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시작_1%

벙어리 왕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Minato
작품등록일 :
2016.04.07 00:51
최근연재일 :
2019.11.08 21:03
연재수 :
7 회
조회수 :
70,484
추천수 :
2,438
글자수 :
32,522

작성
16.04.14 00:20
조회
1,362
추천
36
글자
16쪽

1. 말을 못하는 것이지 생각을 못하는 게 아니다 (4)

DUMMY

종교 따위 믿지 않는 주제에 그는 누구보다 절박하게 신을 부르짖었다. 차라리 이참에 출가나 할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인간 밑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한단 말인가. 그래, 차라리 속세를 떠나 수도원 같은 곳에서 한평생 벽이나 보고 사는 것이 나을지도 몰라. 그런 극단적인 생각에 빠져들고 있음을 알 리 없는 마티올라는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쐐기를 박았다.



“에이, 패트시아. 이 사람아. 당연히 진담이지. 이렇게나 열심히 일했으면 이제 나 자신에게 선물을 줄 때도 되었잖아.”



퍽이나 거창하십니다. 툭 튀어나올 뻔한 비아냥거림을 가까스로 되삼킨 패트시아가 체념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섬을 직접 찾아가겠다는 말씀이시군요.”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말이 통하긴 뭐가? 울컥한 눈으로 마티올라를 보던 패트시아가 문득 표정을 달리했다.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하던 그가 한결 침착해진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마티올라 님. 그곳에 편지를 받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막 종업원에게서 맥주가 가득 찬 잔을 받은 마티올라가 그대로 마시려다가 멈칫했다. 출렁이던 맥주가 약간 넘쳐서 잔의 표면을 타고 흘러내렸다. 미지근하고 끈적끈적한 맥주가 손가락을 적시는 것도 모르고, 마티올라는 패트시아를 응시했다.



“무슨 소리야?”


“로르망드가 떠남과 동시에 디스크리티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티올라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유폐된 왕녀를 임펠로 데려오기 위해 빈의 후계자가 직접 나섰습니다. 최근 토리안 저택을 찾아 직접 들은 내용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보고서 올렸는데 못 보셨습니까?”



그야 마티올라는 격동의 시간을 보내느라 보고서를 전달받지 못했다. 본국으로 올리진 않았을 테고, 아마 바다 속에 가라앉은 블루루프호 객실 어딘가에 전달되었겠지. 마티올라가 눈살을 찌푸렸다.


임펠이 히스비아의 침략에 무너지고 십여 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임펠의 다양한 세력들이 히스비아에게 반항을 했는데, 대표적인 두 레지스탕스가 바로 오버턴과 디스크리티였다. 그나마도 오버턴은 최근 그곳 대장인 모르단의 죽음으로 사실상 와해가 되었다. 남은 세력은 디스크리티였다. 다만 호전적인 오버턴과 달리 디스크리티는 보다 신중하고 기회를 엿보는 자들이었다.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음지에서 활동했던 것이다. 때문에 디스크리티는 여태 히스비아와 직접적인 충돌도 없었고, 그 존재감을 강하게 피력하지도 않았다.


그들이 나섰다면 이번에야 말로 결판이 날 것이다. 오버턴의 자잘한 테러나 암살과는 차원이 다를 게 분명했다. 무려 십여 년을 준비한 반격일 테니까. 어쩌면 아까 막연하게 언급했던 블루루프호의 침몰 원흉과도 연관되었을지 모른다. 하기야 로르망드가 떠나고 임시로 그 자릴 이어받은 히스비아 귀족이 완전 햇병아리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을 테니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을 테지. 마티올라는 들고 있던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그 손짓이 조금 거칠었던 까닭에, 내용물이 바깥으로 튀었다.



“잊혀진 섬에서 들어오는 배가 정착할 곳이라면 나이신 항구인가. 코로나가 나이신과 가까워서 다행이군. 지금 출발하면 족히 하루 이상은 걸리겠지만, 왕녀를 마중 나간 인원이 적진 않을 테니 근방을 물색하면 금방 행적을 찾을 수 있겠지.”



마티올라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맥주를 두고 몸을 일으켰다. 패트시아가 당혹스러운 눈으로 그를 쫓았다.



“잠깐, 마티올라 님! 설마 지금······”


“말했잖아. 이제 난 편지배달부라고.”



마티올라가 곁에 벗어두었던 외투를 집어 들었다. 종업원이 계산을 위해 다가왔다.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 종업원에게 던져준 그가 외투를 걸쳤다.



“반드시 전달해야 할 편지가 있는데 마침 그녀는 몹시 불안정한 상태일 테지. 편지는 그녀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좋은 수단 중 하나거든. 그러니 난 무조건 배달을 해야겠어.”



덩달아 몸을 일으킨 패트시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째서 불안정하겠습니까, 임펠의 귀족들이 알아서 귀히 모실 텐데요.”



디스크리티는 왕녀를 옹립하는 임펠 귀족들이 주축이다. 그들이 신중을 기한답시고 그리 오랜 시간 숨죽인 것도, 왕녀의 성장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까닭이리라. 임펠 왕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적통 왕족이니 기대가 만만치 않았다. 당연히 귀하게 대접할 것이다. 빈의 후계자를 보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했다. 패트시아의 물음에 마티올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내내 보였던 태평하고 가벼운 태도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그의 표정은 냉담했다.



“귀환이 그녀의 의지였을 리가 없으니까.”





-





히스비아는 침략자고, 임펠은 정복되었다. 그러나 독립을 위해 임펠인들은 굴하지 않고 싸웠다.


그리 간단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모든 레지스탕스는 아군이고, 모든 임펠인들에게 히스비아는 적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성립했다면 얼마나 쉬웠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게 간단한 몇 개의 공식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가령 아마릴리스를 마중 나온 저 락스퍼만 보아도 그러했다. 그는 임펠 왕가에 호의적이지 않지만 임펠의 독립을 바라고, 왕녀를 지지하지 않지만 디스크리티와 손잡았다. 지금은 독립을 위해 뜻을 모았으나 빈 가문은 로르망드가 이곳을 다스릴 때 그 밑에서 숨죽이던 가문 중 하나다. 아마릴리스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파도가 쳤는지,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녀를 데리러 온 배는 크지 않았다. 여객선 같은 거창한 무언가를 바라지 않았던 그녀는 순순히 작은 배에 올랐다. 개인실이랍시고 주어진 방은 형편없이 작고 협소했으나 그도 괜찮았다. 배는 작은 너울에도 크게 요동쳤지만 견딜만했다. 다 괜찮았다. 다. 아마릴리스는 두 손을 맞잡았다. 다, 괜찮아야했다. 어금니를 깨물며 떨림을 억누르던 아마릴리스가 심호흡을 하며 곁에 두었던 서신을 집어 들었다. 아까 락스퍼가 건네준 것이었다.


서신은 그녀가 익히 아는 사람이 보내온 것이었다. 길지 않은 서신 말미에 ‘예르가나’라고 적혀 있는 서명을 확인한 아마릴리스가 깊은 숨을 내뱉었다. 서명이 적혀있는 부분을 쓸어내리는 손끝이 살짝 떨렸다. 예르가나. 유독 심하게 히스비아의 감시를 받는 예르가나의 처지를 알고 있다. 때문에 서신 하나 보내는 것도 쉽지 않아, 몇 년에 한 번 겨우 받았었다. 그조차도 길게 쓰지 못한 짤막한 안부인사와 격려였다. 그때는 히스비아의 눈길을 피하느라 어쩔 수 없는가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편히 건넬 수 있는 서신조차 이리 간명한 걸 보면 본래 성격이었던 것 같다. 아마릴리스는 우는 듯 웃는 듯 입매를 끌어올렸다. 예르가나. 토리안 가문의 백작대부인인 그녀는 아마릴리스의 대모이기도 했다.


왕녀 전하의 귀환을 고대하고 있었다. 직접 마중 나가지 못함을 용서해 달라. 왕녀 전하가 임펠을 밝힐 유일한 불꽃이다. 무사히 도착하시길 기도하겠다······.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서신이었다. 특별히 거창한 미사여구가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문장들. 그럼에도 이 글자들이 제 숨을 턱턱 조여 오는 것만 같았다. 아마릴리스는 십 년 전에 보았던 제 대모의 모습을 회상해보려 노력했다. 지금은 더욱 늙었겠지. 아름다운 머리칼은 백발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아하고 기백이 넘칠 것이다. 아마릴리스는 어린 시절부터 예르가나를 존경했고, 그녀처럼 되고 싶어 했었다. 그래서 그녀가 제 대모가 되어준다고 했을 때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지금 이런 모습을 예르가나가 본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다. 아마릴리스는 서신을 접었다. 반쯤은 오기로 첨탑에서 나왔다. 단단한 벽돌바닥을 밟다가, 정말 오랜만에 밟은 흙바닥의 느낌은 이상했다. 겨우 첨탑 바깥으로 한 걸음 내딛어서도 그리 화들짝 놀랐는데 하물며. 하물며······. 아마릴리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중요한 것은 환경 같은 게 아니었다. 낯선 풍경이나 달라진 잠자리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초 그녀가 첨탑을 나설 때 그리도 놀라고 경직되었던 까닭은······.


똑똑



“왕녀 전하. 마란타입니다.”



굳게 닫힌 문을 응시하던 아마릴리스가 근처에 놓인 협탁을 손으로 툭툭 때렸다. 곧이어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무언가를 품에 돌돌 말아 안은 마란타가 조심조심 들어와 문을 닫았다.



“곧 하선을 한다고 합니다. 치안이 좋지 않으므로 망토와 후드로 외관을 가리셔야 합니다.”



마란타가 들고 온 것은 검녹색 후드와 망토였다. 특별한 무늬나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었으나 재질은 좋아보였다. 첨탑에는 저런 것이 없었으니, 아마 이곳에서 받아온 것이리라. 아마릴리스는 마란타의 손에 들린 것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임펠로 돌아왔다. 저것을 보니 그것이 실감났다. 곧 땅을 밟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마주해야 하리라. 수많은 사람들의 눈빛이 뇌리에서 선연하게 살아났다.



「형을 집행하라!」



웅웅거리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것이 울리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심장이 조금 빨리 뛰기 시작했다. 아마릴리스는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었으나, 떨림은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눈에 보일 정도로 심해졌다. 망토를 펼쳐들던 마란타가 놀라서 그것을 내려놓고 다가왔다.



“왕녀 전하!”



몇은 공포에 떨고, 몇은 체념했다. 몇은 즐거워했고, 몇은 비난했다. 몇은 슬퍼했고, 몇은 조롱했다. 숱한 목소리와 시선들을 받으며 사형대로 향하던 왕자는 스치듯 제 누이를 돌아보았었다. 그녀를 꼭 닮은 물빛 눈동자였다. 그 순간 그가 느끼고 있을 감정을, 그녀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왕녀 전하, 부디 절 보십시오.”



아마릴리스의 눈동자가 느리게 움직였다. 걱정 가득한 마란타의 눈동자가 지척에 있었다. 아마릴리스는 드레스 자락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천천히 손을 앞으로 내미니, 마란타가 조심스럽게 그 손을 잡아주었다. 차갑게 식었던 손에 점차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거세던 떨림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말없이 아마릴리스의 손을 잡아주던 마란타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좀 괜찮으십니까?”



아마릴리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란타의 손은 거칠고 투박하다. 아마릴리스를 대신해 온갖 잡일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늘 따뜻했다. 그리고 언제나 필요할 때 돌아보면 곁에 있었다. 마란타는 말문을 닫아버린 어린 왕녀의 손을 잡고, 누구도 따라 들어가려 하지 않았던 첨탑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었다. 아마릴리스는 마란타에게 가까스로 미소를 지어주었다. 첨탑을 처음 들어갈 때도, 몇 번이나 휘청거리던 그녀를 유일하게 잡아주던 이가 바로 마란타였다. 여전히 아마릴리스의 손을 잡은 상태에서 가만히 그녀를 살피던 마란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마릴 전하.”



아마릴리스가 여덟 살 때부터 곁을 지켰다. 이젠 스물한 살의 어엿한 숙녀라고는 해도, 마란타의 눈에는 여전히 어리고 지켜줘야 할 왕녀였다. 사실 마란타의 나이도 기껏해야 스물일곱에 불과해, 크게 나이차가 난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왕녀의 어린 시절을 돌봐온 세월이 길다는 점이 마란타에게 더욱 큰 책임감을 주었다. 마란타는 아마릴리스가 유일하게 마음을 열고 믿는 사람이 오직 제 자신뿐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허락하신다면 하선할 때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마릴리스는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창백했던 안색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서야, 아마릴리스는 마란타의 손을 놓았다. 마침 바깥이 부산스러운 것 같았다. 배가 선착장에 들어서고 있는 모양이었다. 망토를 두르고 후드를 깊게 눌러쓴 아마릴리스가 문 앞에서 심호흡을 했다. 후드를 쓰니 시야의 많은 부분이 차단되었다. 조금만 더 눌러썼다간 아예 발치만 보일 것이다. 이 좁은 시야라면 밖을 나가서 버틸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문을 열고 나가니, 때마침 그녀를 데리러 온 락스퍼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에스코트를 하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 마침 주변에 다른 보는 눈이 없었기에, 아마릴리스는 거리낌 없이 그의 청을 거절할 수 있었다. 보는 눈이라도 있었으면 락스퍼의 호의를 무시하기도 애매했을 텐데, 참 다행이었다. 마침 마란타가 쪼르르 나와 아마릴리스의 곁에 섰다. 마란타의 손을 잡고 나서는 아마릴리스의 모습에 락스퍼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계단 조심하십시오, 왕녀 전하.”



아마릴리스가 후드를 푹 눌러쓴 것을 염두에 둔 까닭인지, 곁에 선 마란타는 세세하게 주변을 살폈다.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갑판까지 나오는 건 금방이었다. 닻을 내리고 발판이 놓일 때까지, 아마릴리스는 곧게 허리를 펴고 기다렸다. 온통 천으로 꽁꽁 싸맨 상태로 시녀의 에스코트를 받는 왕녀라니. 함께 배를 탔던 병사들은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이었다. 락스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내려도 좋다는 신호를 확인한 시녀가 아마릴리스를 안내했다. 그녀는 발치만 내려다보며 걷고 있었는데, 너무 조심스러운 나머지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락스퍼는 갑판 난간에 기댔다. 선착장에는 이미 디스크리티의 다른 사람들이 왕녀를 마중 나와 있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발판 앞에서 서성이는 게 보였다. 상기된 표정으로 숨죽이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락스퍼는 코웃음을 쳤다. 왕녀는 아직 저들의 존재를 모르는 것 같았다.


애초에 아마릴리스는 첨탑을 나오는 순간부터 병사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십 년 동안 첨탑에 갇혀 있어서 그런 모양이지. 탑 밖을 나오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저리 낯가림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을 것이다. 당초 기대도 없었다지만 직접 눈앞에 두고 보니 아주 가관이었다. 저 왕녀에게 임펠의 독립을 맡기겠다고? 그는 유독 왕녀의 존재를 피력하던 토리안의 예르가나를 떠올렸다. 그리 대단하다고 명성이 자자한 예르가나도 늙으니 판단력이 흐려진 모양이다.



“왕녀 전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상념에 잠겨 있던 락스퍼가 고개를 들었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은발이 보였다. 진한 회색빛 눈동자를 가진 사내가 환한 얼굴로 나서고 있었다. 락스퍼는 아낌없는 비웃음을 흘렸다. 틀림없이 왕녀는 질색하며 저 치를 뿌리치겠지. 아니면 아예 못 본 척 외면해버릴 지도 모른다. 락스퍼가 흥미진진한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마침내 선착장의 땅을 밟은 왕녀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은발의 사내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이포크 가문의 ‘로단테 E. 이포크’입니다. 임펠 제1 왕녀 전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를 따라 뒤에 서 있던 다른 이들도 인사를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락스퍼 또한 슬슬 배에서 내리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러는 사이 왕녀는 자신에게 인사 하는 사람들을 보려는 듯 조금 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내내 그녀를 주시하고 있던 락스퍼는 순간 저 가냘픈 몸이 미미하게 휘청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왕녀가 완전히 고개를 들고 정면을 응시하는 게 보였다.



“안전하게 모실 수 있도록 만전을 기······ 왕녀 전하!”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건네던 로단테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무릎을 꿇고 있던 그가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멀찍이 떨어져 있던 락스퍼 역시 낮게 욕설을 내뱉으며 왕녀에게 달려갔다.


왕녀의 몸이 앞으로 푹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 개표 구경하다가 늦었네요; 넘나 꿀잼이어서 그만......

* 이벤트는! 아쉽지만 실패했습니다. 음....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진 않으신 관계로(..) 연재는 당초 생각했던 주기대로 진행하도록 할게요:) 바쁘신 와중에 참여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당분간은 연재주기를 일요일/수요일로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일요일에 뵈어요!


쿠리오 님/ 하하, 이벤트는 성황...리에 마무리 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주신 것 같아 혼자 기뻐하는 중입니다. 하하. 락스퍼는...사실 곰 같이 생긴 건 아니지만, 체격이 좋은 편이랍니다. 뭐랄까, 곱상하기보단 남자답게 선이 굵은 편이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37 시도니아
    작성일
    16.04.14 09:23
    No. 1

    왕자가 뭔가 일그러진 집착을 할줄알았는데...아칸더스처럼...
    개그캐로 쭉가는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쿠리오
    작성일
    16.04.14 19:44
    No. 2

    미나토님 글은 꽃미남이나 패션근육스러운 남주로 항상 묘사가 되던 기억이라... 남자답고 건강한 캐릭이라니 남주가 아닌가 싶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4 다크기사
    작성일
    18.03.02 18:47
    No. 3

    위기다 위기... 계속 읽을 위기 ㅋㅋ 작가님 전작들이 계속 읽어보게하네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벙어리 왕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공지 +1 19.11.08 92 0 1쪽
6 출간 관련 공지 +1 19.01.09 291 0 1쪽
» 1. 말을 못하는 것이지 생각을 못하는 게 아니다 (4) +3 16.04.14 1,363 36 16쪽
4 1. 말을 못하는 것이지 생각을 못하는 게 아니다 (3) +3 16.04.13 1,468 36 13쪽
3 1. 말을 못하는 것이지 생각을 못하는 게 아니다 (2) 16.04.12 1,678 38 12쪽
2 1. 말을 못하는 것이지 생각을 못하는 게 아니다 (1) +3 16.04.10 1,861 46 11쪽
1 0. 전하를 모시러 왔습니다 +8 16.04.07 2,924 54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