상이기에 전투 모습은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걸 왜 다 알고 있냐고?


왜냐하면 이건 이번 DLC 트레일러이니까.


그 뒤의 내용도 알고 있다. 해가 떠오르며 새끼 드래곤은 거대한 산맥 너머로 사라진다.


DLC 제목 라스트 드래곤이 나타나며 영상이 끝난다.


그런데 왜 지금 내가 그 새끼드래곤이냐는 것이지.


이런 허무맹랑한 꿈 따위 빨리 깨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봐, 뭐 든 해봐!’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누구야?”


‘너야 말로 누구냐! 넌 드래곤의 영혼이...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목숨이 소중하면 빨리 저놈들을 어찌 해봐라.’


침착하자. 침착해. 일단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보았다.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면...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쌍두드래곤의 오른쪽 머리가 되어 있었다.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관심'은 글을 이어나가는 유일한 연료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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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마법 생태학 동아리(1) +1 21.10.17 76 1 17쪽
13 13화 참교육 21.10.17 84 1 18쪽
12 12화 호신술 수업 21.10.16 83 1 17쪽
11 11화 죄와 벌 21.10.15 81 1 15쪽
10 10화 수석 입학 21.10.14 87 1 16쪽
9 9화 입학 시즌 21.10.13 102 1 16쪽
8 8화 암살자 21.10.12 107 1 15쪽
7 7화 신약 개발 21.10.11 124 2 16쪽
6 6화 가문의 탄생 21.10.10 142 2 16쪽
5 5화 10의 제곱 +1 21.10.09 145 2 16쪽
4 4화 드래곤 레시피 21.10.08 173 2 16쪽
3 3화 버섯 스튜 21.10.07 216 4 16쪽
2 2화 등잔 밑이 어둡다 +1 21.10.06 328 6 18쪽
» 1화 프롤로그 +2 21.10.06 37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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