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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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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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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6.12.0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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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6. 어지러워 지는 영웅대회

DUMMY

묵진휘 일행과 남궁이현이 친구가 된 그날 밤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예선 이조에서 파죽지세로 올라오던 북풍도北風刀 한선지가 무한 골목에서 심장이 검에 찔린 채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흉수의 흔적은 없었다. 북풍도 한선지는 북쪽 겨울의 찬바람 같은 강렬한 도법으로 길림성에서는 그 위명이 작지 않은 고수였다.

영웅대회를 주체한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에서 한선지의 죽음을 조사했지만 특별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한선지와 대결이 예정된 상대방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으나, 물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뻔히 자신이 흉수로 지목될 가능성이 많은 시점에서 그런 짓을 할 바보가 어디 있냐는 반론에 사건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하루를 쉰 다음날부터 영웅대회는 계속되었고 남궁이현은 예선 칠 차전도 무사히 승리했다. 이제단 한차례만의 예선전이 남아 있었다. 한선지 사건은 바로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런데 그날 밤 다시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예선 오조에서 우승후보 물망에 올랐던 진영권眞影拳 두일호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한선지 때와 똑같았다. 무한 거리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조수평에서는 여전히 예선 마지막 비무가 펼쳐지고 있었지만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장로들은 무한 시내에 있는 한 전각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흉수에 대한 단서를 잡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하오. 그 수법이 뛰어나오. 목격자도 없고자그마한 흔적도 남기지 않았소. 영웅대회 운영 및 경계업무에 많은 인력들이 동원돼 조사를 위한 인력이 많지 않소. 다시 각 문파와 세가에서 지원 인력을 충원해 조사를 하더라도 영웅대회 끝나기 전에 단서를 찾아 흉수를 밝힐 가능성은 많지 않소.”

영웅대회 경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종남의 유명일 장로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번 영웅대회 개최 전 무한으로 오던 참가자 10여 명이 기습으로 죽임을 당한 적이 있잖소? 아직 개방에서 어떠한 연락이 있는 것은 아니고, 어떤 증거가 있어 드리는 말씀은 아니오만 그 사건과 동일 흉수인 듯 하오”

제갈청이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하지만 그들이 과연 누구란 말이오? 정말 마교란 말이요?”

“아직 마교라는 증거는 없소. 증거 없이 마교를 운운하는 것은 혼란을 극대화하는 것이요. 어쩌면 흉수는 이런 혼란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르오”

“그럼 흉수가 이런 혼란을 노려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오?”

“허허~ 그걸 난들 알겠소?”

여러 장로들의 대안 없는 의견들이 전각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자~자~, 우선 영웅대회 진행 건부터 먼저 협의를 합시다. 오늘로 예선이 모두 끝나고 하루를 쉬고 본선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대로 계속 진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부터 의견을 모아봅시다.”

좌장 격인 소림의 무굉대사가 장내를 집중시키며 안건을 정리했다.

“당연히 영웅대회는 계속해야지요. 여기서 중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유명일의 말에 대부분의 장로가 동의했다.

“물론 영웅대회는 계속 해야지요. 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식적으로 여러분의 의견을 여쭤본 것입니다. 그럼 영웅대회는 계속하는 것으로 하고 다음 조치 사항에 대해 고견들을 부탁합니다.”

무굉대사가 다음 안건을 말했다.

“우선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경계를 강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본선이니 본선 진출자들은 조수평에 마련된 임시숙소에서 기거할 것입니다. 그곳을 집중 경계하면 아마 새로운 사고가 생기는 것은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 차분히 흉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야지요”

언제나 차분하고 침착한 제갈청이 말했다. 모두가 동의했기에 그렇게 하기로 하고 경계 운영방안 등 실무적인 논의가 계속되었다.


회의를 마친 전각 안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빠져나가 텅 비었다. 남은 사람은 제갈청이었다. 처음 영웅대회를 제안한 제갈가주 제갈군의 동생이었다. 그도 형 못지 않게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성격도 차분했다.

제갈청은 영웅대회를 그냥 진행시키는 것 외에 현재로선 다른 대안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약간의 회의를 느꼈다.

‘이대로는 안된다.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개최한 영웅대회가 오히려 우리들의 위신을 땅으로 추락시킬 수도 있다. 그것을 바라는 거대한 배후세력이 분명히 있다. 뭔가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해.’

제갈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예선 팔 차전이 모두 끝나고 사람들이 조수평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하루를 쉰 뒤 본선이 치러지게 되어있다. 예선 팔 차전을 거쳐 십육 명의 조별 우승자가 뽑혔다. 본선 일 차전은 예선 우승자 십육 명과 구파일방, 오대세가 및 해남파를 제외한 유수 문파의 후기지수들 십육 명과 치러진다. 거기에서의 승자가 구파일방, 오대세가 및 해남파의 후기지수들과 본선 이 차전을 치러는 것이다. 본선 진출자들은 내일 조수평 인근의 임시숙소로 거처를 옮기도록 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조수평에 묵진휘 일행과 남궁이현이 서있었다.

이제 친구가 된 넷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허물없이 서로 하대하였으며 농담은 물론이고 심지어 장난을 치기도 했다.

친구가 되면서 남태혼의 서홍 놀리기 주제가 변했다. 이전에는 양상군자 등등 서홍의 월담이 놀리기 주제였다면 지금은 서홍을 남궁이현에 빗대어 놀리는 것이다.

“이현, 예선 육조 우승을 축하하네. 서홍 자네의 영웅대회 미참가 결정도 탁월한 선택이었네.”

남태혼이 남궁이현의 예선 육조 우승에 빗대 서홍을 놀렸다. 하지만 서홍의 버럭 거리던 이전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응수했다.

“어허~ 친구를 놀리는 것은 소인배나 하는 짓이라네 이 사람아. 자네도 이현 이 친구를 조금이라도 본받아 이제는 바른길로 오시게. 선비가 길을 가다 세 사람을 마주치면 그 중 한 명의 스승을 만난다 하지 않든가. 길거리에도 많은 스승이 있거늘 하물며 여기 스승 같은 친구가 있는데 어이 배우지 않을 수 있는가?”

서홍이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응수하자 묵진휘는 웃고, 남궁이현은 얼굴이 붉어졌으며 남태혼은 어이가 없어졌다.

“이현 자네가 책임지게. 사람 하나를 이렇게 버려 놓았으니 이제 어쩔 것인가?”

이번에는 남태혼이 남궁이현을 바라보며 책임을 추궁했다.

남궁이현은 손사래를 치며 자신의 책임이 아님을 강조하려 했으나 말로서는 아무런 응수도 못했다. 진지한 평소의 달변은 어디로 가고 농담에는 눌변을 넘어 젬병이었다.

“이번 일련의 사건에 대해 영웅대회 주최측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묵진휘가 남궁이현에게 물었다.

“협의를 하시는 모양인데 별다른 단서도 없고 특별한 대책도 없어 답답해 하시는 모양이네”

남궁이현이 답답하다는 듯이 답하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데 예선전을 쭉 관람해온 집안 사람들이 조금 이상한 느낌을 가지는 모양이네. 이번 예선 각 조의 우승자 상당수가 전혀 이름을 알 수 없는 무명인데 무척 기도가 날카롭고 강하다는 거야. 그 정도 실력이면 이미 한 지방에서 상당한 이름을 얻었을 수준인데 전혀 이름없는 강호 초출로 보인다는 거지. 게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더군.”

“그게 뭔가?”

서홍이 다그쳤다.

“우승자 상당수에게서 흐릿하지만 공통점이 느껴진다는 거야. 우리 세가 출신의 무인들도 비록 그 개개인이 배우는 세가의 무공이 다르고 교관이 달라도 공통된 뭔가가 있거든. 딱히 꼬집어 얘기하긴 곤란하지만 기도의 분위기라던가 그런 게 비슷해져. 그래서 사람들이, 남궁세가 무인이군 하곤 그래. 그런데 예선 우승자들 상당수에게서 그런 비슷한 분위기의 기도를 느끼는 모양이야. 물론 그렇다고 이것이 명백한 것은 아니야. 그저 그런 느낌이 든다는 거지”

남궁이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군”

남태혼이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신중하게 말했다.

“왜 죽고 죽이는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걸까?”

묵진휘가 조금은 뜬금없이 혼잣말로 물었다.

“욕심 때문이지 뭐겠나?”

서홍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누구 욕심?”

남태혼이 물었다.

“그걸 낸들 어떻게 알겠나? 다만 어떤 집단 수뇌의 욕심 때문인 게지. 생각해보게. 이번 영웅대회는 왜 열렸겠는가? 이현 자네에게는 미안한 얘기네만, 구대문파와 오대세가가 자신들의 위상과 귄위를 보여주고자 개최하지 않았겠나? 그럼 이번 일련의 습격과 사고들은 무엇일까?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의도대로 영웅대회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하려는 어느 집단 수뇌의 의도 때문이지 않겠나? 결국 집단 수뇌들간의 의도들이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고 그 의도들은 대부분 욕심에 바탕을 든 것들이지. 그 사이에서 죽어가는 것은 수뇌들이 아니라 졸개들이고. 언제나 세상은 그런 거라네”

서홍이 자조적으로 얘기했다.

나머지 셋은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다. 서홍의 얘기는 얼핏 당연한 얘기였고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얘기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어떤 사건을 맞이해서 그 본질을 곧바로 들여다보지 못한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현상 그 자체에 우선 주목하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으면 나무들만 보이지 언제나 숲은 보기 어렵다.

남궁이현은 이번 영웅대회에 참여하고 난 후, 구대문파와 오대세가가 무가武家로서의 초심을 잃어버린 듯해 씁쓸해 했었는데 서홍의 얘기를 듣고 나니 그것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욕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더욱 씁쓸해졌다.

묵진휘도 산에서 살아왔지만 세상사 욕심이 문제임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묵진휘가 알고 있었던 욕심은 책에 나와있는 추상적 욕심이었고 인간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욕심이었다. 지금 서홍이 얘기하는 것은 특정 수뇌의 욕심이다. 그것이 복잡하게 꼬여 커다란 문제를 야기하는 문제의 본질이란 지적은 묵진휘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남태혼은 남태혼 대로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넷은 말없이 조수평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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