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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공방

좀비 아포칼립스의 1성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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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32
추천수 :
7
글자수 :
30,462

작성
24.09.12 22:47
조회
60
추천
2
글자
8쪽

종말

DUMMY

플레이어의 흥분한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어두워진 주변의 모습은 꼭 내가 능력을 선택했던 당시의 모습과 비슷했다. 게임에 여러 번 참가한 듯한 방패 영웅은 물론이고 플레이어와도 몇 가지 대화를 더 나눠 보고 싶었던 나로서는 이 갑작스러운 이동이 제법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말끔히 사라진 통증과 부상 덕에 내 기분이 상쾌해진 것 역시 사실이었다. 적어도 플레이어가 했던 말처럼 게임 안에서 죽는다고 그것이 실제 죽음까지 이어지진 않는 다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 시켜 주는 것이었기에 더욱 그런 듯 했다.


한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점이 푹 파여있던 어깨를 잠시 만져 보려던 나는 그런 내 손에 여전히 반쪽 짜리 몽둥이가 들려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원시인이 그토록 애타게 이 몽둥이를 바라보던 이유가 설마, 이렇게 소유권이 넘어간다는 것을 알아서 였던걸까?


물론 지금 내가 들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현실에서 까지 내 소유로 남아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나는 아주 높은 확률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야 내가 이곳에서 골드를 주고 산 물건도 여전히 현실에서 사용 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처음 능력을 고를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카드가 생겨났다. 다만 이번엔 그때와 달리 여러 개의 선택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승' 이라는 글자가 쓰인 카드뿐이었다.


덕분에 이미 한번 비슷한 경험이 있던 나는 자연스레 그것을 손으로 만졌다.


화아악!


내 손이 닿는 순간 밝은 빛을 뿜어낸 카드.

그 카드가 천천히 뒤로 돌아가며 뒷면을 내비치는 순간 그곳에 적혀 있는 글자가 마치 내 눈을 파고들듯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성 영웅 승리 보상 100골드]


그와 동시에 내 시야 오른쪽 위에 있던 금빛 동전 옆의 숫자가 200에서 300으로 바뀌었다. 패배 시엔 어떤 보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승리 보상 보다는 소환 보상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았고.


그리고 이제 다시 확인해야 할 건 정말 저 골드가 목숨을 걸고 싸워서 얻을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인지였다.


하지만 주변 어느 곳을 둘러 보아도 골드를 사용할 수 있는 상점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오직 보이는 건 하나. 눈앞에 있는 뒤집어진 카드 뿐이었다.


하여 내가 여전히 허공에 남아있는 카드를 다시 한번 건드리는 순간, 다시 뒤집어진 카드가 흐물거리며 녹아내리더니 바닥에 물처럼 뚝뚝 흘러내리고 만다.


그리고 그 생각지도 못한 기이한 광경에 놀란 내가 잠시 멈춰 있는 순간 그렇게 액체가 되어 떨어진 카드가 이번엔 꾸물꾸물 움직여 서로 뭉치더니 이윽고 위로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한데 그렇게 부피를 키워가며 어린아이 비슷한 형체를 띄는 것 같던 검은 액체는 이내 액체 특유의 동글동글한 모습 그대로 푸른색으로 변하더니 머리 부근에 눈과 입으로 여겨지는 구멍이 생겨남과 동시에 그대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무엇이든 골드로 교환해 드립니다."


내 앞에 있는 어린아이 크기의 푸른색 존재는 꼭 파란색 물 풍선을 이어 붙인듯 오동통한 몸을 지녔는데 어딜 봐도 생명 활동에 유리한 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덕분에 그 기이한 모습을 조금 더 관찰하려는 찰나 돌연 녀석이 그 통통한 다리를 움직여 내게 한발 다가왔다.


"혹시 제 말이 이해 안되시나요?"


이에 슬쩍 뒤로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 다시 거리를 벌린 나는 녀석을 향해 말을 이었다.


"네 말은 이해했어. 하지만 뭘 파는지도 모르고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르기에 무엇을 사고 싶은지도 모르는 거야."


그러자 녀석이 기다렸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제가 물건을 좀 추천해 드릴까요?"


이건 딱히 생각해볼 필요도 없는 선택지였기에 내가 곧장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마치 나를 스캔하 듯 위아래로 훑어본 녀석이 기상천외한 목록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1알만 먹어도 하루를 견딜 수 있는 압축 식량은 어떠세요? 3개에 10골드로 아주 저렴합니다. 거기다 하루치 수분을 충족시켜줄 수분 파우치도 빼놓을 수 없겠죠. 수분파우치 역시 10골드입니다.


물론 지금 가장 필요하신 것으로 예상되는 음식물 합성기도 있지만 그건 1000골드라 지금 가지고 계신 자금으로는 구입이 어렵습니다."


내가 조금 전까지 벌인 그 피 튀기는 싸움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듯한 SF틱한 물건들. 나는 그렇게 녀석의 말이 끝나는 순간 SF장르의 대표적인 무기 하나를 떠올렸다.


"혹시 레이저총 같은 것도 살 수 있어?"


그러자 녀석이 당연하다는 듯 지체 없이 입을 연다.


"한 손으로 사용하는 소형 레이저 총은 500골드이고 파워 슈트와 결합해 사용하는 대형 레이저 총은 2,000골드 입니다."


공상 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물건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니 나로서는 놀랄 수 밖에 없다. 설사 정말 좋은 물건이 있어도 그런 건 내가 사기 힘들 정도로 비싼 가격이 책정되리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형 레이저 총조차 지금 내가 가진 300골드로는 구매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 게임을 한번만 더 하면 다음엔 무조건 살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기에 제법 의욕이 생긴다. 일단 승패와 상관없이 소환의 대가로 받는 골드가 있으니 믿을만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일단 레이저총이라는 말도 안되는 무기를 사고 나면 그 이후의 게임에서 활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휴거가 찾아온 현실에서도 보다 긴 시간을 생존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데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던 나는 문득 어떤 것을 깨달았다.

정말 골드로 무엇이든 살 수 있다면 이런 것도 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골드를 사용해서 내가 이 게임의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어?"


그러자 녀석이 다시 한번 지체 없이 대답을 해왔다.


"100만골드로 유전자 개량을 한 후 다시 1억 골드로 시민권 티켓을 사신다면 가능합니다."


내가 이번 승리로 얻은 보상이 총 300골드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터무니 없는 숫자였다. 그래도 일단 그게 가능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


녀석의 반질거리는 푸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을 이어가던 나는 다시 한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세상에 찾아온 휴거를 막을 수 있는 물건은? 그건 얼마나 하지?"


그러자 녀석의 구멍만 뻥 뚫려있는 입을 통해 충격적인 정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1성 영웅 김우진님의 세상엔 휴거라고 부를만한 현상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비슷한 현상을 그곳 언어로 말해보자면 좀비 아포칼립스 라고 할수 있겠네요. 해당 좀비 아포칼립스를 막기 위해선 행성 단위의 대규모 정화 기술이 필요하므로 1000만 골드로 살 수 있는 성물 이샨테의 지팡이를 추천 드립니다."


플레이어가 되는 것보다 휴거 아니, 녀석의 말대로 라면 좀비 아포칼립스를 막는 것이 훨씬 더 저렴하다는 것이 웃기지만 나는 끝내 녀석의 말에 웃을 수 없었다.


비록 그것이 신의 징벌이라는 휴거는 아닐지라도 녀석의 말대로 라면 그 현상 자체가 전 지구에 걸쳐 벌어지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말 그대로 세상에 종말이 찾아온 것은 똑같은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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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초반러쉬 +1 24.09.11 78 2 8쪽
5 나는 여기 살아있다. +1 24.09.10 78 1 9쪽
4 몬스터 사냥 24.09.10 89 0 8쪽
3 첫 전투 24.09.08 95 0 7쪽
2 영웅전쟁 24.09.07 114 0 8쪽
1 휴거 24.09.05 14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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