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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공방

좀비 아포칼립스의 1성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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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37
추천수 :
7
글자수 :
30,462

작성
24.09.08 01:33
조회
95
추천
0
글자
7쪽

첫 전투

DUMMY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에 내가 침음성을 흘리는 사이 어느새 내 몸은 숲 속을 헤매고 있었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움직이는 몸뚱이에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그제야 필사적으로 저항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빠르게 움직이던 다리가 서서히 멈추기 시작한다.

내 몸을 멋대로 조종하는 힘보단 그래도 내 의지가 더 강했던 모양이다.


그 순간 다시 한번 문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왜 멈추는데? 숲 안으로 들어가야 몬스터도 잡고 골드도 벌 거 아니야? 너 승리 보상 안 챙기고 싶어?"


승리 보상이라...

확실히 말은 그럴싸하다.


그러나 정작 내가 죽어 버리면 아무리 값진 보상을 준다고 해도 결국 의미가 없었다.

놈이 했던 말 대로라면 나는 그냥 몬스터와 싸우다 죽는 결말을 가진 일개 유닛에 불과했으니 이대로 놈을 위해 목숨을 내던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까짓 보상 따위, 내가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이지?"


상대가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파악한 상태였기에 나는 녀석을 향해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

사실 상대는 지극히 가벼운 말투와 성격을 가진 존재였으나 나를 이곳으로 소환하고 특별한 능력을 줬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그가 신적인 힘을 가진 존재임은 충분히 입증한 셈이었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진짜 신을 만나더라도 맞서 싸울 생각을 가졌던 사람이기에 상대가 설사 신적인 존재라고 한들 상관이 없었다.


한데 내 말을 들은 상대의 목소리를 통해 뜻밖의 정보가 전달되었다.


"영웅전쟁에서 죽는다고 진짜 죽는 건 아니니까 게임이 끝난 다음에 상점에서 물건 사는데 쓰면 되잖아? 설마 그걸 몰랐던 건 아니지? 뭐야? 정말 이게 첫 소환인 거야?"


이곳에선 죽어도 죽는 게 아니라고?


이러면 내가 선택한 '재생'이라는 능력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다.

차라리 '전투술'이나 '직관'같은 능력이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싸움에선 더 유용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제법 아쉽게 느껴지는 과거의 선택지는 뒤로 한 채 나는 지금 내 앞에 놓인 기회를 잡는데 충실하기로 했다.


"첫 소환 맞아. 그러니 내가 알아야 하는 정보가 있다면 더 알려줘."


상대를 통해 내가 처한 이 낯선 상황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얻을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지금의 내가 챙길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다행히 상대 역시 내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인지 순순히 정보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호오~ 진짜로 첫 소환이란 말이지? 그러면 랜덤 영웅 뽑기 말고 지정 영웅 뽑기가 있다는 것도 모르겠네. 그건 네가 이번 게임에서 충분히 활약 해 주면 내가 다음엔 너를 지정 영웅 뽑기고 소환해줄 수도 있다는 소리거든. 랜덤 영웅 뽑기가 200골드인 것에 비해 지정 영웅 뽑기는 300골드니 이쪽에서도 그만큼 더 비용을 지불해야 하긴 하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랜덤한 존재가 아닌 나를 딱 집어 소환할 수도 있다는 말인데 아직 이 곳에 소환되는 것이 내게 이득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었기에 나로서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정보가 필요했다.


"그렇게 번 골드로는 상점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지? 그렇다면 그 상점에선 도대체 뭘 파는 건데?"


한데 내 질문에 대한 상대의 대답이 너무 터무니 없었다.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아무리 상대가 신적인 힘을 가진 존재라고 한들 이런 대답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기에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내가 설령 죽지 않는 불사의 약을 원한다고 해도 그걸 살 수 있다는 말이야?"


그런데 다시 이어진 내 질문에도 상대의 태연한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네가 정말 그걸 원한다면. 대신 그 가치에 대한 골드는 지불해야겠지만 말이야."


진짜 뭐든지 살 수 있는 상점이라는 상대의 말에 잠시 평정을 잃을뻔 하던 나는 이내 녀석이 한 마지막 말을 상기했다.


'그 가치에 대한 골드를 지불해야겠지만 말이야.'


사실 이건 상점에서 물건을 산다는 행위 자체를 놓고 보면 크게 이상한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 상점에서 파는 물건의 범위가 무한대인 만큼 그 가치를 측정하는 골드 역시 무한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함정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꼭 필요한 물건들을 팔긴 하는데 그게 너무 터무니 없이 비싸 정작 판매 목록에 있어도 사지는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덕분에 내 몸을 빠르게 채웠던 흥분이 가라앉는 그 순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소음이 들려왔다.


"크아악!!"


인간이 내지르는 비명.

저 비명의 주인이 이제껏 내게 말을 걸던 존재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에 나는 느슨해졌던 긴장을 끌어올리며 빠르게 주변을 훑어내렸다.


그런데 그 순간 다시 한번 목소리가 이어졌다.


"네가 일을 제대로 안 해서 벌써 병사 하나가 죽었잖아! 초반에 병사 하나가 얼마나 귀한 줄 알아? 이번 게임 완전히 말린 거라고! 이제 대충 들을 거 들었으면 얼른 가서 싸워! 이러다 남은 병사 하나까지 죽으면 어차피 널 지정 소환 할 일도 없을 테니까!"


병사라는 존재는 나와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어 계급이 나뉜 걸까?


그 해답은 결국 목소리의 말대로 하나 남은 병사를 구해주러 가면 알게 될 터였다.


하여 나는 마침내 이 낯선 세상의 싸움에 뛰어들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이대로 자리만 지키다간 목소리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힘들어질 테니 내가 직접 부딪쳐 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자마자 억지로 잡아 세우고 있던 다리에 힘을 빼는 순간 내 다리가 빠르게 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장거리 달리기를 하듯 내 몸에 크게 부담 가지 않는 선에서 빠른 달리기를 보여준 것인데 덕분에 오래지 않아 내 시야에 참담한 광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인지 돌인지 모를 커다란 방망이를 든 존재 하나가 사람만 한 거미들에게 둘러싸여 쉴 새 없이 물어 뜯기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발악하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굳이 병사가 하나만 남았다던 말을 떠올려 보지 않아도, 저 원시인 같은 존재가 병사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

사람을 닮은 존재인지 아니면 사람이 되다만 존재인지 모를 원시인이지만, 적어도 거미 보단 훨씬 친숙한 모습인데다 아군임이 확실했기에 나는 그를 구하기 위해 재빨리 난전 속으로 뛰어들었다.


내게는 '재생'이라는 특별한 능력도 있는 데다 어차피 거미의 덩치가 커져 봐야 결국 거미일 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 판단이 용기인지 만용인지는 곧 결과가 알려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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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는 여기 살아있다. +1 24.09.10 78 1 9쪽
4 몬스터 사냥 24.09.10 90 0 8쪽
» 첫 전투 24.09.08 96 0 7쪽
2 영웅전쟁 24.09.07 114 0 8쪽
1 휴거 24.09.05 14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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