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지금처럼 앞으로도 행복했으면 좋겠어(2)
그렇게 산책을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도현과 세연.
"누나는 수목원인가? 거기 말고 또 좋아하는 곳 있어요?"
"음... 나는 영화관도 좋아하고 놀이공원에 가는 것도 좋아해."
도현의 물음에 세연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한다.
"그래요? 근데, 제가 뱀파이어기 때문에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밖에 오래 못 있잖아요... 그래서 그 점이 좀 미안해요, 누나. 제가 만약에 완전한 인간이었다면 누나랑 더 많은 것들을 함께할 수 있었을 텐데..."
도현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하자, 세연이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도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더니 대답한다.
"난 도현이 네가 희귀 뱀파이어라서 좋아. 물론 네가 인간이거나 초능력자였다면 햇빛을 피할 이유가 없으니 같이 즐길 수 있는 게 조금 더 많아지겠지만, 그 점에 대해서 너무 자책하거나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왜냐면, 저녁이나 밤에도 충분히 즐길 거리가 많거든."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누나. 근데 정말 늦은 시간에도 할 수 있는 게 많다고요?"
도현이 싱긋 웃으며 대답하더니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세연을 보며 묻는다. 그러자, 세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응. 영화관에서 볼 영화를 예매할 때도 영화마다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는데, 우리는 저녁 시간대를 고르면 돼.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 같은 곳도 꽤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곳이 많으니까, 우리는 점심 식사를 한 후에 천천히 준비해서 출발해도 늦지 않아. 이 밖에도 지금처럼 이렇게 산책을 하거나, 둘이서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것도 있으니까 너무 기죽지 마, 알겠지?"
"정말 누나랑 할 수 있는 게 많네요... 고마워요, 누나. 앞으로는 제가 뱀파이어인 것에 불만을 갖지 않고, 기죽지도 않을게요. 누나 덕분에 조금 용기가 생겼어요."
"그래. 자신감을 가져, 넌 죄를 지어서 뱀파이어가 된 것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태어난 거잖아. 뭐 어쩌겠어? 우리,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세연의 말에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도현. 그 후로 둘은 즐겁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천천히 걷는다. 그렇게 한참 즐거우면서도 설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도현이 세연에게 조심스럽게 말한다.
"있잖아요, 누나. 우리 손... 잡을래요? 텔레비전에서 보던 커플들은 다닐 때 손잡고 다니던데... 우리도 커플이잖아요."
"그렇지. 좋아! 앞으로 둘이서 어딘가를 갈 때는 손잡고 다니자."
말을 마치고 조금 부끄러운 듯 웃더니 도현의 손을 살며시 잡는 세연. 그러자 도현도 막상 손을 잡으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끄러워 얼굴이 조금 붉어진다. 그렇게 세연과 도현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며 둘만의 시간을 보내다 밖이 슬슬 깜깜해지기 시작하자, 집으로 돌아온다.
"오셨네요. 기분이 아주 좋아보여요, 세연씨."
거실에 놓인 소파에 옆으로 누워서 텔레비전에서 방송하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윤호가 집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세연과 도현을 보자, 몸을 일으켜 앉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맞아요. 산책을 하면서 도현이랑 앞으로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놀러도 가자는 얘기를 했거든요."
"그렇군요. 정말 즐거우셨겠어요."
세연의 말에 도현을 슬쩍 보더니 대답하는 윤호. 도현은 윤호와 눈이 마주치자 씩 웃으며 정말 좋았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있죠, 세연씨. 세연씨가 도현이랑 이렇게 사귀시니까 말씀드리는 건데요. 사실, 도현이가 세연씨 좋아하는 거 저랑 우혁이 형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윤호가 소파에 앉은 채로 피식 웃더니 말하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대답하는 세연.
"정말요? 몰랐네요."
"도현이가 세연씨한테 하는 말과 행동을 보고 딱 알아챘죠. 그래서 우혁이 형이랑 저는 이제 세연씨도 우리랑 여기서 같이 지내니까 도현이를 도와주기로 했어요. 도현이는 세연씨를 좋아하는 건 확실했지만, 고백했다가 거절당할까 봐 망설이고 있더라고요. 수목원에서 도현이랑 세연씨랑 함께 수목원을 구경하셨잖아요. 그거 저희가 도현이 도와준다고 일부러 그렇게 하자고 한 거고요. 도현이가 세연씨한테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은 것도, 세연씨가 설거지 하고 있을 때 옆에 와서 같이 하자고 한 것도 다 저희가 도현이를 위해서 조언해 준 거예요. 우혁이 형도 도현이한테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을 해 주고 도움이 되는 조언도 많이 해줬을 거예요. 정말... 도현이가 세연씨한테 고백하지 않고 혼자서만 좋아할까 봐 저희가 다 떨리고 조바심나고 그랬다니까요. 지금 세연씨가 도현이랑 사귀는 모습... 너무 보기 좋아요."
"그랬구나... 감사해요. 덕분에 저한테도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윤호의 말에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대답하는 세연. 그러자 도현은 윤호의 말을 듣다가 급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얼굴은 물론 귀까지 빨개진 채로 방으로 가려는 듯 거실을 떠난다.
"어, 도현아. 너 귀까지 빨개졌어... 가는 거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난 네 이런 모습도 귀여워서 좋아."
도현이 거실을 떠나는 걸 보더니 그를 따라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세연.
"누나한테 귀엽다는 말을 들으니까 좋긴 한데... 저는 누나한테 귀여운 모습이 아니라 멋있게 보이고 싶어요. 그래서 전 누나 앞에서 부끄러워서 이렇게 얼굴이랑 귀가 빨개진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요."
도현이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세연을 보며 대답한다. 그러자, 세연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도현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면서 말한다.
"그래? 내 이상형이 어떤지 기억해? 난 귀엽지만 어른스러운 면도 있고 배려심 있는 그런 다정한 남자가 이상형이야. 도현이 넌 귀엽기만 한 게 아니야. 내가 설거지할 때 손에 습진 생기니까 꼭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라고 말해줬고 식당에서 원피스에 양념 튀지 말라고 직접 앞치마 가져다주고 그랬지? 난 그때 네가 참 어른스럽고 다정하다고 생각했어.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아까 산책할 때도 말했지만, 기죽지 마, 도현아."
세연의 말에 윤호는 감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으로 들어가고, 도현은 고맙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실에 놓인 시계를 보더니 이제 슬슬 잠잘 준비를 하자는 말을 하더니 세연과 함께 거실을 떠나 각자 잠잘 준비를 한다. 그렇게 오늘도 판타지 하우스의 밤은 저물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우리의 평화롭고도 로맨틱한 일상은 계속될 것이다.
- 작가의말
이번이 마지막 화입니다 여러분!!!! 그동안 제 소설을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ㅠㅠㅠ 그럼 금요일에 후기로 찾아뵙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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