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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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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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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6.12.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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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4. 가을밤의 격전 - 묵진휘 1

DUMMY

“손님들께서 오셨습니다.”

도란도란 정겹게 얘기들이 오가던 사이에 묵진휘가 묵직하게 말했다.

목소리도 높지 않았고, 손짓이나 다른 움직임을 넣지 않았음에도 묵진휘의 얘기는 자연스럽게 여러 얘기들의 맥을 끊고 사람들의 주목을 이끌어 냈다.

“또 다르게 오실 손님들이 계신가요?”

공녀가 소노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소노가 미쳐 대답하기도 전에 누각 앞 마당에 여러 인영이 떨어져 내렸다.

사절과 삼공자 그리고 유정검이었다. 어떤 연유에선지 전주는 오지 않았다.

“오붓한 분위기를 깨트려서 미안하게 됐소”

창절이 나서며 얘기했다.

“누군가 했더니 사절이 다 오셨구먼. 아니 저 사람은 유정검 아니신가?”

무림에 식견이 높은 무진신개가 나타난 사람을 알아보고 나서며 말했다.

“사절과 유정검이 여긴 어쩐 일이시오?”

소노가 일어서며 물었다.

“저기 젊은 친구에게 볼일이 있어 왔다오”

창절이 묵진휘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묵진휘가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일어서 앞으로 나가며 물었다.

“저는 어르신들을 잘 모르겠습니다. 제게 무슨 볼일이 있으신지요?”

“네 놈이 무정도를 상대했다는 놈이냐?”

창절이 물었다.

묵진휘는 무정도의 명호名號를 몰랐다. 그렇지만 저들이 말하는 무정도가 일전에 자신이 악양에서 상대했던 검은 무복의 장년인임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말씀하시는 분이 제가 생각하는 그 분이라면 그렇습니다”

묵진휘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묵진휘가 무정도를 상대했다는 사실을 무진신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서홍과 남태혼도 몰랐지만. 개방의 소식통 덕분이다.

개방은 무한에서 무정도를 발견하곤 악양까지 뒤 쫓았던 것이다. 둘의 대결을 목격한 거지가 무진신개에게 보고 했다. 젊은 사람이 묵빛의 강기로 무정도를 상대했다고. 무진신개는 보고하던 거지에게 분명히 묵빛의 강기를 봤냐고 물었고, 무진신개의 되물음에 조금 놀란 거지는 멀리 있었기에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무정도의 거센 청류의 기운이 묵진휘의 기운과 부딪혀 탁류처럼 변하더라는 얘기를 했다. 그래서 확인을 위해 무진신개가 직접 묵진휘 일행에게 부딪혀 갔던 것이다.

“네가 상대한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내 그냥 있을 수 없어 이렇게 왔다. 어디 내 창도 받아 보려무나”

창절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창절이 성정이 급하다 하더니 정말 그렇구나. 내 그래도 자네들보단 무림에서 몇 그릇의 밥을 더 먹었는데 선배에게 인사도 없는가? 사절이 예의를 모르는 무뢰한이라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네만.”

무진신개가 나서며 말했다.

사절은 이곳으로 오면서도 무진신개가 있다는 사실이 조금 떨떠름했다. 자신들도 나름 정파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오지 않았는가? 정파에서 무진신개가 차지하는 덕망과 평판은 자신들 이상이었다. 그렇기에 별다른 은원 없이 무진신개를 제거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회의 지시를 거부할 순 없었다. 사절은 무진신개까지 없애기로 이미 굳게 마음을 먹은 후였다.

“창절이 무진신개 선배께 인사 드리오”

창절이 못마땅한 듯이 말로서만 인사를 했고 나머지 삼절과 유정검도 무진신개에게 인사를 했다.

“무정도 일로 왔다고? 그래 무슨 일이신가?”

“선배께서 나설 일이 아니시오. 선배께서는 모르시겠지만 무정도는 우리에게 사질 뻘 되는 사람이었소. 사질이 변을 당했는데 사숙되는 이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겠소?”

창절이 무정도와 사숙사질 사이임을 주장했다. 같은 회 소속이라고 얘기할 순 없었고, 가급적이면 목걸이 얘기도 하지 않으려 했다. 물론 모두를 살인멸구하면 관계 없긴 하겠지만.

“내가 듣기로 이 친구와 무정도의 대결은 정당하고 무인다운 것이었네. 이 친구도 무정도 그 사람을 무인으로 존경하여 무덤까지 손수 만들지 않았는가? 그건 그대들도 이미 알고 있을 터인데”

무진신개가 창절의 말이 이치에 맞지 않음을 차분히 지적했다.

“다 쓸데없소. 사질인 무정도가 저 놈에게 죽었고 사숙인 나는 가만 있을 수 없소”

창절이 억지를 부렸다.

“저 친구는 무정도의 물건 하나를 가져갔소. 그 물건은 무정도에게 무척 중요한 것이요. 우리는 그 물건을 회수해야겠소. 네놈은 무정도의 목걸이를 내 놓아라”

옆에 있던 검절이 명분을 찾기 위해 목걸이 얘기로 창절을 돕고 나섰다. 명분을 가진 싸움과 명분을 가지지 못하는 싸움은 실력을 발휘함에 있어 천양지차가 있었다. 특히 초절정고수들에게는 더 했다.

초절정고수들은 명분 없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명분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다. 정파식이던 사파식이던 마도식이던 그 나름의 명분만 있으면 족했다.

목걸이 얘기에 소노의 귀가 번쩍 뜨였다.

“목걸이라니?”

소노가 검절에게 물었다.

“아무튼 그런 게 있소. 소노 당신이 알 바 아니오”

검절은 소노가 왜 목걸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짐짓 의뭉스럽게 소노의 물음을 뭉개버렸다.

“목걸이라면 여기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목걸이는 무정도 그분의 것이 아닙니다. 일전에도 제가 그분에게 목걸이를 건네려 하였으나 받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관심이 목걸이는 아니라 하셨지요.”

묵진휘가 말을 하면서 품에서 비단주머니를 빼내 검절에게 던지려 했다. 그 순간 소노가 급박하게 말렸다.

“잠깐. 묵군 잠깐만 기다리게. 그 목걸이는 무정도 그 사람 것이 아닐 것이네. 물론 여기 검절의 것도 아니지.”

소노의 다급한 소리에 비단주머니를 건네려던 묵진휘의 손길이 멈추었다.

“대체 이 목걸이가 무엇입니까?”

묵진휘가 말을 하며 손에 있는 비단주머니를 들여다 봤다.

“내 조금 있다 말해 주겠네. 일단 다시 품 안에 넣어 두시게”

소노가 묵진휘에게 말한 후 검절을 돌아보며 말했다.

“목걸이는 황실의 것이네. 이제 보니 목걸이를 찾으러 충신들을 습격한 무림의 사악한 무리들이 바로 자네들이로군”

소노가 드디어 동창과 손을 잡은 무림의 무리들을 알아냈다는 듯이 단언했다. 그 얼굴은 분노와 이제 단서를 잡았다는 흥분으로 달아 올랐다.

“더 이상 말로써 해결할 상황이 아니군”

검절이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우선 내가 먼저 무정도 그 친구의 원혼을 달래주지”

창절이 묵진휘에게로 나서며 등에 메고 있던 검 길이 정도되는 두 개의 봉을 빼더니 둘을 맞추어 끼웠다. 두 개의 봉 중 하나에는 봉의 끝에 비수 모양의 창 날이 붙어 있었다. 합쳐진 두 개의 봉은 이내 날렵한 모양의 긴 창이 되었다.

“자네는 내 검과 어울려 보는 것이 어떤가?”

검절이 소노를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 소노도 역시 웃음으로 답했다. 이제 누각 앞마당에는 창절과 묵진휘, 검절과 소노가 서로를 마주보고 섰고 나머지들은 각자의 편 뒤로 물러섰다.


창을 겨누고 선 창절은 관운장이 저랬을 것인가 하는 위엄을 풍겼다. 창 끝으로 기운이 몰려들었다. 창 끝으로 기운이 몰려드니 창 뒤의 창절이 잘 보이지 않았다. 묵진휘도 새로 산 묵검을 뽑아 들었다. 남궁이현이 묵검이라 이름 붙여 주었었다.

묵진휘도 검 끝으로 기운을 일으켜 창의 기운에 맞섰다. 그러자 창 뒤의 창절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이번에는 창 끝이 흐릿하게 잘 보이지 않았다. 역시 육안肉眼으로 상대하기에는 벅찬 상대다. 묵진휘는 무정도 때와 같이 심안心眼을 열고 주위의 기운을 가만히 일깨웠다.

창절이 창 끝을 크게 회전시키며 조금씩 다가왔다. 다가오면서 창 끝의 회전 크기를 조금씩 줄이는 대신 속도를 높였다. 창 끝에서 시퍼런 창강槍剛이 피어나고 장강이 주위의 공기가 찢기 시작했다. 찢어진 공기는 공기대로 창강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서진 칼날처럼 흰빛을 띠며 휘돌았다. 가히 산도 무너뜨릴 기세였다.

순간 창절의 창 끝에서 폭발이 일었다. 그리고 폭발과 더불어 창 끝에 모여 있던 기운들이 일거에 묵진휘에게로 쏘아져 왔다. 묵진휘가 묵검을 비스듬히 그어 내렸다. 묵검에서 한 줄기 먹구름이 피어 올랐다. 그리고 피어 오른 먹구름에서 번개가 일 듯 번쩍하는 섬광이 일었고 그 섬광이 창 끝의 기운과 부딪혀갔다.

검의 기운과 창의 기운이 부딪히자 천둥이 치는듯한 폭발이 일었다.

창절이 몇 걸음 뒤로 튕겨 나가며 겨우 걸음을 멈췄다. 창을 잡은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묵진휘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신비로운 것은 묵검에서 피어 올랐던 한 줄기 먹구름이 아직도 묵검 위의 허공에 가만히 떠 있는 것이었다.

창절은 허리를 굽히며 창을 바닥으로 가볍게 내려쳤다. 창대 끝부분이 가볍게 땅을 때렸고 그 가벼운 힘을 도약 삼아 창절이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창을 가볍게 한번 뒤로 뺐다 힘차게 앞으로 찔렀다.

‘창절이 단 두수 만에 창강단애槍剛斷崖를 펼치다니 놀랍군’

뒤에 있던 도절이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창절이 창강단애를 펼치는 것을 본적이 언제였던가? 창강단애는 창절이 자랑하는 절초로, 창에서 뿜어지는 강기로 산을 깎아 천길 절벽을 만든다는 패력적인 초식이었다.

이번에도 묵진휘는 묵검을 비스듬히 그어 내렸다. 다만 좀 전의 그어 내림과 대칭을 이루듯이 방향이 조금 바뀌었다. 그러자 또 하나의 먹구름 한줄기가 피어 올랐다. 그리곤 좀 전에 만들어진 먹구름과 합쳐지면서, 그 속에서 좀 전보다 더욱 번쩍이는 섬광이 창절의 창강단애를 덮쳐갔다.


“이 놈~”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도절이 절규와 같은 소리로 부르짖으며 순간적으로 도약하여 먹구름 속의 섬광과 부딪혀갔다.


쾅~ 콰콰콰쾅~

창절의 창강단애, 도절의 도강과 부딪힌 먹구름 속의 섬광이 연속적인 우레 소리를 토해냈다.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맑은 가을 밤에 천둥과 번개가 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크윽~

창절이 대여섯 걸음 뒤로 밀려나며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쿨럭”

창절이 또 한번 피를 토해낸다. 팔의 힘으로 창을 땅에 딛고 겨우 서있다. 도절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신은 바닥에 쓰러져 있을 것이다. 비록 찰나의 순간만큼 도절의 도강이 늦었기에 도절 보다 창절이 훨씬 큰 타격을 입었지만 그래도 도움이 있었기에 이렇게 살아 있다.

가만히 고개를 돌려 도절을 바라본다. 도절의 발이 땅에 한 치 가량 파묻힌 채 두세 걸음 밀려나 있다. 하지만 입으로 피를 게워내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분노 보단 어이 없다는 듯 이맛살을 조금 찡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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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 표면表面과 이면裏面 +3 16.12.18 4,110 5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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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 요동搖動 +3 16.12.16 4,216 54 11쪽
35 34. 독대獨對 +3 16.12.16 3,975 58 12쪽
34 33. 사령주四領主 +4 16.12.16 4,047 52 10쪽
33 32. 국면局面 변화 +2 16.12.16 4,172 54 11쪽
32 31. 기품氣稟 +3 16.12.14 4,275 56 10쪽
31 30. 이황야 +2 16.12.14 4,213 58 11쪽
30 29. 은밀한 전운戰雲 +3 16.12.14 4,330 57 11쪽
29 28. 짧은 이별 +3 16.12.13 4,487 63 9쪽
28 27. 동서남북 +3 16.12.13 4,462 56 12쪽
27 26. 삼각과 사각 +4 16.12.13 4,307 61 10쪽
26 25. 가을밤의 격전 - 묵진휘 2 +4 16.12.11 4,284 54 10쪽
» 24. 가을밤의 격전 - 묵진휘 1 +3 16.12.11 4,027 59 11쪽
24 23. 가을밤의 격전 - 주은백 +2 16.12.10 4,222 60 9쪽
23 22. 가을밤의 격전 – 서은후 +2 16.12.10 4,177 58 10쪽
22 21. 가을밤의 정담情談 +2 16.12.09 4,562 57 11쪽
21 20. 결전의 그림자 +4 16.12.09 4,155 58 8쪽
20 19. 서은후와 주은백 +2 16.12.09 4,308 54 10쪽
19 18. 무림맹 결성 +2 16.12.07 4,475 56 11쪽
18 17. 사절四絶도 무한으로 +2 16.12.07 4,548 60 11쪽
17 16. 어지러워 지는 영웅대회 +2 16.12.07 4,613 5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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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 목걸이의 비밀 +2 16.12.07 4,670 5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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