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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생강 님의 서재입니다.

신윤복의 월하정인은 스모킹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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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생강
작품등록일 :
2021.09.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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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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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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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영 - 프롤로그

DUMMY

교무실에 앉아 있던 2학년 5반 담임 미숙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고 있었다.

작년부터 선도부를 맡고 있었기에 오늘 등교 지도를 해야 했지만 교무 부장에게 아쉬운 소리를 했다.


“교무 부장 선생님, 어제 학부모 총회에서 문제로 제기된 ‘학생 선도 방안’을 오늘 급히 제출해야 하는데 시간이 좀 부족하네요. 오늘 하루 등교 지도 좀 부탁할 수 있을까요?”

“흐흐, 임 선생님, 등교지도는 3학년 ‘우리의 선도 부장 오혜명’이 있어서, 가∼만 있어도 알아서 척척할 텐데. 내가 보기엔 임 선생 골치는 어제 온 그 술집 여자 딸이란 전학생 때문이지?”

‘속으로만 헤아리면 되지. 부탁을 들어주어도 어찌 저리 밉상일까?’


어제 총회를 마무리하고 남아 있던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간단한 상담 자리가 마련되었었다.


“어, 선생님 여기 서류에 연락처 기재 사항들이 모두 비어있는데.”

“어머, 그래요. 아까 아침에 1학년 2반 선생님은 아무 말씀 안하시던데. 걔 동생이 1학년이 전선생님 반이에요. 그 학모 좀···.”


행정실 선생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표정으로 뒷말을 마무리했다.


“오늘 총회에 참석한다고 전쌤이 잔뜩 찌푸리던데. 직접 받아 작성하려고 하셨나?”

“어후, 알았어요.”


학기 시작에 임박해 새로 전학 온 유인영 서류엔 보호자란 이외 주소 비상연락처 등 다른 기재 사항들이 모두 누락되어 있었다.


미숙은 행정실 동료의 알아서 좀 처리해 달라는 소리 없는 신호를 받아들였다. 그러니 총회에 학모가 왔을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 아니겠는가.


‘보통은 큰 아이 담임에게 먼저 가보는 게 상식 아닌가?’


3학년과 1학년의 중간학년이서 생각보다 인사를 빙자한 긴 상담은 없었다. 미숙은 1학년 2반 학모 상담 장소에 먼저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자청했다. 그 행동이 초래할 상황을 알았더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으리라.


“선생님, 나 전학생 어머니께 서류 작성 부탁 좀 할게.”


부탁을 받은 선생님은 여러 학모 중 한 사람 옆으로 가서


“정인이 어머니, 큰 아이 담임 선생님인데 인사 하세요.”

“안녕하세요. 인영 어머니. 전 2학년 5반 인영이 담임 임미숙입니다.”


미숙은 잰 걸음으로 다가가며 인사를 했다.


‘미친 여자다.’


미숙은 분명히 어제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쭉 지나는 것을 느꼈다.

그 여자는 다가오는 미숙을 향해 일어서도 별반 차이가 없는 몸을 일으켰었다.


“누구요? 인영이요?”


그 여자는 부러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희극 배우처럼 굴었다.


“호호호, 그 술집 작부의 아이가 왜 제 큰 아이인가요?”

“선생님∼.”


그 여자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선생님을 불렀지만 그 작은 머리통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교실에 앉은 호기심어린 눈빛을 자신에게 모으고 있었다.


“호호호, 그 교활한 년은 애를 호적에 올려 주면 곧 떠날 것처럼 굴었으면서 여전히 거머리처럼 우리한테 들러붙어 있답니다. 그 년의 딸, 유인영은 제 아이가 아니랍니다. 선생님.”


“휴.”


어제 왜 그토록 일을 빨리 처리하려 안달했을까. 미숙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자리에 남아있던 겉모습만 종달새 같은 학모들은 가십거리를 독수리처럼 낚아채 승냥이 떼처럼 물어뜯고 핥았을 것이다.


그 주변 부스러기를 부모를 닮은 새끼 종달새들도 총총히 물어 날랐을 것이다.


미숙은 그늘이 있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예외 없이 그 아이들은 침울하다. 반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경우는 학생과 조용한 면담으로 한 해를 무사히 마쳐야 한다는 평소 신조를 이번엔 자신이 망쳤다.


무거운 발걸음이 교실 문 앞에 멈춰지자 생각도 멈췄다. 미숙은 무겁게 교실 문을 열었다. 평상시면 아이들은 열리는 문에 시선을 주며 탄성 좋은 고무인형들 마냥 자신들의 자리로 복귀를 한다.

아니 해야만 한다.


교실은 소란스러웠다. 경쾌하고 왁자한 소란스러움이 아니다. 의뭉스러운 몇 패거리들이 만들어내는 속닥거림은 눈치 없는 몇 남학생들이 지르는 소리로도 덮어지지 않았다.


“야야, 선생님 오셨다.”


“그래, 그래. 너희들 담임 왔다. 자, 다들 각자 자리로 돌아가. 반장, 조용히 시키지 않고 뭐했어?”


미숙은 의도적으로 유인영 자리를 보지 않았다.


“선생님, 소식 못 들으셨어요? 아∼, 저희가 뭐하고 있었냐고요? 저희는 술집 작부란 단어가 정확히 어떤 뜻일까, 궁금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

“마혜리. 단어 뜻은 너희들끼리 머리 맞대고 이야기 하는 것보단 사전을 찾아보는 게 빠를 것 같구나. 그리고 혜리야. 네 교복을 보고 그 단어를 알고 싶어 진 건 아니겠지? 아니면 직접 단어 의미를 상기시킬 퍼포먼스니?”


순간 반 아이들은 폭소를 터트렸다. 분위기를 쥐었다는 생각이 들자 미숙은 혜리에게는 미안했지만 좀 더 밀어 부쳤다.


“혜리야, 선도부 혜명이로부터 네 생기부를 지켜내려 고군분투할 나에게 보낼 눈물겨운 감사는 미리 받도록 할게. 이제 좀 자리로 가 앉아주겠니?”


미숙은 오늘 내심 마혜리의 줄여진 교복이 그렇게 나빠만 보이진 않았다.


연예인이 꿈인 마혜리는 예술대학을 진학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담임의 생활기록부 언급이 자신에 대한 경고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숙은 이제 공개적으로 분위기를 전환할 찰나라고 생각했다.

미숙이 입을 열려하자 능청맞은 소리가 아직은 이 주제를 이어가자는 듯 미숙의 소리를 낚아챘다.


“선생님 승! 그런데 선생님, 이 단어 뜻은 어디서 찾으면 좋을까요? 사·생·아!”


···


잠깐 짧은 침묵이 스쳤다.


미숙은 더 이상 유인영을 외면하고 있을 수 없었다. 한량이자 아웃사이더인 강시훈이 모처럼 던진 돌은 생각보다 파문이 클 것 같았다.

겨우 가라앉은 교실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지. 시훈아. 나도 그걸 이야기 하려고 했거든.”


자신의 우상이기도 한 시훈이 모처럼 나서서 자신을 편들어 준 것이 기뻐 혜리는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려했다.


슬쩍 돌아 본 미숙의 눈엔 하얗게 질린 얼굴의 인영이 뻣뻣한 몸을 한 채 앞뒤로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탕.탕탕!”


미숙은 가지고 있는 책으로 교탁을 몇 번 쳤다.


“조용, 조용! 더 이상의 너희들 사전 놀이 받아 줄 시간 없어.”


미숙은 빠르게 오늘 전달사항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유인영은 전학 서류 작성 마무리로 내가 불렀다고 반장은 1교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인영이는 진학 지도실로 따라와라. 그리고 최수진. 수진이는 선도 부장에게 오늘 교문 생활지도 대상 명단을 받아 나한테 가져와라.”


진학 지도실에서 인영은 구토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담임은 인영에게 주소, 누구와 살고 있는지, 인영의 실 보호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하셨다. 어머니의 직업란에 자영업이라 적는 것을 보고 구체적으로 어떤 가게인지 질문했다.


“△△시에서 가게를···, 술을 파는 가게를 하십니다.”


인영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그런 인영을 미숙은 한참을 입을 떼었다 닫았다 하며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할 말은 많은데 또 자신이 해 줄 말이 너무 없는 것이 답답하다는 듯이. 한참 후 긴 숨을 내쉰 다음 말했다.


“흠흠, 인영아. 돌려 말하지 않을게, 네 어머니가 어떤 일을 하시든 그건 문제가 아니야. 정당하게 일하는 것이면 문제가 될 순 없지. 하지만 지금은 다른 문제와 섞이면서 모든 게 문제인 것처럼 돼 버렸어.”


미숙도 차마 사생아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가 힘들어 얼버무려 말했다.


“선생님의 생각은 네가 많이 참아야 할 거란거야. 반 아이들, 그 애들만의 잘못은 아니야. 음, 그렇다고 걔들이 잘했다고 하는 것도 아니지만.”

“똑똑똑”

“들어오세요. 어, 수진아. 그래 고맙다.”


수진이 명단을 내밀자 받아들곤 나가란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흐음, 뭐랄까. 이번엔 너희 아버지께서 너무 무심하셨어. 학교에다 좀 더 정확히 상황을 이해시키고 일이 꼬이지 않도록 조치를 하셨어야 했어.”


하지만 미숙은 알고 있었다.

뒤에 덧붙인 말은 사실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란 걸.

살짝 숙여진 인영의 목이 굳어진 상태에서 파들파들 거리기 시작했다. 더 지켜보기 힘들어진 미숙은 일어나 인영을 등 뒤에 두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시작했다.


“사실 문제를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니? 알고 보면 모두들 그걸 안고 살아가. 문제가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단다. 하지만 너희 나이 때에는 자신만이 문제를,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워. 난 네가 그 문제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단다. 너무 집착하게 되면 문제가 너무 커져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불행한 사람처럼 느끼게 돼. 모든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고민할 만큼 큰 문제는 아니었구나하며 털어버릴 수 있게 된단다. 그러니 인영아 너도,”

“선생님!”


미숙은 갑자기 끼어드는 수진의 목소리에 황급히 돌아섰다.


인영의 눈에서는 도저히 눈물이라고 생각될 수 없을 만큼의 액체들이 흐르고 있었다.

솟구치는 눈물에 온통 젖은 얼굴은 콧물과 함께 범벅이 되어 있었어도 인영의 손은 오로지 교복 블라우스 앞자락만을 부들거리는 손으로 잡고 있었다.


“아아, 하아아아. 아아,”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부족한 공기를 담아내려는 듯 입을 벌려 숨을 들이켜 내려 헉헉 거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헐떡이는 비명과 같은 신음을 내고도 있었다. 블라우스 앞자락을 쥐어뜯을 듯 쥐고 있는 아이는 쉬어지지 않는 숨으로 인해 고통을 참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선생님! 인영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미숙이 다급히 자신을 부르는 수진이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악, 하, 아니에요. 하악. 아니에요. 작부가. 하아.”


끊어질 것 같은 숨을 억지로 잡고 있는 것 같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인영을 수진이 부축했다.


“선생님, 정말 너무하시네요. 인영이 잘못도 아니잖아요. 좀 편들어 주시면 안돼요?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문제라고요? 선생님, 선생님은 인영이가 아니잖아요? 어떻게 시간이 지나 아물어 흉터가 된 상처가 지금 난 상처와 같을 수 있어요? 인영이는 지금은 내 편이 필요한 거잖아요.”


인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앞이 하얗다. 분명 앞에 선생님이 계신 것도 수진이가 와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숨이 쉬어지지 않아 호흡이 너무 가쁘다.

고통스럽다.

울고 싶지 않은데 숨이 너무 차 눈에서 눈물이 쏟아진다.


‘지금은 내 편이 필요한 거잖아요.’ 수진이 소리가 멀어진다.


담임 선생님께 드린 어머니 연락처는 바로 쓰임새를 발휘했다.


어머니가 도착 했을 땐 인영은 보건실에서 깨어 수진과 함께 있었다. 2교시가 다 지나가도록 수진은 선생님의 부탁 때문인지 인영이 곁에 남아 있었다.


“선도 부장 멋있지? 난 부장 선배가 멋져서 선도부에 지원했었는데 떨어졌었어. 헤헤. 면접 때 선배가 멋있어서 지원했다고 그렇게 이야기 했더니 선배가 웃으면서 날 똑 떨어뜨리더라. 선도 부원은 봉사심이 강해야 하는 데 난 사심이 가득해서 떨어뜨린다고. 근데 인영아, 너 동아리 가입해야 하잖아. 혹시 정한 동아리 있어?”


인영의 얼굴을 바라보다 결정된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말을 덧붙인다.


“우리 동아리 가입하는 것은 어때? 나 연극 동아리야. 나는 연기 쪽은 아니고 스텝이야. 스텝. 난 나중에 무대 디자인을 하고 싶거든.”


눈을 마주쳐 오지 않는 인영의 표정을 살피면서 수진이 조심스레 말을 계속 해 나갔다.


“우리 동아리가 생각보다 활동할 수 있는 부원들이 많지 않아. 항상 배우가 부족하거든. 내가 보기에 너 딱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야. 그리고 우리 동아리도 진짜 멋진 곳이야. 응? 인영아∼”


인영은 힘없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으응, 안 돼. 나 사실 사람들 앞에 서면 숨이 안 쉬어져, 아까처럼. ···그래서 미안한데 안·될·것 같아.”


수진은 놀라 흠칫 했지만 이내 감추고,


“어, 그럼 뭐, 나랑 같이 스텝하자. 흐흐. 예쁜 친구가 같이 있으면 다른 선배들도 나를 땅콩이라고 부르지 않겠지.”

“풋.”


인영이 웃었다.

수진에게 무척 잘 어울리는 별명인 것 같았다. 그 선배들은 수진이 작아서 땅콩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통통 튀며 단단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 생각 되었다. 인영과 수진은 마주보며 웃었다.


“인영아.”


어머니와 담임 선생님이 함께 보건실로 들어오셨다.


미숙은 자신을 본 인영이 흠칫 몸을 굳히는 게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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