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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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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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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6.12.2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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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똑똑···

“들어오시오”

들어오란 소리에 문이 열리더니 미남의 장년인이 가뿐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 미남 중에서도 아주 미남이다. 그 풍기는 분위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게 보인다. 얼굴에 마치 어릿한 안개가 끼여 있는 듯 이목구비가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는다. 그저 아주 잘생겼다는 느낌을 줄 뿐이다. 얼굴을 보고 돌아서면 기억이 흐릿해지는 특이한 분위기의 장년인이었다.

“부르셨습니까?”

들어온 신비한 분위기의 장년인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탁자에 앉아 있는 초로인에게 인사를 건냈다.

“앉으시오”

초로의 사내가 손짓으로 자리를 가리켰다. 들어온 장년인이 흐릿하고 그윽한 분위기의 신비한 느낌이 드는데 반해 초로인은 선명하고 뚜렷하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호남형으로 직선적이고 강직한 성격일 것이란 추측을 그 외모가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회에서 횡오수전과 횡육수전을 맡고 있는 성장로였다.

“어쩐 일이십니까?”

신비한 느낌의 장년인이 물었다. 그는 북천회의 횡육수전 전주인 유환검幽幻劍 목인선睦靭先이었다. 전주들 중에서는 최고수로 자타가 인정하는 사내였다. 무공실력만으로도 능히 빈객청에 소속되어 편히 지낼 수 있었으나 영민하고 수완이 좋아 성장로가 친히 공을 들여 횡육수전 전주로 삼고 있었다. 횡육수전은 특수임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태상호법께서 다녀가셨소.”

성장로가 다짜고짜 뱉었다.

“중대한 임무가 내려졌군요”

전주가 자신의 짐작을 말했다.

“그렇소. 한 사람을 제거해야 하오. 회주님의 뜻이오.”

“아니, 누구기에 고작 한 사람 제거하는데 회주님께서 신경 쓰신단 말씀입니까? 혹시 무림맹주가 대상입니까?”

성장로의 대답에 여간해선 놀라지 않는 목인선이 놀라 되물었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데 젊은 놈으로 대단한 고수인 모양이오. 왜 저번에 삼공자와 사절이 죽은 일이 있지 않소? 그 놈인 모양이오. 횡이수전에서도 그 놈을 제거하려 사절을 보냈지만 그땐 그 놈 실력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소. 태상호법께서는 제거 대상이 대공자 수준이라 하셨소.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닌 듯하오”

“대공자 수준이라고요? 허허~”

성장로의 설명에 다시 한번 목인선이 놀라 되물었다.

“어떻게 했으면 하오?”

성장로의 질문에 목인선이 대답 없이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눈을 뜬 목인선이 답했다.

“상대가 대공자 수준이라면 정공正攻으로는 상당한 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비효율적일뿐더러 성공 확률도 낮습니다.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변칙 말입니다.”

목인선이 조금 뜸을 들인 후 마지막 말을 뱉었다.

“좋은 생각이오. 하면 누구를 염두에 두시오?”

“음양쌍절陰陽雙絶을 동원해야겠습니다. 그들이라면 그 놈을 죽이진 못할지라도 틀림없이 심각한 타격은 입힐 수 있을 것입니다. 젊은 나이에 그 정도 무공이라면 십중팔구 변칙은 무시하거나 간과하고 있을 겁니다. 그 점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렇게 먼저 타격을 입힌 후 빈객처의 폭마부爆魔斧와 철풍권鐵風拳 두 사람을 동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목인선은 자신이 직접 나서겠다는 대목에선 힘주어 말했다. 다된 밥을 물에 말아 먹겠다는 태도임을 성장로가 모르지 않았으나 일의 성공이 우선이었다.

“전주가 직접 나설 필요까지 있겠소? 회주께서 염두에 두고 계신 일이라 하니 조직의 누구라도 동원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오”

성장로가 목인선을 걱정하는 듯이 말했다.

“아닙니다. 회주님께서 염두에 두고 계신 일을 어찌 다른 이들에게만 맡기겠습니까? 제가 직접 나서 놈의 목을 들고 오겠습니다.”

“허허~ 전주가 직접 나선다니 내 두 다리 뻗고 기다리겠소”

성장로가 흐뭇하다는 듯이 웃었다. 목인선이 인사하고 전주의 방을 나왔다.

자신이 직접 나서길 원하는 성장로의 의중을 목인선은 이미 알고 있었고, 회주의 뜻이기에 목인선이 직접 나설 것이라는 점을 성장로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생각을 미리 읽고 있었고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알고 있으리란 점까지도 이미 둘은 약속이나 한 듯 알고 있었다.



항주 인근의 조그만 마을인 호계촌湖溪村 어귀에 다다른 묵진휘는 의관도 정리하고 마음도 진정시킬 겸 커다란 바위 턱에 앉아 마을 아이들이 놀고 있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뭔가를 크게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우학사가 살고 있다는 호계촌에 다다르고 보니 설렘과 두려움이 조금씩 교차하는 마음이 일어 본인도 스스로 신기하게 생각했다. 이런 설렘과 두려움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인 탓이다.

“포위되었으니 이제 항복해라”

그럴싸하게 생긴 목검을 진 사내아이와 그 일당이 상대방을 완전히 에워싼 채 항복을 강요하고 있었다.

“비겁하다. 죽은 척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다니, 속임수다.”

상대방 아이 하나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비겁하다니? 전쟁에서 정당하고 비겁한 것이 어디 있단 말이냐. 승리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숙부께서도 전쟁에서 상대를 속이는 것은 병법의 하나라고 하셨다. 너희들도 알 것이다. 내 숙부께서 이 나라의 장군이셨다는 것을”

목검을 진 사내아이가 야무지게 반박했고 상대방 아이는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는지 이내 항복하고 말았다.

아이들의 전쟁놀이를 지켜보던 묵진휘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목검을 진 사내아이의 말이 귓속에 파고든 탓이다.

‘어린 나이에 벌써 속임수를 사용해서 승리를 바라는가?’

‘아니다. 병법에서는 분명히 전쟁에서 적을 속이는 것이 군자의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말하고 있다. 나라의 종묘사직과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속임수가 어찌 도리에 어긋날 것인가?’

‘그런데 왜 내 마음에서는 저 아이의 말이 거슬리는가? 내가 문제인가 아니면 병법이 문제인가?’

묵진휘가 생각에 잠겼다.


우태경 학사의 집은 낮은 담장에 둘러싸인 조금만 장원으로 인근 마을사람들의 집과 비교했을 때 큰집이었으나 여느 장원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였다.

묵진휘가 하인에게 우학사 뵙기를 청했다.

하인이 안채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더니 곧 묵진휘를 안채로 안내했다. 하인의 말로는 다행이 다른 손님이 없어 우학사를 바로 뵐 수 있게 되었다 했다.

묵진휘가 안채로 안내되어가니 학창의를 곱게 차려 입고 학건을 쓴 늙은 선비 한 사람이 안채 계단 위에 가만히 서서 형형한 눈빛으로 묵진휘를 내려다 봤다.

“나를 보자 하셨다구?”

우학사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묵진휘라고 합니다. 여기 이황야께서 써주신 편지가 있습니다.”

묵진휘가 품에서 편지를 꺼내 하인을 통해 우학사에게 건네려 했다. 떠나올 때 이황야가 손수 우학사에거 보내는 편지를 써줬었다. 하지만 이황야란 말에 황급히 우학사가 계단을 내려와 손수 편지를 받아 쥐었다.

무릎을 꿇고 가만히 편지를 읽던 우학사의 두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네가 묵진휘인가? 정녕 묵진휘란 말인가?”

묵진휘의 손을 꽉 맞잡은 우학사의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조그만 방에 우학사와 우학사의 아우인 우장군, 우학사의 장남과 묵진휘 넷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방에는 다른 장식이 거의 없었고 다만 글과 그림이 그려진 조그만 병풍만이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찌 자네 이름을 알고 있는가?”

우학사가 묵진휘에게 물었다.

“스승님께서 저를 만났을 땐 유모의 숨이 아직 가늘게 붙어 있었다 합니다. 유모로부터 저의 이름과 나이를 들으셨는데 곧 유모가 숨을 거두어 그 외 다른 얘기는 들은 것이 없다 하셨습니다.”

“그렇게 된 것이군. 이황야께서 왜 자네를 이리로 보냈는지 능히 알겠어. 자네 얼굴을 보니 정말 자네 조부 그대로일세.”

옆에 있던 우장군이 웃으며 말했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우학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도 자네 얼굴을 보니 추호의 의심도 없이 스승님인 묵태부 어르신의 손자임을 알겠네. 하지만 그래도 확인하고 싶은 게 있네. 스승님께선 어린 자네를 안고 기뻐하시며 내게 자랑 삼아 말씀하신 적이 있지. 자네 생일이 삼월 삼일인데 마침 자네 등에 작지만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 점이 아래위로 세개 씩 모두 여섯 개가 있다 하셨지. 자세히 보면 몸에 점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스승님께선 손자를 보신 기쁨에 그 점들이 자네 생일을 표시하고 있다고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셨지. 그 모습이 지금도 선연하네. 자네 등을 좀 보여줄 수 있겠나?”

우학사가 얼굴에서 기쁜 내색을 지우고 진지하게 얘기했다.

묵진휘는 자신의 등에 점이 있는지 어떤지 알지 못했다. 자신이 스스로 볼 수 없었고 스승님으로부터도 특별히 들은 얘기가 없었던 것이다. 묵진휘도 내심 긴장되었으나 스스로도 분명히 확인하고 싶어 윗옷을 들쳐 등이 보이도록 돌아 앉았고 우학사와 우장군이 다가와 묵진휘의 등을 살폈다.

두 사람이 등을 살피는 잠깐 동안 팽팽한 긴장감이 작은 방안을 감쌌다.

잠시후, 들떤 우장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님, 말씀대로 여기 아래위로 작지만 선명하게 세 개씩 모두 여섯 개의 점이 분명이 있습니다. 아하하하~”

우장군이 호탕하게 웃어 젖히며 묵진휘의 등을 콕콕 찔렀다. 아마 점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우학사의 눈에 다시 눈물이 흘렀고 묵진휘의 눈시울도 조금씩 붉게 달아 올랐다.

“네가 진휘가 틀림없구나. 진휘가 틀림없어. 스승님께서 지금 네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좋아하실고. 집안의 대代가 이렇게 늠름히 이어지고 있는 줄 아신다면 지하에서도 이젠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을 게야. 흐흐흐흐헛”

우학사가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목소리로 묵진휘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우학사는 묵진휘를 손으로 더듬었고 나머지는 말없이 조용히 우학사가 마음을 진정시키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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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 현무당玄武堂 삼조三組 +4 16.12.18 4,210 56 10쪽
39 38. 단서端緖 +3 16.12.18 4,161 59 10쪽
38 37. 표면表面과 이면裏面 +3 16.12.18 4,111 53 11쪽
37 36. 대면對面 +4 16.12.16 4,244 58 10쪽
36 35. 요동搖動 +3 16.12.16 4,217 54 11쪽
35 34. 독대獨對 +3 16.12.16 3,976 58 12쪽
34 33. 사령주四領主 +4 16.12.16 4,048 52 10쪽
33 32. 국면局面 변화 +2 16.12.16 4,173 54 11쪽
32 31. 기품氣稟 +3 16.12.14 4,275 56 10쪽
31 30. 이황야 +2 16.12.14 4,215 58 11쪽
30 29. 은밀한 전운戰雲 +3 16.12.14 4,330 57 11쪽
29 28. 짧은 이별 +3 16.12.13 4,487 63 9쪽
28 27. 동서남북 +3 16.12.13 4,463 56 12쪽
27 26. 삼각과 사각 +4 16.12.13 4,307 61 10쪽
26 25. 가을밤의 격전 - 묵진휘 2 +4 16.12.11 4,284 54 10쪽
25 24. 가을밤의 격전 - 묵진휘 1 +3 16.12.11 4,028 59 11쪽
24 23. 가을밤의 격전 - 주은백 +2 16.12.10 4,224 60 9쪽
23 22. 가을밤의 격전 – 서은후 +2 16.12.10 4,178 58 10쪽
22 21. 가을밤의 정담情談 +2 16.12.09 4,563 57 11쪽
21 20. 결전의 그림자 +4 16.12.09 4,158 58 8쪽
20 19. 서은후와 주은백 +2 16.12.09 4,310 54 10쪽
19 18. 무림맹 결성 +2 16.12.07 4,475 56 11쪽
18 17. 사절四絶도 무한으로 +2 16.12.07 4,549 60 11쪽
17 16. 어지러워 지는 영웅대회 +2 16.12.07 4,614 56 10쪽
16 15. 또 하나의 친구 +3 16.12.07 4,464 58 10쪽
15 14. 방해꾼들 +4 16.12.07 4,519 59 11쪽
14 13. 목걸이의 비밀 +2 16.12.07 4,671 56 10쪽
13 12. 조우遭遇 +3 16.12.07 4,647 5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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