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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공방

좀비 아포칼립스의 1성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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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33
추천수 :
7
글자수 :
30,462

작성
24.09.05 22:14
조회
140
추천
0
글자
7쪽

휴거

DUMMY

아침부터 아파트 단지를 감싼 불길한 안개.


내 불안감을 자극하며 끈적끈적하게 창문에 달라붙는 저 기묘한 안개 덕분에 나는 계속 창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눈에 비치는 건 뿌연 안개만이 아니었다.


뿌연 안개에 휩싸인 십여개의 무덤.

사실 저 무덤들이 이 멀쩡한 아파트 단지를 나 같은 불우 이웃도 살 수 있는 저렴한 곳으로 만들어준 주역들이었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 단지 뒤쪽의 110동은 전부 저 무덤쪽으로 창문이 나 있어 같은 아파트 내에서도 유난히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고.

누군가가 흙으로 돌아간 저 흔적이 우리 아파트 단지를 '투자자들의 또 다른 무덤'으로 만든 덕분에 나 같은 별 볼 일 없는 인생에게까지도 차례가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무리 이곳이 투자 가치가 없는 곳이라 해도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생활 공간이면 가진 것을 모두 잃은 내겐 그저 감지덕지한 곳이었지만.


그런데 지금은...


"저게 뭐지?"


아무도 대답해 줄 이가 없는 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목소리를 낼 만큼 지금 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기괴했다.


돌연 무덤 위로 솟아난 나뭇가지들.

거리가 멀어서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 시커먼 나뭇가지들은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던 것들 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순간에 솟아난 나뭇가지들이 이번엔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낭창하게 휘어진 가지 중간이 부러질 듯 꺾여선 그 끝이 그대로 땅에 처박혀 버린 것인데 아무래도 그 모습이 이상했던 나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 핸드폰 카메라로 그 모습을 확대해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희뿌연 안개 너머의 끔찍한 존재가 카메라를 통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람 팔?"


시커멓게 보이는 피부 때문에 나뭇가지로 보였을 뿐 카메라속 저건 분명 살점이 덜렁거리며 붙어있는 사람의 팔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주변 땅을 연신 훑어 내리던 시커먼 나뭇가지 같은 팔 끝에서 마침내 둥근 뿌리 같은 무언가가 쑥 하고 튀어 나왔다는 점이었다.


머리... 그래 저건 사람의 머리였다.

아니, 시체의 머리라고 해야 하나?


머리카락이 조금 붙어 있는 살점과 뻥 뚫린 양 눈 구멍을 가진 시체의 머리에선 녀석이 움직임과 동시에 작은 살점 조각에 의지해 간신히 붙어 있던 턱 뼈가 떨어져 나갔지만 녀석은 이에 개의치 않고 제 몸을 무덤에서 꺼내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 모습을 보며 작은 침음성을 흘린 내가 또 다른 무덤 쪽으로 카메라를 돌리자 그곳 역시 남은 살점이 거의 없는 시체가 기어 나오고 있었다.


휴거...


군대 훈련소에서 초코파이 한 상자로 나를 이끈 인정 넘치는 교회 목사님의 '지구 최후의 날' 그러니까 '휴거'라는 게 찾아오면 죽은 자들이 되살아 난다든 말이 떠오르는 순간 나는 망설이지 않고 집을 나섰다. 어차피 세상이 망해버린 것이라면 이대로 그냥 가만히 집에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대신 내 인생을 망쳐 놓은 신이라는 작자에게 대들어 보고라도 싶었기 때문이다.


한데 그렇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한 내가 열심히 계단을 내려가는 사이, 신이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면 찾아오기 힘들었을 갖가지 불행들이 다시금 내 머릿속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에게 배신 당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지지리 가난했던 내 어린 시절.

그 숨길 수 없는 가난이 불러온 친구들의 괴롭힘.

그 괴롭힘을 끝내기 위해 맞서 싸웠던 내가 봐야만 했던 무릎 꿇은 아버지의 모습.

그 무력한 아버지의 모습이 싫었던 내가 선택한 특전사의 길과 그 곳에서의 인명 사고.


결국 그 모든 아픔을 잊고자 지방 공장에 취업했던 내가 맞이한 그곳 회사 동료 출신 아내의 바람.

이후 내 이혼 소식에 쓰러지신 어머니의 사망과 그런 어머니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어머니를 뒤따라 가신 아버지까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지만 나 만큼은 겪고 싶지 않았던 그 불행들이 연이어 불어 닥친 지금의 내 삶은 그저 악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설사 지금 이 순간이 세상을 멸망 시키는 신의 첫걸음 일지라도 그런 신에게 대들어 보고 싶을 만큼...


훅! 훅!


군을 나온 지는 제법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체력 만큼은 누구에도 뒤지지 않았기에,

나는 숨만 조금 가빠진 채 계단을 날듯이 뛰어 내려가선 끝내 아파트 단지 외곽에 도달했다.


그러자 어느새 아파트 단지 울타리까지 다가온 시체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온다.

심지어 아까 핸드폰 카메라로 줌을 당겨서 보았을 때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던 섬뜩함까지 그대로 전해져 왔고.


물론 이건 어디 까지나 내가 이 썩다 만 시체들을 두려워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인간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느끼는 죽음을 향한 거북한 감정일 뿐.


한데 내가 그렇게 잠시 멈춰서 있는 사이 놈들이 붙잡고 흔들어 대던 아파트 쇠 울타리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부러지기 시작했다.

본래 근력이라는 게 몸에 붙어 있는 살점인, 근육이 내는 힘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저들의 썩다 만 몸뚱이에서 나오는 힘이라고 믿기 힘든 수준이었다.


이에 나는 잠시 이 세상을 끝장내려는 하늘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 본 후 곧장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초에 내가 이곳으로 뛰어 나온 건 결국 이 살아있는 죽음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재빨리 놈들이 부러트린 쇠 울타리 일부를 집어 든 내가 가장 먼저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녀석의 머리통을 강하게 후려친 순간, 내 예상을 훌쩍 뛰어 넘는 경쾌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푸각!


그 소리와 함께 완전히 머리 뼈가 함몰된 녀석이 휘청이기에 나는 곧장 녀석은 내버려둔 채 옆에 있는 놈을 향해 다시 쇠 막대를 휘둘렀다.


한데 썩은 정도의 차이라도 있는 것인지 이번엔 제대로 된 타격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소리가 튀어 나왔다.


까앙!!


그와 함께 상당한 수준의 반탄력이 내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순간 돌연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뒤요! 뒤!!'


그 말에 순간적으로 뒤통수가 싸 해진 내가 재빨리 뒤를 돌아보자 머리가 반쯤 부서진 썩은 시체 녀석이 나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것이 보였다.


투둑!


녀석의 손길이 내 옷가지를 훑고 지나간 건, 그야말로 간발의 차였다.

누군가가 내게 위험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놈에게 당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덕분에 잠시 호흡이 흐트러졌으나 나는 망설이지 않고 녀석의 반쯤 부서진 머리통을 다시 내리쳤다.


빠악!!


놈의 손에 당할 뻔 했다는 분노가 담겨 있어서 인지 이번 공격은 더욱 강렬한 소리를 토해냈는데 그와 동시에 나는 다시 한번 낯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자격을 갖춘 당신을 영웅전쟁이 부릅니다. 소환에 응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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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몬스터 사냥 24.09.10 89 0 8쪽
3 첫 전투 24.09.08 95 0 7쪽
2 영웅전쟁 24.09.07 114 0 8쪽
» 휴거 24.09.05 14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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