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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공방

좀비 아포칼립스의 1성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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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20 00:03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997
추천수 :
9
글자수 :
33,728

작성
24.09.20 00:03
조회
26
추천
1
글자
7쪽

의뢰

DUMMY

"혹시 집에 무기로 쓸만한 물건이 있습니까?"


내가 별다른 망설임 없이 도움 요청을 승낙하는 듯 하자 잔뜩 굳어 있던 아줌마의 얼굴이 조금 환해진다.


"네! 식칼 같은 것도 있고 망치도 있어요!"


물론 내 경험 상 좀비를 상대하는 데는 날 붙이 보다 둔기가 효과적이었다.


"그러면 일단 망치 좀 가져다 주세요."


그렇게 말한 나는 반쯤 열려 있던 문을 잡아 당기며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러자 엉망으로 어질러진 내부의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기 저기 흩뿌려진 핏자국과 부서지고 깨진 잡동사니들이 마치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려주려는 듯 저마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집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자 마자 들리는 익숙한 소음 역시 나를 반겨주는 요소였다.


그어어어~ 카가각! 카각!


이곳이 우리 집과 똑같은 구조라면 화장실이 있을 만한 곳에서 좀비의 것으로 추정되는 소음이 들려온 것이다.


"저희 남편이에요. 잠깐 무슨 일인지 좀 보고 온다고 하더니 저렇게 됐어요."


이런... 이렇게 되면 아직 무덤에서 튀어 나온 마지막 좀비는 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두 번째 희생자를 맞닥뜨린 셈이다.


한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아줌마도 상당히 특이했다. 낯선 사람인 내게 좀비로 변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자기 남편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멀쩡한 사람이자 가족의 구성원이었던 남편을 이토록 쉽게 포기하는 게 당연한 걸까? 혹시 좀비 바이러스를 고칠 수 있는 백신 같은 것이 개발될지도 모르는데?


나는 어느새 망치를 들고 온 아줌마를 잠시 바라보다 툭 하고 질문을 던졌다.


"얼굴에 그거, 좀비한테 물린 거죠?"


그러자 핏기가 사라진 것처럼 얼굴이 허옇게 변한 아줌마가 애써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한데 아직 어떤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에요. 어쩌면 전 좀비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사람인지도 몰라요."


물론 그녀의 말대로 정말 그녀가 좀비 바이러스 면역자일 가능성도 있었다. 물린 상처가 저렇게 확연한데도 그녀에게선 아직 어떤 이상한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에 내가 그녀를 향해 다시 말을 이었다.


"정말 그런 거라면 운이 많이 좋으시네요."


그러자 그녀가 안심한 듯 잠시 멈춰 있던 손을 내밀어 내게 망치를 넘겨준다.


전문 공사 현장이 아닌 이런 가정집에서나 쓸법한 아주 작은 가정용 망치였다.


그런데 고작 손가락 두 개를 합쳐 놓은 듯한 크기의 작은 쇳덩이가 달린 망치를 들었을 뿐인데도 역시나 맨손일 때보다는 훨씬 안정감이 든다.


덕분에 조금 더 힘을 낸 내가 천천히 문 손잡이를 돌리는 찰나, 이에 호응하듯 안쪽에서도 더욱 격한 반응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어어어~ 카가각! 카가각!


아무래도 좀비는 인간의 접근을 알아채는 별도의 감각이라도 있는 모양이었다.

상대의 격한 반응에 잠시 호흡을 고른 나는 녀석이 다시 한번 요란스럽게 문을 긁어 대는 찰나 그대로 벌컥 문을 열어 젖혔다.


쿵!!


마치 돌진하듯 갑자기 문을 열어 젖힌 내 행동에 균형을 잡지 못한 좀비 녀석이 그대로 쓰러져선 바닥을 뒹구는 것이 보이자 이번엔 망치를 들고 있는 내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퍽! 퍽!


하지만 아쉽게도 이 작은 망치가 주는 타격은 너무 약했다.

빠르고 강하게 내려치는 작은 쇳덩이를 이겨내지 못한 녀석의 머리통이 푹푹 파이긴 했지만 고작 그 정도로 끝낼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던 것이다.


터업!


결국 놈은 내게 연신 타격 당하는 와중에도 끝내 손을 뻗어 내 팔뚝을 잡는데 성공했다. 그리곤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입을 가져다 대려고 하는데 녀석의 손에 잡힌 팔뚝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마치 공업용 프레스기에 눌린 듯 강렬했다. 쇳덩이를 휘게 만드는 프레스기처럼 녀석이 가진 강한 악력이 내 팔뚝을 그대로 쥐어 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고통을 느끼는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망치를 휘둘러선 녀석의 머리통을 연신 내리쳤다. 옆통수 뒤통수만 내리쳐선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 같자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안면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고.


퍽! 따악! 뿌득!


안면 여기저기를 타격하며 녀석의 머리통을 밀어내던 내 망치가 마침내 녀석의 입에 틀어 박히는 순간, 녀석의 누런 이가 그대로 부서져선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그러자 그 광경이 너무 끔찍했는지 내 뒤에서도 헛바람을 집어 삼키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흐읍!"


내가 휘두르는 망치에 정신 없이 얻어 맞아 얼굴 꼴이 말이 아니게 된 이 좀비가 그녀의 남편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지금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빨리 이 좀비를 끝장내 진정한 안식을 선사해 주는 것 뿐이었고.


이에 이를 악문 내가 더욱 열심히 망치를 휘두르자 그 정신없는 타격에 밀려나 나를 제대로 물지 못하고 있던 좀비의 머리통이 어느 순간 푹 하고 들어갔다. 머리를 감싼 두개골 여기저기에 손상이 생기다 다수의 관통상을 버티지 못한 녀석의 두개골이 통째로 무너져 버린 것이다.


결국 그 다음은 물컹한 안쪽을 몇 번 더 내리치는 것으로 격렬했던 싸움도 끝을 맺었다. 머리 안쪽까지 곤죽이 되어버리자 마침내 좀비 녀석 역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축 늘어져 버리고 만 것이다.


싸움이 끝났음을 깨달은 내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녀석이 끝까지 놓지 않던 팔뚝을 바라보자, 시퍼렇다 못해 검게 변해있던 팔뚝의 색이 천천히 돌아오는 것이 보인다. 내가 가진 '재생'이라는 능력이 영웅전쟁에서 뿐만이 아닌 현실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능력이라면 확실히 어지간한 일로는 죽을 일이 없을 듯 했다. 이에 작은 기쁨 비슷한 것을 느낀 나는 다친 몸 만큼이나 빠르게 회복된 체력으로 인해 금세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조금의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는 좀비를 다시 한번 살피곤 좀비의 피와 살점으로 엉망이 된 옷을 툭툭 털어 내며 아줌마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장례식은 나중에 치르시더라도 일단 이 몸부터 덮게..."


하지만 그렇게 고개를 돌린 나를 기다리는 건 남편을 잃은 아줌마의 슬픈 얼굴이 아니었다.


"끄흑~ 으윽~"


마치 몸에 경련이라도 일어난 듯 거실 바닥에 누워선 사지를 열심히 비틀어 대고 있는 아줌마. 그녀가 운이 좋아 좀비 바이러스에 면역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냥 좀비로 변하는 속도 자체가 그리 빠르지 않았던 것 뿐인 모양이었다.


그 안타까운 모습에 나지막한 한숨을 내쉰 내가 열심히 몸을 꼬고 있는 아줌마에게 다가가는 찰나 놀랍게도 아줌마가 그 상태에서 나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끄륵~ 우리... 아이.. 끄흑... 정아...가...옷...장..."


아줌마가 남편이었던 좀비를 빠르게 해치우고 싶었던 이유.

그건 어쩌면 그녀가 이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고 싶어했던 아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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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좀비 사태 +1 24.09.15 54 1 8쪽
8 영웅 김우진 +1 24.09.14 77 2 8쪽
7 종말 +2 24.09.12 85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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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는 여기 살아있다. +1 24.09.10 104 1 9쪽
4 몬스터 사냥 24.09.10 114 0 8쪽
3 첫 전투 24.09.08 122 0 7쪽
2 영웅전쟁 24.09.07 143 0 8쪽
1 휴거 24.09.05 16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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