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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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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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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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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2. 미끼

DUMMY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소”

싸늘한 눈빛에 날카로운 말투로 정조장이 물었다.

장세모 부전주는 심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정조장이 자신을 수하로 여기듯 거의 하대로 거칠게 몰아 부치는 것도 여간 불쾌한 것이 아닌데 자신으로서는 시원한 대답을 내놓을게 없다는 사실이 그런 불쾌함을 더욱 부채질했다.

최근 회에서는 동창과의 관계를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목걸이를 찾는 문제는 원래 횡이수전의 임무였기는 했지만 알게 모르게 조직의 많은 지원을 받아왔었다. 한데 지금은 정보체계도 무림맹과 회의 상부에서 추진하는 모종의 임무에 거의 할당되어 있었고 신임전주도 목걸이의 행방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다 보니 정조장의 거친 항의와 압박을 장세모 부전주 혼자서 몸으로 때우고 있는 형편이었다. 장세모는 이것 때문에 대공자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부전주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대공자를 동원하여 기습작전을 진행한 마극성 부전주는 그 일의 실패로 인해 좌천되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 하부조직을 총동원하여 목걸이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소. 하지만 워낙 오래된 일이라 쉽게 이렇다 할 단서가 잡히지 않는구려. 인내심을 갖고 조금 더 기다려 주시오.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소”

본인의 입으로 조직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말하면서도 장부전주는 속으로 못내 씁쓸했다. 자신이 가동할 수 있는 역량은 고작 하부 조직들에 공문으로 정보수집을 독촉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하부조직도 눈과 귀가 있어 조직의 상부가 목걸이의 행방에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자신이 보낸 공문을 거의 방치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곧 계획이란 말이오? 그 말은 현재로선 다른 계획이 없다는 말에 지나지 않지 않소?”

정조장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오랜 세월 황궁에서 지내면서 눈치만 살펴온 정조장이 장세모 부전주의 상황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허허 참, 다른 단서가 한 조각도 없는데 난들 어찌한단 말이오? 아무리 급해도 우물에서 숭늉을 찾을 순 없지 않소?”

장세모도 덩달아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이황야에게로 흘러 들어간 목걸이는 대체 어찌할 셈이요?”

오히려 정조장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목소리를 높여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냉기는 더욱 차가워졌다. 장세모도 더 이상 뻗대기는 어렵다 생각하고 다시 목소리를 낮춰 은근한 목소리로 정조장을 달래기 시작했다.

“이황야에게로 흘러 들어간 목걸이는 우선 다른 조각들을 모두 찾은 뒤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봅시다. 우리 정보망에 의하면, 이황야 측에서는 이번에 확보한 목걸이 외에도 사각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요. 지금 바로 이황야 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적절한 시기에 아니라 생각하오. 이번 사태로 인해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소. 목걸이의 형태도 사각과 삼각으로 다양하고, 그 크기도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 않소? 꾸준히 단서를 찾아보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

“그리 오래 기다릴 순 없소. 나 역시 조부태감께 부여 받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소”

정조장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장부전주의 말을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사실 정조장으로서도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있지 않았다.



안경安庚 부근의 객잔 별채에 소노 일행과 무림맹 현무당 삼조 인원이 함께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소노 일행 세 명과 삼조 인원 다섯 명을 합쳐 여덟 명이나 되는 인원이었기에 별채를 빌린 후 식사도 별채로 시킨 것이었다.

안경은 무한과 항주의 중간쯤에 있는 도시로 합비의 남쪽으로 자리해 있었다. 그 크기가 무한이나, 항주, 합비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나름 교통의 요지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은 아니었다.

무림맹으로 간 소노는 총군사인 제갈청에게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과거 황실과 결탁한 무림세력이 있었고, 최근 사절과 무정도가 나타났었는데 그들이 그 세력에 속해 있는 것으로 짐작되며 무림의 안녕에 위협이 될 수 있기에 무림맹에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은근히 설득하였는데 예상외로 제갈청이 선뜻 지원을 약속했다.

사실 무림맹 입장에서도 최근 연속되는 기습의 흉수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었는데 소노의 얘기에 제갈청은 이것이 문뜩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렇게 해서 무림맹에서는 현무당 이조를 섬서로, 삼조를 항주로 파견하기로 했고 소노 일행은 남경에서 가까운 항주로 파견되는 삼조와 동행하게 된 것이었다.

“만일 오래 전부터 목걸이를 수소문하고 있다는 상단들이 모종의 세력과 한 패거리라면 순순히 배후를 말해주겠습니까?”

삼조 조장인 두원이 소노에게 공손히 물었다. 두원도 소노를 직접 알진 못하지만 현무당주를 통해 소노가 무림의 대선배임을 전해 들었기에 태도가 공손했다.

“그렇겠구먼~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소노도 내심 어떻게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던 참이라 두원에게 되물었다.

두원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들도 잠시 생각에 잠겨 침묵했다.

“목걸이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접근하면 어떻겠습니까?”

침묵을 깨고 서홍이 불쑥 내뱉었고 다들 서홍을 쳐다봤다.

“좋은 생각이군. 그럼 그들이 관심을 갖겠지. 그런데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소노가 재차 물었다.

“우선 한 치 반의 모조 목걸이를 하나 만드는 겁니다. 소노께서도 아시다시피 목걸이에는 미세한 홈과 돌기가 있지 않습니까? 그 홈과 돌기는 모든 조각이 완전히 갖춰지기 전에는 진위 여부를 알기 어렵습니다. 해서 적당하게 모조품을 만들어 그들에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럼 그들이 그 홈과 돌기를 살펴보는지 주의 깊게 봐야겠지요.”

“그리곤?”

“그들이 관심을 가지면 가격을 높게 부르는 겁니다. 그들이 쉽게 수용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높게요. 그러면 무슨 반응이 있겠죠.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조직과 상단이 한 패거리라면 분명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공격하길 유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도 그들을 사로잡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배후을 밝혀 낼 수 있겠지요. 그들이 점잖게 반응하는데 우리가 배후를 따지고 들 수 없지 않겠습니까?”

“옳커니~ 좋은 작전이다. 클클클. 네 놈도 아주 쓸모가 없진 않구나. 하하하”

소노가 무릎을 치고 박장대소했다. 서노와 서홍, 남태혼은 그동안 많이 친해져 서노가 둘에게 편하게 하대하고 있었다. 묵진휘에게는 그러지 못했지만.

“제 생각에도 서대협의 생각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도 둘로 나누어야겠군요. 우리가 뭉쳐 있으면 그들이 경계하기 쉬우니 목걸이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과 은신해 있다가 그들의 공격을 뒤에서 맞받아칠 인원으로 나누는 게 좋겠습니다.”

두원의 말에 모두 그렇게 하기로 하고 항백과 경표가 목걸이를 가지고 상단과 접촉하고 나머지 인원은 은신해 기습에 대비하기로 했다. 혹시 서홍과 남태혼의 얼굴이 그들에게 알려졌을 수 있었고 소노도 이황야의 사람이라 그들이 알고 있을지 몰라 항백과 경표가 접근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 만으로 충분히 기습에 대비할 수 있겠습니까?”

항백이 소노에게 물었다.

“진휘 그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당장 연락이 여의치 않으니 어쩔 수 없겠지”

소노의 대답에 남궁이현을 제외한 나머지 삼조 인원들은 진휘가 누군가 싶어 소노를 쳐다보았으나 소노는 더 이상 대답이 없었다.

“일단 우리만으로 대비하고, 혹시 모르니 무림맹 항주 지부에 요청하여 숙소 인근을 폭넓게 경계하고 유사시 지원할 수 있도록 요청해 놓겠다.”

두원이 항백의 질문에 답했다. 무림맹은 출범 후 주요 도시에 지부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이곳 항주에는 이미 지부가 설립되어 있었다.


회의를 마친 후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고 객잔 안뜰에 서홍과 남태혼, 남궁이현이 남아 한잔 술로 모처럼의 회포를 풀고 있었다.

“진휘 그 친구는 항주에 갔다고?”

남궁이현이 물었다.

“그렇네. 혹시 자신 집안의 내력을 들을 수 있을까 하여 갔다네. 이황야께서 뭔가 언질을 주신 모양이야.”

서홍이 답했다.

“자네는 어떻게 지냈는가?”

남태혼이 남궁이현에게 물었다.

“근자에 무림맹 참여하고 있는 세가나 방파들이 운영하는 표국 등에 대한 기습이 몇 차례 있었네. 흉수의 손속이 무척 잔인한 사건이었네. 그 흉수를 쫓고 있네만 단서를 거의 못 찾고 있는 실정이지. 아마 상부에서 우리를 이리로 파견한 것도 혹시 자네들이 찾는 세력이 우리가 찾는 흉수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하여 보낸 것으로 알고 있네”

“그랬군. 어쩐지 쉽게 무림맹에서 협조를 한다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지. 하하. 아무튼 자네와 이리 다시 만나니 좋구먼. 진휘 그 친구가 있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말이야···”

서홍이 밝게 웃으며 얘기했다.

그렇게 모처럼 셋이 모여 회포를 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같은 일행이 되었는데 세분께서만 회포를 푸시니 섭섭하군요. 이렇게 달도 좋은데 말이죠”

당수진이이 안뜰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제가 끼어도 될까요?”

당수진의 말에 서홍이 냉큼 일어나며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당수진에게 양보했고 당수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앉았다.

남궁이현은 그런 당수진을 보면서도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분명 오대세가 모임에서 보였던 과거의 당수진 모습과는 상당한 변화가 있는데도 남궁이현은 그걸 모르는지 아님 애초 관심이 없는지 표정에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그게 점점 당수진을 자극하고 있었다.

“저도 한잔 주세요”

당수진이 술잔을 남궁이현쪽으로 내밀며 말했다.

남궁이현이 그런 당수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이 남태혼이 잽싸게 술병으로 손을 가져갔으나 이내 서홍이 남태혼의 손을 내치며 말했다.

“당소저께서 한잔 달라지 않나?”

서홍이 남궁이현에게 말한 후 남태혼을 째려봤다.

남태혼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홍을 쳐다봤고, 남궁이현은 술병을 들어 당수진의 잔에 술을 따랐다.

“건배하지지요~”

당수진이 술잔을 들고 건배를 외쳤다.

서홍은 웃고 남태혼은 뽀루퉁하게, 남궁이현은 무표정하게 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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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 깊어지는 눈 +3 16.12.21 3,982 54 11쪽
40 39. 현무당玄武堂 삼조三組 +4 16.12.18 4,209 56 10쪽
39 38. 단서端緖 +3 16.12.18 4,160 59 10쪽
38 37. 표면表面과 이면裏面 +3 16.12.18 4,110 53 11쪽
37 36. 대면對面 +4 16.12.16 4,243 58 10쪽
36 35. 요동搖動 +3 16.12.16 4,216 54 11쪽
35 34. 독대獨對 +3 16.12.16 3,976 58 12쪽
34 33. 사령주四領主 +4 16.12.16 4,048 52 10쪽
33 32. 국면局面 변화 +2 16.12.16 4,173 54 11쪽
32 31. 기품氣稟 +3 16.12.14 4,275 56 10쪽
31 30. 이황야 +2 16.12.14 4,215 58 11쪽
30 29. 은밀한 전운戰雲 +3 16.12.14 4,330 57 11쪽
29 28. 짧은 이별 +3 16.12.13 4,487 63 9쪽
28 27. 동서남북 +3 16.12.13 4,463 56 12쪽
27 26. 삼각과 사각 +4 16.12.13 4,307 61 10쪽
26 25. 가을밤의 격전 - 묵진휘 2 +4 16.12.11 4,284 54 10쪽
25 24. 가을밤의 격전 - 묵진휘 1 +3 16.12.11 4,028 59 11쪽
24 23. 가을밤의 격전 - 주은백 +2 16.12.10 4,224 60 9쪽
23 22. 가을밤의 격전 – 서은후 +2 16.12.10 4,177 58 10쪽
22 21. 가을밤의 정담情談 +2 16.12.09 4,563 57 11쪽
21 20. 결전의 그림자 +4 16.12.09 4,157 58 8쪽
20 19. 서은후와 주은백 +2 16.12.09 4,310 54 10쪽
19 18. 무림맹 결성 +2 16.12.07 4,475 56 11쪽
18 17. 사절四絶도 무한으로 +2 16.12.07 4,549 60 11쪽
17 16. 어지러워 지는 영웅대회 +2 16.12.07 4,614 56 10쪽
16 15. 또 하나의 친구 +3 16.12.07 4,464 58 10쪽
15 14. 방해꾼들 +4 16.12.07 4,519 59 11쪽
14 13. 목걸이의 비밀 +2 16.12.07 4,670 56 10쪽
13 12. 조우遭遇 +3 16.12.07 4,646 5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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