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어떻게 하면 구출할 수 있을까(2)
"도현아, 일어났어? 아침 먹을 시간이야."
오늘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 식사 준비를 끝낸 후 도현의 방문을 똑똑 두드리며 묻는 윤호.
"응.. 일어났어. 금방 갈게, 형."
도현의 대답에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먼저 부엌에 가 있는 윤호. 시간이 조금 지나자 도현이 방에서 나와 부엌에 놓여 있는 식탁으로 오더니 윤호가 앉은 자리의 맞은편에 자신의 국그릇과 밥그릇, 그리고 수저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는 그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피곤해 보이네. 어제 잠을 잘 못 잔 거야?"
"아, 어제 졸려서 빨리 자려고 했는데, 막상 침대에 딱 누우니까 내가 예전에 연구소에서 지냈던 때가 기억이 나기도 하고 지금 연구소에 잡혀간 세연이 누나랑 우혁이 형이 너무 걱정이 돼서... 잠이 잘 안 오더라고. 그래서 좀 뒤척이다가 늦게 잤어."
"그랬구나. 사실 나도 마음이 불안해서 제대로 잠을 못 잤어."
"형. 내가 밥 먹고 나서 내가 어떻게 탈출했는지 말해줄게."
윤호의 대답에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하는 도현. 그러자 윤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알겠다고 대답한다. 그렇게 도현과 윤호는 그 후로 약 20분 동안 말없이 식사를 하고, 식사가 끝나자 도현은 거실에 놓인 소파에 앉아 윤호를 기다리고, 설거지 당번으로 당첨된 윤호는 오늘 설거지는 나중에 하려는 듯 사용한 그릇과 수저를 부엌 싱크대의 설거지통에 넣어 놓고는 도현이 앉아 있는 소파에 가서 도현의 옆에 앉는다.
"이제 말해줄게. 이것도 꼭 비밀로 해줘."
도현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는 윤호. 그러자 도현은 심호흡을 하듯 숨을 한 번 크게 내쉬더니 말한다.
"탈출한 이야기를 하려면 연구소에서 있었던 일부터 설명을 해야 하는데... 내가 연구소의 낯선 방 안에서 깨어났을 때, 연구원이 내가 있는 방으로 왔고 내가 그 연구원한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는 얘기는 예전에 형한테도 해줬을 거야. 나는 그때도 정신이 멀쩡한 상태여서 내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 다 기억이 났지만, 들키면 안되니까 그 연구원한테 모른 척하고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그 연구원은 다행히 내가 진짜로 최면에 걸렸다가 깨어난 줄 알고 뿌듯한 표정으로 다 설명해 주더니 나를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어. 그 안에는 그 연구원과 똑같은 흰 가운을 입은 한 남자 연구원이 앉아 있었고 그 연구원의 맞은편에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나를 그 의자에 앉혀 놓고는 나를 데리고 온 연구원이 의자에 앉아 있는 연구원한테 오늘 새로 데리고 온 가족들 중에 얘가 아들인데, 얘 엄마는 인간이고 얘 아빠는 일반 뱀파이어라서 그런가 얘는 신기하게 희귀 뱀파이어다. 잘 부탁한다고 하고는 나가더라고."
"그랬군... 그 방 안에서는 뭘 했는데?"
"그 연구원이 나간 후에 내가 왠지 모르게 긴장이 돼서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내 맞은편에 앉은 연구원이 여기는 전혀 무서운 곳이 아니고 너희 부모님도 여기 계시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니 미소를 짓는 거야. 그래서 내가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그 연구원이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웃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니까 갑자기 눈빛이 바뀌더니 너는 지금부터 여기가 집이다. 너는 착하니까 여기서 일하는 연구원들의 말을 잘 들을 것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그때 이미 한 번 최면에 걸렸다가 일찍 깨어나서 면역이 생겨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 연구원의 말을 들으니까 정신이 조금 몽롱해지긴 했는데 나름 버틸만하더라고. 근데 내가 이걸 또 들키면 안되니까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지."
"오호... 너한테 암시를 걸었구나. 근데 그때 그 암시에 완전히 걸리지 않은 게 신기하네. 그 다음은 어떻게 됐는데?"
"뭐... 처음에 같이 온 연구원이 다시 찾아와서 나를 데리고 내가 깨어난 그 방으로 가더니 편하게 쉬라고 하고는 나가더라고. 그 후로 며칠 동안 나는 그 방에서 연구원들이 주는 식사를 먹고 검사 받으면서 지냈어.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야 하냐는 생각이 드는 거야. 연구원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암시에 걸려 그대로 행동하는 척 연기하며 살았지만... 사실 내 정신은 멀쩡했거든. 그래서 조용히 탈출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처음엔 가족들한테 좀 미안했어. 나 때문에 여기에 오게 된 거니까... 근데 솔직히 가족들이 연구소 안에 있다고 했지만 어디에 있는지, 뭐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가족들과 같이 탈출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죄책감은 좀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탈출하기로 했어."
"그렇군. 근데 어떻게 탈출했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묻는 윤호. 그러자 도현은 침착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연구원들이 연구소 안에 있는 특별한 존재들을 감시하고 통제하진 않았어. 아마 내가 아까 말했던 그 암시를 거는 연구원 때문인 것 같아. 그 특별한 존재들은 그 연구원의 암시에 걸렸기 때문에 말썽을 피우거나 도망가려고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 그래서 내가 방 안에서 몰래 관찰해 본 바로는 그 연구원들은 나름 특별한 존재들을 배려해 주고 싶었는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산책을 원하는 특별한 존재들을 데리고 같이 나가서 잠깐 산책을 나가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나는 그때를 노려야겠다고 결심하고 기다렸어. 드디어 산책을 가는 날이 되었고, 나는 내 방에 자주 오는 연구원에게 산책을 하고 싶다고 했지. 연구원은 늘 있었던 일이니까 아무런 의심 없이 조금 이따가 산책을 나가자고 했어. 근데 진짜 운이 좋았던 건 그날 산책을 하겠다고 한 특별한 존재가 나밖에 없다는 거야. 그래서 나랑 연구원이랑 단둘이 산책을 나갔지. "
"오... 진짜 운이 좋았구나, 너."
"응. 그래서 나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산책을 나가면서도 밖에 나가서 연구원과 함께 산책을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다시 연구소로 돌아가지 않아도 될까 생각했어. 여기서부터는 신기하게도 세연이 누나가 해줬던 이야기와 좀 비슷해. 연구소 근처에 기가 막히게 공사를 하는 곳이 있더라고. 그래서 걷다가 그 공사하는 곳 근처에 떨어져 있는 돌덩이를 주워서 그 연구원의 머리를 향해 던졌거든."
"아, 그 연구원이 돌덩이에 맞아서 기절했을 때 얼른 여기로 도망 왔다는 얘기구나? 얘기 들어보니까... 넌 진짜 운이 좋아서 탈출할 수 있었구나."
"응... 근데 우혁이 형이랑 세연이 누나가 산책을 할 때 결계를 벗어나진 않았을 텐데도 잡혀갔다는 건 분명 연구소에서 결계를 통과할 수 있는 누군가를 보냈다는 얘기인데... 그게 누군지를 모르니까 어떤 방법으로 데려갔는지 추측해 보기도 어렵네."
말을 마치고 한숨을 쉬는 도현. 그러자 윤호는 어렵고 막막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우혁이 형과 세연씨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차분히 생각해 보자고 한다. 그러자, 도현은 그래도 형이 있어서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고 하더니 만약에 방법이 떠오르면 얘기하겠다며 소파에 앉은 채로 생각에 빠진다.
- 작가의말
열심히 썼는데 재미가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읽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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