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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생강 님의 서재입니다.

신윤복의 월하정인은 스모킹건이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뿌생강
작품등록일 :
2021.09.15 19:41
최근연재일 :
2021.12.1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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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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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인영-프롤로그

DUMMY

조퇴한 날 이후 등교하는 것이 곤혹스러웠다.


등교시간을 좀 더 앞당겼다. 출근하는 305호 여자를 마주하기도 어려웠고 등교해 있는 아이들 사이에 문을 열고 들어가 시선을 받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30분만 빨리 등교해도 교문은 인영만을 위한 문이 되었다. 빈 항아리는 작은 소리들이 열일 하듯 빈 운동장은 새소리가 가득 하다.


인영은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교과서를 편다. 교과서든 다른 무엇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다른 아이들이 주변에 무심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 줄 수 있으면 무엇이든 상관이 없었다.

생각대로 이른 아침에 등교하는 아이들은 인영의 문제에 굳이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융통성이 없어, 융통성이!”


마혜리와 그 부류들은 왁자지껄 자신들의 짜증을 뱉어냈다.


“내 말이! 그나저나 나 어쩌냐? 이번에 수선비가 이중삼중으로 들어갔어. 교복을 새로 사도 될 정도라니까.”

“아니, 선도부장이 무슨 벼슬이야? 지가 선도부 부장이면 부장이지. 왜 남의 생활기록부를 문제 삼아? 내가 지 때문에 교복이 하우 진짜!”


생각만 해도 복장이 터지는지 혜리가 씨근덕거리며 이야기했다.


“하복 4벌, 동복 4벌. 어휴, 정말. 아빠한테 이야기해서 무슨 수를 내던지 해야지.”


아마도 이틀 연속 교문 앞에서 선 선도 부장 때문에 교문을 통과하기가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혜리야. 넌 뭘 입어도 예쁜데, 뭔 걱정이야.”


그 때, 규철이 화가 난 혜리를 달래고 싶었는지 혜리가 앉아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혜리는 살짝 싫은 듯 찌푸리며 시훈이 쪽을 돌아봤다.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우리처럼 예술을 전공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예외도 적용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거지. 시훈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시훈은 들은 것인지 아닌지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반 아이들은 속으로 고소를 머금었다.


지역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지역 유지에 학교에서는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아버지 덕에 마혜리를 대놓고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선도 부장 오혜명을 혜리네 집에서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사실 마혜리 아버지 마광호는 오히려 오혜명이 올해 졸업하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혜리는 가끔은 자신도 통제 불능이라 학교 선도 부장을 통해 혜리의 학교에서의 일탈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 밑에서 일하고 있는 오혜명의 아버지를 통해 자신이 그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계산 하에.


지역에서 마광호의 통제력을 닿지 않는 사람은 지금은 집에서 난을 치고 있는 시훈의 외할아버지 정도였다.


시훈의 외할아버지 김성태는 낙향하기 전 한 때 서울에서 잘 나가던 의사였다.


혜리 아버지 마광호처럼 그 세대들은 대부분 지역에 뿌리가 있지 않은 뜨내기로 들어와 자리를 잡아갔지만, 김성태는 달랐다.

옛날 이 지역의 다수의 사람들이 김성태 집안의 마름이거나 그에 부속된 소작농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자식들도 모두 떠나있고 그 넓은 농토들도 세대를 거치면서 주인을 달리하거나 도심의 모습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하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를 하는 첫째, 아버지를 이어 의사이지만 이민을 가있는 둘째, 국내 미술계에 잘 자리 잡은 막내딸,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도 김성태를 지역의 지주로 인정하는 문중들이 있어 김성태는 여전히 위에서 군림하고 있는 자였다.


그 군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마광호는 가끔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술에 취한 날엔 ‘사람들의 노예근성’ 에 대해 비판하곤 했다.


하지만 딸 혜리조차 그것이 열등감에 의한 반발이고 부러움의 역설이란 것 정도는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이 전달되어서인지 시훈의 깎아 놓은 듯한 외모와 사람을 홀리는 분위기에 홀린 것인지 혜리의 눈은 언제나 시훈을 쫒아 다녔다.


“야! 야, 시훈아 혜리 말에 너도 동의하지? 난 혜리 네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이지. 사실 남자애들도 교복을 못 줄여서 다른 학교 애들보다 간지가 안 나잖아, 간지가! 그치, 선재야!”


규철이 혜리를 달래려 시훈을 불렀지만 대꾸도 없다.

상황의 불리함에 선재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등 규철 혼자 분주했다.


“미친 새끼. 그만 웃겨라.”


구원병일줄 알았던 선재마저 자신에게 등을 돌린다.


“교복이 많으면 편하고 좋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시훈은 선문답을 한다.


“으흐음, 흐응 그래 그렇지 교복이 많으니깐 나쁘진 않아.”

혜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눈은 시훈을 쫒으면서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시훈은 하필 교실 반대편의 인영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인영은 낭패감을 느꼈다.


“그거 알아? 꿩은 급히 사냥꾼에게서 몸을 숨길 때 머리만 구멍 속에 처넣고 숨었다고 생각하지. 또 고양이도 머리만 숨고는 숨었다고 한숨 돌리지.”


시훈은 하필 인영이 옆에 서서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반에는 꿩이 있는 걸까? 아니면 고양이가 있는 걸까?”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시훈은 밖으로 나갔고 킬킬 거리던 선재도 따라 나섰다.

숨을 구멍조차 찾지 못한 꿩처럼 황규철만 우왕좌왕했다.


“인영아. 동아리 한번만 더 생각해 봐.”


점심급식을 먹으면서도 연신 수진은 인영에게 동아리를 함께 하자고 권하고 있었다.


“아, 여기 꿩 새끼들이 있구나.”


급식을 다 먹고 무리지어 나가는 마혜리가 인영을 발견하고 한 소리를 한다.

이에 질세라 혜리 비위를 맞추려는 또 다른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꿩 새끼는 무슨? 쥐새끼겠지. 남의 것 훔치는.”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수진이 숟가락을 내려놓자,

인영이 급히 그 손을 꼭 쥐고 눈으로 말렸다. 참을 것처럼 보였던 수진이 결국 혜리에게 한마디 했다.


“혜리. 너 오늘도 동아리 발성 연습하고 대본 분석모임에 빠지면, 선배들이 정기 공연 캐스팅 대상에서 제외시킨대. 무슨 무성 영화도 아니고···.”


수진은 비난을 담은 뒷말을 삼키고 고개를 팩 돌렸다.


“흥, 제외는 무슨. 지역 아마추어한테 배우는 지들이 뭘 똑바로 가르친다고. 난 고3 겨울방학부터는 서울 연기학원에서 프로한테 직접 배우기로 되어있어.”

“알았어. 선배들께 그렇게 전달해 주면 되는 거지?”

“야! 누가 너 보고 전달해 달래? 어휴, 말이 통해야지, 말이. 콩알만 한 게. 시다는 시다 일이나 잘 해.”


손부채질 하며 가는 혜리 뒤를 무리들이 따라 사라져 갔다.


“고마워.”


수진이 내내 적극적으로 나서 주지만 정작 자신은 방관자처럼 아무 대응을 하지 못했기에 인영은 마음이 불편했다.


“시훈이 걔는 평소에는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남의 일은 남의 일이란 주의면서, 이번엔 왜 그런 이야기를 해서···.”


수진이 말을 하다가 직전까지 인영에게 동아리 가입을 권유하고 있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마지못해 덧붙여 말하기 시작했다.


“아 ···. 사실은 혜리도 우리 동아리야.”


인영이 기색을 살피더니 변명조로 말했다.


“그래도 난 스텝이기 때문에 부딪히는 경우는 거의 없어. 동아리보다 지역 극단에 가서 배우는 경우가 더 많거든.”


더 이상의 반응이 없는 인영을 보곤 마지못해 수진이 이야기 했다.


“하긴, 연기 팀도 실제 공연 연습할 때는 극단에 가서 연습을 하긴 해. 학교는 연습할 장소가 마땅하지 않은데다, 연습 때 극단 선생님들께 많이 지도 받을 수도 있거든.”


건성으로 말을 듣는지 인영은 가만히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수진도 더 이상 인영을 설득 할 수 없을 것 같아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아쉽다. 정말 배울 것도 많고 좋은 사람도 많은데. 극단 단장님은 예술 대학 쪽으로 아시는 분들도 많아. 이번에 한국에 초빙교수로 온 영국인 교수님도 친구라서 도와주시고 그 아들도 극단에서 공연 기획을 도와주고 있어. 근데 그 아들, 혼혈인데 진짜 생긴 게 환상이야.”

“혼혈?”


놀란 듯 수진의 말을 한번 중얼거리던 인영은 식판에 가만히 수저를 올려놓았다.


“수, 수진아. ··· 나도 동아리에 가입하면 그 극단에 가 볼 수 있을까?”

“어?···어! 그래. 나 오늘 당장 극단에 볼일 있는데, 학교 마친 후에 바로 같이 가보자.”


인영의 바뀐 태도가 당황스럽긴 했지만 수진은 자신의 설득력에 스스로 만족해했다. 자신을 대견스러워할 선배들 생각에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두꺼운 양장본 책 몇 권을 든 인영과 불룩한 장바구니를 양손에 든 수진은 한 건물 앞에 서있다. 건물 2층에 극단 ‘너나들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지하는 소 공연장이야. 공연장은 극단에서 준비한 공연들을 공연해. 우리도 리허설 할 때는 종종 빌려서 사용해. 2층이 극단 사무실 겸 회의실이고, 3층은 연습실. 4층은 단장님 개인 공간과 단장님 사무실이야.”


건물은 혼잡한 시내 한중간을 조금 벗어나 위치해 있었다. 1층은 편의점과 분식을 파는 음식점이 있었다.


“생각보다 크구나.”

“아직 이른 시간이고 연습도 없는 날이어서 사무실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야. 인영아, 미안한데, 이 책들 단장님께 내가 개인적으로 빌린 책이어서 4층에 가야 해. 난 지하 무대에서 빌린 소품도 반납해야 돼니까 네가 4층에 좀 가라. 아마도 4층 사무실이 비어있을 테니까 책을 거기다 놓고만 나오면 돼. 그리고 2층에 소파에서 기다려. 아아 맞다. 그리고 혹시 누구 만나면 성현고 연극 동아리에서 왔다고, 나랑 같이 왔다고 이야기해.”


수진은 미안해하며 지하로 내려갔다.


수진이 말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몰래 훔쳐보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순간, 인영은 자신도 모르게 정신없이 수진에게 동아리에 가입하겠노라고 이야기 했다.


“있을 수 없어. 내가 잘못 본 걸지도 몰라.”


인영은 어제 그 남자가 하늘을 날았다라고 생각했다.

충격에 인영은 급히 창을 닫았었다. 어젯밤 감은 눈앞에, 잠든 머릿속에 떠다니는 날아다니는 사람 모습에 인영은 쉬 잠들 수 없었다.


“젠장할. 쟈니! 집중 좀 해! 네가 자꾸 신경을 긁어대고 도발하니까 어제 같은 실수를 하게 되잖아. ‘우리 여기 있소’ 광고하고 싶은 거야?”


짜증이 잔뜩 난 독특한 억양의 큰소리에 인영은 살짝 열린 사무실 문 앞에 멈춰 섰다.


“아하하하! 아이고, 민준.”


또 다른 목소리는 웃음소리 때문에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어제 에단이, 이히힛, 낄낄낄 누가 보는 줄도 모르고 중력을 썼잖아. 하하하! 근데 에단, 이번엔 그들이 아니라니까. 하하하!”


외국인 억양의 목소리가 웃음을 멈추지 못해 웃음이 섞인 호흡으로 하는 말은 거의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그만 좀 쳐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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