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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느릴 님의 서재입니다.

주술수선전(呪術修仙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별거느릴
작품등록일 :
2024.02.05 09:35
최근연재일 :
2024.02.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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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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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글자수 :
23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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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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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강시공(僵尸功)

DUMMY

4화 – 강시공(僵尸功)




잠시 후. 우리가 도착한 곳은 경찰청사 근처의 지하 태권도장이었다.


주술수사과 사무실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 물리기’ 주술이 펼쳐진 곳인지,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드는 장소.


하지만 이미 사무실에서 한 번 겪어서 그런가, 처음보다 거부감을 떨쳐내는 게 쉬웠다.


아마 이런 걸 여러 번 반복하면 신혜처럼 ‘사람 물리기’ 주술에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게 되는 것이리라.


삑.


블랙이 경보장치의 잠금을 해제하고 도장으로 들어서자, 나도 태연하게 그 뒤를 따랐다.


블랙은 매트가 깔린 바닥에 신발을 벗고 올라가더니, 손가락을 까딱였다.


올라오라는 뜻이었다.


“몸을 보니 무술은 좀 배운 모양인데, 단증이 있나?”


“태권도가 3단, 유도와 검도가 2단입니다.”


“기초부터 가르칠 필요는 없어서 다행이군. 올라와라.”


“그쪽은 전신을 무장한 상태고 이쪽은 맨몸인데 말입니까?”


“어차피 내가 맨몸일 때가 더 위험하다. 내 몸은 이깟 장비들보다 훨씬 단단하니까. 정 불공평하게 느껴진다면 저쪽에 무장이 한 벌 더 있으니 그걸 착용하든가.”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난 블랙이 가리킨 쪽에 비치된 특공대 무장을 착용하고 그가 기다리는 매트 위로 올라섰다.


블랙은 품새를 취하며 나를 맞이했다.


나도 그와 비슷한 품새를 취하며 긴장을 끌어올렸다.


안정적인 자세만 봐도 그의 수준이 뛰어나다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으니까.


“지금부터 네게 강시공을 전수하겠다.”


블랙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쿵-!


바닥이 살짝 울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품 안을 파고든 블랙의 손바닥이 내 가슴을 때리고 있었다.


‘빨라!’


반사적으로 방어를 위해 들어 올린 팔이 블랙의 팔 궤적이 지나간 자리를 뒤늦게 따라간다.


도저히 인간의 신체 능력이라고는 보기 힘든 속도!


퍽!


마치 살(煞)을 맞았을 때와 비슷한 충격이 정확히 심장을 파고들었다.


피가 식는 듯한 오싹한 느낌에 몸이 굳는다.


“지금 무슨···?!”


“살기(煞氣)를 자극했다. 수호 술식이 있는 한 죽진 않으니, 안심하고 지금은 살기를 느끼는 데 집중해라. 강시공을 익히려면 그게 우선이니까.”


두근······.


심장 박동이 느려짐과 동시에 팔다리의 감각이 흐릿해지더니.


몸이 매트로 쓰러지는 걸 마지막으로 정신이 다시금 몸 안에 갇히고 말았다.



***



촉각과 시각이 제한되고, 청각이 극대화되는 가운데.


블랙의 싸늘한 목소리만이 들려온다.


“본래의 강시공은 백람기(魄覽期)에 해당하는 지족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이다. 지금 네게 가르칠 것은 진정한 강시공을 주술로 열화한 강시공이고. 뭐, 덕분에 아직 각인기에 불과한 너라도 배울 수 있는 거지만.”


그의 설명을 들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날 쓰러트릴 때 말했던 대로 살기를 느끼려 노력했다.


처음 저주사에게 살(煞)을 맞고, 이번에 다시금 살기를 자극받으면서 살기가 무엇인지 살짝 감이 왔다.


등골이 오싹한, 소름 돋는 느낌.


그것이 분명 살기일 터.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든 건 살기가 기승을 부리는 첫 순간뿐이야.’


다시금 몸속의 살기를 느끼려 해봐도 첫 순간을 제외하면 금방 살기의 감촉이 가라앉았다.


이대로라면 살기를 느끼기란 요원했다.


“주술이란 곧 의지. 강시공을 익히려면 먼저 강시공이 목표로 하는 강시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의지의 방향성을 정확히 강시라는 개념을 향해 뻗어야 강시공을 익힐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일단 블랙의 말에 집중했다.


“강시는 강시술에 의해 되살아난 시체를 뜻한다. 시(尸)에 지살기(地煞氣)를 흡수하는 주인(呪印)을 각인하여 시체 내부를 지살기로 채우고 강시로 만드는 것이지. 다만, 이 단계의 강시는 그저 강시술사의 도구에 가깝다.”


보통 영상매체에 나오는 강시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마에 부적을 붙이고, 방울 소리를 따라 조종당하는 강시.


“그것은 철강시(鐵僵尸)의 단계까지도 마찬가지지만, 혈강시(血僵尸)에 이르면 피에 깃든 백(魄)의 본능으로 어느 정도 자율성을 획득하며, 활강시(活僵尸)에 다다르면 의식을 갖고 스스로 활동하는, 술사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된 존재로 거듭난다. 강시공이 목표로 하는 강시는 바로 이런 활강시지.”


활강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강시는 그 단계가 올라갈수록 시체가 산 사람에 가까워지는 모양이었다.


죽음의 기운인 살기도 생명과 무조건 반발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였다.


즉, 활강시는 산 사람이라도 살기를 다룰 수 있다는 증거인 동시에, 내가 목표로 해야 할 강시공의 이상(理想)이었다.


오싹!


활강시라는 목표가 뚜렷하게 정해지자, 머릿속의 안개가 걷히듯 살기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가슴에 뱀처럼 똬리를 튼 살기가 심장을 옥죄며 날 죽음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동시에 육체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살기에 대한 감각이 선명해진다.


“강시의 진화 단계로 알 수 있듯, 살기는 철(鐵)과 혈(血)를 거쳐 그 반대 성질인 활기(活氣)로 거듭난다. 시(尸)부터 시작하는 강시라면 이 단계를 그대로 따라가야 하지만, 살아있는 너는 그 반대다. 네 몸에는 이미 살아있는 피가 존재하니까.”


피?


이제는 눈꺼풀 너머로 희미하게 비치던 빛조차 보이지 않고, 오직 블랙의 목소리와 살기에 대한 감각만이 남았다.


슬슬 [보문수호결]이 살기를 억누를 수 있는 한계선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이 한계선을 넘는다면 아마 죽게 되겠지.


“네 피에 살기를 녹여라. 피는 생명을 담고 있기에, 반대로 그만큼의 죽음도 담을 수 있는 매개가 될 테니.”


그 말을 마지막으로 청각까지 사라졌다.


────.


정적과 함께 오직 살기에 대한 감각만이 남은 순간.


나는 선명하게 느껴지는 살기가 전신을 순환하는 피에 녹아들어 하나가 되는 이미지를 뚜렷하게 상상했다.


‘녹아라!’


살기는 피에 담긴 생명력을 꺼리는 듯, 처음에는 내 의지에 따르지 않고 심장에서만 꿈틀거릴 뿐이었다.


‘제발 좀! 움직이라고!’


이제는 정말 한계선에 다다랐다.


여기서 살기를 억누르지 않는다면 진짜 죽는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와중에도, 보문수호결을 믿고 다시금 살기의 제어를 시도했다.


‘으아아아아아!’


마음속에서 악을 쓰며 모든 의지를 살기에만 쏟아냈다.


아니, 그러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 의지의 근간에는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가득했으니까.


당연히 살기는 내 의지를 따르지 않았다.


‘난··· 죽어선 안 돼···!’


마지막 순간, 내 마음에 솔직해지자.


두근! 두근!


멈추기 직전이던 심장 박동이 살아난다.


[보문수호결]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강시공을 익히는 건 이대로 실패라는 생각이 들 무렵, 약간의 살기가 피에 녹아든 것이 느껴졌다.


‘갑자기?’


피와 섞인 살기를 자세히 느껴보니, 살기가 피에 녹아들었다기보다는 피가 살기를 집어삼킨 것에 가까운 형세였다.


불현듯 한 가지 깨달음이 벼락처럼 내리쳤다.


‘어째서 살기는 활기로 거듭나지? 그건··· 죽음 속에서 삶을 갈망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미 죽은 존재인 강시 역시 삶을 갈망하는 건 마찬가지기에, 결국 활강시로 진화하는 거라는 추측, 아니 확신.


결국, 살기를 제어하는 건 더욱 강력한 생(生)의 의지였다.


스르르륵···


나의 깨달음을 증명하듯, 여태껏 말을 듣지 않던 살기가 순식간에 모조리 피에 녹아들었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살기를 품은 피가 심장을 더욱 세차게 뛰도록 자극한다.


살기가 품은 죽음이 삶을 더욱 강렬하게 일깨우고 있었다.


파아아앗!


지워졌던 오감이 한꺼번에 되돌아오며 강렬한 자극을 선사한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 전부가 이전보다 더욱 선명해졌다.


“아아······!”


세포 하나하나가 다시 태어난 것 같은 활력이 전신을 감돈다.


몸이 가벼웠다.


살(煞)에 맞기 전보다 훨씬 더.


탓- 쿵!


시험 삼아 가볍게 점프하니, 3미터는 떨어진 천장에 머리가 닿았다.


부딪치는 소리가 제법 크게 울렸는데도 머리는 살짝 간지러울 뿐, 크게 아프지 않았다.


전반적인 신체 능력이 강화된 상태인 것 같았다.


“들뜨지 마라. 넌 이제 막 강시공에 입문했을 뿐이니까.”


강해진 육체와 함께 마음도 들뜨는 걸 예상했는지, 블랙이 경고했다.


그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블랙을 본 순간, 눈앞이 새까매졌다.


······!


살기를 느끼는 감각이 시각과 합치되며, 살기를 검은색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고.


블랙이 지닌 살기가 너무 진한 탓에 그의 주위가 온통 새까맣게 보인 것이다.


“강시공을 알려주는 사람이니, 강시공을 익히고 있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블랙의 살기는 나처럼 살기가 피에 녹아든 정도가 아니었다.


그를 이루는 세포 하나하나가 모조리 살기로 가득 찬, 살기가 인간 형태로 응집된 듯한 존재.


눈앞의 존재가 지닌 살기의 밀도는 도저히 살아있는 존재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즉, 블랙은 생자(生者)가 아니라···


“당신, 강시공을 익힌 게 아니라 진짜 강시였군요?”


···강시가 분명했다.


그가 앞서 말한 내용을 토대로 짐작하자면, 아마 활강시의 단계에 이른 강시겠지.


“그래. 네 말대로 난 강시다. 활강시에 이른.”


블랙은 순순히 강시라는 사실을 긍정했다.


“알았다면, 이제 다시 교육을 계속하지.”


그리고 그건 전혀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로 태연하게 강시공에 대한 가르침을 이어갔다.


너무 태연해서 얼떨떨한 기색으로 가만히 그의 가르침을 들을 지경이었다.


“넌 이제 살기를 느끼고, 살기를 피에 녹였다.”


끄덕.


“하지만 아직 살기를 네 뜻대로 움직이지는 못할 거다.”


블랙의 지적에 시험 삼아 살기를 움직이려 시도했지만, 살기는 그저 피의 흐름을 따라 몸속을 순환할 뿐 그 상태를 벗어나지 않았다.


“정말 그러네요.”


“물론 살기를 피에 녹여 ‘묵혈(墨血)’을 형성한 것만으로도 네 육체의 운동 능력과 회복력, 감각은 종합적으로 크게 향상된 상태겠지만. 그래서야 반쪽짜리일 뿐이다.”


“압니다. 당신에 비하면 제 강시공은 보잘것없는 수준이라는걸.”


활강시인 블랙을 보면 진짜 강시의 살기는 나와 차원이 다르다는 걸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혈류의 흐름부터 심장 박동, 각 장기의 활동은 물론, 세포의 분열과 생장 및 신경의 역할까지.


살기가 활기의 면모를 보이며 생명활동에 필요한 모든 작용을 대체하고 있었으니까.


‘설마 저거, 블랙이 일일이 다 통제하는 건가?!’


나는 블랙의 체내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작용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뭘 보고 놀란 건지는 대충 예상이 가는데, 그거 아니니까 너무 놀라지 마라.”


“······?”


“생명활동에 필요한 불수의작용에 쓰이는 살기는 내가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니라, 살아있을 때 새겨진 백(魄)에 의해 통제되고 있을 뿐이니까.”


쿵.


거기까지 말한 블랙은 공격을 예고하듯 바닥을 한 번 내리찍으며 겨루기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이건 너도 할 수 있다. 네 몸에 새겨진 백과 살기를 연동시키면 간접적으로나마 살기를 다룰 수 있을 터.”


처음에 블랙에게 맞은 기억이 떠올라, 반사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며 물었다.


“백과 살기를 어떻게 연동시키는 겁니까?”


“격렬한 전투를 통해서.”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는 듯, 말이 끝나기 무섭게 블랙이 짓쳐 들었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블랙의 공격에 반응할 수 있었다.


타다다다다닥···!


특공대 무장의 단단한 장갑끼리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진다.


예민해진 감각이 블랙의 움직임을 늦지 않게 파악하고, 빨라진 몸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공격을 방어한다.


1초에만 네다섯 번의 주먹 교환이 이뤄지는 근접 격투.


그것만 해도 프로 권투 선수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인 속도였는데.


슈슈슈슉!


블랙을 한 층 더 박차를 가하며 페이스를 올린다.


‘늦는다!’


결국,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방어가 뚫리려는 순간.


슈우욱- 탁!


일순,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며 본래라면 늦었을 방어에 성공했다.


‘방금 그건···.’


혈류를 타고 흐르는 살기가 육체의 움직임과 합치되며, 내 동작을 보정(補正)하는 느낌.


육체가 지닌 운동력에 살기의 운동력까지 따로 더해지며, 가히 두 배의 운동 능력이 발휘된 거였다.


기존의 한계를 잠시나마 초월하는 그 경이로운 감각에, 나는 다시금 그 느낌을 받기 위해 블랙과의 격투에 집중했고.


우리의 격렬한 부딪침은 아침 해가 중천에 자리할 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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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보문사(普門寺) +1 24.02.12 95 2 15쪽
10 흑철강시공(黑鐵僵尸功) +1 24.02.10 112 2 14쪽
9 재판(裁判) +1 24.02.09 107 2 15쪽
8 연암곡(燕巖谷) +1 24.02.08 127 3 14쪽
7 체포(逮捕) +1 24.02.07 128 3 14쪽
6 추격(追擊) +1 24.02.06 137 4 15쪽
5 추적(追跡) +2 24.02.05 156 4 13쪽
» 강시공(僵尸功) +1 24.02.05 173 5 13쪽
3 주술수사과(呪術搜査課) +1 24.02.05 222 5 13쪽
2 주술사(呪術師) +1 24.02.05 292 6 13쪽
1 살(煞) +2 24.02.05 399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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