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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공방

좀비 아포칼립스의 1성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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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35
추천수 :
7
글자수 :
30,462

작성
24.09.14 00:43
조회
53
추천
1
글자
8쪽

영웅 김우진

DUMMY

세상의 끝, 종말.

그 단어가 가진 묵직한 무게감에 짓눌린 내 입은 쉽게 벌어지질 않았다.


하지만 나는 어금니를 악물곤 기어코 입을 열었다.


"도대체 이 게임의 플레이어는 어떤 존재지? 어떻게 너희들은 내가 사는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를 그렇게 잘 알고 있고, 그에 맞는 물건까지 팔 수 있는 거야?"


그러자 이번에도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영웅 전쟁의 플레이어 대다수는 행성 '메그' 출신으로 행성 '메그'는..."


한데 말을 하다 말고 돌연 입을 다물어 버리는 녀석. 제법 중요한 정보를 떠들어 대던 녀석의 입이 닫혀버리자 나는 곧장 녀석을 재촉했다.


"그래서 그 행성 '메그'가 어떤 곳인데?"


그런데 녀석을 향해 던진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다시 한번 내 몸에서 힘을 뺏어갔다.


"김우진님의 영웅 등급이 낮아 해당 정보의 열람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신다면 먼저 영웅 등급을 올리시기 바랍니다."


안 그래도 생각보다 쉽게 중요한 정보가 술술 흘러나오는 느낌이기는 했다.


그래도 막상 정보의 접근이 차단되고 나니 허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덕분에 잠시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힌 나는 다시 한번 녀석을 향해 말했다.


"아까 내게 추천했던 것 중에 1알만 먹어도 하루를 견딜 수 있는 압축 식량이 있다고 했지? 3개에 10골드짜리 말이야? 돈 줄 테니까. 그거 3개만 줘봐."


결국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게 녀석에게서 물건을 사는 것 뿐이라면 일단 시험 삼아 가장 값싸고 쓸모 있는 것으로 한 번 사보자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말을 마치자 내 손바닥 안쪽에서 어떤 감촉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녀석의 말 또한 이어졌다.


"압축 식량 상품이 지급되었습니다."


물건을 꺼내고 돈을 지불하는 과정조차 없이 물건이 그냥 내 손안에서 저절로 생겨난 것이다. 그와 함께 내 시야 오른쪽 위쪽의 골드 숫자는 300에서 290으로 10골드가 줄어들었고.


적어도 이들이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은 여전히 의심할 필요가 없는 듯 했다.


이에 내가 씁쓸한 기분으로 손바닥에 자리한 별 특색 없는 하얀 알약을 들여다 보는 찰나 상대가 다시 한번 말을 걸어왔다.


"만약 더 필요하신 물건이 없다면 이만 귀환하시게 됩니다."


사실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은 아직 더 많이 있었다. 골드로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만 특이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 수 있는 물건 역시 대단히 특별했기에 제법 미련이 남았던 것이다.


하지만 휴거든 좀비 아포칼립스든 이미 엉망으로 망가지기 시작한 세상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었기에 나는 일단 현실 세계의 상황부터 점검하기로 했다. 괜히 현실에서 구할 수 있는 먹거리들을 구하느라 아까운 골드를 더 허비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여 내가 녀석의 말에 막 고개를 끄덕이는 찰나 녀석이 싱긋 웃는 것처럼 입꼬리를 올리더니 말을 이었다.


"다음에도 무사히 다시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저는 김우진님의 상점 도우미 '티오스' 였습니다."


이름을 가진 존재.

어쩌면 상대는 프로그래밍 된 대로만 떠드는 인공 지능 같은 존재가 아니라 개별적인 인격을 가진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 돌연 내 주변의 풍경이 바뀌어 버렸다.


문제는 내가 그 갑작스러운 이동으로 인한 어지러움에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내게 적의를 드러낸 존재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는 점이었다.


그어어어~


'설마! 영웅 전쟁에 소환 당할 당시로 돌아온 건가?'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이미 내 품을 깊숙이 파고든 존재가 내 가슴팍을 향해 이빨을 들이미는 틈을 타 반쪽짜리 몽둥이를 그대로 후려쳤다


빠아악!


내가 들고 있는 반쪽짜리 몽둥이는 길이가 짧아 오히려 이런 근접전에선 더욱 유용했다. 결국 내가 휘두른 짧은 일격에 머리 뒤쪽이 움푹 패인 녀석은 그대로 흙 바닥 위로 고꾸라졌고.


하지만 나는 녀석이 쓰러진 뒤에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이 녀석이 내가 소환 당하기 직전 상대했던 녀석과 같은 존재라면 고작 이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그런 내 예상처럼 잠시 바닥을 허우적 거리던 녀석이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에 내가 다시 한번 몸을 일으키는 녀석의 뒤통수를 향해 반쪽짜리 몽둥이를 휘두르자 상당히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빠각!!


그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내가 들고 있던 반쪽짜리 몽둥이는 다시 손잡이만 남긴 채 부러져버리며 완전히 무기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그렇게 내게 가격 당한 녀석은 다시 한번 흙바닥 위를 뒹굴었다.


녀석이 아직 완전히 끝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유용하게 사용하던 무기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에 내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철제 울타리 쪽으로 시선을 주는 찰나 곧장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왼쪽 옆에 있어요!!"


전에는 분명히 어린 소년의 목소리였다면 이번엔 확실히 여자의 목소리였다.

좀비와 맞서 싸우는 내게 도움을 주려는 이가 적어도 한 명은 아니었던 것이다.


덕분에 더욱 힘이 난 나는 영웅 전쟁에서 싸웠던 것처럼 이깟 좀비 따위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스스로를 안심 시키며 여자가 말한 곳에서 쇠로 된 울타리 부품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그대로 그것을 내리치는 순간, 다시 일어나려고 열심히 바닥에서 바르작 대던 녀석의 썩다 만 몸뚱이가 그대로 힘없이 퍼져 버렸다. 영웅 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도 좀비 하나를 물리친 것이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오른쪽 시야 위쪽을 바라봤으나 영웅 전쟁에서와 달리 그곳엔 내게 얼마만큼의 골드가 있는 지가 표시 되지 않았다. 그래도 현실은 현실인 것이다.


이에 작게 혀를 찬 나는 혹시 주변에 다른 위험 요소가 있는 지를 살펴 보았다.

내가 영웅전쟁에 소환되기 전 봤던 좀비만 해도 3마리였으니 주변에 다른 한 놈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인데 어째서인지 다른 녀석은 보이질 않았다.


이곳으로 이동 직후엔 갑자기 좀비가 달려드는 통에 너무 경황이 없어 내가 소환되던 당시로 시간까지 맞춰서 돌아왔나 싶었는데 인제 보니 그건 또 아닌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그에 대한 설명은 내 싸움을 지켜본 이들이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아파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나를 맞아 주었다.


우리 동은 물론이고 그 옆 동까지 아파트 베란다 창문마다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는 사람들이 나를 보며 손을 흔들어 주거나 잘했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준 것이다.


이 불합리한 세상을 만든 신에게 반항이라도 해본다고 뛰쳐나가 벌였던 내 무모한 싸움이 실제로는 나 혼자만의 싸움이 아닌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루어진 거였던 것이다.


1성 영웅 김우진.


영웅 전쟁에서 내게 붙어 있던 그 꼬리표 같은 명칭을 어쩌면 저 사람들이 만들어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저 사람들 외에 나를 영웅으로 생각할 이들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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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좀비 사태 +1 24.09.15 25 1 8쪽
» 영웅 김우진 +1 24.09.14 54 1 8쪽
7 종말 +2 24.09.12 61 2 8쪽
6 초반러쉬 +1 24.09.11 78 2 8쪽
5 나는 여기 살아있다. +1 24.09.10 78 1 9쪽
4 몬스터 사냥 24.09.10 89 0 8쪽
3 첫 전투 24.09.08 95 0 7쪽
2 영웅전쟁 24.09.07 114 0 8쪽
1 휴거 24.09.05 14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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